맛집 지도 그리는 사람들
친구와 만나기 전, 우선 동네가 정해지면 SNS에서 ‘#○○동맛집’을 검색해본다. 이때 헛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맛집에 진심인 보석을 찾아내야 한다.
BY 에디터 류창희 | 2023.02.14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법
광고는 흘러넘치고,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광고임이 뻔히 보이는 맛집 블로거의 후기도 쏟아지지만 그럼에도 ‘○○맛집’ 검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도 갑자기 유튜버가 먹는 음식이 궁금해지면 어디서 파는지 검색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지만 정작 내일이 오면 다른 음식을 찾는다. 아마 이런 휘발성 덕분에 맛집 관련 콘텐츠를 레드오션이라고 통칭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뢰를 얻기 힘든 이 바닥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인플루언서의 위치를 구축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푸딘코는 아우어베이커리, 나이스웨더 등을 성공시킨 CNP Company의 푸드테크 앱이다. ‘Food in Korea’의 줄임말인 푸딘코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시작한, 광고 없이 진짜 맛집을 찾아다니며 리뷰를 남기는 맛집 계정이었다.
깔끔한 사진과 읽는 재미가 있는 글,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방문한 후기를 쓴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피드를 본 사람들은 푸딘코 추천 맛집을 따라 방문했고,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가 났다.
푸딘코는 팔로어들이 원하는 투어 장소를 물어보고, 맛집 추천을 받는 등 팔로어의 의견을 듣고 콘텐츠에 반영했다. 팔로어들은 내가 푸딘코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인 의식까지 갖게 되었고 굳건한 팬덤이 형성되었다. 지금은 앱이 출시되었지만 여전히 인스타그램 계정도 진심을 담아 운영한다.
최근 푸딘코는 버거 레스토랑 ‘르프리크’와 협업해 미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드페리 도넛에 이은 두 번째 ‘푸딘코 유니버스 미식회’로 한정판 메뉴를 선보인다. 푸딘코 앱에서 모은 ‘푸딘코인’을 보유한 유저들을 위한 행사다. 팬의 소중함을 알고, 확실한 팬서비스를 선보이는 덕분에 푸딘코 유니버스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나만의 것으로 승부한다
그런가 하면 2020년 혜성처럼 나타난 ‘김사원세끼’의 흥행도 눈에 띈다. 일체의 광고나 홍보 없이 재방문 후 맛있었던 식당만 짧고 굵게 소개한다는 신념을 갖고 활동한다. 유튜브 구독자는 39만6000명,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의 조회수는 200만 회가 넘는다.
특히 김사원세끼는 서울에 사는 주당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맛집 소개 채널로 불린다. ‘외식 인생 10년 차 김사원이 뽑은 올해의 맛집 TOP5’ 등 서울 곳곳의 노포 맛집을 소개한다. 특히 메뉴판을 보면 지갑도 편안해지는 곳들 위주라 인기가 높다.
로컬에 집중한 맛집 큐레이터도 있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의 맛집, 카페, 핫플 등을 소개하는 이들은 그 동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가 많다. 일단 내비게이션 없이도 동네를 다닐 수 있는 토박이가 추천한다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제레박’은 ‘#제레의뚝섬살기’라는 해시태그로 소통하며 오픈채팅 단톡방 ‘성수동 백과사전’을 운영한다. 문래 지역의 인플루언서는 ‘맛탐영’은 철공소 등 영세 제조업체들의 공간 재탄생으로 색다른 분위기의 서울을 느낄 수 있는 문래동을 소개한다.
로컬 인플루언서의 약진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럴 광고에 지친 사람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휴먼메이드 감수성이 담겨 있기 때문.
여기에 지역 기반의 스토리까지 더해지니 로컬 콘텐츠로 이만한 것이 없다. 결국 사양산업, 레드오션이라는 주변의 평가보다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사람의 마음과 산업을 움직이는 열쇠다.

카페를 여행하는 일상
박승현 카페순례자 운영자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켠다. 맛있는 밥은 실패해도 커피는 실패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카페순례자’ 계정을 운영하는 박승현은 프랜차이즈 카페만 알던 때 우연히 들른 서울의 한 카페에서 감동받아 로컬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서울에는 블록마다 스타벅스가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저도 프랜차이즈 카페만 다니던 때가 있었어요. 어디를 가야 좋은지 몰랐고 카페가 워낙 많으니까요. 그런데 우연히 지상과 지하에 반전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에 가본 후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게 놀라웠죠.”
그의 피드는 서울의 카페는 물론 전국의 카페로 채워져 있다. 주로 새로 생긴 카페를 찾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카페를 소개한다. 해당 지역의 특성이 잘 녹아 있는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나 커피, 디저트를 잘하는 집을 주로 다룬다. 카페순례자 계정이 주목받은 것은 카페를 담아내는 남다른 사진 덕분이기도 하다.
“저는 주로 오픈 어택을 하는 편이에요.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에 가서 정면, 측면 다양하게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하죠. 목재, 콘크리트 등 공간의 소재가 주는 느낌을 잘 살리고, 카페 본연의 색감을 살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과한 보정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 사진을 보고 카페에 갔는데 너무 달라서 실망하면 안 되니까요.”
하루에도 2~3곳의 카페를 휴식처럼, 일처럼 다니는 그는 최대한 많은 카페를 가보려고 노력한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별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고 그 속에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을 찾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곳을 가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저만의 카페 선정 기준을 찾자면 포인트가 명확한 곳을 좋아하죠. 콘셉트, 디자인, 맛 중 하나라도 확실한 포인트가 있는 곳이요. 공간 디자인은 평범해도 커피가 맛있는 곳이면 소개하기도 하고, 화려하고 멋진 카페도 좋지만 골목 어귀나 주택가 사이에 있는 집 같은 분위기의 편안한 카페를 좋아해요. 주택을 개조한 카페나 나무 가구로 정돈된 분위기를 연출한 소박한 공간을 선호하죠. 정반대로 깔끔한 무채색 카페도 그만의 특색이 있다면 좋아요.”
그의 카페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승현성수’ ‘#승현망원’ 등 이름과 동네를 더한 해시태그를 활용해 카페를 찾는다. 좋은 카페가 많아도 약속 장소와 너무 멀리 있다거나 이동 동선에서 한참 벗어나면 굳이 찾아가기는 힘든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해시태그다.
일방적인 정보만 나열하거나 구구절절 감상평을 늘어놓는 텍스트가 아닌, 임팩트 있는 사진과 카페의 분위기를 간결하게 묘사한 텍스트도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많은 카페를 방문하고, 그 경험을 기록하는 박승현을 움직이게 하는 말은 ‘덕분에 잘 다녀왔어요’와 ‘카페 운영이 도움에 되었어요’다.
“처음엔 카페로 여행을 가는 것이 그저 좋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뿌듯해요.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전국구로 열심히 다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국내 지역도 많다. 그 지역을 모두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지금껏처럼 앞으로도 자신만의 페이스로 자신만의 레이스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로컬 큐레이터의 마포 가이드
신현오 도보마포 운영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마포구, 오직 마포에만 집중하는 도보마포 신현오는 서울이 아닌 마포가 고향이라고 말한다. 그의 마포예찬을 듣고 있으면 그동안 소홀했던 고향에 미안해질 정도. 이렇게 마포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사람이 운영하는 계정이니 보지 않아도 이미 출발선이 여느 계정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마포구는 주인장의 취향과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골목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에요. 망원동, 연남동 등을 돌다 보면 동네 골목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죠. 마포구 DNA가 잘 담긴 맛집, 카페, 공간 등을 직접 도보로 찾아다니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보마포의 시작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의 성향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애정하는 공간들을 메모해 놓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인원, 방문 목적에 따라 코스를 추천했다. 그 코스대로 방문한 친구에게 좋은 피드백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다음에는 더 좋은 코스를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아는 정보를 주는 것에 그쳤는데 친구의 제안으로 계정을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도보마포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보마포에서 소개하는 공간은 당장이라도 마포로 발길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그가 콘텐츠를 발행하는 방식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소개 방식은 정갈하고, 음식 사진은 정돈되어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저는 이 공간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어떤 공간이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고유한 분위기와 경험이 있잖아요. 밖에서 봤는데 너무 좋아 보여 들어갔는데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진 적 있으시죠? 저는 맛, 분위기, 음악, 향기 등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사장님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어요. 하지만 텍스트 속의 유머는 놓칠 수 없어서 약간의 위트를 가미해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2022년 연말에는 온라인에서 벗어나 팔로어 2만 명을 기념해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무려 42: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8인의 ‘도순이’들과 함께 도보마포의 아지트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도보마포가 직접 출제한 ‘마포고시’를 통과해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청할 줄은 몰랐어요. 각자 마포 최애 플레이스와 마포지수를 뽐내기에 바빴죠. 이번 1회를 기점으로 주기적인 만남을 계획할 예정이니 당첨되지 못한 328명의 도순이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도보마포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진짜 ‘마포러’들이 공간을 추천한다는 것. 서교동에 거주 중인 콘텐츠 에디터 한수윤의 한잔 더 추천 코스, 예비 망원동 통장 도베르만의 망원동 입문 추천 코스 등이다. 단순히 마포구 어딘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를 정해 그에 맞는 공간을 소개한다.
“도보마포가 마포구 주민과 주인장들이 믿고 구독할 수 있는 로컬 채널이 되었으면 해요. 맛집, 카페 소개에 그치지 않고 마포구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동네 친구이자 사랑방 같은 계정이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요. 저는 마포구의 매력을 믿고 추앙하니까요.”

맛집 기록하기
박신용 피그웨이브 운영자 & 서보은 먹보은 운영자
각자 취향에 맞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그 경험을 기록하는 박신용, 서보은. 피그웨이브를 운영하는 박신용은 F&B를 좋아해 덕업일치를 하며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현재는 노티드, 다운타우너로 우리에게 익숙한 GFFG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맛집을 기록하게 된 것은 외식 산업에 종사하면서 많은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서였다. 에버노트에 음식점을 기록하다 플랫폼을 옮겨 인스타그램에 음식 기록을 이어갔다. 이승희 작가의 ‘혼자 간직하면 기록, 공유하면 콘텐츠’라는 문구가 인사이트를 주었기 때문.
피그웨이브 계정은 디저트보다는 식사류, 식사류 중에서도 한식류가 많다. “사람들이 보자마자 ‘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을 찍으려고 해요.” 처음 ‘빅웨이브’로 시작한 계정은 이름만 봐도 직관적으로 음식을 떠올릴 수 있도록 ‘피그웨이브’로 변경해 이어가고 있다.
맛집을 기록할 때 그의 기준은 역시 맛이다. SNS에서 찾은 맛집에서 실망스러운 기억을 안고 돌아온다면 하루 전체가 실망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사람들의 소중한 하루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집을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피그웨이브 외에 ‘오렌지족’과 ‘노포조아’라는 계정도 운영 중이다.
“오렌지족은 식당, 카페, 패션, 팝업 행사 등 압구정의 다양한 정보를 묶어서 소개하는 지역 큐레이션 계정이에요. ‘압구정 김밥맛집’ ‘하이볼 땡기는 압구정 일식당 모음’ 등 카테고리에 맞게 큐레이션한 맛집도 소개하고 있어요.”
노포조아는 분명한 마니아층이 있음에도 노포만을 다루는 계정이 없어 아쉬웠던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오래된 가게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지켜졌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 반영된 계정이다. 앞으로도 계정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건강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좋은 정보를 얻으면서 자극적이거나 너무 많은 콘텐츠로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선을 잘 유지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먹보은 운영자 서보은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으로 팔로어들과 소통한다. 처음 맛집을 기록하게 된 것은 그저 추억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누구와 뭘 먹었는지를 기록하면서 그때 나누었던 대화도 곱씹게 되는 것이 재미있어서 기록했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똑같은 음식이어도 남들과 다르게 사진을 찍으려고 해요. 칼국수와 보쌈을 파는 식당에 갔는데 갑자기 제주 고기국수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칼국수에 고기를 올려서 찍었더니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그 후로는 그 집에 가면 그렇게 사진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져서 뿌듯했죠.”
당장 입에 넣고 싶은 생동감 있는 사진과 친근함이 녹아있는 텍스트는 먹보은 계정의 특징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으로 맛을 설명하니 글과 사진을 보고 나면 이미 친구와 음식을 먹고 나온 것 같은 생생함이 전해진다.
“성북동에 있는 작은 칼국수 가게를 소개했는데 따님이 DM을 주신 적이 있어요. 코로나19 피해로 폐업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 제 피드 덕분에 다시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요. 음식이 정말 맛있었고, 친절한 사장님이 인상적이라 올린 글이었는데 누군가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뿌듯했죠. 앞으로도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소문 내는 일을 성실하게 이어갈 생각입니다.”
사진
이기현
일러스트
김가빈
푸딘코
맛집
맛집 탐방
카페투어
카페순례자
정보 찾는 법
감사워세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