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리는 여자들]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김진 작가
연애의 풍경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저마다 다르다. 각기 다른 감성으로 연애의 복잡 미묘한 과정을 그려내는 만화가들.
BY | 2016.02.02
가장 보통의 연애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김진 작가
싱글을 대변하는 생활 웹툰을 그렸던 작가가 독립하고 연애하는 이야기. 서로의 일상이 돼버린 커플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덩달아 연애하고 싶어진다.
현재는 남편이지만 만화가 연재될 당시에는 남자친구였던 웹툰 작가 이윤창과의 연애를 담았다. 부담감은 없었나?
나보다는 ‘이 친구(작가는 남편을 ‘친구’ 혹은 ‘남자애’라 호칭했다)’가 더 부담스러워했다. 아무래도 본인도 만화 연재를 하고 있는 데다가 작가는 작품 뒤에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와 만난다는 이유로 졸지에 캐릭터가 돼버리니까 처음엔 갈등이 많았다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나?
생활툰은 나 혼자서만 그릴 수 없다. 늘 주변인들이 소재가 된다. 그 친구가 원하지 않아도 생활툰 작가인 나를 만나는 이상 결국에는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만약 갑자기 결혼해서 돌아오면 그 공백기에 대한 설명을 독자들에게 해야 하는데 그 친구는 처음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 친구’는 이 만화에서 남자친구 직업이 작가인 걸 숨기고 연재하자고 말했지만 나중에 독자들이 알면 내가 거짓말한 게 된다.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극화를 하는 ‘그 친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생활툰에 자신이 캐릭터가 되어 등장하면 본인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연재하면서 잘 풀렸다.
등장인물이 모두 실존 인물이다. 그 사람의 성격을 어디까지 보여주나?
생활툰이다 보니 캐릭터 계산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어떤 면을 조금 더 보여줘야겠다는 것만 있다. 사생활을 보여주는 게 일이기도 하다. 작품을 하면서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느끼는 불편함은 없나? 생활툰 작가에겐 아무래도 도덕적 잣대가 높은 편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아무것도 아닌데 막상 그림으로 그렸을 때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땐 아쉽지만 그리지 않을 때가 많다. 조금 더 재미있을 수 있지만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꺼내지 않는 소재도 있다.
웹툰에는 주인공이 남자친구와 ‘밀당’하거나, ‘썸’타는 장면의 분량이 많지 않다.
난 밀당이라는 걸 잘 못한다. 만화에서처럼 작가들 모임에서 만나 잘 놀다가 연락 주고받고, 바로 사귀자고 해서 ‘음 그렇군’ 했다. 실제로 뭐가 없었다(웃음). 많은 독자분들이 내가 애인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친구에 대해 만화에서 얘기한 적도 없었던 터라 이 작품을 연재하면서 내 연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셨던 것 같다.
결혼한 지 이제 6개월째다. 결혼 전후 느껴지는 변화가 있나?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엔 둘 다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집안일 때문에 다퉜다. 그런데 결국엔 못 참는 사람이 하게 된다. 하루 종일 집에서 작업을 하니 방이 최소 3개는 있어야 하고, 공간도 좀 넓으면 좋을 것 같아서 경기도로 이사했다. 제일 거리가 먼 방 두 개를 각자 작업실로 쓰고, 하나를 침실로 쓴다. 작업하다 보면 잠시 눈을 붙여야 하니까 각방에 침대가 있기는 하다. 쉴 때 침실 가서 자면 너무 깊게 잠들까봐 작은 침대를 뒀다.
생활툰 주인공은 대체로 코믹하고 명랑하다.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밝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개그맨과 비슷한 느낌도 든다. 나는 마감에 쫓기는 걸 싫어해서 세이브(미리 작업한 것)를 많이 해둔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거다. 그래서 16년 동안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세이브가 있어서 잘 넘겼다. 그러고 나서도 바로 밝은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힘들긴 했다. 원래 성격이 우울하거나 센치한 편이 아니라 무난하게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웹툰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 광고회사에서 6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광고회사에서 콘티를 그렸다.
사회생활을 해본 건 잘한 것 같다. 다른 직업에 비해서 만화가는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생활툰을 그리는 작가가 그런 생활을 한다면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들 거다. 서른에 데뷔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어렸을 때 데뷔를 했다면 세상물정 몰랐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철들었을 때 시작한 게 다행이다.
극화로 순정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만화를 그리면서 언젠가는 극화를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생활툰을 하다 극화를 그리면 그림체나 스토리에 대한 평가가 많이 날카로울 것 같다. 지금은 떠오르는 스토리가 하나도 없다. 그림 연습은 늘 하고 있다. 2등신만 그리니까 그림이 굳어버려서 7, 8등신 그리는 연습도 많이 한다.
완결된 웹툰이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게 관례처럼 느껴진다.
포털 사이트에서 보는 웹툰은 여전히 공짜로 보는 거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책을 사는 분들은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을 돈 내고 소장하겠다는 뜻이라 작가들에게 의미가 있다. 연재도 중요하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낼 수 있는 게 책이다. 그래서 이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TV나 영화를 보며 매력을 느낀 캐릭터가 있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난 갈등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마 그런 이유로 생활툰을 그리는 것 같다. 그냥 갈등의 순간을 다 넘겨버리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 결말만 보고 싶다. ‘남자애’는 그러더라. 너무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다고. 가끔은 보기 싫은 것도 봐야 한다고 하는데, 그냥 난 갈등이 싫다. 최대한 갈등 없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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