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하는 사람들] 23년간의 고발, <그것이 알고싶다>

온갖 핍박 속에서도 사회 부조리를 아프게 꼬집고, 날카롭게 찌르는 저널리스트들이 있다. 그들은 그 속에서 사회 변화의 움직임을 느끼며 희망을 본다.
BY | 2016.02.03
<그것이 알고 싶다> 안윤태, 류영우
지난 9월 1000회를 맞이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현재 진행형인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전설이다. 단순히 가장 오래된 다큐 프로그램이라는 것뿐 아니라 영향력, 시청률, 신뢰도 등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사회와 종교, 미제 살인 사건 등 전방위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 숨겨져 있던 진실이 전파를 타면 사람들은 공분한다. 그 분노는 때론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거나 제도를 만드는 등 눈에 띄는 결과를 내기도 하고, 시민들의 자성하는 목소리를 일으키기도 한다. 장애인,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해 강제 노역을 시켰던 형제복지원 사건, 부당한 ‘갑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비원 분신 자살 사건,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이태원 살인 사건 등. <그것이 알고 싶다>는 현재와 과거가 따로 없는 진실 찾기에 매진한다. 시청자들에게는 명쾌한 답보다는 수많은 의문을 던지며 가해자에겐 강한 압박을, 피해자들에게는 진실이라는 위로를 준다.
살인 사건의 경우 워낙 극적인 요소가 많아 마치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자칫 살인 사건을 경시할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제작진으로서 고민하는 부분은 없나?
안윤태 그런 아이템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잔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원본 자료를 다 보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을 만나면서 그 감정을 듣고 부딪혀야 한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건 꼭 해결되길 바라는 유가족들의 바람이다. 우리 방송 목표는 작은 단서, 실마리를 캐내서 방송 자체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왜 해결되지 않았을까?’라는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그걸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걸 알리는 것이다.
진행자인 김상중 씨도 본업인 연기를 할 때 극악무도한 역할은 피한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역시 실생활에서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류영우 많은 정보를 깊고 디테일하게 보면서 삶에 대해 많이 배운다. 사소한 거라도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마다 고치려고 하고, 의식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조심한다.
PD 6명과 작가 5명이 돌아가며 6주에 1번씩 1회분을 만든다. 각자 주력하는 소재가 있나?
안윤태 저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현재 처해 있는 생에 주기가 있다보니 거기에 맞는 관심사에 따라 아이템을 맡는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이 꽤 많았다. 류영우 한 아이템을 하고 나면 관련 분야에 생각이 깊어진다. 예전에 노숙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교도소 교정 시스템을 알게 됐고, 그게 발전해서 1000회 특집 방송이 나왔다. 취재하다 보면 관련 인맥들이 쌓여 정보가 많아진다. 아이템이 내게 점지된다는 느낌도 있다. 관심 없던 사건인데 내가 맡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
안윤태 취재원들, 특히 억울한 사연이 있거나 살인 사건 피해자 유가족들이 ‘고맙다’고 얘기할 때다.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취재 과정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일종의 카운슬링이 된다. 잘 모르는 사람이 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몇 시간씩 들어주니, 그들의 마음속 응어리가 해소된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방송으로 인해 제도 개선이 되면 더 뿌듯하겠지만 난 아직 그 정도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류영우 작년에 강화도 연쇄살인 으로 의심되는 사건을 다뤘다. 유가족은 가해자가 죗값을 받게 해달라는 이유 하나로 취재에 응했다. 최근에 유가족에게서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확정 받았다며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 재판에서 우리 방송이 영향을 줬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그분들에게 위로를 준 것 같아 뿌듯했다.
피해자가 직접 제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취재 과정이 무척 어려울 것 같다.
안윤태 대다수 사람들은 방송 시스템을 잘 모른다. 방송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 있고 겁을 먹을 수도 있다. 특히나 아이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취재원은 내용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가서 방송의 당위성을 들이대면서 ‘해야 됩니다’식이나 ‘하면 좋습니다’식으로 홍보하지도 않는다. 최대한 이유를 들어보고 그 다음에 진정성을 보여준다. 설득이 되는 경우가 있고, 진정성이 전달돼도 불편해서 거절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이 나중에 연결돼서 뒤늦게 아이템이 진행되기도 한다. 류영우 나는 세일즈를 한다. 교양 PD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회사의 돈으로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방송사라는 백그라운드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다. 사건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다르지만, 확실히 피해자가 한 명일 경우엔 그들에게 방송을 활용하라고 한다. “여론이 집중되지 않으면 피해자들의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너무 잘 안다. 피해를 입히려는 게 아니라 도와드리는 거니 생각해보라”고 한다. 뉴스에 나오면 한 줄로 끝날 사건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충분히 방송으로 보여준다.
방송사마다 간판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있지만 서서히 시청자들의 관심 밖이 됐고, <그것이 알고 싶다>만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류영우 선배들이 견지했던 자세는 ‘디테일’이다. 이야기 구조를 재미있게 만들고 디테일을 채워가면서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게 힘이다. 이젠 어떤 이야기를 해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PD들마다 정치색은 있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 편향되게 느끼지 않도록 사실을 이야기하고 공분되는 지점을 짚으면서 지켜나가고 있다.
범죄 현장을 재현하는 세트가 무척 자세하게 구현되는 경우도 있다.
류영우 800~900회 무렵 만든 선배들은 사건의 디테일을 살렸다. 안양환전소 살인사건 세트장은 당시 현장을 찍은 사진을 입수해 피가 뿌려진 방향, 전화기 위치 등을 거의 동일하게 만들었다. 사건 정황이 중요할 때는 자세하게 제작한다. 세트 제작 기간은 4주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최근에 방송한 것을 포함해 이태원 살인사건은 총 5번을 다뤘다.
안윤태 사건 실마리에 약간에 변화가 있을 때 다시 방송을 해서 더 큰 변화를 꾀한다. 끈질긴 후속 취재는 이 사건이 끝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건 <그것이 알고 싶다>를 거쳐갔던 선배들이나 현재 몸담고 있는 PD들이 시청자들과 한 약속이자 스스로와의 다짐이다.
취재 도중 가해자로 의심 가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안윤태 힘든 건 그런 상황에서도 냉정함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욕이라도 하고 싶고 때려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감정을 감추고 한 마디라도 더 끄집어내기 위해서 기술적으로 접근한다. 그 사람이 실수로 툭 던지는 한 마디,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 단서가 되니까 눈과 귀를 열고 대화한다. 이런 과정에서 유의미한 장면이 포착되고 실제 진실을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된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취재원들이 키우는 강아지마저 모자이크 처리한 게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류영우 ‘견권’을 보장하려는 것보다는 용기 낸 분들한테 2차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다.
제작진들이 생각하는 ‘레전드 방송’은 무엇인가?
안윤태 작년에 경비원 분신 자살 사건이 있었다. 이슈가 많이 되기도 했지만, 낮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처우나 목소리를 잘 담아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형제복지원 사건도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풀리지 않은 사건 사고를 보고 있으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시사 프로그램을 아예 보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안윤태 결국 언론에서 할 일은 견제와 감시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방향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해결된 결말을 보여주는 건 어렵다. 시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답답한 세상을 보여주기만 하고, 의미가 없을까? 그건 아니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데 그걸 환기시키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뭐가 더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수사기관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사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 우리가 감시하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니까 그들 스스로 더 잘해야겠다는 압력을 주는 거다. 방송에서 계속 그들을 지켜본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실제로 변화된 것들을 연말 특집에서 다루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재벌가의 민낯과 부조리를 고발했던 배정훈 PD는 방송이 나간 후 불안해서 전입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취재원에게 협박 받은 경험이 있나?
안윤태 직접적으로 협박의 기운을 느낀 적은 없다. 시사 PD는 사법기관처럼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자리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해자에게는 더욱 떳떳할 수 있도록 편법을 쓰는 취재 방식은 하지 않는다. 류영우 요즘엔 협박도 많이 세련됐다. 직접적으로 협박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 알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다. 돈을 써서 외부적인 압력을 가한다. 가끔 어떤 사건을 다룰 때는 ‘가해자가 나를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해킹을 당하거나 정황상 의심이 갈 만한 일들이 있기는 하지만, 잘 빠져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버티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 취재원에게 내 명함을 주기 때문에 모든 고통과 책임이 모두 나에게 직접적으로 온다. 예능과 달리 시사 프로그램은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마이너스가 되니 굉장히 예민하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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