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러 간다] 오감 만족 시장 여행
먹는 즐거움은 여행의 재미이자 중요한 의미다. 풍경도, 그윽한 하늘빛과 뺨에 닿는 바람도, 음식의 맛도, 모든 것이 성큼 관능적으로 무르익는 초가을, 먹는 즐거움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에디터 신윤영, 김용현, 안지나, 전소영 2015년 10월호
BY 에디터 신윤영, 김용현, 안지나, 전소영 | 2016.02.14오감 만족 시장 여행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물건들을 보기 위해 시장에 가는 사람은 없다. 와글와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금방이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것 같은 싱싱한 생선, 그리고 비릿한 냄새.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을 가면 시장에 꼭 들른다. 요리를 좋아해 식자재를 탐색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좀더 싼값에 물건을 사고 싶어서도 아니다. 어떤 물건이든 흥정하면 된다는, 옛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낭만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시장에서 파는 먹거리를 즐기고 싶어서다. 호떡, 고로케 등 주전부리부터 물회, 칼국수, 찜닭 등 무수한 먹거리가 있는 시장이 좋다. 지역색이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라면 더욱 환영이다. 내륙(대구, 안동)과 해안(포항, 영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지역 대표 시장에 갔다. 시장에 가면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현금을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래봤자 소액이니 부담도 없다. 맛이 있어도, 없어도 너그럽게 넘어가게 된다. 불편한 많은 것들에 너그러워지는 곳, 시장으로 향했다.
day 1 목적지 포항 죽도시장
시장에서 맛본 음식 물회, 칼제비,고래고기, 수박주스
언젠가 아쿠아리움에 가서 입맛만 다시다 온 적이 있다. ‘우와~ 신기하다!’라는 느낌은 10분 만에 끝났고, “오, 맛있겠다. 랍스터! 킹크랩!”만을 외치고 있었다. 아마 그날 저녁 메뉴는 초밥이었을 것이다. 그 모든 죄책감을 묻어두고, 마음껏 식욕을 드러낼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포항 죽도시장은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곳이다. 죽도는 동해안을 끼고 있는 포항을 넘어 경상북도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대나무 섬을 뜻하는 ‘죽도’는 주변 하천공사를 해 육지에 흡수됐다. 1970년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지금만큼 규모가 커졌다. 죽도동은 지난 3월 개통한 포항 KTX역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넓디넓은 동해안의 면적만큼이나 이곳에서 팔리는 해산물 종류도 다양하다. 조기, 고등어, 가자미, 문어, 해삼, 전복 등은 물론이고 고래, 개복치까지. 부지런한 어부들이 바닷속에 있는 생물을 모두 건져올린 듯하다. 각종 나물, 채소, 과일을 파는 곳을 지나 바다 내음이 나는 쪽으로 갔다. “이리 오이소~”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횟집 주인들은 호객하느라 바쁘다. 다른 한쪽에선 사람들이 빠른 손으로 횟감을 손질한다. 좁은 통로 사이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머리 위에는 누군가의 풍족한 한 상 차림이 될 음식이 담긴 쟁반이 얹혀 있다. 다채로운 풍경 속에 취해 있다가도 입안에 자꾸만 뭔가를 넣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일단 잡숴봐.” 시식을 권하는 상인들의 말처럼 난 일단 뭐든 잡쉈다.

1 죽도회대게타운의 물회
포항 물회는 어부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횟감을 각종 채소와 고추장에 버무린 뒤 물을 부어 말아 먹은 음식이 물회의 시작이었다. 고기잡이를 하면서 식사 시간을 따로 챙길 수 없었던 바쁜 어부들을 위한 그야말로 ‘패스트푸드’였던 셈이다. 물회는 고추장 양념이 된 육수가 빙수 얼음처럼 갈려 나오는데 푸짐한 채소와 회 위에 적당히 얹어 섞는다. 전복, 소라, 멍게, 해삼은 육수에 몸을 맡긴다. 쫄깃한 회는 오래 씹을수록 고소하다. 물회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취향에 따라 소면이나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가격 특미물회 2만원.
●위치 경북 포항시 북구 죽시장길 29
●문의 054-246-1188
2 수제비 골목의 칼제비
시장 한켠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10개 남짓한 수제비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칼국수 골목과 비슷하지만 규모는 훨씬 작다. 메뉴는 수제비, 칼제비, 칼국수 총 3가지. 수제비에 국수를 넣은 칼제비가 인기다. 큰 양은솥에 팔팔 끓는 멸치 육수, 주문과 동시에 손으로 찢어 넣는 반죽. 이 둘이 만들어내는 맛은 평범하다. 그래서 비범하다. 기교 없이 만들어내는 맑은 맛이다.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양념장과 다진 청양고추를 넣어 먹는다. 홀로 시장에 온 사람들은 부담 없이 한 그릇 시켜 허기를 채운다. 마무리는 구수한 보리차 한 잔이면 된다. 이 정도면 3500원의 행복이라 해도 좋겠다.

1 원조할매고래고기
시장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도 있지만, ‘먹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나 ‘무슨 맛일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도 있다. 고래고기가 그렇다. 이 큰 시장에 딱 두 곳에서만 판매를 하니 귀한 음식으로 통한다.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한 고래 특유의 비린내가 난다. 부위마다 맛은 조금씩 다르지만 많이 먹으면 느끼해 기호에 따라 소금, 간장에 찍어 먹는다. 한 번쯤 경험해보면 좋을 맛으로, 또 소주 안주로 좋다. ‘로또 당첨’이라 불리는 밍크고래는 일반 고기보다 3~4배 비싸다. 가격 1만원 (한접시)
●위치 경북 포항시 남구 죽도1동 죽도시장 내
●문의 054-241-6283
2 모퉁이쌀롱의 생과일 주스
커피는 기본이고 30대 젊은 주인장이 여름엔 제철 과일을 이용한 빙수와 주스를 팔았다. 지난여름에 오픈한 터라 아직 가을, 겨울에 어떤 음료를 내놓을지는 미정이다. 야심차게 개발한 단호박 빙수는 향긋하다. 노란 호박에 잘게 썬 대추가 흩뿌려져 있다. 빙수 특유의 달달함도 잊지 않았다. 수박 주스는 태국 카오산 로드에서 한 번쯤 마셔본 맛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주스 위에 큼지막하게 고명처럼 올린 수박 조각. 빙수와 주스를 테이크아웃해 시장 한 바퀴를 돌면 “그거 어디서 샀어요?”라고 묻는 사람을 서너 명을 만나게 된다. 가격 단호박 빙수 4000원 수박 주스 3000원.
주변 볼거리 1 | 호미곶 해맞이 광장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 모양에 빗댄다면 꼬리에 해당되는 곳이 호미곶이다. 맑고 아름다운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동해지만 서쪽으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해안고속도로가 잘돼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 바다에 하나, 육지에 하나씩 설치한 조형물 ‘상생의 손’은 2000년 1월 1일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넓은 광장과 바다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주변 볼거리 2 | 구룡포 근대문화 역사거리
구룡포는 과메기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이주해 정착했던 작은 마을을 역사거리로 꾸민 이곳엔 그 시절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두었다. 고등어를 비롯한 어류 떼를 따라 구룡포로 넘어온 일본인들이 하나둘 가옥을 지어 살던 그 시절이 보존돼 있다. 이따금씩 기모노를 입고 거리를 다니는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과거를 기억하고자 만든 거리에 추억을 쌓는 이들이 가득하다.
목적지 영덕 동광어시장
시장에서 맛본 음식 홍게, 오징어 회
항구 근처에는 늘 장이 선다. 그날 새벽에 잡은 고기를 파는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저녁 6시 반. 밤이 일찍 찾아오는 바다에는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렸다. 항구 옆에 늘어서 있던 상인들은 남은 홍게, 대게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판다. 끝물이라고 해서 어설픈 흥정은 먹히지 않는다. 오늘 아니어도 내일 팔릴 싱싱한 생선들이기 때문이다. 영덕이면 대게지만, 사람들은 그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광어, 우럭, 조개, 가재 등 각종 해산물을 고르느라 여념 없다. 장 옆에 환하게 빛나고 있는 건물이 눈에 띈다. 동광어시장이다. 생긴 지 10년째 되는 실내 시장으로는 꽤 큰 규모다. 1층에서 고른 게를 2층 음식점에서 바로 쪄 준다. 호쾌한 목소리로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던 한 상인 앞에 섰다. 거침없이 큼지막한 게 두 마리를 보여주며 묻는다. “여기 배가 흰색인 게랑 검은색인 게랑 뭐가 더 상태 좋은 것 같아요?” 대답을 망설이자 전문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무턱대고 게를 고르면 안 돼요. 배부터 봐야 해요. 여기 이렇게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색깔이 진한 녀석이 맛있어요. 살이 가득 차 있거든요.” 주황빛으로 모두 다 똑같아 보이는 게들의 향연에 안일해졌던 마음을 고쳐 먹는다. 이왕이면 가장 맛있는 게, 살로 가득 찬 통통한 게를 골라 2층으로 향한다.

노가네 영덕 수산 17호의 홍게
상가건물 같은 동광어시장은 층마다 시끄럽다. 1층엔 손님을 유혹하는 상인들의 목소리, 콸콸콸 물 흐르는 소리로 가득하다면 2층은 만족스러운 흥정의 결과물이 총집합한다. 사람들은 각자 고른 해산물을 먹느라 정신없다. 이미 한바탕 끝냈는지 테이블 한켠에는 대게 껍질이 산처럼 쌓여 있다. 1층에서 고른 게는 바로 찜통에 들어간다. 20분 정도 지나자 점원은 능숙하게 게를 조각낸다. 몸통, 다리. 어느새 홍게 4마리는 한 접시에 차곡차곡 포개졌다. 다리부터 시작한다. 간이 적절히 배어 있어 간장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살이 부서지지 않게 온전히 발라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게 포크와 가위를 사용하는 우아함 따위는 버렸다. 게 다리 껍질에 입을 대곤 열심히 들숨을 만든다. ‘흡, 흡’ 빈 공기 소리가 날 때까지. 껍질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야무지게, 알뜰하게 발라 먹는다. 다 먹을 때쯤 밥을 주문하자 게 게딱지에 내장을 볶은 밥이 꽉꽉 채워 나온다. 밥이 주식이 아닌 후식이 되는 순간이다. 고소한 밥을 먹고 정신 차리고 보니 테이블엔 온통 주황색 게 껍질이 널려 있다. “잘 먹었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가격 3만원(2인분).
●위치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4리 253-3
●문의 054-732-5117
day 2 목적지 안동 구시장
시장에서 맛본 음식 찜닭, 찐빵, 판싯
6·25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상인이 증가하며 번성했던 이 시장은 이후 백화점이 지어지면서 기능별로 시장이 나누어졌다. 북쪽에는 의류가게와 각종 채소류 등을 팔고, 서쪽에는 안동 찜닭과 통닭 가게들이 늘어 서 있다. 조선시대 부유한 동네였던 안동에서는 경사가 있을 때마다 닭찜을 먹었던 게 현재 ‘안동찜닭’의 유래가 됐다. 본격적으로 ‘찜닭골목’이 형성된 건 1980년대부터다. 순하고 담백했던 맛이 점차 매콤한 맛으로 변했다. 다른 시장에 비해 볼거리와 먹거리가 단조로운 게 아쉽지만 꽤나 현대적인 모습으로 진화한 시장임은 분명하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찾아올 수 있도록 캐노피를 설치했다. 천장이 있으니 덥거나 추워도 불편함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시장 안에 ‘풍류 살롱’이라는 문화놀이터도 있다.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시장은 갈 때마다 새로운 법이다.

1 현대찜닭
늦은 점심이었건만 15분은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건 가게 앞에 볼거리가 있어서다. 거침 없이 재료를 손질하고 뜨거운 불과 싸우며 찜닭을 한 그릇에 담아낸다. 적당히 익은 당면과 감자, 당근 그리고 비리지 않은 닭고기와 짜지 않은 양념은 푸짐하다. 닭다리살을 한입 크게 베어 물다 뜨거워 입천장이 까졌다. 당면 면발이 탱글탱글하다. 양념도 적당히 잘 배어 맛있다. 집에서도 이 맛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 많았는지 포장도 가능하다. 가격 2민 5000원.
●위치 경북 안동시 번영1길 47
●문의 054-854-0137
2 다문화거리의 판싯
주말에만 특별히 열리는 다문화거리에서는 필리핀, 베트남, 중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국내에서 좀처럼 먹기 힘든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음식은 별미. 필리핀 대표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는 판싯은 필리핀식 전통 잡채로 통한다. 그러나 조리 과정은 태국 볶음국수인 팟타이와 비슷하다. 판싯은 쌀면으로 짭조름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하다. 끼니로 때우기엔 부족하니 간식용으로 먹기에 좋다. 가격 3000원.
3 대풍만두의 찐빵
직접 농사 지은 팥으로 만든 찐빵이라 믿고 먹을 수 있다. 통통하게 부푼 갓 나온 찐빵은 한겨울에 더욱 그리울 비주얼이다. 20년 넘은 이 집의 단골손님들은 단박에 이 찐빵과 다른 찐빵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유일무이한 맛이다. 소금과 설탕 사용을 최소화했다. ‘재료가 간단해야 맛있다’는 주인장의 지론에 맞게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맛을 낸다. 한입만 베어 물어도 팥이 진하게 물린다. 반죽부터 팥을 찌는 것까지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만든 찐빵은 오후쯤 되면 모두 다 팔린다. 가격 4000원.
●위치 경북 안동시 번영길 21
●문의 054-855-8715
주변 볼거리 | 도산서원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잘 닦여 있는 길을 걷다보면 도산서원이 보인다. 건너편에는 강줄기가 흐르고, 등뒤에는 나무들이 울창하다. 학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위치에 있는 도산서원은 영남 사림의 중심이자 퇴계 이황을 모신 곳이다. 조용히 자연을 즐기며 산책을 즐겼던 사대부들을 떠올리며 차분히 이곳저곳을 걸어보기로 한다.
숙박 | 구름에
국내 여행에서 숙박이 곧 체험의 다른 이름이 된 지 오래다. 구름에는 고택을 깔끔하게 단장하는 것을 넘어 현대식 편의시설을 도입했다. ‘퓨전 한옥’이지만 특유의 기품을 잃지 않았다. 자칫 수몰로 인해 사라질 뻔한 고택을 이전해서 만들었다. 숙박뿐 아니라 한지공예, 천연 염색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위치 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90
●문의 054-823-9001
목적지 대구 서문시장
시장에서 맛본 음식 찹쌀수제비,양념 어묵, 삽겹살 짜장면
대구 출신 사람들은 종종 서문시장에 대해 말하곤 한다. 마치 ‘우리집 옆에 있는 시장’인 것처럼 말했다. 때문에 난 막연히 난 작고 만만한(?) 시장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예상과 다른 분위기, 아니 규모에 압도됐다. 서울 동대문시장과 광장시장을 합쳐놓은 것 같다. 총 8개 지구로 나뉘어 있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서문시장은 조선시대 전국 3대 장터 중 하나로, 대구 경제의 중심이 됐던 곳이니 말이다.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걷다보면 미로처럼 시장 안에 갇힐 것만 같았다. 본능적으로 음식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근 2년 사이에 새롭게 떠오르는 맛집들은 2지구 지하상가에 모두 모여 있었다. 한 집 걸러 하나씩 맛집이 등장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생각지 못한 의외의 조합으로 만든 음식은 샐러드 파스타, 어묵 고로케 등의 본거지답다. 서문시장의 아침은 늦게, 밤은 일찍 찾아온다. 상점들은 오전 11시쯤 맛집들이 문을 열고, 저녁 7시만 되면 문을 닫는다. 타이밍을 맞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만이 서문시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4 국수 골목의 찹쌀수제비
찹쌀과 멥쌀가루로 만든 새알심이 미역국에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 걸쭉하면서도 고소하다. 북어 육수라 시원한 맛도 돈다. 먹기에 간단하지만 영양도 좋고 가격도 착하니 누구라도 거부하기 어렵다. 특히 추운 겨울에 먹으면 몸이 따뜻해질 것 같은 맛이다. 가격 4000원.
5 나뭇잎형 손만두와 양념 어묵
단무지와 양파 장아찌를 얹은 튀긴 만두와 고추 양념, 숙주가 올라가 있는 빨간 어묵은 순한 맛과 매운맛의 조화다. 어묵을 먹고 맵다 싶으면 만두 한입 베어 물면 된다. 통통한 겉모습만큼 속이 꽉 찬 만두는 예열된 혀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가격 손만두 3500원 오뎅 3000원.
6 어묵 고로케
자글자글 기름에서 갓 건진 어묵 고로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고구마, 날치알 와사비, 치즈 등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다. 내가 먹은 것은 날치알 와사비. 한입만 베어 물어도 씹을수록 알이 톡톡 터진다. 뜨겁고 바삭하고 짭조름하다. 가격 3000원.
7 미성당의 납작만두
이미 대구 곳곳에 체인점이 있는 미성당. 그중에 한 곳이 시장에 있다. 납작 만두 위에 간장 양념을 뿌려 준다. 처음엔 심심한데 양념과 잘 어울려 먹으면 꽤 중독성이 있다. 기름에 굽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다. 보통 매운 떡볶이나 쫄면과 같이 먹지만 납작 만두를 단품으로 먹어도 괜찮다. 가격 3000원.
8 몬나니 떡볶이 카페의 삼각만두와 순대떡볶이볶음
삼각김밥을 닮은 만두와 빼곡하게 순대가 들어가 있는 순대볶음. 역시나 매콤한 맛과 순한 맛의 조합이다. 감칠맛 나는 소스와 푸짐한 재료가 단순한 분식을 넘어선 것 같다. 가격 삼각만두 3500원, 순대떡볶이 6000원.
9 삼겹살 짜장면
약간에 의구심을 갖고 삼겹살로 면줄기를 싸 먹었다. 생각보다 담백하다. 가지런히 올라가 있는 7조각의 삼겹살이 사라질 때쯤 짜장면도 바닥을 드러낸다.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을 수도 있다. 공깃밥은 공짜. 굶은 사람처럼 쓱싹쓱싹, 마저 맛있게 비벼 먹었다. 가격 5000원.
주변 볼거리 1 | 수성못
유독 가을에 더욱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손꼽힐 만큼 밤낮 가리지 않고 분위기가 좋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백자작나무 등 1만8000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숲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대구 지하철 3호선인 모노레일이 개통돼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주변 볼거리 2 | 달성공원
옛 성터였던 이곳이 공원으로 조성된 지는 100년이 넘었다. 사적과 산책로, 잔디, 광장, 화단 여기에 동물원까지 있다. 12만 평이 넘는 규모로 공원 한 바퀴 도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린다. 또다른 볼거리는 새벽시장. 평일엔 아침 8시 반, 일요일엔 오전 10시까지 장이 열린다. 이른 아침, 밤늦은 시간에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곳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월의 흔적을 잔뜩 머금은 손때 묻은 물건부터 각종 채소, 과일, 먹거리까지 꽤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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