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는 밴드 버스킹

거리 공연을 의미하는 버스킹은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나라의 특색을 더한 새로운 음악을 즐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재미까지 더해진다.
BY | 2016.02.13
LONDON 길거리 공연 페스티벌
영국은 버스킹 문화에 무척 호의적인 도시다. 노래 ‘Falling Slowly’로 유명한 영화 <원스>의 시작 역시 버스킹 공연이다(런던이 아닌 더블린 거리이긴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씩 전국 각지에서 맘껏 거리 연주를 할 수 있는 ‘내셔널 버스킹 데이’도 있다. 여름이 오면 런던에서는 무려 3주 동안 버스킹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때면 거리 곳곳이 음악으로 가득 찬다(아쉽게도 올해 버스킹 페스티벌은 지난 8월 8일에 끝났다). 캠든을 포함한 몇 장소에서는 공연을 위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옥스퍼드 서커스 역, 세인트 폴 성당, 트라팔가 스퀘어, 레스터 스퀘어 가든, 웨스터필드 등은 여전히 런던을 대표하는 버스킹 장소다. 특히 코벤트 가든과 레스터 스퀘어 가든 주변에서는 음악만이 아니라 팬터마임이나 코미디, 마술 쇼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접할 수 있다. 길거리 음악으로 얻은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겠다면 소호에 가자. 골목 구석의 클럽이나 바에서도 멋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칼 카트론(Carl Catron) ●어떻게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나?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일본 친구들의 권유로 재난 구호기금을 위한 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그 후로 전 세계를 돌며 거리 공연을 한다. ●특이하게도 돈을 걷는 모자가 없다. 보스턴에서 만난 노숙자가 몇 년 만의 공연인지 모르겠다며 고맙다고 하더라.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음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10년을 보냈다니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그 후로는 줄 것이 마음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관객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PARIS 좁은 골목의 공연장
파리의 일요일은 한적하다.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레는 다르다. 이곳은 일요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활기차다. 갈 곳 잃은 관광객 역시 일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일요일의 마레는 음악 소리도 우렁차다. 파리의 다양한 뮤지션이 마레의 중심 부르주아 거리를 찾아 서로 악기를 연주한다. 특히 카르나발레 미술관, 보주 광장 근처에서 공연이 많이 열린다. 멀지 않은 퐁피두센터 앞에서는 팝이나 록 음악은 물론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보주 광장은 조금 다르다. 색다르게도 클래식이나 재즈를 연주하는 팀이 빠지지 않는다. 일요일의 마레를 찾는 것도 버스킹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지만, 파리는 예술의 도시답게 버스킹 공연에도 호의적이다. 게다가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파리의 뮤지션이나 퍼포머 역시 몽마르트르 등 관광으로 유명해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면 빠지지 않는다.
필립 오디베르(PHILIPPE AUDIBERT) ●거리에서 공연하기에 독특한 구성이다. 드럼, 트럼펫, 호른, 기타, 오보에의 5인조 재즈 밴드다. 3년 전부터 함께 밴드를 조직해 거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스킹 공연을 하며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나? 좁은 골목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차가 못 지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답답하다며 뒤에서 경적을 울리던 사람들도 우리 옆을 지날 때면 신이 나서 함께 음악을 즐긴다. 3년 동안 우리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NEW YORK 깜짝 놀랄 거야
한동안 우리의 가슴을 달궜던 영화 <비긴 어게인>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뉴욕의 거리 곳곳을 다니며 음악을 연주해 담은 영화는, 어쩌면 골목마다 버스킹 밴드로 가득한 뉴욕 거리에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300달러짜리 티켓이 가장 저렴한 세계적인 밴드 유투 역시 지난 5월 그랜드 센트럴역의 지하철 플랫폼에 나타나 깜짝 버스킹 공연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지하철역과 공원,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그랜드 센트럴역이나 타임스퀘어와 유니언스퀘어와 같은 거대한 광장 등 뉴욕에서는 도시 어디서나 적당히 벌여놓은 스피커 사이에서 노래하는 버스킹 뮤지션을 마주치게 된다. 어쩌면 버스킹 밴드는 뉴욕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어디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거리 공연이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한 번에 만나고 싶다면 주말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워싱턴스퀘어 공원을 찾을 것. 큰 규모의 공원은 아니지만 항상 대여섯 팀이 각자 다른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고, 간혹 독특한 퍼포먼스나 코미디 쇼를 하는 팀도 만날 수 있다. 기다란 계단에 앉아 공연을 즐기다 보면 이곳이 애초에 공연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코요테 앤 크로우 (COYOTE&CROW) ●언제부터 버스킹 공연을 했나? 우리는 10년 전 테네시 뮤직 페스티벌에서 만나 결혼했고, 5년 전부터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밴조와 탬버린을 이용해 ‘올드타임 락앤소울’이라 부르는 예전 로큰롤 음악을 연주한다. 센트럴 파크와 유니언스퀘어에서 공연을 하다 최근에 워싱턴스퀘어 공원으로 옮겼다. ●버스킹을 하며 재밌는 경험도 많겠다. 지난겨울 윌리엄스버그 베드퍼드 애비뉴에서 연주할 때 일이다. 노래를 시작하자 한 소녀가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이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몸을 움직였다. 순간 거리가 거대한 댄스 파티 장소로 바뀌었다. 연주하기 힘들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BRUSSELS 엄선한 밴드의 공연
브뤼셀의 버스킹 공연은 2007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법령이 바뀌며 모든 브뤼셀 버스커들이 시청의 관리 하에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너무 상업적인 공연이나 공연의 탈을 쓴 ‘구걸’은 그때 걸러진다. 허가증을 발급 받은 버스커들은 시청이 정해놓은 20개 스폿에서 시간대별로 돌아가며 공연을 할 수 있고, 허가증은 매월 갱신해야 한다. 뮤지션들을 그랑플라스 인근에 배치(?)해둔 것은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염두에 둔 브뤼셀 시청의 전략이다. 이곳은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이며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거리 공연은 금요일 늦은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시청에서 오디션을 치를 때부터 음악적 다양성을 고려해 선발하기 때문에 기타 하나만 둘러멘 포크 가수, 바이올린 합주를 하는 클래식 연주자, 비트 박스와 랩을 선보이는 힙합 뮤지션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버스킹의 여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그랑플라스 인근의 마르셰 오 샤르봉 거리의 라이브 뮤직 바에서 젊은 브뤼셀 뮤지션들과 만날 수 있다.
솔탄토(SOLTANTO) ●이미 SNS에서 꽤 유명하더라. 브뤼셀만이 아니라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며 공연을 하는데, 사람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올린다. 덕분에 페이스북 (facebook.com /Soltanto) 팬이 곧 3만 명이다. 공연 소식도 페이스북으로 전한다. ●거리 공연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겠다. 공연 중에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면 주변의 같은 지역 출신 사람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내 편의를 봐준다. 브뤼셀에서 공연을 하기 위한 허가나 2013년 발매한 데뷔 앨범 역시 친구들의 도움으로 제작했다. 60일 동안 공연을 하며 무려 1만 유로를 모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앨범을 선물했다. 이러니 어떻게 버스킹 공연을 멈출 수 있겠나.
TOKYO 공원 속 작은 음악회
도쿄의 키치조지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엿보고 싶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맛집은 물론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와 상점이 많다.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나 <모노노케 히메>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지브리미술관도 키치조지 근처 이노카시라 공원에 있다. 버스킹 공연을 위한 특별한 무대 ‘후레아이뎃키코모레비’도 유명하다. 상점 앞 갑판을 이어 붙인 무대에서는 어쿠스틱 연주, 재즈나 클래식 등 보컬이 없거나 마술쇼가 열리는 경우가 많다. 통행인이 많은 거리인 탓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공연 일정은 ‘버스킹 재팬(buskingjapan.org)’이라는 사이트에서 한 달 단위로 미리 공연 일정과 밴드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가벼운 거리 공연이 아쉽다면 이노카시라 공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시모키타자와로 향하자. 소규모 라이브 클럽에서 화끈한 밴드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에스닉 마이너리티(ETHNIC MINORITY) ●밴드 소개를 부탁한다. 색소폰,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재즈 밴드다. 5년 전부터 시부야에서 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원 디렉션의 투어 DVD에 출연했다고? 3년 전 시부야에서 버스킹 공연을 할 때 갑자기 외국인 청년 몇이 즉흥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하더라. 우리도 덩달아 신나게 함께 공연을 했다. 알고 보니 당시 공연을 위해 일본을 찾은 그룹 ‘원 디렉션’이었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의 만남이 버스킹의 좋은 점 아닐까?
BERLIN 4만 명의 버스킹
마우어파크는 베를린 장벽이 있던 곳을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다양한 공연과 벼룩시장 등이 열린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수가 4만 명에 달한다. 버스킹 공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베를린에서 가장 많은 수의 뮤지션과 퍼포머가 마우어파크를 찾아 입구부터 팝, 재즈, 레게, 힙합, 록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가득 메운다. 사실 베를린에서 거리 공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피커를 포함해 주민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악기는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요일의 마우어파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연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시간 제한도 있다. 여름에는 밤 9시까지 공연을 하지만, 보통 때는 밤 8시가 되면 연주를 멈춰야 한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마우어파크 바로 옆에 쿨투어바우어라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물론 클럽까지 갖춘 이곳에서 일요일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다.
샘 킹(SAM KING) ●뉴욕에서 왔다고? 뉴욕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여행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사실 거리 공연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다. 주로 공연장에서 연주한다. 오늘이 베를린에서 세 번째 버스킹이다. ●공연 중에 관객들이 스카프를 펼쳐 햇빛을 가려주었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공연을 시작했는데 햇빛이 너무 강해 눈이 부셨다. 선글라스를 써야겠다고 말하니까 누군가 나와서 스카프로 그늘을 만들어줬다. 버스킹 공연은 열악한 환경에서 공연을 해야 하지만, 살면서 생각도 하지 못한 독특한 경험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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