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의 민규동 감독

영화 <간신>의 개봉을 앞두고 민규동 감독을 만났다. 그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순간이 곧 ‘영화와 헤어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BY | 2016.02.16
수트와 셔츠는 모두 해리슨테일러, 행커치프와 타이는 모두 스와치, 안경은 O&X. 2년 만에 민규동 감독이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그동안 멜로(<내 아내의 모든 것> <끝과 시작>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나 공포(<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를 연출했던 감독의 첫 사극 영화 <간신>이다. 연산군의 이야기지만, 연산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연산군 주변에 있던 간신의 이야기에 가깝다. 영화 제목이 ‘연산군’이 아닌 ‘간신’인 이유다. “연산군은 워낙 강렬한 캐릭터다 보니 많은 작품에서 연산군 외의 인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조선시대중기에는 홍길동도 있었고, 장녹수도 있었다. 그리고 조선 3대 간신 중 하나인 임숭재, 임사홍이 있었다. 그 간신들을 통해 연산군을 보면 알게 되는 새로운 것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 <간신>은 폭정을 일삼는 연산군(김강우)과 그를 둘러싼 간신 임숭재(주지훈)의 권력 다툼을 긴장감 있게 다룬다. 그 암투 속에 희생되고, 이용 당하는 조선 최고 명기 단희(임지연)의 저항과 생존을 담고 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인물과 인물이 갈등하고, 견제하고, 서로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촬영 현장 분위기도 잔뜩 긴장감을 머금고 있을 법했다. “김강우, 주지훈 두 배우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김강우는 변화와 도약의 열망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고 비극적인 악역에 목말라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흔쾌히 이 작품에서 자신을 던진 것 같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날카롭게 캐릭터를 베어 물었다.” 민규동 감독은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일찍이 인연이 있었던 주지훈에 대해 무심한 듯 애정을 보였다. “내가 낳은 아이처럼 잘 커갔으면 좋겠다. 그 애정으로 이 영화에 초대했는데, 그 친구가 응해줬다. 그동안 자신도 몰랐던 지점을 <간신>으로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친구에겐 두 번째 사극인데, 이전보다 훨씬 표현력이 좋아진 것 같다.”
민규동 감독의 첫 사극 <간신>의 한 장면. 민규동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달리 영화 대사부터 배우 의상, 세트, 소품 등까지 많은 것에 신경을 썼다. 사람들이 사극에서 기대하는 볼거리와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전체적인 영화를 끌고 가는 인물들의 관계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다뤘다. 또 사극에서 꼭 등장하는 전형적인 말들, 이를테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와 같은 대사에 대한 검토를 끈기 있게 했다. 대신 그 외에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비교적 자유롭게 상상하는 편을 택했다. “미술감독에게 주문했던 것 중 하나가 고증에 너무 짓눌리지 말자였다.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인해 유실된 자료가 너무 많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조선 중기 때 의상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여겼다. 의상을 제작할 때 캐릭터의 시점으로 고민했다. ‘흥청(조선 중기 나라에서 모은 기녀를 이르는 말)’은 궁녀도 아니고 기생도 아니다. 그러나 흥청은 간신이 왕을 유혹하기 위해 이용하는 새로운 자극제일 테니 기존에 보지 못했던 유니폼을 입어봤으면 좋겠다는 식이었다.” 드라마든 영화든 사극 찍는 장소로 지정돼 있는 뻔한 세트장도 고민거리였다. 엄청난 스케일로 화면을 압도하는 것 대신 미니멀하되 인상적이고 강렬한 장면을 건지기 위한 시도를 했다. 사극이지만 새로울 수 있고, 사극이라 정통성을 지켜야만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민규동 감독은 <간신>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까. 권력의 허망함? 욕망의 추악함? 모두 맞지만, 그중에서도 확실한 한 가지가 있다. 흥청망청. “굉장히 익숙한 단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그 말의 어원을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건진 거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 후 그 단어를 쉽게 쓰지 않는 변화가 생긴다면 성공적이다.”
1 조선 명기 단희를 연기한 임지연. 2 광기 어린 왕 연산군으로 빙의됐던 김강우. 3 연산군의 간신 임숭재가 된 주지훈. 인터뷰 후 민 감독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서둘러 흥청망청의 뜻을 찾아봤다. ‘일어날 흥(興), 맑을 청(靑), 망할 망(亡). 연산군이 채홍사를 각 지방으로 파견해 아름다운 처녀 중 기생을 뽑아 관리하게 하고 기생의 명칭도 흥청이라고 칭했다. 연산군은 흥청들을 모아놓고 놀다 중종반정으로 실각했다.’ 역사를 보면 현재가 보인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민규동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묻는다. 현재 우리를 추동하는 역사적 사건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그 속에서 민중들은 어떤 고통을 겪었는가? 그걸 본 후,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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