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들의 생활의 지혜 - 정다정

예술은 무에서 창조되지만, 그 안에는 늘 삶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작품은 후에 그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2222년에 2012년 인간의 삶에 대해 탐구하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영화? 소설? 다 좋지만 미래 역사학자들에게 웹툰부터 보시라고 타임캡슐에 쪽지 한 장 남겨드리고 싶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엄숙한 사무실에서
BY | 2016.02.17
예술은 무에서 창조되지만, 그 안에는 늘 삶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작품은 후에 그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2222년에 2012년 인간의 삶에 대해 탐구하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영화? 소설? 다 좋지만 미래 역사학자들에게 웹툰부터 보시라고 타임캡슐에 쪽지 한 장 남겨드리고 싶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엄숙한 사무실에서도 웹툰을 보며 ‘풉’ 터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2012년 현재 속에서 퍼올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웹툰은 진짜 예술로 웃기고, 거기에 담긴 삶의 디테일은 한마디로 예술이다. 생활의 디테일을 한올 한올 살려주는 웹툰 작가 4명에게 각자 전문 분야를 정해 생활의 지혜를 물어봤다. 그냥, 단지, 별 생각 없이, 재미있어서 소재를 잡고 그렸다는 웹툰 작가들에게 자꾸 대단한 지혜를 내놓으라 해서 미안했지만 한참 얘기를 나누고 정리를 해보니 그야말로 익살과 재미 그리고 실용성까지 겸비한, 이 시대가 기다렸던 생활백서가 나왔다.
냉장고 속 엄마 재료를 몰래 꺼내 쓰다가 등짝 스매싱을 당한다. 굴하지 않고 타고난 손의 감각을 믿으며 양념을 투하한다. 오븐이 없어 꿩 대신 닭으로 전기밥통 취사 버튼을 눌렀더니 형체가 잡히지 않고 자꾸 흘러내린다. 그래도 요리를 향한 창의적인 레시피는 계속된다. 네이버 웹툰 연재 단 4개월 만에 정다정 작가는 ‘야매 요리’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안착시켰다. 먹고 싶은 요리를 일상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써서 유쾌하게 표현해보려고 시작했다는데, 그 전에 웃겨서 죽을 거 같다. 그러니까 그녀와 나눠본 이야기들은 ‘야매’ 요리 기술이다.
수백 개 레시피를 관통하는 공통 레시피 찾기 실제로 평소에 레시피 공부를 되게 꼼꼼히 한다. <역전! 야매 요리>는 레시피를 따라 하다가 생긴 실수나 애로사항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네이버키친을 가장 많이 참고하는데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반인들이 올려둔 레시피가 쭉 뜬다. 각자 레시피는 다르지만 꼼꼼히 읽어보면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빠지면 안 되는 재료와 요리법을 중심에 두고 그 다음에 입맛대로 추가를 한다. 레시피의 알맹이를 찾는 작업이다. 장볼 때 사두면 이래저래 활용도 높은 재료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살고 있어서 집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많이 활용한다. 웹툰 작업을 위해 일부러 재료를 구입하는 비율과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하는 비율은 반반 정도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엄마와 함께 마트에 다녀온다.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엄마가 마트 갈 때 따라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 장볼 때 사두면 활용도가 높은 재료를 들자면 치즈와 양파다. 치즈는 심심할 때 꺼내 먹기 좋고 갈아서 샐러드에 뿌려 먹어도 좋다. 혼자 사는 싱글도 양파는 구비해두면 온갖 요리에 다 넣을 수 있다. 스팸과 소시지에 양파 썰어 넣고 케첩과 함께 볶으면 소시지 야채 볶음이 되는 거고, 웬만한 파스타에도 다 넣을 수 있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도 사용한다. 재료 보관은 엄마가 알아서 하시는데 보고 감탄했던 방법을 공유하자면 양념 보관법이다. 생강이나 마늘은 껍질을 벗기고 잘게 다져서 얼린 뒤 블록으로 잘라서 보관하고, 대파는 다듬어서 어슷 썰어 보관 용기에 넣어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요리할 때 바로바로 꺼내 쓸 수 있어 정말 편리하다. 엄마의 음식 재료를 몰래 공유하는 법 지금은 고료를 받지만 예전에는 재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 알바도 했었다. 엄마가 요리를 할 것 같은 특별한 재료는 건드리면 안 된다는 원칙은 지켰다. 가령 냉동실이 아닌 냉장고에 고기가 있으면 분명 조만간 구이나 찌개가 될 운명이니 가만히 둬야 한다. 결국 몰래 쓰자면 늘 냉장고에 있을 법한 재료로만 요리를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특히 감자 같은 건 하나씩 빼서 크로켓 만들어도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요리가 보통 4인분씩은 나오니까 맛있게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면 재료 공수가 좀더 쉬워질 것이다. 엄마에게 원조를 받아서 재료 10 중에 3을 할당 받는 식으로 사전에 얘기를 해도 좋겠다.
데미그라스 소스 대신 자장 소스 레시피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는 친근한 재료로 대체해서 넣으면 된다. 지금까지 도전했던 대체 재료 중에 의외로 잘 어울렸던 건 데미그라스 소스 대신 넣은 자장 소스였다. 오므라이스를 만들 때 밥을 볶고 나서 데미그라스 소스를 두르고 달걀로 덮어줘야 하는데, 데미그라스 소스는 구하기도 힘들고 만들기도 까다로웠다. 집에 자장이 있길래 색깔이 똑같아서 넣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보기와 달리 의외로 만들기 쉬운 메뉴 비주얼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프라이드나 양념 치킨이 대단한 요리 같지만 치킨 파우더를 묻혀 기름에 튀기기만 하면 된다. 족발도 재료 구하기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모두 때려 넣고 삶기만 하면 끝이다. 사실 평소 먹는 일상식은 레시피를 찾아보면 웬만큼 다 따라 할 수 있다. 진짜 어려운 요리는 베이킹이다. 계량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할 수 있는 도구도 찾기 어렵고 조금이라도 틀리면 부풀지 않거나 아예 형체가 잡히지도 않는다. 도구가 없을 때 계량은 비율로 저울이 없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계량은 감으로 한다. 레시피는 보통 그램 단위를 기준하고 하고 있는데 그걸 비율로 환산한다. 소금 100g, 설탕 200g, 고춧가루 50g이라면 도구가 무엇이 되었든 2:4:1의 비율로 넣으면 어느 정도 맛은 보장된다.
오븐 대신 전기밥솥&전자레인지 오븐 대신 전기밥솥을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요리에 따라 복불복이다. 스펀지 케이크를 만들 때는 떡과 식감이 비슷해서 그런지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그러나 오리 파이는 버터가 겹겹이 쌓여서 오븐에 들어가서 열을 받으면서 부풀어 올라 바삭바삭해졌어야 했는데, 밥솥에서 기름을 오롯이 머금고 떡이 되었다. 전기밥솥은 패스트리류는 불가능하고 케이크류는 가능하다. 전자레인지도 다용도로 이용한다. 찹쌀떡을 만들 때 찹쌀가루와 물을 넣고 중탕을 해서 끓여야 했는데 귀찮아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더니 의외로 떡이 완성되었다. 엿 역시 중탕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더니 꽤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초콜릿은 전자레인지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 순식간에 녹고 금방 타버린다. 프라이팬은 엄마가 장만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몇 달도 안 되어 코팅이 다 사라졌다. 이젠 조금만 써도 눌어붙고 탄다. 프라이팬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 후 깨끗이 닦은 다음에 기름을 발라서 보관하면 된다. 일상식으로 추천하는 야매 요리 <역전! 야매요리>는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요리 섹션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자기가 해 먹은 요리를 찍어 올리는 곳이다. 그때나 웹툰 초반에는 먹고 싶은 요리를 소재로 선택했는데, 지금은 극적 재미를 위해 난이도 높은 요리들에 도전하고 있다. 예전에 올렸던 닭가슴살 카레나 감자 크로켓은 지금도 자주 해 먹는 요리이다. 그리고 8700kcal 초코 브라우니가 정말 맛있었다. 두 숟가락 떠 먹었는데 생각해보니 한 숟가락에 300kcal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독자들이 <역전! 야매 요리>를 보고 가장 많이 따라 해보는 메뉴는 프라이드&양념 치킨과 케이크이다. 해본 분들은 꼭 메일로 보내주는데, 결과물만 보내주는 게 아니라 과정을 찍고 캡션까지 넣어서 보내온다. 맛있게 잘 먹었다기보다는 너 따라 했다가 망했다고들 하시는데, 사실 그게 리얼리티다. 그렇다고 야매 요리에 올라온 레시피에 거짓인 건 없다. 족발편에서 커피와 콜라를 넣는 장면을 보고 ‘먹는 걸로 장난 치면 지옥에 갑니다’라고 쪽지가 와서 억울했는데, 실제로 콜라는 색깔을 내고 육질을 연하게 하기 위해서, 커피는 잡내를 없애기 위해 넣은 것이다. 아침을 거르거나 야근하는 싱글을 위한 야매 요리 한식이 의외로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까다롭다. 밥만 해도 지으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아침에는 오믈릿을 만들어 먹으면 간편하고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우선 달걀 3개를 푼 다음 우유를 조금 넣는다. 우유를 넣으면 확실히 맛이 부드럽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 중에 고기, 토마토, 치즈, 시금치 등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썰어서 넣으면 된다. 달걀 밑면이 살짝 익으면 표면을 젓가락으로 살짝 저은 뒤 말면 되는데 어려우니까 그냥 반으로 접어서 먹으면 된다. 야근에서 돌아왔다면 알리오 올리오를 추천한다. 파스타면을 삶은 다음에 건져서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파스타를 넣고 볶다가 마늘 몇개 잘라서 넣으면 끝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만든다 요리가 귀찮을 수 있지만 ‘You’re what you eat’이라는 명언이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이다. 그러하니 패스트푸드를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요리를 해나가다 보면 요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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