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순정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려 깊게 배려하고 양보하는 인간 이광수와 연기 욕심 많은 배우 이광수 사이의 간극은 그리 넓지 않다. 모두 순정 때문이다
BY 에디터 전소영-피처 | 2016.02.18
블랙 롱 프린트 코트와 셔츠, 팬츠는 모두 김서룡 옴므, 블랙 슈즈는 로크.
사람들은 쉽게 이광수를 오해한다. 금방이라도 짓궂은 장난과 농담을 하며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줄 거라고 여긴다. 그 오해는 분명 근거가 있다. 한 통신사 광고에서 ‘공대 아름이’를 부르짖던 바가지 머리 남학생으로 코믹한 첫인상을 남겼고, 잘나가는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5년째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오해는 오해일 뿐, 실제 이광수는 진지하고 과묵하다. 사실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다. <런닝맨> 제작진은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웃겼다’는 이유로 그를 캐스팅했다. 예능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반전을 주기 위한 계산이나 인위적인 설정은 애초부터 없었다. 5년 넘게 같은 출연진들과 스태프들이 함께하니 편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보여줄 뿐이다. 표 나게 드러내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또 있다. 프레임 변방에서 게스트나 동료를 배려하는 작은 행동이다. 게임하다 넘어질 뻔한 여자 연예인의 손을 잡아주고, 흐트러진 동료들의 옷매무새를 살뜰히 정리해준다. 대중들에게 포착된 이 모습은 ‘이광수 매너짤’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공간에 떠돌고 있지만, 그조차 그의 일면일 뿐이다.
이광수의 영리함은 계산하지 않는 담백함에서 나온다. 예능과 연기에 대한 경계가 분명한 것은 애써 선을 그어서가 아니라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태도 때문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투렛증후군 환자 박수광과 의도치 않게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괴로워하는 영화 <좋은 친구들> 속 민수. 두 인물을 보며 ‘기린’ 이광수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예능은 예능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어느 순간 대중은 이광수의 페이스에 맞추고 있다. 그 또한 무리하지 않는다. 과하게 무게 잡지도 않고, 모자라게 경박하지도 않다. 적정선을 유지하되, 아주 미세하게 배우의 영역을 넓힌다. <런닝맨> 외엔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출연한 일은 없었다. 예능을 시작한 2010년 이후 출연한 영화 8편, 드라마 5편. 크고 작은 역할을 골고루 맡으며 ‘예능 하고 있는 배우’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예능 속 캐릭터와 작품 속 인물이 혼재되는 순간이 올 것을 염려하는 숱한 질문에도 그는 <런닝맨>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그건 웃기는 이광수와 연기하는 이광수, 두 역할을 다 잘 해낼 거라는 의지이자 다짐이며 자신감이다. 이광수는 웃기지만, 배우 이광수가 절대 우스울 수 없는이유다.

네이비 점퍼와 블랙 이너웨어는 레이 by 커드, 와이드 팬츠는 카루소, 블랙 슈즈는 로크.
실제론 말수 없고 점잖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나에 대해 재미있을 거고, 아무 말이나 막 할 거라 고 예상하는 분들이 많다. 막상 만나면 그렇지 않으니까 실망하는 분도 있고, 나이 많은 기자들에겐 재미없다고 혼나기도 했다. 다행히 점점 “원래 성격은 <런닝맨>에서와는 다르다면서요?”라면서 편하게 대하는 분들이 생기고 있다.
예상대로다.
감사하다. 그쪽으로 기대를 안 해주는 게 사실 편하다. 난 괜찮은데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만족 못할까봐 걱정이다.
그 얘기 못지않게 키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겠다.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키가 컸던 터라 난 괜찮은데, 사는 데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 분도 있다. 살이 모두 키로 가면서 체질도 바뀌었다. 사실 난 내 외모나 키에 대해 크게 불만 없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편인가?
예전에는 내가 했던 일에 후회도 많이 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하루 종일 생각하고 괴로워하는 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 대해 관대해지고, 스스로 칭찬도 많이 한다. 전보다 많이 유연해졌다. 단, 후회를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다.
그러다 보면 실수하고도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되지 않나?
관대한 건 내 외모와 성격에 한해서이고, 타인에게 실수하거나 피해를 주면 생각이 많아지고 괴로워한다.
매니저를 비롯해 동료 연예인들에게 배려 많은 사람으로 통한다.
주변에서 나를 두고 배려 있다고 많이 얘기하니까 이제는 그걸 인식한다. 아버지가 주변 사람들한테 다정하게 잘하신다. 집에서는 별로 안 그러시니까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별로 안 좋아하셨다. 밖에선 사람들이 “너희 아빠는 좋은 분이다. 아빠처럼 배려심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많이 얘기했다. 그 말 듣는 것도 좋고, 그런 아버지가 멋있어 보였다. 생각해보면 재석 형이나 종국 형, 석진 형이랑 같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태도를 배운 것도 같다. 막내라서 더 부지런해지고 배울 수 있어서 참 좋다.
유독 이광수의 ‘매너 손’, ‘매너 다리’ 등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많다. 막상 여동생에게는 살가운 오빠인가?
동생이랑 안 친하다. 어렸을 때는 ‘크면 잘해줘야지’라고 생각만 했는데 어느새 동생이 결혼한다. 좀 섭섭하다. 지금은 어떻게 잘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서는 그리 잘하지 않으면서 밖에 나가서 잘하는 걸 보면 동생이 나를 약간 꼴 보기 싫어한다는 게 느껴진다(웃음). 말로 하지는 않지만표정이나 눈빛으로 알 수 있다.
<런닝맨> 멤버를 ‘가족 같다’고 자주 표현했다. 회사원들은 무서워하는 말이다.
왜 그런가?
‘가족처럼 공사 구분 없이 편하게 일을 많이 시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아… <런닝맨> 한 지 5년 정도 됐고, 촬영 외에도 형들 자주 만나고 통화하고 연락한다. 그런 것들이 점점 더 자연스럽다. 어렸을 땐 아침에 눈 뜨면 어머니가 밥 해주고 나를 깨워주시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나. <런닝맨> 형들이나 누나도 마찬가지다. 가족 같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좋은 친구들> 등 최근작은 물론이고, 일단 작품을 함께 하면 출연진들과 오랫동안 연을 맺는 스타일인 것 같다.
형들이 좋고 편하다. 내가 동생들이랑은 그렇게 편히 못 지낸다. 특히 남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자는 누나보다는 동생이 편하다. 여동생들이랑 있으면 내가 손수 뭔가를 치우고 정리해도 어색하지 않은데, 남동생들은 각 잡고 “제가 하겠습니다!” 이러니까 난 그게 불편하다. 그냥 내가 하고 형들한테 “수고했다”라는 말을 듣는 게 마음 편하다. 남동생들한테 질투 비슷한 감정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괜찮아, 사랑이야>를 하면서 디오와는 친해졌다.

자수가 들어간 수트는 발렌티노 by 분더샵, 블랙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에서 러브 라인이 있는데도 유독 남자 배우와 붙었을 때 ‘케미’를 발산한다.
상대 여배우가 날 좋아해주는 것보다 형들이나 선배가 예뻐해주는 게 더 좋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챙기는 걸 보고 선배들이 날 안쓰럽게 볼 때도 많다. 하지만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 들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얘기만 들어도 배려심 있고, 착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걸 알고 얕잡아 보거나 배신하는 사람은 없었나?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내가 먼저 가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그냥 못 본 척 지나간 적이 있다. 인사가 호의는 아니지만 그럴 땐 좀 기분이… 그렇다. 다행히 선배들한테 그런 홀대를 당한 적은 없다. 돈 빌려줬는데 못 받은 적도 몇 번 있다. 주변에서 나보고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제는 돈 거래 같은 거 안 할 거다(웃음).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다행히 난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주로 어울 리며 잘 지낸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 연락이 아예 끊기거나 안 보는 사람은 없다.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듣지만, 한편으론 <런닝맨>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와 다르다. 그런 얘길 듣는다고 내가 갑자기 <런닝맨>에서 다른 인물이 될 순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는 것 외에 고민해서 달라질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배우로서 연륜이 쌓이고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면 해결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런닝맨> 현장에서는 열심히 재미있게 촬영하고, 영화나 드라마 출연할 때는 그것에 집중하면 된다. 오히려 작품 준비를 더 열심히 한다.
홍콩, 베트남, 중국 등에서 ‘아시아 프린스’로 통할 만큼 인기가 많다.
SNS를 보거나 해외 나가면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다. 놀랍고 감사하고 신기하다. 촬영차 해외 갔을 때 매니저가 공항까지 마중 나온 분들한테 내가 왜 좋은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분들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내 생각엔 그냥 친구처럼편하고 친근해서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가? 큰 키, 흰 피부, 착한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에 해외 팬들이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아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친근한 사람에게 ‘프린스’라는 호칭은 쓰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외모도 점점 물이 올랐다.
요즘 그런 얘기 좀 들었다. 하하하하.
해외 팬 미팅에서 피아노 치면서 미성으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불렀다.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때 피아노 배워둔 게 있다. 배운 김에 더 연습해서 피아노 치며 노래했는데, 앞으론 웬만하면 안 할까 싶다. <런닝맨> 팬 미팅 때 멤버들이 내가 너무 멋있는 척한다고 놀린다(웃음).
팬들이 하는 애정 표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무엇인가?
설렌다는 말이나 ‘심쿵’ 같은 거 좋다. 그 얘기를 들으면 내가 되게 매력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몇 번 의식적으로 여자들이 설레는 행동을 해본적도 있다. 회식자리에서 (송)지효 누나랑 얘기하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봤는데 누나가 정색하고 때렸다(웃음). 뭔가 의도하고 의식하는 건 안 되고, 그냥 자연스러워야 되는 것 같다.
연애는 안 하나?
지금은 안 한다. 연애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직 여자의 마음을 모르겠다. 연애하면 여자는 본인에게만 잘 해주고 집중하길 원하는데 아직 친한 형들 만나는 시간이 좋고 일이 좋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은 그게 불만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데 여자가 느끼기엔 뒷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배색 니트와 팬츠는 모두 발렌티노 by 쿤, 셔츠는 마르니 by 쿤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쉽게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인가?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정으로 시작해서 연애 감정으로 변하고, 그 이후부터 사랑에 빠지는 속도가 빠르다.
좋아하는 형들과 주로 뭐하고 노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술 마시고 게임하고 당구 친다. 축구게임을 하는데 중독성이 있다. 주로 택하는 팀은 AC밀란이다.
그 팀을 고집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더 잘하는 팀은 형들이 하니까.
그런 것까지 양보하다니.
사람 욕심, 촬영할 때 연기 욕심은 많다. 식탐도 있다. 다 잘 먹는데 여럿이 있을 땐 나도 모르게 많이 먹게 된다. 특히 고기는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최근에 간 한의원에서 돼지고기 먹지 말라고 해서 자제하고 있다. 마그네슘을 먹어도 눈 밑 떨림이 멈추지 않아 침 맞고 왔다.
<좋은 친구들> 개봉 당시 시사회에서 영화 속 ‘민수’가 구토하는 장면이 편집됐다는 감독의 말에 눈에 띄게 아쉬워하고 당황했다.
결과적으로 그 장면이 편집되지는 않았다(웃음). 사실 그 장면 찍을 때 기립 박수 받았다. 2시간 내내 계속 그 신만 찍었다. 난 마음만 먹으면 당장 이 자리에서도 손가락 넣지 않고 오늘 먹은 거 다 토할 수 있다(웃음). 에이스 과자랑 뜨거운 물 마시면 쉽게 된다. 이게 시작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중간에 멈추는 건 잘 안 된다.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다.
데뷔한 지 6년 됐지만, 연기하게 된 계기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다.
대학교에 가고 싶어서 입시 연기를 배우러 극단에서 아동극을 했다. 연기를 배우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이 길에 대한 결심이 확고해졌다. 어렸을 때 동생이랑 연극 짜서 남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았다. 생각해보면 사람들 시선 받는 걸 좋아했다.
대학 대신 극단에 남고 싶지는 않았나?
그때는 반드시 대학에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몇몇 배우들은 작품마다 이미지 변신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듯하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런 강박에서 자유로운 배우인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은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읽으면서 재미있던 시나리오들이었다. 그게 나한테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물론 지금까지 안 해봤던 연기라면 더 새롭겠지만 굳이 그것만 찾지는 않는다.
인터뷰할 때마다 영화 <추적자> 하정우 같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악역처럼 살 순 없지 않나. 그래서 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악역을 많이 안 해봤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다. 작품이 끝나고 나면 카타르시스도 많이 느낄 것 같다.
아쉽게도 주연작인 영화 <돌연변이>에서도 그런 악역은 아니다. 개봉 날짜는 잡혔나?
촬영은 다 끝났는데 개봉하기까지 많이 남았다. CG 작업도 많이 해야 해서. 생체 실험 부작용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얘기다. 시나리오도 특이하고 뭐랄까, 되게 이상한 영화다. 어떻게 나올지 나도 참 궁금하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의외의 모습이 더 있을까?
술 잘 마시는 거?
안타깝지만 술을 잘 마실 것처럼 보인다.
아, 그런가? 음, 피규어 모으는 걸 좋아한다. 조립해야 하는 거 말고, 이미 다 조립돼 있는 거. 집 곳곳에 작은 그림 액자 같은 걸 뒀다. 예전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미대 준비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여유가 없어서 거의 못 그린다. 그래 봐야 낙서 수준이다. 참, 거실에 지브라 무늬 러그도 깔았다. 아기자기한 걸로 집 꾸미는 걸 좋아한다. 그래도 재미없는 게 제일 의외이지 않나?
화보
스타
이광수
인터뷰
런닝맨
좋은 친구들
괜찮아 사랑이야
아시아 프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