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몬스터의 진짜 이야기

랩몬스터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생각도 고민도 너무 많아서, 게다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만만치 않은 야망을 지녀서 늘 비장할 수밖에 없는 청춘. 이제 그가 방탄소년단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BY | 2016.02.18
블랙 더블 브레스트 수트와 이너 톱은 모두 장광효 카루소 가격미정, 화이트 드레스와 셔츠는 권오수 가격미정, 독수리 모티브 인그레이빙 스틱은 커드 18만원, 안경은 트리플 포인트 by bcd korea 15만원.
코카콜라 마크가 더해진 스트라이프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마일 패치 톱은 6만4000원, 그레이 트레이닝 팬츠는 9만8000원 모두 mnw.
실크 라펠이 더해진 턱시도 재킷은 장광효 카루소 가격미정, 이너 피케 톱은 플레이 꼼데가르송 가격미정, 블랙 조거 팬츠는 우영미 가격미정, 페도라는 볼사리노 by 커드 80만원, 화이트 하이톱 스니커즈는 아디다스 20만9000원.
화이트 피케 톱은 프레드 페리 15만8000원, 데님 팬츠는 홈그로운 서플라이 16만5000원, 레드와 블랙 컬러의 덩크 스니커즈는 나이키 14만원대,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크루넥 풀오버는 사우전 업랜드 by 슬로우스테디클럽 16만8000원, 블랙 스트라이프 셔츠는 블랭코브 21만7000원, 블랙 조거 팬츠는 우영미 가격미정, 블랙 하이톱 스니커즈는 패트릭 유잉 18만9000원.
새틴 수베니어 재킷은 mnw 41만9000원, 차콜 그레이 수트는 재킷 75만원, 팬츠 34만원 모두 타임옴므, 페도라는 볼사리노 by 커드 80만원.
랩몬에게 처음 말 걸기
중2병스러운 부분이 분명 있는데 뭣도 모르고 그러는 게 아니라 분명한 자기 생각과 배경지식이 있다. 아는 게 많으니까 뭐 하나를 설명해도 논리적으로 순서와 인과관계를 따져 상대방이 잘 알아듣게 말할 줄 안다. 무엇보다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 알고, 거기에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솔로 앨범 대신 믹스 테이프를 들고 세상과 첫 독대를 시작하려는 랩몬스터를 당신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 인터뷰를 읽기 전 당신이 ‘심쿵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연습생’ 시절의 랩몬스터를 자주 봤다. 다른 일로 내가 그의 소속사 사무실을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던 무렵이었는데, 랩몬은 밤늦은 시각, 그 또래 아이들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법한 블랙 패딩 차림으로 사무실에 나타나 프로듀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곤 했다. 그 시절 오며 가며 본 랩몬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남자애였다. 굳이 찾자면 까맣다, 말랐다 정도? 그리고 ‘어린애가 어딘지 모르게 다가가기 어려운 기운을 풍긴다’(좀더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재수 없다’) 정도. 별 관심 없던 ‘그애’가 왜 갑자기 궁금해졌던 걸까? 어느 날인가 옆 사람에게 “쟨 누구야?”라고 생각 없이 물었는데, 그 대답이 좀 의외였다. “쟤? 완전 천재야. 쟤가 열여섯 살 때 쓴 가사가 있는데… 완전 죽여. 저 나이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가사를 쓰는지….” 뭐, 그럼에도 그리 큰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난 힙합보다는 달달한 발라드가, 천재적이기보단 귀엽고 잘생긴 아이돌에 꿈뻑 죽는 평범한 ‘누나 팬’이니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로부터 1년쯤 뒤, 랩몬스터는 ‘방탄소년단’의 일원이 되어 세상에 나왔고, 뽀샤시한 얼굴, 달달한 목소리의 아이돌들 사이에서 방탄은 꽤 선전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반면, 랩몬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터졌다’. 뇌가 섹시한 남자들을 모아놓은 토크쇼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가장 섹시한 뇌로 가장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았고, ‘랩몬’은 아이돌이나 힙합에 문외한인 일반 누나들 사이에서도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일명 ‘뇌섹남’ 랩몬… 힙합신에는 음악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있는 비트에 자신의 랩을 더해 발표하는 믹스 테이프라는 게 있고, 며칠 뒤면 랩몬이 첫 믹스 테이프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때다 싶어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4~5년간 그를 여러 번 봤고,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직접 말을 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랩몬 하면 연습생 시절, 다른 사람들이 ‘쟨 천재야!’라고 이구동성 입을 모았던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뭐 그런가보다 했는데 한편으로는 ‘뭐야? 뭐가 그렇게 대단해?’ 하면서 괜한 반발심 같은 것도 좀 생기더라. 천재는요, 무슨…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보는 건 뭐랄까… 골방 철학자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러는 걸 거예요. 제가 나이에 비해 생각이 많거든요. 세상은 어떤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세상과 나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나… 이런 게 알고 싶어서 니체도 읽고 카네기 심리학 같은 것도 찾아 읽고 그랬는데… 그런 생각을 어린애가 하고 그게 음악으로 표현되고 그러니까… 천재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세계와 자아의 존재론적 근원과 관계를 탐구하는 21세라니, 좀 새롭긴 하다. 세상엔 단순하게 즐길 거리도 많고 단순할수록 사는 게 쉽고 재밌어지는 측면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복잡한 고민을 왜 하는 건가? 중2병 같은 거죠 뭐(웃음). 근데 중2병이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를 썼거든요. 그때부터 저는 절망과 고독, 나의 자아와 세상과의 관계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그때 쓴 시 중에 저를 낙엽에 비유한 시가 있었는데, 그렇게 세상과 저를 분리시키고 그걸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껴요. 살아 있는 느낌, 뭔가를 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 거죠. 아! 제가 천재 같을 때가 가끔은 있어요. ‘오, 내가 이걸 어떻게 썼지?’ 싶을 때요. 제가 써놓고 ‘우와!’ 싶은 확신이 드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같은 피드백이 올 때가 있거든요. 어쩌면 자아도취일 수도 있는데 내가 사람들에게 와닿는 걸 캐치하는 능력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죠. 근데 그럴 때는 진짜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좌절과 고통의 연속이에요. 좌절과 고통의 시간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려달라. 사람들은 남, 특히 천재의 좌절과 고통 이야기를 좋아하니까(웃음). 좌절은 뭐, 하루에도 수백 번씩 있죠. 요즘 다음 방탄 앨범을 작업 중인데 제가 한동안 제 믹스 테이프 작업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둘의 스타일이 완전 달라요. 그래서 단어 하나, 가사 하나에서도 막히고 좌절하게 되는데… 단편적인 예로, 어제도 밤 9시부터 오늘 아침까지 딱 몇 마디만 만들어내면 되는 건데, 새벽 2시 반이 될 때까지 계속 딴짓만 했어요. 커뮤니티 들어가서 올라온 글 보고, 쓸데없는 만화 보고, 뉴스 보고… 그러다가 아침 7시에 딱 컴퓨터 다시 켜고 만들었어요. 그렇게 딱 썼을 때 ‘어? 이거 괜찮다. 나, 이거 확신이 온다’ 싶으면 엄청 행복하고 즐거운데 사실 그 순간이 쉽게 안 온단 말이죠. 그래서 힘들죠. 아, 내가 이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못하나 싶고… 사람들이 말하는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이런 거 아닌가 싶어요. 근데 이겨내야죠. 이겨내야 해요. 믹스 테이프는 왜 내는 건가? 지난 몇 년간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을 보면 ‘아이돌이 힙합을 해? 니네가 힙합을 알아?’ 하는 선입견에 맞서 싸워온 느낌이 있는데 그 일환인가? 그런 것도 있어요. 지디나 지코 형님 보면 음악을 굉장히 잘하는데도 아직까지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일단 저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믹스 테이프 내는 건데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이래도 힙합이라고 인정 안 한다면 이제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런 마음도 있어요. 어째 좀 비장하게 들린다 네, 비장합니다. 마음도 비장하고 믹스 테이프에 담긴 음악들도 비장하고…(웃음). 개인적으로는 이걸 냄으로써 저 자신을 정립하는 의미도 있어요. 제 스스로 기점을 만드는 거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스스로 정리해놓는 일종의 논문 같은 거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1단원 끝난 느낌이에요. 방탄 앨범 작업과 랩몬 개인의 음악이 많이 다른가? 다르죠. 방탄이 추구하는 음악은 청춘이에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에 집중해 그들을 대변하는 음악이 방탄 음악이라면 제 음악은 저 자신이죠. 제가 가진 내면의 어두움, 고민, 욕망, 추악함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제 음악이에요. 제 안에 있는 저의 전부… 음… 굉장히 이중적이고, 외롭고, 외로워하고, 외로워 싶어하고, 외로워서 괴로워하는데, 그렇다고 외로운 걸 싫어하지는 않는… 방황하는 내면을 담는 거죠. 또… 저는 인간이 누구나 이중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악마이기도 하고 천사이기도 하다고… 그 양면성을 극단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해요. 그걸 굳이 숨기지 않고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굉장히 잘 보여주고 싶어요. 얼마 전, 워렌 G와의 콜라보 곡도 나왔는데… 방탄보다 랩몬에 더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그 곡 되게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워렌 G와의 작업은 어땠나? 워렌 G가 해줬던 말 중 제가 평생 못 잊을 말이 두 가지 있어요. 첫째는, 힙합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인종을 떠나, 지역을 떠나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구석을 내어줄 준비가 늘 되어 있는 음악이 힙합이다. 그러니 어떤 편견에 가두지 말라는 거고, 또 하나는 너 잘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너를 믿고 니가 원하는 걸 하라는 거였어요.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그분이 해주시는 말이라서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분이 습관처럼 이렇게 얘기하세요. “잇 쏘오 구웃(It’s so good).” 그게 일종의 주문인 것 같아요. 하쿠나마타타처럼요. ‘잇 쏘오 구웃’, 요즘도 그 말을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져요. 힙합에 반해서 열네 살 때부터 홍대 힙합 공연장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아요. 제가 홍대에 공연 보러 다니던 시절에는 슈프림팀이 정말 뜨거웠어요.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는데… 그땐 지금처럼 일리네어가 다 씹어 먹는 판이 아니었고 지기펠라즈, 빅딜, 소울컴퍼니, 버벌진트… 다양한 뮤지션들이 현무, 백호, 주작 느낌으로 개성을 지니고 서로 싸우는 분위기라 하나같이 다 너무 멋있었죠. 그 이전엔 에픽하이가 저한테 정말 영향을 많이 줬고요. 국내에선 에픽하이와 가리온, 해외에선 나스와 에미넴. 그 네 팀이 ‘앞으로 나는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 하는 길을 닦게 해줬던 것 같아요. 그 네 팀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나? 넷 다 성향은 다르지만 가사가 너무 진짜여서 나도 이 사람들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진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처음으로 직접 쓴 가사가 궁금하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어떤 진짜 이야기를 했는지.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2007년 9월이었어요. 정글라디오(‘다음’ 힙합 커뮤니티) 아마추어 프로듀서의 비트로 곡을 만들었는데 그 당시에도 에미넴의 영향이었는지 무지 비장했어요. “허세 섞인 불행을 고이 모셔두고 도미노를 쓰러뜨려 나는 이렇게 나가겠어.” 뭐 그런 내용이었어요. 말도 안 됐죠. 도미노를 왜 쓰러뜨려? 허세 섞이게…(웃음) 열네 살 때였는데 그때도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금과 똑같았던 것 같아요. 힙합은 음악 장르지만 일종의 종교 같기도 하고, 철학 같기도 하다. 힙합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뭐길래 남자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건가? 힙합을 정의하는 건 사랑을 정의하는 것과 비슷해요. 세상에 60억의 사람이 있다면 사랑의 정의도 60억 개가 존재하는 것처럼 힙합의 의미도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사전적 정의야 가능하죠. 사우스 브롱스라는 데서 1970년대에 DJ 헐크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주최가 되어 파티를 하다가 비트를 브레이크하면서 그 브레이크에 누군가 랩을 하고, 누구는 춤을 추고, 또 누구는 그래피티를 하고… 그렇게 힙합이 탄생하고 그게 힙합의 4대 요소라고들 하는데, 이런 사전적 정의야 누구나 아는 거지만 그 정신이 뭐냐고 하면… 한마디로는 설명할 수가 없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면서 자유와 반항의 의미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사람들이 같이 놀고 즐기는 거니까 평화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고. 포켓몬스터로 치면 메타몽 같은 거죠. 아무거나 될 수 있는 캐릭터. 저 개인적으로는 힙합은 세상이에요. 제가 살아 있고 살아가는 세상… 어렵죠? 사실 저도 아직 어려워요. 힙합을 잘 몰라서 그런지 힙합 음악보다 문화나 패션 같은 것들이 더 잘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치렁치렁한 금 목걸이, 총기 난사 뭐 그런 이미지들… 소위 말하는 스웩이라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고. 총 쏘고 마약하는 문화는 힙합 그 자체가 아니에요. 힙합 음악의 주변에서 생겨난 부산물이랄까 그런 거지, 힙합 자체가 아닌 거죠. 힙합 패션은 명확하게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요즘은 그것도 좀 광범위해지는 추세예요. 에이셉라키나 카니예 웨스트를 보세요. 이제 질질 끌리는 바지 잘 안 입거든요. 스웩은 이해하려면 ‘자수성가’가 힙합에서 지니는 의미를 알아야 해요. 힙합에서는 자수성가가 무지 멋있고 중요한 개념이에요. 제이지 예를 들어볼게요. 제이지는 마약상이었어요. 바클리스 센터라고 엄청 큰 스타디움 옥상에서 마약을 팔던 사람인데 성공해서 그 건물을 샀단 말에요. 그 건물 사고 힙합 패션으로 딱 차려입은 다음에 옥상에 서서 그 건물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딱 찍어서 올렸어요. 그거 보고 다 죽었죠. 캬… 얼마나 멋있어요? 옛날에 제이지가 그런 노래도 했어요. ‘99 problems’라는 곡인데 “나는 문제가 참 많은 놈이야. 근데 여자 문제는 하나도 없다?”고 랩을 했는데 나중에 비욘세랑 결혼을 한 거예요. 죽이지 않나요? 마약상에서 시작해서 최고의 부자가 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와 결혼하고. 그게 남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거예요. 그걸 세상에 자랑하고 드러내는 게 ‘스웩’이고요. 설사 티 나게 자랑을 해도 그걸 미워하고 싫어할 수가 없죠. 맨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자기 힘으로 직접 이룬 거니까요. 패션 얘기로 돌아가, 랩몬의 패션에 대해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던데…(웃음). 고딕에 빠져서 모노톤만 입는데 스님 같다, 마법사 같다고 싫어하는 팬들이 계세요. 몇 년 전에 릭 오웬스 쇼를 봤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저 시커먼 옷은 뭐야?’ 이러면서 완전 넋 놓고 봤어요. 근데 고딕 룩이 돈도 필요하지만 용기도 엄청 필요해요. 오죽하면 스님 같다는 이야기를 하겠어요. 그래도 저는 이게 너무 좋아요. 옷 스타일로 지금까지 해왔던 고민, 제가 가진 외로움 같은 걸 다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 10%도 발을 못 담근 거 같은데 끝까지 한번 가보려구요. 뇌섹남으로 요즘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랩몬의 이상형도 ‘뇌섹녀’라고 들었다. 랩몬스터가 생각하는 ‘뇌가 섹시한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우선 주관이 있어야죠. 윤리적으로 잘못된 건 말구요, 자기만의 주관이 있되 그걸 불편하지 않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그 과정에서 이야기하는 분위기나 그런 것들이 저한테 와닿아야죠. 한마디로 내가 이 사람에게 뭔가 배울 게 있다, 나 이 사람을 더 알고 싶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면 내가 풍요로워질 것 같다,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섹시해요. 그리고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 좋아요. 외로움에 대해 제가 이야기하면 ‘뭐가 그렇게 맨날 외로워?’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 알 것 같아요’라고 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 힙합을 통해 랩몬스터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 혹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그냥 나 지금 이래, 나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살아왔는데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 이럴 거야… 사람은 끝없이 자기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하잖아요.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음악을 통해서 내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시시한 사람 말고,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번밖에 없는 생이니까 남들에게 끝없이 영향을 주고, 희망을 주고, 꿈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때까지 계속 앞으로 갈 겁니다. 그게 세상에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저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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