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잘` 갈아타기

복불복, 혹은 랜덤으로 ‘헬’ 부서에 발령이 났다. 출근 3개월차, 이상한 사람들과 얼음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꿋꿋이 적응하는 법.
BY | 2016.02.19
지옥행 부서 이동 열차를 탔다 새로운 부서로 출근한 지 3개월째. 이번이 첫 번째 부서 이동이다. 뭣도 모르고 적응하기 바빴던 신입 시절은 참 빠르게 흘렀다. 회사는 3년에 한 번씩 부서를 옮겨야 하는 ‘순환보직’ 시스템이다. ‘다양한 부서의 업무를 익히고 새로운 분위기에 자극을 받아 능력 계발을 하기 위함’이라고 공지사항에는 적혀 있지만, 잘 모르겠다. 희망부서를 적어 내고 원하는 부서가 있다고 피력해봤자 결국 ‘인생 복불복’이라는 상사들의 말에 설마 그럴까 싶었다. 까나리냐, 아메리카노냐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게임도 아니고, 3년 일해야 할 부서이동이 장난은 아니지 않나. 어느 날 나에게도 ‘부서이동행’ 티켓이 내려왔다. 그것도 희망부서가 아닌 낯선 업무의 부서로 말이다. 첫날부터 감이 왔다. 3년을 지옥처럼 버텨야 한다는 사실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전 부서에서는 팀원끼리 분위기가 좋았다. 물론 출산휴가, 이직, 부서 이동의 사유로 팀원이 드나들긴 했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팀장 덕분에 다들 만족하며 회사를 다녔다. 지금 부서에는 남자 팀원이 80%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는 10분 만에 한 그릇을 해치운다. 밥 먹는 속도야 얼추 맞추겠다 싶으니, 이제는 술이 문제다. 팀 특성상 외부 접대도 많고 술 좋아하는 팀장, 과장 등 상사들이 포진해 있어 평일 술자리가 3배는 늘었다. 주말 아침은 무조건 해장국이고, 숙취에 절어 토요일 하루가 그대로 날아간다. 예전 팀과 180도 분위기가 다른 건 어떻게든 적응하겠지만, 삶의 질이 확 달라진 느낌이 든다. 평일에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닌다. 가장 늦게 시작하는 수업이 8시. 7시에 칼퇴근해서 가야 8시에 맞출 수 있는데, 쓸데없이 상사들 눈치 보고 퇴근을 안 하는 사수 때문에 학원도 못 다니고 있다. “일 빡센 부서이니 있을 때 많이 배워두라”는 이전 팀장의 조언이 원망스럽다. 앞으로의 3년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과연 나는 잘 버틸 수 있을까. 희망부서로 이동해본 적 있다 70% NO ’Yes’라고 대답한 이들도 분명 있다. 그들은 모든 팀이 탐내는 인재거나 인사팀 마음에 쏙 들어 운 좋게 원하는 빈자리로 갈아탄 걸까? 운때라는 것이 귀한 이유는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아서다. 원하는 부서에 결원이 생길 확률, 때마침 그 부서로의 연결고리가 있어 면담을 하거나 지원서를 넣어볼 기회가 주어질 확률, 순환 보직 시즌에 걸려 현재의 팀장이 집착하지 않고 다른 부서로 보내줄 확률. 모든 계산이 맞아떨어지려면 쉬운 기회가 아님은 분명하다. 싱글에게 물었다 / 내가 생각하는 꿀부서는? 1 인사팀 인사권이야말로 권력의 핵심이 아닌가. 인맥 관리하기 좋을 것 같다. 2 총무팀 일은 힘들어도 나름 회사 내에서 권력과 파워가 있으니까. 3 재무팀 돈을 만지는 직업과 부서는 어딜 가든 힘이 있는 법. 4 행정팀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는 일이 드물어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다. 5 홍보팀 대외적으로 일한 결과가 도드라지는 업무를 하고 싶다. 6 회계팀 가장 안정적이고 인사이동이 적은 부서이기 때문에. 7 업무보다 이런 분위기의 팀이라면 제발 보내줘요 ● 상사와 가장 멀리 떨어져서 일할 수 있는 사무실 구조의 팀이라면, 오케이. ● 앉아서 컴퓨터만 하는 접수 파트에서 일하고 싶다. ● 칼퇴근하는 부서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부서 이동을 대하는 자세 부서 이동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세 가지 타입. Type 팀장님 마음대로 하옵소서 ‘불자 마인드 A’ “특별히 가고 싶은 부서가 없었어요, 어딜 가나 힘든 건 비슷하겠죠” 좌절지수 ★★ 적응지수 ★★★★ 전 부서에서도 딱히 불만이 크진 않았다. 물론 잘 맞지 않는 상사는 늘 있었지만 팀 사람들이 괜찮아 그나마 견딜 만했다. 특별히 가고 싶은 부서가 없었는데 부서 발령이 났다. 이런 경우 특별한 기대와 희망이 없다 보니 어딜 가도 좌절하고 힘겨워할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부푼 기대를 가지는 것보단 차라리 낫다. ‘이러나 저러나 인생은 흘러간다’ 주의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부서에 적응하기엔 ‘스님 캐릭터’ 같은 마인드가 도움이 된다. 이전 부서에 비해 대하기 힘든 사람이 많다는 단점이 있으면, 야근이 적어 평일에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마련이니까. 이동한 부서에서 보이는 소소한 단점과 문제점에 매번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니, 스스로 대범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의외로 순식간에 팀의 분위기에 흡수될 확률 99.9%다. Type 공과 열의를 쏟았다오 ‘열정의 아이콘 B’ “끈질긴 물밑작업으로 어렵게 원하던 부서에 들어왔어요” 좌절지수 ★★★★ 적응지수 ★★★ 열정이 넘치는 캐릭터다. 그만큼 새로운 문제 상황에 마주치게 되면 본인을 필요 이상으로 달달 볶는다. 이동할 부서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으니, 실망감도 크다. ‘팀원들과 소통하기 좋아한다고 소문난 팀장님’은 알고 보니 말이 아닌 술로 소통하는 데에 도가 텄다는 진실. ‘가족 같은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가족 이상으로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걸 친하다고 착각하는 분위기. 좋다고 말로만 들었던 팀의 장점들을 현실에서 부딪혀보니, 하나하나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울타리 밖에서 보면 쓰레기도 좋아 보인다. 본인의 현실이 불만족스러우면, 다른 울타리가 자신의 찌든 현실을 구원해줄 거라고 막연히 기대한다. 헛된 기대가 와장창 깨지면 그 순간부터 적응은 조금 힘들어진다. ‘굳이 이런 부서에 왜 그렇게 오려고 용을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답이 없다. 그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간은 약간의 개인차가 있다. 나름 잔꾀가 있다면, 옮긴 부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이 하나둘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Type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어리버리 C’ “희망부서 대신 전혀 생소한 업무, 인력이 부족한 부서로 이동했어요” 좌절지수 ★★★ 적응지수 ★★★ 인력이 부족한 부서에서 적응할 시간과 여유를 가지는 일은 허세다. 밥 쫄쫄 굶고 가로수길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로 끼니를 채우는 거나 다름없다. 충원이 급한 부서에서는 당장 프로젝트에 투입할 인원이 필요하다. 업무에 적응을 덜했기 때문에 야근에서 빠지고, 회의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바쁜 상사들에게 식사 때, 회식 때마다 틈틈이 업무 요령을 배워야 한다. 마음씨 좋은 누군가 다가와 신입사원 교육하듯 옆자리에 앉혀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는다. 신입사원이 아닌 이상 빛의 속도로 업무에 흡수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팀장 입장에서는 굳이 인력을 충원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타의에 의해, 분위기에 의해 억지로라도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물론 이동 초반에는 이상과 전혀 다른 생소한 부서에 배치되어 좌절감이 들 수도 있다. 이별의 상처든, 쓴 좌절감이든 바쁘면 모두 잊혀지게 되어 있다. 바쁜 게 약이다. 슬프지만 그 누구와도 세 끼를 함께하다 보면 결속력이 생긴다. 끈적한 감정이 드는 사이, 일은 두세 배 빠르게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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