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당신의 속옷을 정말로 좋아했을까?

여자가 생각하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속옷’과 남자가 실제로 좋아하는 속옷은 과연 같을까?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4명의 남자가 모여 여자들이 흔히 오해하는 남자들의 속옷 취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님아, 그 속옷은 입지 마오.
BY 에디터 송종민(프리랜서) | 2016.02.19
토론 참여자
●헬스 트레이너 L 크로스핏 트레이너로 항상 파이팅을 입에 달고 산다. 문란한 볼륨(?)의 몸과는 달리 최고의 일탈이 가끔 양념치킨 세 조각을 먹는 것일 정도로 금욕적이다. ●일러스트레이터 K 온몸에 문신을 두르고 복싱을 즐기는 터프가이지만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대표작인 일러스트레이터. 섬세하고 예민하다 못해 정리되지 못한 꼴을 못 보는 결벽증을 가졌다. ●대기업 엔지니어 B 공돌이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논리적으로 웃기는 재주가 있는 유쾌한 남자. 다만 남들이 웃기는 프로세스에도 논리적, 과학적 증명의 잣대를 들이대어 욕을 먹곤 한다. ●에디터 S 섹스 칼럼을 도맡아 쓰며 여성의 심리에 대해 빠삭하다고 자부하는 남성지 에디터. 세상의 모든 체위와 모든 인종의 여자에 통달했다. 문제는 이론뿐.
1 속옷이 그렇게 중요해? 어차피 벗을 건데? 내 몸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일러스트레이터 K <마녀사냥>에서 가수 성시경 본인은 재빨리 껍질(?)을 벗기고 내용물을 취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밝혔고, 실제로 그런 남자가 좀더 많다고 조사되곤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러한 취향은 본인의 패션 감각에 비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미적인 취향에 민감한 남자일수록 속옷이나 복장에 더 큰 자극을 받는 경향이 강하다는 거다. 내가 거기에 민감해서 그런 건 아니고…. 한국 남자들이 패션에 그다지 철학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한국 여자들은 참 다행인 거다. 대충 살색만 많이 보이면 좋아하니까. 나는 속옷에도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하얀 티셔츠에 컬러감 있는 속옷을 입었다든지, 티셔츠 위로 드러난 브래지어 끈 색상이 강조된다든지, 뭔가 속옷이 패션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때 섹시함을 느낀다. 그냥 가리기 위한 속옷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다. 그럼 말 그대로 껍질일 뿐이지. ●헬스 트레이너 L 지금 나 옷 못 입는다고 ‘멕이는’ 건가? 난 맞는 말 같은데? 속옷은 바나나 껍질 같은 것 아닐까? 내용물을 보호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하는 역할을 마치면 쭉쭉 찢어 내버리듯이 그 역할을 다 한 거다. 겉옷이 예쁘면 좋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속옷은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황이기에 그리 큰 신경을 쓸 정도는 안 된다. 막말로 속옷 별로라고 안 할 거야? 구멍이 나거나 늘어졌다거나, 너무 낡은 것처럼 나의 ‘열정’을 차갑게 식혀버리는 속옷만 아니라면 나의 탱크 같은 돌파력을 당해냈던 속옷은 없었다. 여체의 신비 앞에서 나의 몸은 항상 풀 차지(Charge)! ●에디터 S 수많은 클럽의 미녀들이 왜 그렇게 야한 드레스를 입으려고 노력하겠나. 남자에게 확실히 ‘어필’하겠다는 마음으로 입는 ‘승부 드레스’가 있듯이 ‘승부 속옷’도 있는 거다. 벗은 몸이 주지 못하는 뚜렷한 자극이 있다. 특히 테두리 라인이 강조된 속옷들은 형태와 윤곽을 더욱 확실히 강조해서 더 야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까지 가슴, 여기까지 비키니 라인, 여기까지 엉… 끄으아악! 생각지도 못했던 컬러의 속옷이 주는 효과도 있다. 정숙해 보였던 여자가 검정 스커트 안에 갑자기 네온색 T백을 입고 있다고 생각해봐. 당장 저걸 당겨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흐으아악. 섹스에도 연출이 필요하다. ●엔지니어 B 몸매가 하드웨어라면 속옷은 소프트웨어다. 내용물(하드웨어)은 변함이 없지만 소프트웨어에 변화를 주면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자의 소프트웨어가 자주 바뀌면 다른 하드웨어를 굳이 찾아갈 필요성을 못 느껴 바람을 피울 확률도 줄어든다고 본다. 간호사, 승무원 코스프레를 꿈꾸는 남자가 많아지는 것, 옷을 안 벗고 섹스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복장이 주는 섹시한 느낌이 분명히 있다는 걸 증명한다.
2 뽕은 나의 자존심. 보정 속옷을 입은 날에는 남자들의 눈빛이 다르다.
●헬스 트레이너 L 평소 관심이 전혀 안 가던 친한 이성 친구가 갑자기 가슴이 커 보이는 날이 있었는데 왠지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성적인 어필이 있었다기보다는 ‘어라? 쟤가 저렇게 컸나?’라는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아주 작은 변화였는데 그걸 감지해낸 거지. 역시 여성의 둔부와 흉부는 남성의 시선을 강탈한다. 헤어스타일, 손톱 색깔 바뀐 거는 몰라도 이런 거는 귀신이다. ●에디터 S 그런데 모델도 아니고 평소에 뽕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많나? 숨기기도 애매할 정도로 티 나게 크던데? 또 중요한 상황에서 뽕을 발견하면 웃음이 터질 것 같아. ●엔지니어 B 그 상황에 웃음이 나온다고? 싱크홀처럼 꺼져버린 그녀의 가슴을 보면 눈물만 날 것 같은데. 커져버린 내 ‘존슨’에 미안해질 듯. 하지만 벗기 전까지는 눈 호강을 시켜줬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 팩트이긴 하지.
3 아래위로 속옷 색상을 안 맞춰 입고 온 날에는 절대 벗을 수 없다. 너무 부끄러워!
●일러스트레이터 K 파란색에 빨간색 브라 입고 온 원더우먼 수준만 아니라면 속옷에 민감한 나조차도 전혀 상관없다. 일단 하고 나서 생각해보자. ●엔지니어 B 거사가 시작되기 전에 하의와 팬티를 같이 벗는다든지, 화장실에서 미리 브래지어를 벗어둔다든지 센스 있게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에디터 S 그런 면에서 한 장만 입으면 되는 남자라서 다행이야.
4 시스루 망사 속옷은 절대 실패하는 일이 없다.
●일러스트레이터 K 비치는 소재로 득 볼 수 있는 것은 일반인들의 경우 다리 한정인 듯. 가슴이나 엉덩이에 시스루를 해봤자 화보나 영상에 나올 만한 사이즈가 아니라면 그 정도 파괴력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킹 때의 효과가 역으로 적용돼서 더 작아 보여. ●헬스 트레이너 L 그래서 스쿼트를 해야 하는 거다. 닥치고 스퀏! ●에디터 S 난 보기는 좋은데 촉감이 별로. 스타킹도 그렇고 이런 소재는 항상 촉감이 아쉬워. 나일론 특유의 탄탄하고 거친 느낌 때문에 거부감 든다.
5 남친 생일 이벤트로 가터벨트를 할 생각이다. 그게 남자의 로망이라던데?
●엔지니어 B 뭐 틀린 말은 아닌데 국내 표준 체형으로는 다소 무리가 있는 아이템이다. 가터벨트가 허벅지에 딱 맞아야 하는데 허벅지가 얇아서 헐렁하면 느낌이 안 살아난다. 꽉 조여서 살이 살짝 볼록하게 부풀어오를 정도면 글래머러스한 느낌이 살아나 효과 두 배! 그렇다고 꽉 묶인 비엔나 소시지가 되면 곤란하지만…. 하지만 가터벨트가 조일 정도로 튼실한 허벅지를 가진 여인이 얼마나 될지. 사실 섹시 속옷이 딱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뭐든 핏이 중요하다. 팁을 주자면 좀 작은 듯한 속옷이 주는 섹시함은 끝내준다. 그냥 팬티도 위로 당겨 입은 듯 비키니 라인이 도드라진다거나 엉벅지가 나올 정도면 섹시 속옷 그 자체가 된다. 아, 상상해버렸네…. ●에디터 S 요즘은 걸그룹이 가터벨트에 모티브를 둔 의상을 입고 나올 정도로 가터벨트가 흔한 아이템이 됐다. 걸그룹 멤버와 몸매를 경쟁하느니, 차라리 이벤트로는 체형에 구애 받지 않는 코스프레 느낌이 더 낫다. 남자친구가 수영장에 다녀온 날에는 수영복, 롯데월드에 다녀온 날에는 토끼 머리띠를 한 바니걸이 되어보는 것처럼 TPO를 맞춘다면 효과가 더 좋다.
6 스타킹이 속옷이라고? 무슨 소리야?
●에디터 S 위키사전을 찾아보니 스타킹은 속옷에 속하지 않더라!! 이번에 처음으로 안 사실이다! ●일러스트레이터 K 그러고 보니 스타킹이 속옷인지 옷인지 뭔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군. 너무나 당연하게 속옷이라고 생각해왔다. 남자의 머릿속에 속옷이란 ‘보면 이상하게 흥분되는 안에 입는 옷’이거든. 그러고 보니 스타킹은 밖에 입는 옷이군. 그런데 왜 흥분되고 그러지? 팬티스타킹 때문인가? 아아. 혼란스럽다. 여튼 스타킹은 15데니아 반투명 검스가 최고다. 투명한 검스 안에 살색이 비칠 때 신기하게도 어지간한 다리는 전부 예뻐 보인다. 각선미를 훨씬 강조해 가진 것 이상으로 예뻐 보이게 해준다. ●헬스 트레이너 L 지금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스타킹이 속옷이라니, 스타킹은 명백한 양말이다. 그럼 너는 양말 보고도 속옷이라고 부르나? 양말 보고도 흥분하냐고?! ●엔지니어 B 순간 설득될 뻔했는데 잘 생각해보면 양말도 섹시함을 가질 때가 있다. 한때 일본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두껍게 흘러내리는 양말이 유행하기도 했잖아? 그것도 일종의 섹스어필이었다고 생각한다. 스쿨 니삭스, 오버 니삭스처럼 길이감에 따라 섹시함이 좌우되기도 하고. 한때는 비둘기색, 커피색, 회색 같은 다양한 색상의 스타킹이 있었는데 요즘은 검정 반투명이 확실히 대세인 것 같다. 검스의 매력은 이중으로 덧대진 부분과 봉제 라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섹시한 느낌이 좌우된다는 거다. 기능적인 부분일 뿐인데 왜 여기에 이렇게 ‘존슨’이 반응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투명도에 따라 취향도 많이 갈린다. 아무튼 스타킹은 가장 저렴하고 확실하게 섹시 지수를 올릴 수 있는 소품인 건 확실하다. 하나에 천원 좀 넘는데 아까워하지 말고 남자친구가 쭉쭉 찢을 수 있게 허락 좀 해주자.
7 여성스러운 레이스 디테일 속옷이 나의 엘레강스 지수를 높여준다.
●에디터 S 여성들이 화이트 레이스 속옷을 고르는 이유가 ‘청순섹시’ 느낌을 주고 싶다는 거라던데…. 세상에 청순한 속옷이 존재한단 말인가? 청순과 섹시는 결코 같이 쓰일 수 없는 단어다. 일단 문법적으로도 틀렸다. ‘섹시 마일드’ 같이 형용사가 두 번 쓰여서 맥 라이언한테 대차게 ‘까였던’ 샴푸 시절 느낌이야. 이제 여자들도 남자가 레이스 속옷 싫어하는 건 다들 알지 않을까? ●엔지니어 B 레이스를 딱히 싫어한다기보다는 거기에 별다른 집착을 하진 않는다고 보는 게 맞겠지? 레이스 자수가 훨씬 고풍스럽고 잘 들어갔다고 해서 ‘우와, 오늘 훨씬 더 섹시하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거지. ●일러스트레이터 K 그런데도 불구하고 레이스에 집착하는 여자는 뭔가 자기애가 강할 것 같은 느낌? 인터넷 아이디를 ‘무슨무슨 겅쥬’라고 짓는 거랑 동급이랄까.
8 첫 월급 타면 빨간 내복, 남친 이벤트에는 빨간 속옷. 레드는 만능이다.
●일러스트레이터 K 컬러도 트렌드다. 한때 레드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보기 어렵다. 레오퍼드 같은 동물 무늬도 그렇고. 요즘은 섹시하면 심플한 블랙이 대세인 듯. 하지만 레드가 확실히 강렬하긴 했던 것 같다. 사진으로 보면 좀 유치한데 실제로 보면 확실히 임팩트가 있다. 야하다기보다는 강렬한 색상에 시선이 간다는 정도? 그래도 효과는 있는 셈이지. ●헬스 트레이너 L 고정된 섹시 컬러가 있다기보다는 희소성 있는 컬러가 눈길을 끄는 것 아닐까? 대부분 섹시 속옷은 평소에 잘 안 입는 모양이나 컬러잖아? 환기의 효과가 크다고 본다. ●에디터 S 내 생각도 마찬가지. 튀는 것도 좋지만 레드는 좀 대놓고 ‘나 오늘 야해야지~’ 느낌이다. 특히 레오퍼드는 너무 노골적이지. 이게 어울리려면 왠지 태닝 피부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이미지가 고정된 느낌이라 이제 좀 식상하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눈에 잘 띄는 색상 조합이 좋다. 검은색에 베이비 핑크색 테두리 라인이 들어간다든지, 흰색에 검은 테두리 라인이 들어가는 아장 프로보카퇴르의 스윔수트 스타일처럼. 즉, 선호하는 컬러가 있다기보다는 컬러가 도드라지는 느낌이 좋다는 거다.
섹시하려다 망했다
뜨거운 밤을 향한 남자들의 끝없는 도전. 그러나 언제나 성공할 순 없었다.
●여자친구가 에블린에서 밑트임 속옷이란 걸 사왔다. 그날 이후 여친의 그곳에서 삐죽 튀어나온 ‘매생이’ 트라우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 북 에디터(34세) ●성인용품 사이트에서 섹시 코스튬 의상을 싸게 팔기에 샀다가 제멋대로 튀어나온 브라 와이어에 입술이 찢어져 피가 철철 난 적이 있다. 내가 사준 거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외국에서 수입한 제품에다가 사이즈도 대부분 프리라서 여친 체형에 맞지도 않았다. 초딩 학예회 하는 줄. 숍 매니저(3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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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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