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혼나는 법
회사에서 실수를 하면 당연히 혼난다. 하지만 혼나는 순간이 무조건 점수가 깎이는 시간인 것은 아니다. 이때야말로 격하게 배우는 시간이다. 당연히, 당신이 혼나는 태도가 좋다면 상사는 흡족해할 것이다. 혼나면서도 칭찬 받는다. 잘 혼나야 하는 이유다.
BY | 2016.02.26
최대한 덜 혼나야 한다
혼날 때 혼나더라도 두 마디 들을 거 한 마디 듣게 하는 법.
빠르게 자수하라
“우~우우우~ 풍문으로 들었소~ 당신의 팀원이 사고 쳤단 그 말을~.” 자, 김 부장이 이 BGM을 깔고 씩씩거리면서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이 일 담당자가 누구야!” 이 정도면 누구 얼굴에 서류 벼락이 떨어져야 수습이 될 태세다. 부서원의 실수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는 것만큼 직속 상사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드물다. 상사로서 아래 직원의 업무를 세세하게 컨트롤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고, 업무 보고를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배신감까지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실수했을 때는 즉각 직속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하다가 누군가의 지적으로 공론화되면 그때는 당신의 모든 말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차라리 먼저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하나를 잃었지만 다른 하나는 얻는 전략이다. 부서원의 실수는 자신의 실수와도 같으므로 상사는 부하 직원이 솔직하게 인정하기만 하면 깔끔하게 타이르고 좋게 처리하려 할 것이다.
조언을 구할 때는 아부할 찬스!
“부장님, 일이 이렇게 잘못됐는데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수습책은 이렇습니다. 이 방법 검토해주세요.” 홍 대리의 상황 보고는 일견 완벽해 보인다. 해당 실수를 충분히 인지하고 거기에 대해 고민해봤다는 태도다. 하지만 송 대리는 한 수 더 나아갔다. “저의 생각은 이런데 김 부장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언제든 부장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태도까지 더했다. 부장의 경험을 존중하고 자신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 부장은 화를 내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송 대리의 태도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식과 인맥을 동원해 송 대리의 기대에 부합하는 멋지고 능력 있는 상사가 되려 할 것이다. 일이 잘 해결됐을 때는 덕분에 살았다고 치켜세우는 것도 필수. “역시 부장님이에요, 덕분에 살았어요. 부장님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같은 말을 한다. 일부러 빚을 하나 진 것처럼 굴며 끈끈한 유대를 만든 셈이다.
시간과 장소를 가려라
혼나기 좋은 시간은 없지만 피해야 할 시간은 분명히 있다.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려는 아침 시간이나 이제 막 업무에서 벗어나리란 기대에 가득 찬 금요일 퇴근 시간은 나쁜 소식을 듣기에 가장 반갑지 않은 시간이다. 당신이 퇴근하려는데 상사가 잔업을 맡기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 보면 된다. 또 가능하다면 나쁜 상황을 상사 및 동료들이 함께하는 회의 시간에 말하지 말고 일대일의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말하도록 하자. 나쁜 상황은 공론화되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빠르게 해결점에 도달하는 것이 더 낫다. 또 상사가 바빠 보일 때도 손꼽히는 배드 타이밍이다.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업무를 덜어줘야 할 부하가 업무를 가중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혼날 때 기억해야 할 상사의 심리
마법의 단어 ‘역지사지’. 상사로 빙의해 어찌해야 괜찮아 보일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일단 누구 하나는 혼나야 끝
“예전에 함께 일했던 홍 대리는 부장이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하려고 하면 “그게 아니라요, 부장님. 사실은…”이라고 자꾸 말을 끊곤 했어요. 그의 시답잖은 변명을 듣는 동안 김 부장의 얼굴은 점점 더 안 좋아졌죠. 제발 그 입 좀 다물지….” 아까 그 송 대리
홍 대리는 질책을 받으면 진상을 해명하고픈 1차원적 충동을 자제 못하고 성급한 변명을 시작했다. 자기 딴에는 논리적인 변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제가 한 게 아닌데요… 그렇게 된 이유는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같은 변명들을 잘 곱씹어보면 ‘나는 혼날 이유가 없는데 당신이 부당하게 나를 혼내고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변명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죄송합니다’가 아닌 해명과 변명은 모두 ‘억울하다’에 초점이 맞을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홍 대리가 자신을 원망하는 것으로 느껴져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일단 부장이 화 내는 이유를 잘 듣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인정하고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하고 산뜻하게 사과하는 게 먼저다.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에게 2절을 꺼내기란 쉽지 않다. 정말 부장의 질책이 억울한 경우라도 일단 혼나는 게 결과적으로 편하다. 이미 발사된 화살은 어쨌든 쉬이 홍 대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찔러야 하는 것처럼 화가 난 사람의 말은 일단 들어줘야 풀린다. 해명을 시작할 타이밍은 그 화가 정점에 달한 순간이 아니라 한 번 누그러진 다음이다. 해명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대신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확인해보겠습니다” “제가 후배의 일도 챙겼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처럼 빠져나갈 부분은 만들어둔다.
우는 널 보면 속 터져
“여직원이 보고서를 미흡하게 작성해서 질책하는데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마치 제가 동생을 괴롭히는 못된 오빠처럼 느껴졌죠. 체면상 혼내는 걸 멈추긴 했는데 또 그럴까봐 다신 상대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경영지원팀 탁 과장
여성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가 혼날 때 우는 것이다. 억울해서든 자신이 불쌍하다고 느껴져서든 회사에서의 눈물은 언제나 부정적으로 연결된다. 눈물은 해당 이슈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명백한 증거다. 툭하면 눈물바람 해대는 사람을 어르고 달래가며 가르쳐줄 친절한 상사는 없다. 당장 혼나는 상황은 멈출 수 있을지 몰라도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울보’라는 꼬리표만 하나 더 얻게 된다. 명백한 마이너스다.
반응하지 않으면 할 때까지
“혼냈을 때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직원들이 제일 답답합니다. 지적 사항을 알아들었는지, 문제를 이해하고 시정할 수 있겠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알아들어?’라고 소리치면 내 성질만 더러워 보이죠.” 마케팅팀 고 부장
대부분의 부하들은 혼날 때 침묵한다. 그 지적에 공감하더라도 침묵하고 그 지적에 불만이 있어도 침묵한다. 눈을 내리깔고 발끝만 보고 있으면 상사는 당신이 알아들었는지 어떤지 몰라서 했던 말을 자꾸 반복하게 된다. 그만 혼나고 싶다면 알아들었다는 티를 내라. “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처럼 짧은 대답도 좋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가끔 고개를 들어 복종의 눈빛을 쏴준 후 고개를 강하게 떨궈 면목 없다는 뜻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적극적으로 상사의 말을 듣고 수용하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화를 돋우는 조잡한 변명
“위기를 모면하려고 대충 둘러대는 게 제 눈에는 보입니다. 지적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잘못된 기억에만 의존해서 변명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대충 일을 처리하려 하니 실수가 생기는 겁니다. 신경 써야 할 것은 변명이 아니라 수습인데 말이죠.” 전략기획팀 김 부장
혼날 때 변명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칫 당신도 감정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상태에서의 즉석 반론은 논리적으로 정리될 확률이 적다. 혼나면서 어설프게 항의하다가 논리적으로 털리면 아무리 나중에 정당한 사유를 다시 생각해낸다고 하더라도 또 한 번 질책당한 이슈를 꺼내야 한다. 어쨌든 당신 손해다. 마찬가지로 부장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다고 해도 되도록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다. 부장의 화가 풀어진 이후 잘 정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깔끔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면 빼먹지 말아야 할 키워드를 메모해서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상관없다. 정말로 하기 어려우면 문서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억울하거나 흥분한 톤을 숨길 수 있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해당 실수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스스로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보냄’ 버튼을 누르기 전에 심장이 쿵쾅쿵쾅 뛸 것이다. 보내고 난 뒤에도 괜히 수신 확인 버튼만 들여다보지 말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자.

뒤끝을 없애는 마인드 컨트롤
신나게 깨지고 난 뒤 빨리 렛잇고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인드 장착법.
네 위치를 자각하라
혹시 상사를 당신과 동급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내가 어쩌다 점심 시간에 늦게 들어오면 땡땡이친 거고, 상사가 늦게 들어오면 중요한 미팅 때문이다. 내가 일을 늦게 처리하면 능력이 없는 거고, 상사가 늦게 처리하면 심사숙고하는 것이 된다.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안 된다니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라고 입이 튀어나온 당신. 수평적으로 비교하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조직은 남자들의 군대와 같다. 군대에서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소리 내 웃으려면 상병 계급을 달아야 한다. 일병 때는 아무리 웃겨도 입꼬리만 살짝 올릴 수 있을 뿐이다. 회사도 사실 마찬가지다.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보이지 않는 룰이 있다. 게다가 나의 미래가 달린 인사 권한을 가진 상사를 동급으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착각이다.
표정을 숨겨라
여성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혼나고 난 뒤 얼굴에 ‘나 방금 깨졌음. 기분 엄청 나쁨’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이다. 누구도 당신이 혼났다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당신의 표정을 보고 “힘내라” 같은 말을 한다면 표정 관리가 안 된 것이다. 업무상 혼나고 난 후엔 오히려 맑게 갠 표정을 하고 목소리도 한 톤 더 높여 ‘일할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야 한다. 혼난 이유를 빨리 잊으라거나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나아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태도를 표현하라는 것이다. 카톡 프로필에 ‘술 땡기는 날, 술 사줄 사람?’ ‘삶의 질이 낮습니다’ 같은 애매모호한 글을 써놓는다거나 프로필 사진을 지워버리는 것도 쓸데없이 오해를 사는 짓이다. 그냥… SNS를 하지 마라.
실수 노트를 적는다
학창 시절 시험이 끝난 후 오답 노트를 작성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문제를 틀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몰라서 틀린 것과 실수해서 틀리는 것이다. 몰라서 틀렸다면 오답 노트에 해답을 적어두고, 실수해서 틀렸다면 어느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체크해둔다. 이처럼 오답 노트는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문서화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다. 바둑의 고수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승부를 복기하며 자신이 잘 두었던 점이나 미처 보지 못하고 모자랐던 점을 거꾸로 되짚어본다. 실수로부터 배우려면 리마인드와 리뷰의 과정이 필수라는 뜻이다. 이 과정을 직장생활에 그대로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상사의 화가 풀렸더라도 업무상 잘못으로 야단을 맞았다면 “잘못했습니다”만으로 끝나면 안 된다. 반드시 무엇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메모하여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 틀리지 않는다. 상사는 같은 사안으로 반복해서 혼을 낼 때 가장 짜증 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건 능력이 없거나 불성실해서다. 회사는 두 종류의 사람 모두를 싫어한다.
혼난 것과 일은 별개
지적과 충고는 가장 필요한 사람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충고가 괴로운 것은 자신이 정당하다거나 충고에 타당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밥을 먹는데 상사가 젓가락질을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고 해서 젓가락을 놔버린다면 충고를 명백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혼나고 나면 일에 대한 집중과 애정을 잃는다. 감정과 일을 분리 못해 벌어진 손해다. 혼난 건 혼난 거고 열심히 젓가락을 움직여 밥은 계속 먹는 것이 프로의 태도다. 당신이 꼴 보기 싫은 게 아니라 일을 더 빨리 풀어가기 위한 조언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자. 마찬가지로 ‘야단과 야단 치는 사람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혼나는 걸 좋아할 순 없지만 혼내는 사람을 싫어할 이유도 없다. 따지고 보면 야단도 일종의 애정이다. 애정이 없는 상대에 대한 처방은 야단이 아니라 무관심이니까 말이다.
사과하고, 화해한다
혼나고 난 뒤 상사와의 회식자리나 단둘이 식사자리를 갖게 됐을 때를 노려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사과한다. 일단 질책 받게 된 것은 이유야 어찌 됐든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마인드를 보여준다. 심리적으로 사과를 받은 상대는 ‘내가 너무 심했나’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지난 일의 전말을 설명하라. “그래, 그럴 수도 있었겠네”라는 말이 나온다. 이제 서로에게 뒤끝은 없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또 혼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어떻게 혼났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잘 혼나고 있을까?
1 동정심을 유발하라 유병재
겉과 속이 다른 연예인들을 보필하는 극한 직업에 시달리는 유병재는 마치 변덕쟁이 상사를 모시고 오늘도 가자미 눈이 되도록 눈치 보는 우리와 일견 겹치는 면이 있다. 시종일관 자신 없는 표정과 주저하는 말투를 보면 왠지 괴롭히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날 괴롭히는 상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퍼뜩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그는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라는 질문에 “만만해서요”라고 직언할 수 있는 남자다. 그리고 막말에 대한 수습 능력도 수준급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표정으로 힐끗힐끗 눈치를 보는 표정은 흡사 똥 싼 강아지 혼낼 때 기분이 들게 한다. 귀여워서 봐준다. 꼬리를 내리려면 이 정도는 내려야 한다. 물론 그는 뒤돌아서서 시뻘개진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 지를 거다. 아아아아아아아!
2 등 떠밀려 사과하면 표가 난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과를 하려면 진심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 안 하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비행기를 별거 아닌 이유로 회항시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유례없는 언론의 뭇매를 얻어맞으며 결국 공식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나 있을 때는 바짝 엎드리는 게 상책이라는 조언을 따랐지만 머리와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언짢은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 공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발단이 된 마카다미아 서비스는 승무원들의 명백한 매뉴얼 위반이라며 억울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계속 사건의 책임을 승무원에게 돌리자 답답한 부장판사가 “‘왜 여기 앉아 있나’ 그런 생각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3 변명 없이 사과 <무한도전>
멤버 길과 노홍철의 음주운전 적발은 프로그램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대형 악재였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멤버의 자진 하차를 통해 그저 대중이 잊어주기만을 바랐던 것과 달리 <무한도전>은 정중히 사과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깨끗하게 사과하고 시청자의 처분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변명 없는 멤버들의 정직한 사과에 들끓던 여론은 어느새 잠잠해졌다. 오히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녀석’처럼 되어선 안 된다며 멤버들의 정신 상태를 점검하는 몰래카메라를 찍는 살신성인의 유머로 보답했다. <무한도전>다운 사과이자 시청자와의 화해의 제스처다. <무한도전>은 위기를 극복하고 ‘토토가’를 통해 39%라는 경이적인 예능 시청률을 기록했다. 위기 관리 능력이 곧 새로운 기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4 눈물과 말대답 <진짜사나이> 맹승지
군대와 회사는 비슷한 성질의 공간이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개인의 사정이 통하지 않는다. 결과를 주문하면 그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해내지 못하면 할 때까지 까이고 또 까인다. 맹승지는 <진짜사나이:여군 특집>에서 팔굽혀펴기를 시키는 훈육관을 향해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며 “여자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란 말입니다”라고 콧물을 흘리며 항변해 뭇 남성들의 발암을 유도했다. 사실 동료들도 팔굽혀펴기를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지으며 변명하는 사람에게 훈육관의 반응은 싸늘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못한다고 해버리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냥 배를 깔고 누워 있기만 했더라도 그 입만 다물었다면 이렇게까지 욕을 먹진 않았을 거다.
내가 들어본 최악의 변명
당황해서, 급한 김에, 아무렇게나 튀어나온 게 분명한,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됐을 최악의 변명!
<싱글즈> 홈페이지에서 2월 4~14일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네 탓이야!
너도 그런 적 있잖아 ID gpwls0147
“어쩔 수 없었다니까 왜 이렇게 속 좁게 굴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ID pocuru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내 탓일 때. 엄마랑 같이 외출하는데 물건 하나를 빠뜨리고 나오더니 “꼭 너랑 나오면 뭔가를 빠뜨리게 되더라. 네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봐”. 어머니, 주어가 하나 바뀐 것 같지 않으세요? ID heragodness
●배신자여
중학교 때 친구가 내 답안지를 똑같이 베껴 쓰다가 걸렸을 때, 오히려 내가 커닝한 거라고 일러 바쳤다. 친구가 변명하길 네가 나보다 모범생이니까 나보다는 덜 혼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둘러댔다고. 너는 나보다 맷집이 좋아 보이는구나? 오늘 좀 맞자꾸나. ID won301
●너 따위에게 변명의 필요성을 못 느낌
기르던 햄스터가 도망쳐서 못 만나. ID salwk2453
잠수 타야 돼서 못 만나. ID 1ore1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한다
동료가 기본적인 맞춤법을 틀렸는데 “아, 제가 영문과를 나와서”라고 둘러댔다. 고개를 끄덕거린 내가 더 부끄러움. ID dudhkd5
같이 학원 다니는 언니가 매일 지각해서 선생님이 지각 이유를 묻자, “엄마가 차비를 안 줘서요”라고 대답했다. 20대 중반인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잖아…. ID sketch07
●TV가 이렇게 위험한 겁니다
남자친구가 갑자기 잠수를 탔다가 나타났다. 그는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었단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 때문에 잠수를 탔다고 말했다. 자, 이제 너도 내 드라마에서 임성한 작가식 죽음으로 하차할 때가 됐구나. ID clamp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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