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사생활 4 - Coffee Making, Cook
요즘 우리의 연적은 더 예쁜 여자가 아니다. 데이트 한번 하려면 축구, 캠핑, 낚시, 게임… 남자의 취미와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재미있나 아랫입술이 삐죽삐죽 나오기도 하지만 취미를 가지고 즐겁게 인생을 사는 남자는 참으로 섹시하다. 원래도 멋있는데 건강한 취미가 있어 더욱 빛나는 남자들을 만났다.
BY | 2016.02.29커피 만드는 남자
대중목욕탕과 청국장을 좋아한다. 양약보다 한약을 신뢰한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인 프랑스 남자 파비앙. 향긋하고 고소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새삼 그가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이 아닌 파리에 살았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Coffee Making 한국에서 파비앙은 집 근처 단골 카페를 만들었다. 그에게 커피 맛을 처음 알려준 곳이기도 하다. 커피를 맛있게 마시다 보니,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주인장은 선뜻 커피 머신이 있는 자리를 양보했고 덕분에 아메리카노, 라테, 카푸치노 등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그는 흡연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뿌연 연기를 내뿜으면서도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 그건 커피를 만드는 파비앙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커피를 배웠으니,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다는 평범한 공식은 사양한다. 파비앙은 매사 모두 그렇다. 예상 가능하거나 계획적이지 않다. 즉흥적이고 자유롭다. 그의 말마따나 ‘필’대로 움직인다. 여행차 왔던 한국에 한 달, 두 달, 그러나 6년째 정착하게 된 것처럼. 이것이 스물여덟 파리 청년 '파비앙스러움’이다.

커피를 만들게 된 계기
한국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맛봤다. 그게 믹스 커피다. ‘왜 이렇게 맛있지?’ 하며 그것만 고집했다. 그즈음 드라마 <커피 프린스>를 방송하고 있었다. 그때 카페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집 근처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과 친해지면서 커피 만드는 걸 배우게 됐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했는데, 내가 당장 카페를 낼 것도 아니니 일단은 취미로 해보고 싶었다.
가장 맛있게 만드는 커피
모든 종류 커피는 웬만큼 맛있는 것 같다. 최근에 개발한 메뉴가 있다. 아이스 바나나 라테. 흰 우유 대신 바나나 우유를 넣는 거다. 그걸 만들어서 트위터에 올렸는데 반응이 엄청났다. 카페 사장님이 그 레시피를 메뉴에 넣었다.
한국에 살면서 실망했던 것과 기대 이상이었던 것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모두 태권도도 잘하고, 잘 알 줄 알았다. 막상 와보니, 도장도 별로 없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물론 한국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와서 1단이기는 하지만(웃음). 음식은 입맛에 정말 잘 맞았다. 음식이 매워서 사람들은 내가 일주일 안에 프랑스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더라.
커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취미가 많다.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나
1순위는 일이고, 2순위가 운동이다. 사실 인생은 일과 연애가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동시에 못한다. 연애하면 여자친구한테 너무 푹 빠져버린다. 한국인 여자친구와 오래 연애했었다. 그 친구가 쉬는 날인데 촬영이 있으면 아프다고 ‘뻥치고’ 데이트하러 갔었다. 지금은 일해야 하니까… 내가 2년 동안 연애를 못하고 있는 이유다.
연애할 때 프랑스 여자와 한국 여자의 차이점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한국 여자는 많이 챙겨줘야 한다. 연락도 자주 해야 하고,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 여자는 거리 두는 걸 좋아한다.
이상형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들은 성격, 외모 모두 다 제각각이었다. 키 작은 애도 있고, 큰 애도 있고. 난 ‘필’이 중요한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좋은 느낌이 오는 사람이 있다. 한 시간 정도면 결정된다.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
이 정도 생겼으면 되는 거 아닌가~(웃음). 농담이고. 상대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여자한테 성격도 취향도 맞춰주고, 사귀더라도 결국 본래 성격이 나오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잘 맞지 않으면 그냥 인연이 아니구나 한다.
지금 사는 곳이 홍대 근처다
처음 홈스테이했던 곳이 연남동인데 동네가 좋았다. 예전에 한 번 상봉동에서 산 적이 있는데 홍대랑 너무 멀어서 슬펐다. 1년 동안 고생하다가 다시 홍대로 넘어왔다. 전시나 길거리 공연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파리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지금도 한국어 공부를 하나
물론이다.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마다 메모한다. 하루 2~3개씩은 꼭 있다. 얼마 전에 TV를 사서 부쩍 많이 보고 있는데 다 자막이 나와서 모르는 단어를 빨리 찾아볼 수 있다. 평소에는 모르고 있다가 한동안 안 만났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면 한국어 늘었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함께 하고 싶은 취미
여행 가고 싶다. 가서 함께 새로운 걸 발견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다. 작년에 친구와 함께 네팔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다. 패키지 여행 같은 것보다 자유 배낭 여행이 좋다. 너무 계획적인 것보다는 그 나라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고 무작정 떠나는 걸 좋아한다.
파스타 먹고 갈래요?
셔츠를 걷어올린 팔로 프라이팬을 능숙하게 돌리는 남자는 드라마 속에만 있는 줄 알았다. 요리가 좋아 퇴근 후에 모인 남자들. ‘마스터 셰프’ 동호회에 갔더니 그들이 있었다.
Cook <마스터 셰프>. 한 요리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제목이기도 하지만, CJ 사내 요리 동호회의 이름이기도 하다. 요리 채널에 등장한 셰프들처럼, 투박하고 큰 손으로 식재료를 다루는 모습이 귀엽다. 엄청난 속도로 마늘을 썰고, 능숙한 솜씨로 지글지글 스테이크를 구워내고, 새끼손가락 끝으로 소스의 맛을 감지하며 고르곤졸라 소스를 졸여나간다. 그들의 익숙한 몸짓이 끝날 무렵, 고르곤졸라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가 완성됐다. 군침이 도는 순간, 그들이 궁금해졌다.

CJ E&M의 요리하는 남자들. (왼쪽부터)조보현(음악 퍼블리싱팀), 김정훈(디지털 뮤직사업팀), 김현우(영화사업팀), 우람(영화 투자기획팀).
요리의 매력은
김정훈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가장 창의적인 걸 만들 수 있는 취미니까. 단순한 식재료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만들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계발할 수 있어 좋다.
우람 30년 가까이 완성된 요리만 먹고 살았다. 그렇게 살다가 최근에 동호회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마치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언어를 배우는 느낌이다. 아프리카 어느 마을의 언어를 배우듯이, 나에겐 요리가 전혀 새로운 언어이자 세계다. 아직은 ‘ㄱ, ㄴ, ㄷ’ 정도 뗐다.
조보현 미국 유학 시절, 근처에 한국식당이 없어서 필요에 의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불러 대접을 하면서 요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김현우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크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좋다.
여자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요리
김정훈 최고의 일식 요리사는 손님의 컨디션, 그날의 기분에 맞춰 음식을 내오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여자친구에게 많은 요리를 해주는 편인데, 상대방의 기분과 그날 당기는 것에 맞춰서 음식을 해주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김현우 호주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처음엔 요리를 전혀 못했다. 살기 위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해주다 보니 흥미와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게 됐다. 그 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메뉴가 있는데 내 영어 이름을 넣은 ‘Justin’s Springs Chicken’. 닭고기 안에 베이컨과 치즈를 넣고 오븐에 굽는 요리인데,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해주는 요리다.
조보현 상대방이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파스타를 좋아해서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많이 해준다.
우람 거창한 메뉴는 아니고 떡볶이. 물을 많이 넣고 하는 국물 떡볶이가 나만의 레시피다. 당면도 넣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재료를 같이 넣어 국물 떡볶이를 만들어 준다.

요리 외의 취미는
김정훈 격투기, 그리고 서핑. 서해 만리포에서 주로 타는데 1박 2일 일정일 땐 양양 쪽으로 간다.
우람 영화를 본다. 일주일에 5편 정도, 박스오피스 5위 안에 있는 영화는 다 본다. 과거의 고전, 명작은 꾸준히 찾아 보는 편이다.
조보현 집 건물의 옥상을 쓸 수가 있는데, 그 공간에서 화분을 키워보려고 한다. 로즈메리, 바질과 같은 허브는 마트에서 사면 비싸기도 하고 금방 시드는 단점이 있는데, 화분을 사서 직접 심으면 요리 재료로도 쓸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김현우 영화사업팀에 있다보니 주중에는 우리 회사 영화를 보고 주말에는 경쟁작들, 혹은 인디 영화들을 두루 챙겨 본다. 또 다른 취미는 바텐딩. 1년 넘게 배웠고 얼마 전에 국가 자격증도 땄다. 나중엔 나만의 레스토랑을 갖고 싶다.
일상에서 요리 동호회가 주는 의미
김정훈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쁜 생활을 하다, 저녁에 음식을 앞에 두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좋다. 스포츠처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른 동호회와 비교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만들어도 되니 부담이 없다.
김현우 일상생활에서 잠깐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시간이다. 평일에는 온종일 회사에만 있다보니 일밖에 없다. 그게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
조보현 보통 요리 클래스에 오면 2인 1조로 요리를 한다. 매번 새로운 파트너와 요리를 하는데, 회사 다른 팀 사람들과 자연스레 친해지고 교류할 수 있어 좋다. 그래서 요리 클래스가 있는 날은 꽤 기다려진다. 그 자체로 활력이다.
우람 평일에는 일 중심으로 살다보니 이렇게 저녁 시간에 클래스를 하면 숨통이 트인다. 회사 사람들이니 어려울 수도 있는데, 여기에서 볼 때만큼은 인간 대 인간으로, 수평적으로 만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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