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만드는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 캠퍼스 계곡이 형체를 드러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에 의해 설계된 거대한 프로젝트는 건물뿐 아니라, 랜드스케이프 자체를 바꿔놓았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설계자, 땅을 재단하는 건축가, 풍경을 만드는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를 건축가 문훈이 파리 현지에서 만났다.
BY | 2016.03.09
대학 캠퍼스는 많은 점에서 열려 있다. 건축면에서도 그러하다. 서울 시내에서 대학 캠퍼스만큼 녹지가 확보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기능과 형태미를 갖춘 콘셉추얼한 건축을 좀더 용이하게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건축가들이 탐을 낸다.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한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는 건축가들뿐 아니라,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화제였다. 대학 캠퍼스를 찾을 일이 없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회자됐던 이 건축물은 국제 초청 현상 공모에 당선된 것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것. 지하 6층의 거대한 캠퍼스 계곡을 만들겠다는 다소 전위적인 프로젝트가 과연 어떻게 현실화될까 궁금했던 차, 지난 5월 이화여대 캠퍼스를 찾아 눈으로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ECC가 들어서면서 캠퍼스 모습은 정문 입구부터 완전히 변했다. 언덕이 있는 지형을 활용해 가운데에 계곡을 판 것 같은 거대 통로를 만들고 양쪽에 건물을 집어넣은 기이한 형태. 거대한 땅이 반으로 쪼개져 만들어진 계곡 형상은 모세가 갈라놓은 홍해를 연상시킨다. 땅 아래에 건물이 지어져 지하 6층이지만 지하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건물 옥상에는 자연스러운 경사로를 만들어 학교 내부와 이화여대 정문을 자연스레 연결시켰다. 깊고 긴 그리고 넓은 계곡을 걷는 경험은 꽤 상쾌했다. 계단을 다 섭렵한 후에 뒤를 돌아보자 이대 앞의 풍경이 계곡 윤곽을 프레임으로 하여 보다 화려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왔다.
건축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에게 도미니크 페로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건축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던 시절, 파리를 상징하는 거대한 국립도서관의 설계자로 무명의 젊은 건축가가 임명되었고 그것은 건축계에서는 일대의 사건이라 할 만했다. 당시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가 바로 도미니크 페로였다. 페로가 설계한 네 권의 책 모양의 건물 안에 단순한 형태의 거대한 중정을 가진 국립도서관은 파리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되었다. 전체 도서관은 자연의 공간을 둘러싸고 그것과 관계를 맺으면서 구성되었다. 장벽이나 경계를 갖지 않으면서 도시와 직접 만나는 도서관은 도시계획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새로운 파리를 건설하기 위한 ‘씨앗’ 역할을 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준공식에 페로와 함께 선 미테랑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페로의 디자인은 대칭 속에서 명료하며 그 선들은 절제되어 있고 그 속의 공간들은 참으로 기능적이다. 마치 침묵과 평화의 요구처럼 이 건축은 지면 속으로 파고들었으며 네 개의 타워는 도시의 심장부인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땅과 하늘 사이에 탄생한 도서관의 산책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현대 도시의 새로운 거처인 넓은 공공 공간에서 우리는 만나고 섞이게 되었습니다.”
EU 대법원 청사, 독일 베를린올림픽 자전거 수영장, 스페인 바달로나 축구장 등을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는 이화여대 캠퍼스에 이어 여수문화예술공원 설계자로 결정됐다.
서울, 아니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를 바꿔놓을 그의 포부를 듣고자, 파리 현지 도미니크 페로의 건축사무소(DPA)를 찾았다.
문 사무실이 너무 좋은데요.
페로 고마워요.(웃음)
문 저는 당신이 BNF(Bibliotheque de France)에 당선되었을 때부터 당신을 알고 있었어요.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당신은 많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죠. 젊은 나이에 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해냈으니 말이죠. 프랑스의 국립도서관, 펼쳐진 네 권의 책 모양인 건물은 단지 네 동의 건물이 아닙니다. 그 이상을 의미하지요.
페로 국립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산책을 할 수 있는 자연의 일부를 되살린 곳이기도 하죠. 만인의 공간이면서 하나의 건축물이고, 내부에는 자연이 들어와 있고, 그 전체는 다시 또 하나의 건축물에 의해 둘러싸이고. 그렇다고 그것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와 연결되어 있죠.
이화여대 프로젝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넓은 캠퍼스 내의 산책로는 모두의 공간이고, 건물 옥상에는 자연이, 건물 외벽의 디자인을 통해 건축의 개념이 나타납니다. 만인의 공간, 자연, 건축이라는 이 세 가지 측면은 내 건축에 있어서 항상 연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나에게 흥미로운 것은 건물을 건축하는 것보다 공간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내 역할은 건축이나 재료 그 자체보다 풍경에 더 중요성을 두고 있어요.
오스트리아에 지은 작은 M-Pres 슈퍼마켓에도 동물원의 우리처럼 약간의 자연을 끌어들였습니다. 사람들은 주차장이라든가 포장된 상품으로 가득한 인위적인 분위기의 슈퍼마켓에서 벗어나 일종의 정원처럼 조성된 곳 주위를 쇼핑하는 거죠. 이런 천연적인 자연의 요소는 우리가 무미건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나는 규정된 질서라는 권위적인 상태를 넘어설 때 굉장한 자유를 느낍니다.
오늘날 건축은 구조화되어 있어요. 건축가들은 건축에만 관심이 있지만 저는 조경, 풍경과 자연의 새로운 개념의 창조에 관심이 있어요. 만약 풍경이 빌딩이었다고 생각을 해본다면 나는 도로, 집, 정원, 산을 건설해놓은 빌딩을 짓는 것이지요. 우리가 살고 머무르고 잠을 자는 빌딩으로요.
문 건축할 대지에 처음 갔을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페로 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 대지를 먼저 방문하지 않습니다. 먼저 콘셉트를 구상하고, 그 이후에 대지에 가죠. 대지에 도착하게 되면, 그곳에 가기 이전에 생각했던 콘셉트들과 대지 간의 ‘대화’가 시작되죠. 저는 그렇게 작업을 시작합니다.
문 이화여대의 경우는 어땠었나요?
페로 이화여대의 경우도 같았어요. 이미 그곳에는 많은 건물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화여대를 방문했을 때, 저의 생각이 딱 맞아떨어졌다고 느꼈죠.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대지에 맞추어 발전시키게 되었어요. 단지 캠퍼스 내에 몇 개의 건물을 짓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캠퍼스 내에 공원을 만들어 나무가 있는 자연이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건축물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매우 도시계획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지하에서 대학 입구에 이르는 길이 대학 내부로 연장되니까요. 기존 운동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그 아래쪽에서 학생과 일반인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았는데, 이 공간은 캠퍼스와 사회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접점 역할을 합니다. 건축은 사라지지만, 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도시가 대학 내부로 연장되는 프로젝트인 것이죠.
문 이화여대의 초안에는 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들이 없어졌어요.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페로 다리를 빼게 된 이유는 학생들의 자살 방지를 위한 것이었어요.
문 아, 그렇군요. 저도 그런 이유로 다리를 빼지 않았을까 생각했었습니다. 또한 초안에 비해 조경 쪽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페로 저는 초안이 꼭 바뀌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처음 시작할 때의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지켜나갈 뿐이죠. 그 어느 건축가도 초안과 같은 건축물을 갖진 못하죠. 루이 14세의 시기를 제외하곤 말이죠.
문 당신은 건축물을 지을 때 특히 메시나 스크린을 많이 사용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페로 그 재료들은 국립도서관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재료들이에요. 천장이나 벽 등 인테리어 디자인에 많이 사용했죠. 건축가들은 일반적으로 재료를 있는 그대로 사용합니다. 재료의 잠재성을 이용하지 않지요. 우리가 디자인한 패브릭, 메시는 다른 건축가들이 대부분 거부하는 재료였죠. 하지만 메시와 같은 재료는 노력에 응답을 해줍니다. 예를 들면 자연광을 필터링해주는 것과 같은 것이죠. 실내에서는 필터링의 용도로 많이 사용했고, 베를린과 마드리드에서 작업하며 건물 외부에도 사용하게 되었어요. 보호의 목적으로 말이죠.
또한 저는 재료로 유리를 자주 사용합니다. 건축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벽을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벽이 시멘트로 만들어지고 외부와 내부 사이에 분절을 만들어낸다면, 대신 유리는 이 두 차원에서 광대하고 기분 좋은 관계를 설립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투명하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개방된 건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문 당신은 건물을 메시로 덮어 명확한 형태를 흐리게 만드는 방법을 즐겨 사용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페로 나는 건물을 사람의 몸으로 보고, 우리가 그 건물에 옷을 입힌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큰 메탈릭 소재의 천으로 말이죠.
문 ECC(이화여대 캠퍼스) 건물은 모든 곳이 지하공간입니다. 벽 속에 감춰진 특이한 모양인데, 땅속으로 건축물을 묻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뭔가요. 혹시 당신의 건축물을 사라지게 하고 싶은 건가요? 하하.
페로 경치를 만들어가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죠. 건물들을 세워가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했어요. 건축을 뛰어넘는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에요.
문 그렇다면 건물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요?
페로 아니죠. 하지만 그 대신 풍경을 볼 수 있잖아요. 자연을 말이죠. 자연은 건축보다 한 수 위예요.
‘어떻게’ 보다 ‘왜’가 중요하다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난 높은 천장과 차갑고 정교한 메탈 계단과 노출 콘크리트 바닥 등 미니멀하고, 군더더기 없으면서 비어 있는 공간들은 페로를 닮은 듯했다.
7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그의 사무실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직원들이 불편해한다고 직원들이 있는 곳에선 사진 촬영도 조심스러워했다. 직원들을 배려하는 DPA의 대표, 도미니크 페로. 그에게 왜 건축가가 되었냐고 물었다.
문 본질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할게요. 당신은 왜 건축가가 되었나요?
페로 사실 나는 건축가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의 꿈은 예술가였습니다. 제 가족은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건축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었어요. 열네 살인가 열다섯 살 때 프랑스문화혁명이 일어났을 때 문화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기술적 세계 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죠. 10년 동안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집안에서는 과학 분야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건축가가 엔지니어와 화가의 타협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건축은 한 편으로는 예술이면서 한 편으로는 과학이니까요.
문 건물을 지으면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페로 건축을 하며 가장 흥분되는 때라면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할 때입니다. 건축가라는 말이 너무 한정적인 단어로 들리는데 건축가는 기획자(Project Man)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계발하고, 또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을 즐기죠. 오늘은 건축이라는 영역에 있지만 내일은 또 모르는 일입니다.
문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과정은 어떤 때인가요?
페로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번째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떤 프로젝트는 30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죠. 하지만 첫 번째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그 시기만 지나면 나머지는 수월한 편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아이디어가 따라오니까요. 하지만 내게 프로젝트는 결코 완성되지 않은, 완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건축가가 제안하는 프로젝트에서 건축가는 다른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언제나 외부의 개입을 유효한 상태로 놓아두어야 합니다. 건축은 열려 있는 상태여야 하고, 새롭게 변화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는 개념의 과정입니다. 서서히 발전해나가고, 수정하고 적응시켜가고 그것을 변형시켜가죠. 이런 과정은 놀랄 만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학, 경제학을 포함하고 또한 실용성에 관한 의문과 경험, 그리고 미학 역시 포함합니다.
러시아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 동시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 건축가에게도 그렇습니다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만, 건축은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문 건축주와의 관계는 어떠합니까, 건축주와의 관계에 따라 시너지 효과도 생기곤 하는지요?
페로 먼저 알아야 할 점은 건축이란 ‘과정’이죠. 다시 말하자면 콘셉트의 과정이 있고, 디자인하는 과정이 있죠. 마지막으로 건물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있고요. 이런 세 가지 단계에 단계별로 각각의 파트너가 있게 되죠. 콘셉트의 파트너, 디자인의 파트너, 또 건축의 파트너. 그 파트너들이 나의 편 혹은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페셔널하게 말이죠.
문 공사현장을 자주 가는 편인가요? 공사현장에 다녀온 후에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첨가하거나 빼기도 하겠죠?
페로 공사현장에는 자주 들르는 편이에요. 하지만 공사현장에서는 나의 설계대로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뿐, 변화를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설계안과 다르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 더 크죠. 다른 의도는 없어요.
문 당신은 건축학교뿐 아니라 국립고등학회 과학연구원에서 역사를 공부했는데, 어떤 생각에서 역사 공부를 하셨나요. 역사와 건축과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페로 건축이라는 것은 외따로 떨어진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를 항상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 건물이 주변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관심을 갖는 것이 건축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떻게 건축물을 만드는가보다 왜 도시나 건축물을 만드는가에 더 흥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좀더 집단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왜 20세기에 이런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공통 집단이나 민족의식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해서 흥미를 갖고 있었죠. 국립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는 18세기 수도원에 관해 연구했는데, 국립 도서관은 18세기와 19세기의 충돌을 고려해 만들었습니다. 18세기 수도원의 고요함을 갖춘, 도시로부터 폐쇄된 공간인 동시에 도서관의 역할인 정보의 발신지이자 교류가 일어나는 곳인데, 이는 19세기적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건물이 아니라 장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모두 건물로 보고 있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시간이 ‘장’을 만들고 있으니. 제가 맞는 도서관에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것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예전에 당신의 디자인은 굉장히 미니멀했는데, 요즘은 더 화려해졌습니다.
페로 글쎄요. 그것은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 같지 않은걸요. 비평가들이 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금속 패브릭 같은 새로운 재료를 쓴다고 해도 여전히 건축이란 주변 풍경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겁니다. 더 이상 ‘건물’을 짓고 싶진 않아요. 저의 최종적인 구상은 ‘풍경’을 건축하는 데 있습니다.
문 건축이 이미지일 수도 있을까요? 대부분의 경우 직접 보게 되는 게 아니라 사진으로 보게 되잖아요?
페로 건축은 이미지라고 할 수 없죠. 장소이고, 공간이고, 사물이죠. 우리가 사진의 이미지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사진 이미지보다는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더 건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움직임도 있고, 이동하기도 하고 말이죠. 제게 건축은 이미지는 아닙니다.
문 당신은 스페인, 러시아,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할 때에는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페로 나의 작업은 늘 ‘나’에서 시작합니다. 내가 프랑스에 있건, 한국 혹은 다른 나라에 있더라도 모든 작업의 시작은 ‘나’인 거죠. 나라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게 되는 것 이라 생각해요. 시작은 모두 같죠.
문 서울에 여러 번 방문했는데 서울의 건축물들을 보고 어떤 것을 느꼈습니까.
페로 서울에는 굉장히 다양한 현대건축물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건물들을 건물로만 생각하고 하나하나 지었다고 한다면 요즘은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유기적으로 조성되어 나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존의 건물들과 새로 짓게 되는 건물들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조화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까요. 하지만 아직도 놓치고 있는 게 있지요. 서울은 한복판에 큰 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건 큰 재산이고 보물입니다. 서울에서 강은 항상 횡단의 대상일 뿐, 강변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가를 따라 주변을 정비하고, 강을 잘 이용해야겠죠. 그리고 서울의 길은 너무 넓어요. 서울의 대로 한가운데에 바르셀로나처럼 대형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들은 생각해볼 만한 일이죠. 도시를 건설하되, 서울 시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빈 공간을 많이 남겨두자는 것이죠. 자연 공간을 살려두면서 말이에요.
도미니크 페로는 인터뷰 내내 생태적인 건축, 하나의 건물로 존재하는 건축물이 아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조화를 이루는 건축의 중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단호하고 짧은 몇 가지 답변들에서는 강한 추진력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건축가 중의 한 명인 그는 다행히 서울의 비전을 어둡게 보지 않는 듯했다. 그는 도시에 무엇을 지을까보다 왜 짓는가, 도시가 어떤 비전을 갖는 게 중요한가 일깨워주었다. 건축에 대한 비전을 세우는 것은 건축가이지만, 도시에 대한 비전을 세우는 것은 결국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축가를 포함한 모두의 몫이다. 페로를 만나고 돌아온 서울 거리를 걸으며 건물이 아닌, 서울의 나무와 하늘, 그리고 빌딩들을 담고 있는 더 큰 숲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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