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만나기가 무섭다!] 낯선 남자가 두려운 20대 여자들
여자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이상한 남자가 판치는 세상에 아무나 만날 수 없다. 까닭 있는 20대 여자들의 연애 공포증.
BY | 2016.03.15
여성의 성 상품화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여성을 은근히 혐오하고, 깔아뭉개는 콘텐츠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탄생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여성 혐오’ 콘텐츠는 먹힌다. 한 햄버거 광고에서는 “자기야~ 나 기분 전환할 겸 백 하나만 사줘^^” “음… 그럼 내 기분은?”라는 문구를 넣어 ‘명품백을 좋아하는 여자=된장녀=남자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한 예능 프로그램은 여자 연예인들을 군대로 보내 ‘화생방 훈련’으로 눈물, 콧물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군대 문화는 남자들이 여자를 약자 혹은 무지한 사람으로 규정짓기 가장 좋은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무섭다. 운전 못하는 여자는 ‘김여사’, 값비싼 명품을 즐기며 애인이나 가족에게 금전적으로 의존하는 여자는 ‘개똥녀’가 된다. 20대 여자는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남자에게 “파스타 좋아한다”는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다. 명품백을 들고 다닐 수도 없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덫과 같은 프레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함부로 남자와 사귈 수도 없다. 오늘은 나에게 사랑한다고 달콤하게 말하던 남자가 내일은 어떤 얼굴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남자는 나를 해칠 수도 있고, 내 은밀한 부위를 몰래 찍어 인터넷으로 퍼뜨릴 수도 있다. 어쩌면 뒤틀리고 왜곡된 방식으로 세상을 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남자는 여자가 사랑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언제든지 나를 비난하고, 내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큰 탈 없이 ‘안전이별’을 하는 건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돼 버렸다. 나와 즐겁게 데이트한 이 남자의 진짜 얼굴이 어떤 모습일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래서 20대 여자들에게 연애는 두렵다.
A 데이트 폭력범을 아세요?
사랑한다면서 왜 겁을 주지?
나를 사랑하는데,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일 뿐이라고? 단언컨대 그건 사랑이 아니다.
Episode 1 여행지에서 본 그의 본색
평소 자상하고 착했던 전 남친 K. 사소한 말다툼은 있었지만 애정 표현에 인색하지 않았다.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을 의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기념일에 함께 여행 가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언쟁을 벌이다 그가 씩씩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빵빵거리는 차에 대고 욕설을 해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본 터라 난 위축됐고, 덩달아 흥분도 됐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며 “나, 너 이러는 거 적응 안 되고, 무섭다”고 하자, 그는 벽을 치며 마시고 있던 맥주병을 깼다. 난 너무 놀라 그를 말렸다. 그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너 없으면 안 돼!”라며 나를 붙잡았다. 일단 그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상황을 모면했다. 그러나 충격이 너무 컸던 나는 그때 이미 헤어지려고 마음먹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조금씩 연락을 피하며 거리를 두자 눈치챈 K는 수면제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급하게 연락을 받은 나는 병원에서 그의 생사를 확인한 후 안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서운 마음이 커졌다. 그가 퇴원하기 전에 난 연락처를 바꾸고 서둘러 원룸을 옮겼다. 고경아(가명·27세)
Episode 2 돌아보니 난 성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처음 사귄 남자였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사귄 남자. 회사를 다니던 J는 자신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섹스로 위로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매사에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그를 매번 받아들이기엔 난 너무 지쳤다. 그가 섹스를 원할 때 내가 안 내켜 하면 다짜고짜 손을 잡고 모텔로 데리고 갔다. 강제로 옷을 벗기고, 오럴을 강요했다. 내 머리를 짓누르며 무릎 꿇게 만들어 역겨운 상황을 연출했다. 그때는 나 좋다는 사람을 잃게 되는 게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했다. 술에 취해 성욕이 들끓을 때마다 그는 밤이고 새벽이고 상관없이 불쑥 내 자취방에 찾아와 성관계를 요구해 날 괴롭혔다. “창녀가 된 것 같다”며 울부짖고 거부해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널 너무 사랑해서 그런다”는 말만 할 뿐. 자존감이 한없이 바닥을 치자 견딜 수 없었던 난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50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를 남기고 카톡, 문자, 메일을 보내고 집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다행히 그즈음 부모님과 함께 살게 돼 아빠의 도움으로 그와 안전하게 이별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와 했던 섹스를 떠올릴 때면 성적 수치심과 굴욕감이 든다. 김영(가명·26세)
Episode 3 난 헤어질 자격조차 없었던 걸까?
L과 사귀는 동안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물론 L이 모르게 만났다. 그러다 L과 소소한 말다툼을 벌이던 중 그가 나를 세게 밀친 적이 있었고, 나는 곧바로 헤어지자고 했다. 일주일 정도 연락이 없더니 나를 찾아와서는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울고 불며 빌었다.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L은 표정을 바꾸며 “너 바람 피운 거 다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는 내 카톡 아이디를 해킹해 내가 전 남자친구와 연락하고 만난 걸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준 상처를 내가 치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내가 마음을 돌리지 않자, 내 사진을 SNS에 올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자신과 어떤 관계였는지 친구, 가족, 회사 사람들에게 모두 폭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겪게 될 상처가 가장 걱정되고 두려웠다. 무서웠지만 난 그가 내게 보내는 협박 문자, 전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사정을 아는 친구의 도움으로 함께 귀가를 하기도 했다. 집 앞에서 숨어 있던 L과 마주친 날 나는 경기를 일으키며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서에 가서 그동안 그가 내게 협박했던 증거물을 보여줬고, 그는 그제야 비로소 나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요즘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소진(가명·24세)
Episode 4 잔인한 말 한마디
나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A는 한번 화를 내면 불같았다. 운전을 하다가 육두문자를 쓰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말싸움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XX’로 말문을 열었다. 어느 날은 데이트를 하다 나에게 “너 오늘 피부 썩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너무 불쾌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며 따지고, 뚱한 표정으로 있자 갑자기 자기 휴대전화를 집어던졌다. 그러면서 “장난으로 한 말인데 사람 XX 짜증나게 하네. 말도 못하냐? 미안한데 네 피부 말고 얼굴도 썩었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충격 받은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뭘 째려봐? 눈 안 깔아?”라며 고압적인 말투와 표정으로 윽박질렀다. 난 사람들 눈에 띄는 게 두려웠고, 분노가 치밀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너 나한테 고마워해라. 옛날 성격이었으면 너 나한테 맞아도 몇 대는 맞았어.”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 맞는 아내’라는 말이 결코 남의 얘기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에 그날 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A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오민정(가명·28세)
신고는 어디에?
사회적으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경찰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최근 데이트 폭력 사건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전담 팀이 신설됐을 정도다. 데이트 폭력을 당했을 때는 112에 신고하거나 방문 신고 혹은 경찰청 홈페이지(www.police.go.kr), 애플리케이션 ‘목격자를 찾습니다’에 신고한다. 사건 발생지 관할 형사 지원 팀에서는 여성 경찰이 전담으로 수사하고 처리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1차 상담을 하며, 피해자가 자신의 집에서 안정을 느끼지 못하면 따로 임시 숙소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 대처법
혼자 끙끙 앓는다고 누가 해결해주지 않는다.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
1 폭력에 실수는 없다 >> 폭력을 휘두른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고, 싹싹 빌어도 용서하면 안 된다. 온갖 감언이설로 당신의 마음을 흔들어도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용서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2 널리널리 알린다 >> 폭력을 당한 사람은 자존감이 떨어져 이 모든 게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일수록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성폭력상담소에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흔적을 남긴다 >> 신고를 하더라도 증거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폭력(언어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 신체적)을 행사한 날짜와 시간 등 사건 일지를 상세하게 기록한다. 문자와 메일 캡처, 대화 녹음 등도 증거로 남겨야 한다.
Tip 1 몸에 폭력의 상처가 남아 있다면 사진을 찍고,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는다. 진단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별도로 보관하는 것도 좋다.
2 성폭력을 당했다면 몸을 씻지 말고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3 응급 피임약을 72시간 이내 복용해 임신이나 성병을 피한다.
4 그 남자를 만나야 한다면 누군가와 함께한다 >>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상대와 만나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절대 혼자 만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대동해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난다.
또 다른 폭력, 스토커를 미리 알아보는 법
상대에게 집착하는 스토킹은 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 약속 시간에 늦거나 취소하면 심하게 화낸다.
● 감정 변화가 심하고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
● 수시로 전화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 과거 연애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 휴대전화를 꺼두면 수십 통의 전화, 문자를 한다.
폭력적인 남자, 어떻게 알아볼까?
폭력성 짙은 남자, 떡잎부터 알아보고 단칼에 잘라버리자!
●자신이 좋아하는 걸 상대에게 강요한다 >> 여자가 남자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매사 불만이 많고, 만족을 모르는 여자’라고 맹비난한다.
●물건을 던진다 >> 화난다고 길바닥에 물건을 던지며 화풀이한다. 그러면 여자는 ‘그 남자를 화나게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에 할 말, 할 일 다 못하고 참고 만다.
●전화 내역, 이메일 등을 열어본다 >> 여자 혼자 사는 집에 가서 마음대로 서랍을 열어보거나 컴퓨터를 확인한다. 상대를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지배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당신의 패션, 화장법, 헤어스타일, 구두 등을 바꾼다 >> 눈썹을 어떻게 해라, 아이라인을 어떻게 해라, 머리도 퍼머를 해라, 염색을 해라, 잔소리를 한다.
●당신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 여자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남자의 눈에는 그저 믿을 수 없는 여자로 보일 뿐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아무리 신뢰를 주려고 노력해도 남자의 의심은 점점 커질 뿐이다.
●당신이 원하지 않을 때도 성관계를 요구한다 >>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그저 자신의 욕망에만 몰두한다.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 욕을 달고 산다 >> 난폭한 운전을 하는 남자는 폭력적인 성향이 짙을 수밖에 없다. 말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건 시간문제다.
●싸우다가 외진 길에 당신을 버려두고 간다 >> 여자에게 공포를 주는 행동이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를 정서적으로 무섭고 두렵게 만드는 건 폭력이다.
●헤어지면 죽어버리겠다고 한다 >> 진지하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 앞에서 자학을 하거나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는 건 협박일 뿐이다. 자신을 향한 폭력성은 상대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매일 만나자고 하거나 기다리지 말라고 해도 기다린다 >> “싫다”고 하는데 남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멋대로 행동한다면 그것 역시 위험 신호다.
B 여자를 혐오하는 남자들
소개팅 자리에서 ‘여혐러’를 만났다!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 인터넷에서는 ‘여혐러’라 부른다. 이런 남자들은 다양한 가면을 쓰고 있어서 알아보기 더욱 힘들다. 차라리 내가 싫다고 하면 깔끔하겠다. 너는 왜 내 속을 뒤집어 놓는가.
Episode 1 한 대 치고 싶던 녀석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 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급하게 휴대전화를 찾느라 본의 아니게 가방 속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워낙 큰 가방이었던 터라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큰 가방에서는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다이어리, 펜, 생수, 화장품 파우치 등이 나왔다. 그런데 그 남자가 “여자치고 되게 실하네요?”라는 거다. “실하다뇨?”라고 되물으니 “보통 여자들은 지갑이랑 휴대전화만 겨우 들어가는 손바닥만한 가방을 들고 다니잖아요. 여자치고는 이것저것 많이 들고 다니네요.” 얼핏 칭찬으로 들렸지만 여자에 대한 이 사람의 기본 생각이 궁금했다. 도대체 클러치에 화장품만 넣고 다니는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 휴대전화만 들고 다니는 그 많은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찝찝한 마음에 애프터는 거절했다. 신유빈(가명·25세)
Episode 2 네가 페미니즘을 알아?
여대 출신인 나를 보자마자 그 남자의 눈빛엔 호기심과 의심이 가득했다. 여대 출신이라고 하면 으레 보이는 반응이라 별 생각 없이 넘겼다. 저녁 먹고, 카페에서 내가 계산하려고 하자 “XX씨는 00여대생 같지 않네요”라고 한다. 나를 칭찬하는 건가, 우리 학교 애들을 비난하는 건가. 애매했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그의 진짜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형이 해외 출장 가서 형수 혼자 애 키우고 있어요. 힘들겠다고요? 본인이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 집에서 애만 보는 게 직장 다니는 것보다 힘들겠어요?” “여대 다니니까 주변에 페미니스트들이 많겠어요? 솔직히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많이 왜곡돼 있어요. 페미니스트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뿐 대안 없이 지껄이잖아요?” 슬슬 짜증이 치밀었지만 주선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을 인 자를 백 번 썼다. 성지영(가명·23세)
Episode 3 군대 가라는 너에게
소개팅 후 세 번째로 그 남자를 만난 날 그는 작정한 듯 나에게 30분간 열변을 토했다. 주제는 ‘여자가 군대 가야 하는 이유’였다. 남자가 군대에서 보내는 고통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여자들이 집안일 하고, 출산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 같다는 게 그의 궤변이었다. 결혼해서 와이프가 가사 분담을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순간 움찔하며 “하긴 해야죠.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게 맞아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날씨 이야기로 대화 주제를 전환하자마자 그는 군대에서 보낸 혹한의 시간을 읊어댔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름도, 얼굴도 모를 그 남자의 미래 와이프가 문득 안타까워졌다. 더불어 내가 왜 이 남자와 세 번이나 만났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김혜정(가명·25세)
Episode 4 내가 꽃뱀이라고?
주선자를 통해 사진을 교환하고 소개팅으로 나간 자리였다. 그 남자는 딱 봐도 고급스러운 프렌치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돈도 있고, 센스 있는 남자를 누가 마다하겠나. 시작은 무척 좋았지만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영 나와 맞지 않았다. 좋아하는 영화, 음식은 물론 연애관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내 직업에 대해 못마땅해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자기는 웬만하면 공무원이나 교사처럼 안정된 직업의 여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주선자에게 받은 내 사진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고급스러운 그 레스토랑의 훌륭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어쩐지 내 입은 썼다. 헤어지자마자 애프터 신청을 하는 그에게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오늘 밥 맛있게 먹었어요. 아무래도 저와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러자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 “(믿을 수 없다는 듯)하… 좀 어이없네요. 오늘 그렇게 드시고… 한 번은 더 만나서 그쪽이 밥 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꽃뱀 비슷한 거에 당한 것 같네요. 여하튼 알겠습니다.” 내 인생 최악의 소개팅이었다. 최영진(가명·27세)
‘일베’하는 남자들의 특징
괴상한 논리로 세상을 좀먹는 그 남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
1 카톡 프로필 사진이 남다르다 >>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 SNS 등과 같은 곳의 프로필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 몇 가지가 보인다. 프로필 사진을 180도로 회전시켜 놓거나 코알라 사진을 걸어 두었다면 99% 일베 유저일 가능성이 높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거나 일베 유저임을 인증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2 집에 베충이 인형이 있다 >> 얼핏 보면 귀여운 캐릭터 인형 같다. 그러나 이 인형은 일베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로 사용되고 있다. <개그콘서트>에서 이 인형을 사용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인형뿐 아니라 이미 스냅백, 수건, 머그컵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이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을 가진 남자라면 일베 유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캐릭터의 실물을 확인하려면 www.bechung.com을 참고하도록.
3 성매매하는 여자를 맹비난한다 >>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성매매하는 여자들을 비난한다. ‘걸레’ ‘더럽다’는 등의 표현을 가감 없이 쓴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성욕을 제어할 수 없다, 업소 한 번 안 가본 남자 없다는 등 모순적인 소리를 한다.
4 독특한 용어를 쓴다 >> 일베 용어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 중에도 많이 있어서 더욱 심각하다. ‘김치녀’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 등 여성 비하 용어도 많이 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베하냐”고 물으면 “이렇게 말하면 다 일베하는 건가요?”라고 되묻는 뻔뻔한 남자도 있다.
5 나도 낮추고, 남도 낮춘다 >> 신기하게도 이상한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본인의 용어와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혐오’하는 감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그 남자, 여혐러’일 수 있다!
- 에스컬레이터 탈 때 치마 가리는 여자를 보면 불쾌해 한다.
- 남자는 성욕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성폭력을 줄이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 군대에서 여자는 쓸모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 “여자가~” “남자는~”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 성폭행, 성추행, 강간 사건이 나오면 피해자보다 가해자 입장에 너그럽다.
- 자신이 인기가 없고 연애를 못하는 건 ‘여자들이 너무 조건만 따져서’ 라고 생각한다.
- 평소에 ‘김치녀’ ‘된장녀’라는 말을 잘 쓰면서 여자 아이돌에게는 열광한다.
-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여자가 남자를 때리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여자가 밤길에 다니는 것 자체가 범죄에 원인 제공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파스타 좋아한다고 하는 여자를 사치스러운 여자로 생각한다.
-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자는 ‘된장녀’ 취급한다.
C 변태는 어디에나 있다
내 남자도 혹시 소라넷 유저?
내 남자만큼은 믿고 싶지만, 세상이 워낙 험하니 한 번은 의심하게 된다.
● 못 보던 메신저 앱이 깔려 있는지 살펴본다 >> 카톡과 라인은 메신저 앱으로 널리 사용되는 만큼 대화 상대에게 개인 정보를 너무 많이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 소라넷 유저들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은 ‘틱톡’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 앱은 유저들의 연락 수단인 셈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이 앱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만약 남자가 이 앱에 비밀번호까지 걸어놨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소라넷 가입 후 검색해본다 >> 생각보다 ‘소라넷’ 가입 절차는 무척 쉽다. 직접 가입해서 평소 남자친구가 자주 사용하는 아이디를 검색해보면 회원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다. 소라넷이 워낙 오래된 사이트인지라 지금처럼 변질되지 않고 에로물과 야설 자료가 있었던 때에 남자친구가 가입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 아이디로 남자가 최근에 댓글을 달거나 게시물을 올렸다면 여지없이 그는 소라넷에 충성하는 열혈 유저일 가능성이 높다.
● N클라우드 등 대용량 저장 장치를 확인한다 >> 최악의 상황이지만 남자가 당신이 잠든 사이에 몰래 나체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다. 당장 휴대전화 사진첩에서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대용량 저장소로 자동 업로드를 시킨 후, 바로 삭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남자가 애용하는 대용량 저장 장치를 확인한다.
●사이트 기록을 검색한다 >>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남자가 사용하는 컴퓨터로 인터넷 사용 기록을 확인한다. 용의주도하지 않은 남자라면 쉽게 꼬리가 밟힌다.
데이트하면서 알았다, 이 남자는 변태다!
더 늦기 전에 알게 돼서 다행이다.
1 섹스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싶어한다 >> 시국이 시국인지라 요즘엔 모텔에서 남자친구와 섹스하는 것도 불안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을 추억으로 남기자’라는 말을 한다고? 절대 순수한 목적이 있는 제안이라고 볼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꼬임으로 사진, 동영상을 찍으려는 작자가 있다면 당장 헤어져라.
2 처음 만난 자리에서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 다 큰 성인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불꽃이 튀길 만큼 첫눈에 반했다면 섹스, 할 수 있다. 그러나 애매해서 애프터를 받아줄까 말까 하는 상황에 자꾸만 노래방에 가자고 하거나 으슥하고 밀폐된 공간으로 당신을 데려가려고 한다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마라.
3 여자 속옷에 집착한다 >> 사귀기로 하고,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가졌는데 남자가 자꾸만 당신의 속옷을 입어보려 하고, 자신의 몸에 ‘부비부비’하는 행동을 일삼는다면 명백히 그는 성적 취향이 아주 독특한 변태다. 감당할 수 없다면 헤어져라.
4 신체 한 곳만 유심히 본다 >> 눈빛만으로도 여자가 이상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남자들이 있다.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여자의 가슴, 다리 등을 유독 유심히 본다. 소개팅 하기 전에 주선자에게 여자의 사진, 그중에서도 전신 컷을 요구한다. 외모, 몸매가 자신의 취향이라고 생각되면 그때부터 일방적인 스킨십을 시도한다. 사귈 때는 샤워하는 시간에 맞춰 영상 통화를 걸거나 여자친구 나체를 보며 자위하고 싶다며 나체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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