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만나기가 무섭다!] 남자를 만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이 팍팍한 세상,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는 당신에게 <싱글즈>가 전하는 단도직입적 조언.
BY | 2016.03.16
‘남자 만나기가 무섭다’는 한탄 앞에는 대개 ‘남자를 만나고 싶은데’라는 말이 생략돼 있기 마련이다. 애초에 남자에게 관심이 없고 만날 마음이 아예 없으면 ‘만나기가 무섭다’는 게 딱히 고민거리가 될 리 없으니까. 세상이 이렇게 흉흉해도, ‘여혐’이 전문 분야인 개그맨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활개를 치고 애인을 때리는 남자를 ‘상남자’라고 부르는 웹툰에 페이스북 ‘좋아요’가 수천 개씩 붙고 바람 피우는 게 능력인 줄 아는 한심한 유부남이 수두룩하더라도, ‘그래도 어딘가에 괜찮은 남자가 있을 거야’라고 굳게 믿는 것. 고전문학풍으로 말하자면 이것이 바로 ‘희망’일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해 인간은 희망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그래도 어딘가에 괜찮은 남자가 있을 거야”라고 자기최면만 건다면 그건 그냥 ‘부질 없는 희망’이다. 정말로 어딘가에 괜찮은 남자가 있는지, 아니 애초에 ‘괜찮은 남자’라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긴 하는지 아직 제대로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원하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게 구차하게 느껴져서 싫다면, 깔끔하게 포기하면 된다. 지극히 간단한 행동 원칙이지만 이걸 실천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남자를 만나기가 무섭지만 그래도 남자를 만나고 싶은가? 그럼 어디서 어떻게 멀쩡한 남자를 찾을 것인가부터 궁리해보자. 궁리한다고 갑자기 하늘에서 ‘훈남’이 뚝 떨어지진 않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뭐라도 결과가 있겠지. 남자 만나기가 무서워서 남자를 안 만나려고 한다? 그것도 좋다. 연애, 그거 국민의 4대 의무에 안 들어간다. 내키지 않는데 굳이 억지로 애쓸 필요 뭐 있나. 주변 사람들이 ‘연애고자’니 ‘건어물녀’니 ‘예비독거노인’(그건 그렇고, 이런 말을 농담이랍시고 하는 무례한 ‘노잼’ 인간과는 가급적 빨리 절교하는 걸 추천한다)이니 하며 신경을 긁어도 적당히 무시하면 그만이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조언은 ‘그래도 결국은 남자를 만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이 척박한 땅에 이성애자 여성으로 태어났다. 거듭 말하지만 ‘지하 50미터 방공호 속에서 은둔하던 내 이상형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기술’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어른의 삶에서 선택이란, ‘존재하는 최고의 카드를 운 좋게 뽑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카드 중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을 고르는 것’이기 쉽다. 지금 내 손에 들린 카드는 어떤 것들인가. 그 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할 수 없는 것,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은 각각 무엇인가. 거기서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자.
CASE 1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예쁘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뭔가? 소개팅을 숱하게 했지만 한 번도 애프터를 못 받아서? 그 흔하다는 ‘헌팅’ 한 번 당한 적이 없어서? 지난번 연애에서 남자친구에게 매몰차게 차여서? 그냥 단순히 지금 만나는 남자가 없어서? 이유가 뭔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축 처지고 시무룩한 인상의 여자가 딱히 매력이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유리 같은 피부와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배우도 TV를 보던 평범한 남자들에게 “쟨 내 취향 아냐” 소리를 숱하게 듣는다. 내가 모공으로 페로몬을 뿜어내는 마성의 매력녀라 한들 모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순 없다. 남자들이 당신을 좋아하든 말든, 당신이 당신 자신을 먼저 좋아했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편안하게 만족하는 사람은 함께 있는 사람의 기분도 산뜻하게 만들어준다. 일단 거기까지만 돼도 인생이 한결 즐거워진다.
CASE 2 내 ‘급’에 맞는 남자를 찾을 수가 없다
일단 여기서 말하는 ‘급’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세속적인 잣대로 판단하자면, 어떤 한 사람을 그를 규정하는 여러 가지 조건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남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학벌? 사회적 지위? 연봉? 부모님의 경제력? 집안? 무엇이든 상관없다. 다만 그것이 당신에게 왜 중요한지, 그 이유만 분명히 파악하고 있으면 된다. 가령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는 지적인 성취욕과 남에게 존경 받는 ‘고상한 삶’을 동경할 가능성이 크다. 재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는 소비의 방식과 규모에서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즉,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여유를 누리지 못하면 당장 불행하다고 느낄 거란 뜻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조건인지 파악했다면, 그 외 나머지 조건들은 다소 너그러운 지점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당신이 원하는 학벌과 학위를 가진 남자는 공부만 하며 산 탓에 융통성이나 배려심이라곤 약에 쓸래도 없을지 모른다. 당신이 원하는 재력을 가진 남자는 그 재력이 자신의 큰 무기이며, 이것에 혹하는 여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얄밉도록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것 하나를 손에 넣으려면 최소한 하나는 놓아야 한다. 학벌도, 직업도, 연봉도, 아무것도 포기할 수가 없다고? 행운을 빈다. 나도 내일 아침 출근길에 신사역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인 유니콘을 봤으면 좋겠다.
CASE 3 철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남자 외모가 포기가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자. 얼굴을 고쳐서 ‘성괴’라느니 피부가 나쁘다느니, 주변 여자들 외모는 시시콜콜 품평하면서 정작 자기는 잘 씻지도 않는 남자들이 참 많다. 보기 근사한 남자도 있지만 “나 정도면 그래도 평균 이상은 되지 않냐?”라는 허언을 일삼는 남자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만약 당신이 남자의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라면, (다소 험난한 분야에 뛰어든 게 안쓰럽긴 하지만) 그건 당신의 가치관이니까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다만 당신의 마음에 쏙 드는 외모의 남자는 아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염두에 두면 된다. 1) 당신의 눈에 잘생겼다면 다른 여자에게도 그럴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남자 주변에는 여자가 늘 바글바글 들끓는다. 2) 잘생긴 것이 그 남자의 가장 큰 장점이자 유일한 장점일지도 모른다. 3) 옷을 잘 입는 남자라면 만날 때마다 어제 산 옷과 사려다 못 산 옷 얘기, 지금 사고 싶은 옷 얘기만 들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데이트 코스는 언제나 백화점과 단골 셀렉트 숍. 4) 요는, 선택은 자유지만 남자의 어떤 조건에는 그 반대급부도 세트 구성으로 따라온다는 것.
4 남자사람 친구는 많은데 남자친구가 안 생긴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당신은 적어도 이성과 어울리는 법을 알고 그들과 즐겁게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지금 같이 노는 남자사람 친구들을 계속 만나는 한 앞으로도 남자친구가 생기기는 힘들 거라는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자사람 친구가 되었다면 1) 당신이 그들 중 누구와도 딱히 잘해볼 의사가 없거나 2) 그들 중 아무도 당신과 딱히 잘해볼 의사가 없거나 3) 양쪽 다 공평하게 잘해볼 의사가 없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만약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지 1~2개월 남짓밖에 안 됐다면, ‘썸’이 꽃피는 집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혹은 이들이 당신에게 진한 우정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멀쩡한 친구들을 순서대로 소개해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친구일 수도 있다. 그런 훌륭한 친구에겐 성의 있는 보답 소개팅으로 답례하며 아름다운 우정을 쭉 이어나가시길.
CASE 5 한국 남자는 기본적으로 다 ‘여혐러’ 같다
‘여혐’은 남자만 하는 게 아니다. 여자들도 ‘여혐’을 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 ‘개념녀’ 같은 프레임을 진지하게 믿는 여자들도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껏 그런 프레임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환경에서 쉽게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태아의 성별을 감별해서 딸이면 낙태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자가 끼니를 제대로 못 챙기면 “얼른 결혼해야겠다”고 하면서, 여자가 끼니를 제대로 못 챙기면 “그래가지고 결혼해서 밥이나 제대로 해먹겠냐”고 말한다. 결혼 직후 지상파 토크쇼에 출연한 남자 연예인에게 진행자가 “부인이 요리를 잘하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그게 뭐가 이상한지 깨닫지 못한다. 1986년도 아니고 2016년에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 정말 한국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혐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슈에 민감한 여자들조차 여전히 나고 자란 이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요즘 만나는 ‘썸남’이 가끔 이상한 말을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진 말자. 그가 자신의 생각을 우격다짐으로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그가 당신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생각도 들려주고 그렇게 서로의 접점을 찾아나갈 의사만 있다면. 그리고 그런 의사는 당신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것일 터이다.
CASE 6 ‘츤데레’형 남자에게만 끌리는 취향 때문에 마음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다
다음 중 ‘츤데레’형 남자를 고르시오. “나 투게더 좀 사다줘”라고 말하자 a) “돼지새끼야? 밤에 무슨 아이스크림을 처먹겠다고 그래!”라며 버럭하더니 하겐다즈 밀크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b) 건성으로 대답하더니 마트에서 전화로 “하겐다즈 밀크 아이스크림은? 이거 맛있다는데”라고 묻는다. 혹시 a를 골랐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취향은 ‘츤데레’가 아니라 김첨지다. “이년!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질 못하니!” 하던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말이다. 여자에게 막말을 퍼붓고 그게 애정 표현인 줄 아는 남자는 성숙한 연인은커녕 성숙한 인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어쨌든 더 비싼 걸 사왔으니 다정한 거 아니냐고? 실례지만 혹시 스톡홀름 신드롬 같은 거라도 있나? 돼지새끼니 처먹는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고도 그게 목으로 넘어간단 말인가. 게다가 여자가 부탁한 내용은 무시하고 멋대로 ‘이게 더 비싼 거니까 먹어’ 하는 건 애정이 아니다. 이런 남자들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소유하려 드는 것의 차이를 모른다. 당신을 소중히 대할 줄 모르는 남자는 만날 이유가 없다.
남자들의 항변: 우리도 할 말은 있다
남자들이 억울하다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간혹 잘못은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나쁘기만 한 놈들은 아니라고요.”
1 나는 ‘여혐러’가 아니다 >> 무슨 말만 하면 ‘여혐’이라고 몰아가는데, 그게 원래 내 의도는 아니다.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30년 넘게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오는 거다. 남중, 남고를 다녔고 대학교 때도 여자친구나 좋아하는 여자 선후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시간을 남자들이랑 뭉쳐 다녔다. 군대도 다녀왔고, 회사에도 남자가 많다. 남자로 꽉 찬 세상에서 살다 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머릿속에 심어져 있던 남아선호사상, ‘가부장 마인드’를 완전히 지워버리기가 힘들다. 하긴, 어렸을 적 할머니도 내 손에는 누나보다 조금 더 많은 용돈을 쥐어줬을 정도인데 이게 쉽게 사라질 수 있겠나. 그래도 미안하다.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데, 대화를 하다보면 무심코 자기 검열이 안 된 말을 불쑥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뒤늦게라도 사과를 하면 진심으로 생각하고 여자들이 받아줬으면 좋겠다. 여자애들이랑 잘 지내려고 대충 마음에도 없는 ‘미안하다’ 소리하는 거, 진짜 아니다.
2 내가 지금 돈이 없다 >> 최근 2년 새에 결혼한 남녀 1000명이 총 2억7400만원이 들었다고 답했다(결혼 컨설팅 업체 ‘듀오웨드’의 ‘2016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 만약 이걸 혼자서 마련한다면 200만원씩 11년을 저축해도 부족하다. 절반으로 나눠도 5년 넘게 걸린다. 그런데 현실은 월급의 50%(200만원 근처에도 못 간다)를 저축하기도 어렵다.
3 나는 지금 놀고 싶다 >> 대학교만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대학에서도 4년 동안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다. 이제야 놀 수 있겠다 싶은데 주변에서 결혼하라고 성화다. 그런데 나는 좀 놀고 싶다. 멋진 수입 자동차도 몰고 싶고, 명품 시계도 차고 싶다. 이제야 클럽에서 테이블 잡고, 괜찮은 바에서 위스키 한 병 마시는 재미를 알았다. 결혼 그거 꼭 당장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4 접속은 하지만 유저는 아니다 >> 아, 솔직히 ‘야동’ 한 번 안 본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지금은 안 봐도 군대 휴가 나오던 때까지는 다들 야동을 봤을 거다. 과거 소라넷은 야동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때 가입을 했던 거지, 지금까지 소라넷에 몰래 접속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소라넷에 들어갔다는 게 어떻게든 표시로 남을까봐 근처도 안 간다. 그러다 보니까 과거 가입했던 기록이 남아 있는 거겠지. 골뱅이니 초대남이니 하는 것들, 나도 뉴스 보고 알았다.
5 나도 끌려 갔다 >> 유흥업소, 암호처럼 말하는 ‘2차’,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거 아니다. 직장 상사가 가자고 하는데 어떻게 빠지나. 부장님이 먼저 “회식의 마무리는 ‘빠구리’다!”라고 외치는데 거기서 나 혼자 순결함을 강조할 수는 없다.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모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부장님을 따라가는 순간 우리는 모두 공범이 되는 셈이다. 공범자 의식은 모두가 함께해야 더욱 단단해진다. 거기서 혼자만 빠졌다가는 회사에서 함께 점심 먹을 사람까지 사라진다. 어쩌면 고과에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2차 업소 앞에서 망설였다간 평생 ‘배신자’ ‘치사한 놈’이라는 억울한 딱지를 달고 살아야 한다. 평소에도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솔직히 내 돈 낸 적도 있다. 선배들이 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도 그거 계산할 때는 돈이 아깝다. 1만~2만원 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편의점에서 급하게 현금을 뽑아야 하니까 비싼 수수료도 붙는다. 이거 다 변명이라고 비난해도, 솔직히 할 말 없다. 하지만 이다음에 내가 부장이 된다면 반드시 회식은 1차에서 끝내겠다. 아가씨 나오는 업소? 근처에도 안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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