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은 남자, 이종석

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데뷔 후 줄곧 24시간을 240개의 유닛으로 쪼개듯 살아온 이유다. 매 작품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온 이 성실한 배우에게 마침내 폭풍처럼 스타덤이 들이닥쳤다. 그 요란한 소용돌이 안에서, 정작 이종석은 침착하다. “잠깐이죠 뭐”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 고남순과 박수하가 모두 들어서, 그 말은 인정하기 어렵다
BY 에디터 이숙명 | 2016.03.13
블랙 칼라 포인트의 화이트 셔츠는 산드로 맨, 블랙 팬츠는 시스템 옴므, 러브 브레이슬릿과 워치는 까르띠에.
8월 2일. 이종석의 일과는 서울에서 시작됐다. 대전에 가서 영화를 찍고, 서울로 돌아왔다가, 부산으로 날아가 팬사인회에 참석했다. 사인회는 서면이 미어지도록 몰려든 인파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중단됐다. 덕분에 예정보다 1~2시간 일찍 서울 삼성동의 호텔 스위트룸에 도착해 화보 촬영을 했다. 촬영이 끝난 건 새벽 1시 30분. 인터뷰가 시작됐다. 피곤해서 눈이 슬슬 감기려 하는데도, 그는 계속 얘기를 하고 싶어했다. 인터뷰가 너무 하고 싶었다고 했다. 3시까지 이어진 대화는 어느 방향으로 태엽을 감아도 같은 지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결혼하고 싶어요, 연애하고 싶어요, 누군가 필요한가 봐요.” 올 초 <학교 2013>(이하 <학교>)의 아웃사이더 고남순으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신드롬은 이제 막 끝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초능력 소년 박수하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종석은 성공의 달콤함을 즐길 겨를도 없이 두 편의 영화(<노브레싱>과 <피끓는 청춘>) 촬영장을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이 남자를 잡기 위해 장안의 모든 잡지사들이 물밑 경쟁을 벌였다. “결국 <싱글즈>라면서요?”라는 시기 섞인 덕담이 자주 들려왔다. 톱모델 출신다운 완벽한 포즈들, 피곤조차 꺾지 못한 조도 높은 반짝임, 가식도 격식도 없지만 무례하지 않은 다정함, 그 모든 것들은 ‘이종석의 시대’가 쉬이 저물지 않으리라 예고하고 있었다. 더불어 그 모든 것이 우리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이 사랑스러운 남자를 창간 9주년 기념 <싱글즈>의 얼굴로 선정한 우리의 안목에 대해서.
도트 프린트 반팔 셔츠는 쏘이 by 비이커, 블랙 슬랙스는 닐바렛, 러브 코드 브레이슬릿과 시계는 까르띠에, 양말은 아지오, 지퍼 장식 슈즈는 우영미.
드라마가 어제 끝났는데, 마지막회 러브신이 엄청났어요. 이보영 씨의 결혼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때요? 사실은, 저만 미리 알고 있었거든요. 보영 누나가 촬영장에서 “우리끼리 비밀 하나씩 얘기할래?” 그러면서 말해주더라고요. 그런데도 막상 발표하고 나니까 괜히 기분이 이상하던데요. 지성 씨도 만나본 적 있어요? 서로 신경 쓰였을 것 같아요. 영상 통화는 해봤어요. 보영 누나가 지성 선배님하고 통화를 굉장히 자주 해요. 촬영장에서 계속 붙어 있으니까 가끔 바꿔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너무 당혹스러워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죄 짓는 느낌이고(웃음). 두 분이 워낙 금실이 좋아요. 항상 “우리 오빠는 어쨌는데…” 그런 얘길 해요. 부러웠겠네요. 너무, 너무, 너무 부럽죠! 또 한 명의 여자, 이나영 씨의 열애설을 보는 입장은? 팬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잖아요. 왜 팬들이 그런 거에 배신감을 느끼는지 엄청 공감했어요. 와, 그거 보고 나서 진짜 우울하더라고요, 그날은. 한 번 본 적도 없고 아무 관계도 아니지만. 기사 보고 나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머스터드 컬러 풀 오버 니트는 우영미, 체크&블랙 컬러 블록 팬츠는 그레이하운드.
영화 <관상>이 9월에 개봉하고, 요즘은 <노브레싱>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들었어요. <피 끓는 청춘>도 곧 크랭크인이고요. <학교> 이후 계속 강행군인 거죠? 데뷔하고 나서부터 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계속 겹치기로도 했고.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할 때도 <코리아>랑 <알투비>를 같이 찍었고, 끝나고 나서 <학교>를 찍으면서 <관상> 같이 찍었고, 끝나고 바로 <너목들> 찍으면서 지금 영화 찍고…. 데뷔 후에 바에서 알바를 한 적도 있다면서요? 네, <검사 프린세스>로 데뷔를 했는데 정말 미미한 존재감이었죠. ‘데뷔만 하면 나는 술술 풀릴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나왔는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전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아, 움직여야 살겠다’ 그런 기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시크릿 가든>을 하기까지 회사에 있으면서 한 3년 정도 놀았거든요. 그냥 방치 상태로. 그때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작품을 욕심 내서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연기에는 그 시간이 별로 도움이 안 됐던 것 같아요. 그 3년 동안 계속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억누르고만 살아서. 막 표출을 하면서 살았으면 지금 뭔가를 표현하는 데 좀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어요. <너목들> 찍으면서는 내가 한 번도 안 써봤던 감정들이 너무 많아서 한 회, 한 회 대본이 나올 때마다 정말 두려웠어요. 예전처럼 연기 선생님 찾아가서 “선생님 이거 해봐요” 그럴 시간도 없고, 누구랑 얘기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작가님도 항상 ‘미안해요, 잘할 거라고 믿어요’ 이렇게 문자를 주셨어요. 감독님께도 얘기를 했어요. “감독님, 저 이거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감정이에요.” 근데 그 말을 무척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너목들>은 급하게 편성된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겠네요? 네, 원래 KBS 편성이었어요. 저는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그때부터 알았어요. 매니저를 졸라서 빨리 알아보라고 했죠. ‘초능력 소년과 법정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이 정도만 듣고도 구미가 당겼었죠. 그러다 편성을 못 받아서 포기하고 <노브레싱>을 찍기로 했는데 일주일 후 SBS로 편성이 된 거예요. 마침 그쪽에서도 나를 굉장히 원한대요. 일주일만 먼저 알았다면 영화를 포기하고 드라마에 집중을 했을 텐데 스케줄이 꼬여버린 상황이잖아요.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럼 (영화와 드라마) 양쪽 서로 스케줄 조율을 하시겠어요?” “콜!” 이렇게 된 거죠. 일과 사랑은 몰려서 온다잖아요. 지금 딱 그 시기인가 봐요. 그런 거 같아요. <학교> 이후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고등학생 역할은 다 들어온 것 같아요. 작품은 많았지만 선택의 폭이 다양하진 않았죠. 그래서 그 안에서 최선을 골랐어요. <너목들>은 신 하나하나가 여자들의 연애 로망을 그림처럼 옮겨놓은 작품이었어요. 연하남이 기습 키스에 백허그에 비 맞고 누나 기다리고…. 보영 누나하고 그런 얘기를 했어요. “왠지 작가님이 연애할 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쓰신 거 같다.” 예를 들면, 제가 누나를 들어올려서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막상 해보면 진짜 힘들거든요. 절대 그런 각이 안 나와요. 남자가 먼저 뽀뽀를 할 수 있는 각이. 여자가 먼저 해줘야지. 정말 만화에서나 예쁠 법한 장면이고, 막상 촬영할 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찍는 거죠. 뭐가 그렇게 서러웠어요? 예전에 매니저가 나를 그렇게 혼냈어요. 오디션을 보러 가서 떨어졌어, 그럼 내가 연기를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뭐 다른 배우가 더 잘해서 붙은 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잖아요. 그런데 나를 그렇게 혼내는 거예요. “네가 연기를 못해가지고…!” 근데 또 내가 붙으면 자기가 푸시해서 된 거래. 어휴, 얘기하다 보니 또 화나.
카무플라주 프린트 톱은 발렌티노 by 무이, 블랙 팬츠는 시스템 옴므, 러브 브레이슬릿은 까르띠에.
그래도 요즘은 행복할 거 같아요. 부산 사인회 사진 보니까 굉장하더라고요. 정말 신기해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올해 수목드라마 중에 10% 넘긴 작품이 없거든요. 그래서 <너목들>은 10%만 넘기자는 게 목표였어요. 감독님조차 기대를 안 하셨는데 이렇게 된 거죠. 거기에 본인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요? 얼마라고 딱 얘기할 수는 없어요. 보영 누나가 정말 잘 끌고 갔고, 저도 잘 업혀 갔죠. 누나랑 그런 얘기해요. “이종석 누가 키웠다고?” “누나가 키웠죠!” 누나는 표현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많이 배웠어요. 저한테 연기 가지고 터치는 안 하지만, 수하하고 짱변하고 붙었을 때 서로 해석이 다를 수가 있잖아요. 그럴 때 누나가 “어, 난 이런데?” 그러면 저는 “그래요? 알겠어요. 누나가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죠.” 이런 식이었어요. <너목들>의 이종석에 대해서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뭐예요? 조금 더 많은 감정을 써봤던 거. 하지만 100% 소화하지는 못했다고 봐요. 솔직히 <학교> 때만큼 작품에 빠져서 했나 싶기도 하고. 매일 찍고 나면 너무너무 아쉬웠어요. 그리고 <너목들> 감독님을 보면, 왜 그렇게 그분 앞에서는 더 잘하고 싶은지! 그분이 유독 그랬어요? 왜일까요? 모르겠어요. 감독님이 굉장히 유하고, 정말 ‘양반’이시거든요. 저보고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근데 가끔 “그 감정은 아닌 거 같고,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시면 제가 너무 당황해서 땀을 막 흘렸다니까요.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제가 막 얼굴 빨개지고 땀을 흘리고 그러니까 감독님도 ‘어?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되레 디렉션을 맘놓고 못하신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럼 나는 더 죽겠는 거죠. 수하는 <학교>의 고남순에 비해 더 절박하고 예민한 느낌이 있었는데, 어쩌면 의도가 아닐 수도 있겠군요? 현장에서 배우로서 느낀 그런 감정들이 반영된 걸 수도 있겠어요. 그럴 거예요. 그리고 초반하고 후반하고 캐릭터가 완전 다르거든요. 오히려 고등학교 때 수하가 더 어른 같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면 후반엔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이 됐죠. 그리고 중간에 기억상실이 됐을 땐 또 한 번 캐릭터를 바꿔야 했고요. 그 후 다시 수하로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거까진 좋았어요. 그때까지는 어우 괜찮게 했어. 근데 갑자기 수하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기억상실 연기한 게 그래 봤자 1~2주거든요. 근데 정말 캐릭터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그게 13~14부였어요. 왜 그랬을까, 어휴. 극중에선 다정하게 러브신 찍다가 돌아서면 서로 욕하고 기싸움하는 경우 있잖아요. 시청자들은 실망하겠지만 의외로 파트너와 잘 못 지내는 배우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사실 웬만하면 그 사람 성격이 어떻든간에 현장에서는 맞춰주는 편이거든요. 조금 까탈스러운 사람일지라도. 그런데도 그렇게 되더라구요. <너목들>에서는 스태프부터 배우들까지 단 한 명도 모난 사람이 없었어요. 하지만 <학교> 때는 있었죠.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 사람은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나?’ 싶은 정도로. 여기까지만 얘기할게요, 하하. 작품 끝나고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 연락해서 만나고 그런 타입 아니라고 하던데, <너목들> 배우들은 어떨 거 같아요? 진짜 나는 선배님들이 너무너무 좋거든요? 선배님이 한 마디 해주면 그렇게 고맙고, 만나면 너무 좋은데, 먼저 연락해서 “선배님 식사하실래요?” 이걸 못 하겠는 거예요. 내성적이어서. 아, 그래도 보영 누나랑은 문자는 가끔 하겠다.
스터드 장식 그레이 티셔츠는 버버리 프로섬, 체크&블랙 컬러 블록 팬츠는 그레이하운드, 레이어드한 브레이슬릿은 까르띠에, 블랙 하이톱 스니커즈는 아쉬.
친구들이 섭섭해하겠어요. 음, 그렇지도 않은 거 같아요. 나를 그렇게 찾는 사람도 없고. 원래 그런 앤가 보다, 같이 어울리는 다른 사람들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보통은 친구들 그룹이 딱 형성되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친구 딱 두 명 있어요. 쉴 때 밖에 나가서 밥 먹고 싶어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혼자 중국 음식 시켜 먹고요. 예전엔 간단한 찌개 같은 것도 끓여 먹고 그랬는데, 이젠 설거지하기도 귀찮고 그냥 매일 시켜 먹어요. 아, 진짜 인생이 그렇게 재미있는 거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드라마, 영화가 좋은 거예요. 나는 집에 혼자 이렇게 누워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작품을 하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니까. 그냥 널브러져 있어도 앞뒤 상황이 있고, 의미가 있잖아요, 극중에서는. 드라마에선 아웃사이더 같지만 자기 사람들에겐 충실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어요.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다정한 편인가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혼자 있는 게 익숙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살면서 처음엔 ‘아, 너무 외롭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감정이 너무 좋은 거죠. 혼자 있을 때면 그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끝까지 파고들어요. 그때 되게 기분이 몽롱하기도 하고. 약간 또라이 같긴 하지만, 그 기분을 굉장히 좋아해요. 근데 요즘은 정말 너무너무 외로워서 연애를 하고 싶어요. 보영 누나가 결혼한다니까 더 그런 거예요. 오늘은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했어요. 연애를 하면 되잖아요? 소녀시대랑도 친하고 주변에 예쁜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예쁜 거랑은 또 다른 문제 같아요. 뭐, 마음이 맞아야지. 그리고 진짜 연애를 할 시간이 없었어요. 잠잘 시간도 없는 걸요. 10월에 영화 끝나면 그때 해야죠. 하하. 근데 마음 가는 사람이 아직 안 나타났어요. 어딜 다녀야 누구라도 만날 텐데 바깥 세상을 본 지가… 와, 진짜 오래됐네? 연애하면서 여자들한테 섭섭했던 적 있어요? 저는 연애할 때 수시로 감정을 확인해요. “오늘은 내가 얼마나 좋아? 1부터 10까지?” 이런 느낌. 그런데 뭔가 얘한테서 진심이 안 느껴진다 싶을 때 정말 허무하죠. 요즘은 정말 결혼이 하고 싶어요. 대체 결혼의 어떤 점을 원하는 거예요? 아직 내가 철이 덜 들었나? 결혼을 하면 안정감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그냥 뭔가 그런 거요. 계속 함께할 사람, 옆에 있을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요. 하도 일만 해서 외로워진 건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좀 힘든가 봐요. 어떤 점이 힘들어요? 데뷔하고 나서 몇 년간 계속 쉬지 않고 일을 했잖아요. 일이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고, 촬영장에 가기 무서울 때도 있고, 그러다 보니 확인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이 일을 계속 해도 될지. 굉장히 꿈꿔왔던 일인데 막상 하다 보니 나한테 너무 안 맞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는 워낙 내성적이라서 사람들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걸 너무너무 싫어해요. 어제도 뒤풀이에서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저는 그것조차 힘들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발표하려고 손도 못 들었어요. 연기할 때는 그래도 상황이 있고 대사가 있으니까 괜찮지만, 배우가 연기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예능도 해야 되고 무대 인사도 해야 되는데, 기본적으로 성향이 그렇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아, 나는 이 일을 오래 못할 거 같아” 이런 얘기도 가끔 해요. 그런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일을 계속 했던 거죠. 힘들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이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요? 맞아요. 진짜 유일하게 의욕을 느끼는 게 연기거든요. 뭔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도 그것뿐이고요. 몸으로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집에서 TV 보는 게 유일한 낙이고 취미죠. 근데 <학교> 끝나고서 집에서 한 달 쉬는데 죽겠는 거예요. 막상 작품을 하면 또 몸이 힘들고. 하하. 어쩔 수 없나봐요.
블랙 시스루 셔츠, 블루 팬츠는 모두 랑방 옴므.
곧 <관상>이 개봉하는데, 영화계 대선배들과 함께 했어요. 캐스팅됐을 때 좀 설레었을 것 같은데요? 아뇨. 사실은 안 하려고 했어요. 감독님이 <코리아>를 보시고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고 했어요. 나는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작과 같은 느낌을 원하신다면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 번 고사를 했는데, 당시에 들어온 작품이 그것밖에 없었어요. 고민을 좀 하다가, 선배님들이 너무 쟁쟁하니까 ‘옆에서 보면서 배운다는 느낌으로 해볼까?’ 그랬죠. 근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쉽게 생각할 작품은 아니었죠. 하하, 정말 힘들었어요. 나는 분량이 많지도 않은데 오래 찍고, 처음 하는 사극이고, 또 분장은 어찌나 그렇게 안 어울리는지! 포스터에서는 멋지던데요? 예, 근데 영화에선 되게 못생기게 나와요. 나도 ‘머리빨’이 너무너무 심한 사람이구나, 사극을 제대로 하면 안 되겠는데? 그런 생각도 했어요. 본인 외모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뭐예요? 저는 살이 찌면 얼굴부터 찌거든요. 몸무게는 몇 킬로 차이 안 나도 얼굴에 여백이 많아져요. 눈이 되게 몰려 보이고. 그래서 아마 작품을 하는 동안 평생 식단 조절을 해야 할 거예요. 하루에 몇 끼를 먹는데요? 요즘은 거의 한 끼. <너목들> 하면서 체력이 너무 달리는데도 영화(<노브레싱>) 때문에 먹을 수가 없는 거예요. 배 볼록 나와가지고 할 수는 없으니까(이 영화에선 수영선수로 나온다). 그게 사실 가장 힘들었어요.
레더 패치워크 데님 재킷은 맥큐, 실크 네크라인의 블랙 톱은 사카이 by 무이, 태터솔 체크 9부 팬츠는 마우로 그리포니 at 쿤, 양말은 아지오, 와인 컬러의 윙팁 슈즈는 체사레 파치오티, 러브 브레이슬릿과 시계는 까르띠에.
요즘 종석 씨의 모든 것이 뉴스 거리가 되고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조금 부담스러워요. 저는 팬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시크릿 가든> 할 때까지만 해도 사인이 없었어요. 그래서 몇 명 안 되는 팬들이 굉장히 고마웠고, 사인할 때 코멘트를 길게 쓰는 편이에요. 근데 이게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아까 사인회에서도 ‘이걸 언제 다 하지?’ 싶은 거예요. 우빈이는 15분 만에 하더라고요. 100장을. “오, 빠른데?”라고 감탄했어요. 그러면서 저는 편지를 쓰고(웃음). 저는 팬들 만나도 만날 물어봐요. “너는 나 같은 게 왜 좋니?” ‘나 같은 게’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나는 딱히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근데 뭘 믿고 배우가 되려고 했어요? 배우는 매력이 없으면 끝장인 직업인데. 처음엔 매력이고 뭐고 다 떠나서 그냥 드라마가 좋았어요. 비가 너무 멋있고 강동원이 너무 멋있고. ‘나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이게 다였어요. 이제는 ‘이종석처럼 되고 싶다’ 하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요. 실제 배우가 되어보니 어때요? 음… 왜 그런 질문 많이 하잖아요. “너는 스타가 되고 싶니, 배우가 되고 싶니?” 그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까 나도 궁금해진 거예요. 내가 정말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은 연기를 하다 보니까 이게 굉장히 재미있고,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단계예요. 저는 배우가 망가지면서 연기를 할 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막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금은 소위 말하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근데 내가 가진 이미지에 뭔가 한계가 있을 것 같은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딱 여기까지구나, 여기까지밖에 안 되는구나, 그런 지점이 있을 것 같단 말이죠. 그렇게 되면 노선을 바꿔야 할 수도 있겠죠. 소위 말하는 ‘스타’의 길을 걷는다거나. 근데 아직까지는 더 확인을 해보고 싶어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배우로서. <학교>와 <너목들> 하면서 “얘 연기 되게 많이 늘었다”라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정말 기뻤어요. 그게 저한테는 최고의 칭찬이에요.
멜로의 꿈을 이뤘는데, 다음엔 또 뭘 하고 싶어요? 악역도 해보고 싶고, 좀 남자다운 느낌이 나는 걸 하고 싶어요. 이번에 (박)보영 씨와 함께하는 영화 <피 끓는 청춘>은 코미디가 많은데, 그건 좀 무서워요. <피 끓는 청춘>은 80년대 배경에 이종석, 김영광이 나오니까 일단 의상이 굉장히 기대돼요. 나팔바지 같은 걸 입어요. 잘 되겠죠. 하하. 실제로도 옷을 좋아해요? 굉장히 좋아했는데, 너무 바빠지면서 진짜 이 옷(후드가 달린 회색 트레이닝 점퍼)을 몇 달째 입고 있는 거 같아요. 저 옷방에 옷이 엄청 많거든요? 근데 어제 종방연에 가려고 찾아보는데 뭘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한창 뒤지다가 “아이씨 못 찾겠네!” 그러면서 그냥 팬들이 줬던 선물상자들 열어서 그 안에 있던 거 입고 나갔어요. 아, 정리를 한 번 해야 하는데. 특별히 집착하는 쇼핑 아이템은? 저는 많이 파인 루스한 티셔츠요. 목 늘어난 느낌의 티셔츠. 그걸 꼭 사요.
군대는 언제쯤 가요? 내년…? 글쎄요, 아직 생각은 안 해봤는데 좀더 하다 가야죠. 근데 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무슨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그냥 사람하고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주변에 사람 많잖아요. 24시간 내내. 근데 뭔가 질문을 던져주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거든요. 스태프들하고 24시간 같이 있어도 “거울 좀 줘봐, 머리 좀 만져줘, 스케줄 어떻게 돼? 아이 짜증 나” 이런 게 대부분이에요. “어제 뭐 했니?”도 안 물어봐요. 어제도 계속 같이 있었는데 뭘. 그래서 전 인터뷰를 좋아해요. 얘기를 많이 하게 되잖아요. 질문을 들으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가끔은 카운슬링 받는 느낌도 들어요. 가끔은 상처도 받지만요. 왜 상처를 받아요? 나는 인터뷰할 때도 안 가리고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그 중에서 자극적인 내용만 기사화된다거나 하면 상처를 받는 거죠. 너무해! 그래도 안 가리고 얘기하는 게 좋아요. 인터뷰할 때 보면 소통의 의지가 없는 사람들 있거든요. 매력 없어요. 사실은 그런 게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이미지 메이킹이 잘 돼서 체계적으로 딱딱 만들어진 느낌? 이 세상 사람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랄까?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좀 기계적이고 계산된 대답을 하고, 화장실도 안 갈 거 같은 느낌을 주고. 으악, 제발 그러지 말아요. 아마 저는 절대 그렇게는 못할 거예요(웃음). “탤런트가 돼서 소녀 팬을 끌고 다니고 그런 것도 관심 밖이었어요. 그냥 드라마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연기가 재밌고, 더 잘 하고 싶어요. 저는 배우가 망가지면서 연기를 할 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막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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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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