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게 만들어 드립니다
푸석푸석한 연애세포에 단비를 내려 드리리. 잠들어 있던 연애세포를 흔들어 깨울, 촉촉달달한 감성 리스트.
BY | 2016.03.23
Book 연애에 흠씬 젖은 책 세 권 by 박사(북 칼럼니스트)
읽고 난 뒤에 진짜 연애가 하고 싶어지는 연애소설이란 어떤 것일까. 둘이 너무 달콤하게 사랑하는 풍경을 실컷 보고 난 뒤, ‘나도 이런 거 하고 싶어’지는 연애소설이 있는가 하면, 둘이 너무나 애잔하게도 이어지지 않아 ‘현실의 나라도 이뤄주고 싶어’지는 연애소설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건조하고 황량한 연애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어떨까. 연애 따윈 됐네 할 것 같지만, 이상하게 문득 목말라지면서 연애 욕구가 불쑥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실 모든 연애소설은 연애하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1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단순한 열정]은 어떤 종류의 연애소설인 것일까. 자신에게 일어난 일만 쓴다고 단언하는 이 작가는 이미 결혼한 남자와 불같이 연애하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랑의 시작부터 사랑의 끝까지, 그녀는 쉬지 않고 달린다. 소유욕과 불안함, 열정과 무기력함… 사랑의 모든 순간들을, 그녀는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남자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이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사랑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2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아니 에르노가 그 치열함으로 사람을 질리게 한다면, 알랭 드 보통은 객관적인 척하는 다정함으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대해 기나긴 분석을 시도한다. 그 또한 사랑의 시작부터 사랑의 끝까지 쉬지 않고 달리기는 마찬가지.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그와 함께 사랑에 퐁당 빠졌다가 요모조모 뜯어보고 맛보다가 드디어 울부짖으며 밀려난다. 아, 사랑. 오로지 감성적인 언어로만 다루어야 합당할 듯한 그 세계를, 이 철학자는 논리의 언어로 헤집고 쌓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랑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3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하지만 사랑이 쉬운가. 다나베 세이코는 짧은 소설들로 사랑의 풍경을 보여준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에는 연애에 대한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원작이 된 소설도 이 안에 있다. 그녀의 시선은 천편일률적인 연애담을 슬쩍 벗어난다. 도처에 사랑이 있다. 그럼, 그렇고 말고. 그러니 우리, 책을 덮고 사랑을 하자.

Drama 당장 연애하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 리스트 3 by 윤이나(TV 칼럼니스트)
1 [커피 프린스 1호점]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상관 안 해. 가보자, 갈 때까지!” 남자인 줄 알고 있던 은찬(윤은혜)을 향한 마음을 결국 숨기지 못하고 터져나온 한결(공유)의 고백은, 그동안의 모든 로맨틱한 고백을 뛰어넘어 여자들의 마음에 꽂혔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어른-아이인 인물들의 탁월한 성장담인 동시에 성별과 국경은 물론이고 종(種)까지도 뛰어넘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다. 네가 무엇이든 사랑하겠다고, 끝까지 가보자고 하는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사랑도 연애도, 정직하지만 빠른 직구는 이길 수가 없는 법이다.
2 [파스타]
우리의 셰프(이선균)가 주방 막내 서유경(공효진)의 눈가로 키스하는 바로 그 장면으로만 이 드라마의 연애를 말해서는 안 된다. [파스타]는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 끌리고, 그 끌림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을 연애라고 부르는 과정을 성실하게 따라가는, 연애 초보를 위한 상당히 좋은 연애 교본이다. 비록 알리오 올리오 말고는 다른 파스타가 나오지도 않고, 요리를 빌미로 주방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만 하지만, 뭐 어떻단 말인가. 이토록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연애라면, 어디서 하든 환영이다.
3 [섹스 앤 더 시티]
몸은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밤, 무료하게 채널을 돌리다가 온스타일에 멈추었다면 그건 [섹스 앤 더 시티]가 방송 중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당신은 아마도 세 편을 내리 볼 때까지 잠들지 못할 것이다. 거의 모든 여자들은 자기 안에 조금씩 캐리와 사만다, 미란다, 샬롯을 숨기고 있다. 그들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연애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할 부분을 찾지 못한다면 연애세포 퇴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보고 또 보고 외울 만큼 봐도, 볼 때마다 언니들에게 한 수 배울 수밖에. 그래서 고전이다.

Music 1 귀를 녹이는 그의 목소리, 인디음악 플레이리스트 3 by 안지나(피처 에디터)
1 원 모어 찬스 ‘카페에 앉아’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카페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내 속마음을 고백한다.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빨리 와 너 보고 싶어’라고. 데이트하기 전 얼굴과 옷매무새를 보고 또 보고. 그렇게 그를 만나러 가던 길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2 로맨틱펀치 ‘눈치채줄래요’
보컬 배인혁의 목소리는 막대 사탕이라기보다, ‘더위에 살짝 녹은 초콜릿’에 가깝다. 야릇하게 끈적이는 목소리랄까. ‘눈치채줄래요’는 끈적이면서 팔랑팔랑 발랄한 목소리로 재촉한다. ‘내게 손 내밀어 줄 수 없나요. 용기 내어 말을 걸면 그대 달아날 것 같아.’ 조금 더 다가설까 말까 종일 고민하는 마음의 발걸음이 느껴져 풋풋하다. 같이 걸음을 맞추는 길에 그와 닿을 듯 말 듯 손이 스친다면. 그 길에 이 노래가 흘러 나온다면, 나도 모르게 살며시 손을 맞잡을지도 모른다.
3 소란 ‘리코타 치즈 샐러드’
‘소녀시대보다도 예쁜 건 You,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건 You.’(유후), ‘내 눈엔 지금 너무 완벽한 너. 살 빼지 마요. 그대로 있어줘요.’(살 빼지 마요) 웬 닭살 멘트냐고? 둘 다 소란의 노래 가사다. 소란을 두고 ‘남친 밴드’라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번 소란의 2집 앨범을 플레이해놓고 가사를 곱씹어보길. 남친에게 듣고 싶은 온갖 달달한 멘트들이 가사에 다 녹아 있다. 심지어 ‘리코타 치즈 샐러드’라는 곡엔 여자친구를 만나 미식의 신세계에 눈을 뜬 한 남자가 등장한다. 후식이라곤 누룽지, 쭈쭈바, 캔커피 밖에 모르던 남자가, 여자친구를 만나고서 쇼콜라, 마카롱, 레몬 타르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 그러면서 ‘네가 먹여주면 다 좋아~’란다. 우쭈주 엉덩이를 두드리며 예뻐해 주고 싶은 남자다. 유치해서 오글거린다고? 원래 사랑은 귀가 빨개지도록 유치한 게 아니었나?
Music 2 그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들 by 홍양(음악 칼럼니스트)
1 미구엘의 ‘Adorn’
내 몸속에 연애 유전자가 없는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인간 진화의 최정점이라는 자웅동체로 진화한 건가, 등의 잡상에 빠져 있다면 일단 연애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미구엘의 ‘Adorn’을 들어보자. 최면에라도 걸린 듯 어디든 나가 사랑에 빠지고 싶어지고, 오늘밤 누군가와 침대에서 뒹굴지 못하고 혼자 잠든다면 죄책감에 시달릴 것만 같은 기분이 된다. 남자가 이 정도로 달라붙어 달콤한 말을 퍼붓는데 연애세포가 움찔움찔하지 않는다면, 음, 당신은 아마 포에버 버진 완전체(a.k.a 모태솔로)인지도 모른다(아멘!).
2 프랭크 오션 ‘Thinking about you’
너무 치근덕대는 미구엘이 우아하고 고매한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귀요미 흑형 프랭크 오션의 ‘Thinking about you’가 다음 도전곡이다. 연인을 앞에 두고 쓸데없이 말을 돌리다가 ‘나 네 생각하고 있어, 평생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섹시한 팔세토 창법까지 동원해 은근슬쩍 세뇌시키는 노래다. 고운 목소리로 ‘띵킹 어바웃 유’를 로맨틱하면서도 담백하게 반복하는데 평생 듣고 있어도 좋을 것만 같다. 사랑의 감정을 영리하게 녹여내는 두 R&B 청년들의 곡은 사랑이 꽃피는 밤에 특히 제 몫을 다한다. 과하지 않은 로맨틱 무드를 위해 두 명의 이름을 외워두자. 미구엘, 그리고 프랭크 오션.
3 라나 델 레이 ‘Young and Beautiful’
하루 종일 ‘사랑밖에 난 몰라’와 ‘사랑 따위가 뭔 소용이야’ 사이를 양극성 장애 환자처럼 오간다면 라나 델 레이의 드라마틱한 러브송 ‘Young and Beautiful’이 진정제다. 사랑에 미친 여자가 ‘내가 나이 먹어서 추해져도 사랑할 거야?’ 등의 신파영화 대사 같은 가사들을 쏟아내는데, 이게 그리 남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는다. 사랑이 언제까지고 불타오르기만 하면 좋을 텐데, 언젠가는 그 열정이 사라질 거란 불안감이 노래를 장악한다. 집착과 불안이 교차하는 비극적인 톤의 곡이지만 여느 사랑 노래보다 로맨틱하고 아름답고 미치도록 슬프다. 라나 델 레이의 곡들은 사랑에 빠진 여자를 통속극의 주인공처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 더 매력적. 사랑에 대한 환상 교향곡으로도, 이별 후 궁상 레퀴엠으로도 훌륭하다.

Movie 실전에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사랑 영화 by 이숙명(피처 에디터)
1 [세크리터리]
변호사와 개인비서, S와 M의 병맛 사랑 이야기. 괴상한 연인 둘이 해괴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마구 폭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확신이 부럽다가, 그만 ‘사랑 뭐 별 건가. 저렇게 막 들이대면 되지 뭐’라는 이상한 용기에 휩싸인다. ‘S면 어떻고 M이면 어떠랴, 너에게 딱 맞는 그 한 사람만 있으면 돼!’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반쯤 미친 루저들의 아웃사이드 러브 스토리’라는 카테고리에서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펀치 드렁크 러브> <문라이즈 킹덤>도 추천한다. 나도 저렇게 확 다 놔버리고 미친 연애하고 싶다 라는 기분이 불끈 든다.
2 [500일의 썸머]
어설픈 옛 사랑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그게 결코 부끄러울 일이 아니구나,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웠을 수 있겠구나라고 긍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조셉 고든 래빗과 연애하고 싶어진다. [500일의 썸머]를 보면 헤어짐도 만남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별 후 연애를 복기한다는 점에서 실연 극복 영화로도 추천하는데, 헤어진 그/그녀와 다시 시작할 맘이 아직 있다면 [이터널 선샤인], 아쉽지만 마무리하고 싶다면 [500일의 썸머]가 치료제다.
3 [러스트 앤 본]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는 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한다. 이제 남자들은 그녀를 ‘여자’가 아니라 ‘장애인’으로 본다. 이때 가난한 홀아비 복서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그녀의 친구, 그리고 섹스 파트너가 되어준다. 영화는 결국 사랑만이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서로 의심과 불안 없이 완전히 헌신하는 관계가 남녀 사이에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도 준다. 반신불수의 아내를 돌보는 꼬부랑 할아버지 이야기 <아무르>도 그렇다. 보고 나면 연인에게 묻고 싶어진다. “내가 장애인이 돼도, 벽에 똥칠을 해도 옆에 있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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