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감 없는 존재감, 주상욱
이 배우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건 너무 성급하다. 13년 동안 맡아온 배역들은 그의 안에 빠짐없이 자리했고, 깊이 파 내려가는 연기라는 한 우물 속에서 더욱 존재감을 빛낼 것이다.
BY | 2016.03.27
블랙 후디 트렌치와 베스트와 블랙 부츠는 앤 드뮐미스터, 화이트 슬리브리스 티셔츠는 T by 알렉산더왕 by 무이, 블랙 스키니 팬츠는 닥터데님.
드라마이든, 영화이든 매번 작품 속 인물로 소위 ‘빙의’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 ‘연기’는 경험과 노력으로 바뀌어가지만 ‘타고난 외모’는 배우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조그만 새집 속으로 가둬버리기도 한다. 조금만 같은 모습을 보여도 대중들은 지루함을 표명하고 배우들은 늘 변신에 대한 병적인 강박에 시달린다. 여기 반듯한 외모의 주상욱이라는 배우가 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연기를 시작한 13년 전부터 쉼없이 작품을 하며 수십 명의 인물을 표현했다. 하지만 대중의 머릿속엔 그가 연기했던 몇 명의 실장님의 자리가 더 크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만은 쉽게 얻지 못하는 드라마 단골 캐릭터. 주상욱에게 이 캐릭터가 맞춤복처럼 어울렸던 건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자칫 반듯한 얼굴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그에게는 묘하게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인간적인 느낌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헤치고 살아온 진짜 세월을 덧입혀 만들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 그런 그였기에 드라마 속 비현실적인 실장님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월의 깊이를 더하면서 수십, 수백의 인물에 오만 가지 색깔을 덧입힐 준비가 된 걸로 보인다.
실제로 굉장히 유쾌하다고 듣고 마주 앉은 주상욱은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는 촬영 스케줄로 굉장히 지쳐 있었다. 빼곡한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무심히 툭툭 던지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평소 그의 모습이 솔직하다고 했던 주변인들의 얘기를 떠올렸다. 솔직함도 매력으로 포장되는 시대, 하지만 그는 솔직하게 보이고 싶어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의도’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았다. 무심한 툭툭함은 ‘~라고 생각한다’는 말미로 종결되는 의견조차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처럼 느끼게 했다. 그에게는 과잉된 가감이 없었다. 이런 그이기에 남들에게는 익히 알려졌던 오랜 무명 시절도, 캐릭터 논란도 덤덤하게 거쳐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단단해져 자신의 길을 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였고,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연기가 가장 좋은 연기라는 직업관을 가진 사람이었고, 연기파 배우라는 당당한 꿈을 향해 걸어가는 ‘빛나는 존재감’이었다.

패턴 수트는 캘빈클라인 컬렉션, 브이넥 레더링 티셔츠는 존 갈리아노, 블랙 레더 베스트는 송지오 옴므, 블랙 슈즈는 데상트.
<가시나무새>로 미니시리즈 첫 주연을 맡았다. 중반이 흐른 지금 소감이 어떤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금은 좀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1회부터 지금까지 경험이 쌓였으니 연기는 더 편안해졌다.
드라마를 할 때 누구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우던데 이번에는 어땠나.
누구를 따라잡고 싶다고 했던 말들은 진지하게 한 얘기는 아니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즐겁자고 한 얘기다. 누구보다 나아야겠다는 기준은 없다. 소위 누가 잘나가는지 그런 건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그냥 내 생각대로, 속도대로 가고 있다.
<가시나무새>를 시작하면서 잡은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던 작품이다. 나 스스로가 20부를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이끌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물론 보는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처음 목표는 그런 흡입력을 가지는 것이었다. 더불어 결과도 좋았으면 했다. 욕심이지만.
최근에 굵직굵직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감독들이 왜 캐스팅을 했는지 말해준 후일담 중에 기억 나는 게 있다면.
대부분의 감독님들은 배우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 외에 뭔가 또다른 모습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 공통적으로 해주셨던 말씀은 배우로서 굉장히 좋은 눈을 가졌다는 것. 기분이 좋고 웃고 있어도 뭔지 모를 슬픔을 간직한 느낌을 장점으로 뽑아주더라.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참 쑥스럽다.
실장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실장님은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
제대하고 <에어씨티> 끝나서 했던 작품 <깍두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5년 전 29세 때이다.
이제는 실장님이 하나의 개성이 되고 캐릭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실장님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다른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어찌 하다보니 많이 맡게 되었지만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실장님 안에서 다른 실장님을 찾는 재미도 있다. 이제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극중에서 계속 회사를 운영한다. 실제로 회사에 다녔으면 어떤 직원이었을까.
우선 회사 자체가 내 성향과 거리가 멀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이 맞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회사를 다녀야 할 상황이라면 분명히 적응을 할 것이다. 상사와 후배들과도 어울려서 즐겁게 다녔을 것이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힘들다고 그러던데, 군대랑 비슷하지 않겠나. 글쎄, 나름 적응하고 지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진지함을, 예능에서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보여주지 않은 면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연기적인 면에서는 기존의 실장님 이미지를 떠나서 180도든, 90도든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가시나무새> 이영조 역할은 그 안에 실장님도 있고 다른 모습도 있어서 매력으로 다가와서 선택했는데 생각보다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다.
이제는 배역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나.
여러 개를 놓고 이것저것 고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오렌지 컬러의 재킷과 블랙 실크 티셔츠와 블랙 스트랩 샌들은 Z.제냐, 블랙 레이어 팬츠는 송지오 옴므, 카무플라주 스카프는 Markaware by 에쿠르.
작품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 그 인물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한다. 스스로 소화하기 힘들 것 같은 역할을 무리하게 맡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감독님, 상대 배우 역시 중요하다.
배우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작품을 벗어나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는 없는가.
일반인들은 배우, 연예인을 보면 저 사람은 실제로 어떨 것이다 상상하지 않나. 그 상상이 깨지면 안 된다. 연예인은 그런 환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인간적으로 편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토크쇼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런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제는 관리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솔직하게 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다.
예능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서 부작용이 있었던 것인가.
아,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다들 좋게 봐주셨다.
한혜진 씨가, 무게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깃털처럼 가벼운 남자라고 말한 걸 보고 빵 터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의 일부분이니까. 인터뷰이다 보니 즐거운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얘기한 것이다. 한혜진 씨와 개인적으로 만나는 특별한 사이가 아니므로 나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없었다. 현장에서는 무겁기보다 가볍게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좋다. 즐겁게 일하고 싶어서 일부러 내가 그런 분위기를 만든다.
너무 잘생겨서 갖게 되는 제약은 없었나.
내 얼굴을 떠나서 외모 때문에 갖게 되는 제한점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한다. 키가 크거나 작거나, 덩치가 크거나 작거나, 동안이거나 나이 들어 보이거나. 누구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가질 제약도 그중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가.
많다. 왜 없겠나. 그동안 외모보다는 연기에 더 신경을 썼고 이제 조금씩 연기를 알아가는 입장이라 연기에 있어서 부족하다고 느낀다.
10년 넘게 쉼 없이 연기를 해오고 있고 무명의 시간도 길었다.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취미 생활이 아니라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안 되면 다른 일 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회사원 친구들이 많은데 사실 그들이 일하다가 짜증난다고 당장 그만두지는 않는 것처럼 배우도 마찬가지다. 내 직업은 배우이고 이를 통해서 돈을 번다.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도,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던 중대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잡지 모델을 하다가 단역 연기도 하며 시작한 것뿐이다. 굳은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하다보니 재미있었다. 다른 일에 비해 시간이 자유로운 점도 내 성격이랑 잘 맞았다.
<파라다이스 목장>이 방영될 때는 매일 나올 정도였다. 사람들이 질릴까봐 걱정을 하지는 않았나.
사실 있었다. TV만 틀면 나오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시청률이 크게 안 나와서 잘 모르더라.(웃음) 하지만 내 힘으로 방송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파라다이스 목장>은 1년 전에 찍은 것이다. 자신 있었던 것은 <파라다이스 목장>의 서윤호와 <가시나무새>의 이영조는 명백히 다른 캐릭터이고, 같은 배우가 동일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끔 연기했다는 자신이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연기할 때 캐릭터에 감정을 몰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캐릭터를 위해서 노력한다기보다 벌어지는 상황을 꼼꼼히 살핀다. 캐릭터는 상황이 모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매 장면마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포인트들이 있다. 거기에 집중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따라온다.
‘아줌마 황태자’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거 같다. 아주머니라고는 하지만 사실 그 중에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다. 주된 팬층이 30, 40대 여성들이어서 그렇다.
30, 40대 팬들은 팬심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어린 친구들보다는 현실적인 도움을 준다. 홍삼을 보내주는 등 건강을 챙겨준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고 그런 응원이 큰 힘이 된다.
골프와 낚시를 즐긴다고 들었다.
낚시는 한번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못 간 지 꽤 됐다. 골프는 번거롭지 않게 혼자 다녀올 수 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골프연습장에 간다.
그렇다면 골프 실력은.
중간 이상 정도 되는 것 같다.
성격이 밝아서 사람들과 많이 어울려 지낼 거라 생각했는데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좋아해서 의외다.
친구들 좋아하고 주변에 사람도 많다. 지금은 작품을 하고 있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혼자 있는 것 정말 안 좋아한다. 작품 끝나는 5월부터 사람들 만나서 술도 마시고 어울려 다니겠지.
연예인 절친은 누가 있나.
많이 있는데 다들 만난 지 오래되어서 딱 누구라고 꼭 짚어 말은 못 하겠다. 일단 같이 작품했던 친구들 70%는 친하다고 보면 된다.
연기를 제외하고 인생에서 푹 빠져본 게 있다면.
낚시, 골프처럼 뭐든 시작하면 다 빠진다. 운동하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취미 생활이기 때문에 직업과는 다른 부분이라서 이 둘을 비교하긴 힘들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가.
호기심이 많고 도전정신도 강하다. 세상사에 관심은 있지만 크게 관여하고 싶지는 않다.

블랙 슬리브 티셔츠는 엠비오 콜렉션, 화이트 날염 팬츠는 크리스반 아쉐 by 퍼블리쉬, 스터드 팔찌는 엠비오, 모자는 질 바이 질스튜어트 by 햇츠온, 블랙 슈즈는 데상트.
스스로 성격이 어떤 거 같나.
보는 그대로다. 항상 긍정적이고 무거운 분위기 싫어한다. 그런데 깃털처럼 가벼운 사람과는 개념이 다른 것 같다. 가벼운 분위기를 좋아할 뿐 생각 없이 말하거나 항상 웃는 성격은 아니다.
수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로 유명한데 패션적으로 변신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 같다.
드라마에서 항상 수트 차림이다보니 잡지 화보를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즐겁다. 평소에 절대 입지 않는 스타일이니까. 일상생활에서는 편하게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다.
웬지 포털 사이트에 자주 이름을 검색해볼 것 같다.
맞다. 자주 본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어떤 기사가 나왔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칭찬은 받아들이고 충고는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니까. 연예인 중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안 한다 그래도 사실 다 한다.
댓글을 보고 상처 받는 타입은 아닐 것 같다.
고맙게도 악플이 별로 없다. 악플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쓸 것 같지는 않다.
‘신경 안 쓴다’ ‘고민 안 한다’ 그런 말을 자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에서 자유로운 편인가.
혈액형이 A형이라 고민은 많이 한다. 하지만 나에게 득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득이 되는 것만 받아들여도 힘든 세상이다. 쿨하게 ‘됐어’ 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노력을 하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금방 잊기 위해서.
연애를 할 때는 어떤 남자인가.
모든 남자, 여자의 연애는 다 똑같다. 배우이거나 연예인이라서 특별한 것은 없다. 주변에서 보는 평범한 남자랑 비슷하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보는가.
보는 사람이 진심을 느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연기다. 스스로 가장 노력하는 부분이 진심을 담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쉽지는 않다.
인생에서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했을 때 기회가 몇 번 온 것 같은가.
어떤 작품을 맡아서 어떻게 연기를 했고 결과가 어떻게 나왔다와 같은 결과를 놓고 그게 첫 번째 기회였다고 단정 짓기에는 애매한 것 같다. 아직 안 왔다고 믿고 싶다. 너무 욕심쟁이인가.
배우 주상욱의 목표, 인간 주상욱의 목표는 무엇인가.
비슷하다. 배우로서 큰 꿈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 꿈이 헛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다. 예전에 주상욱의 사전적 의미가 어땠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그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라고 답했다. 그게 목표인 것 같다. 배우니까 연기를 잘하고 싶고 점점 더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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