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이준기`

톱스타의 인기는 양날의 검이다. 이준기라는 배우는 그 검에 애써 베이고 다쳐가며 다루는 방법을 습득한 무사다. 이제 그 사용법을 두고 매일매일 고민하는 워커홀릭 이준기에겐, 어떤 걸 물어도 결국은 일 얘기다.
BY | 2016.04.14
신드롬의 주인공에게 하사되는 면류관은 차라리 가시관에 가깝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많은 사람이 기대하며 누군가는 신드롬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개중에는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넘쳐나는 가운데, 일각과 분초를 달리하는 그 급격한 고락의 기폭 안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켜나가기란 일종의 혹독한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과도 같다. 몇 년 전 <왕의 남자>의 공길 역으로,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돼 있더라는 이준기의 경우에도 사람들은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얼마나 가겠어, 운이 좋았겠지, 곧 잊혀질 거야 등등. <플라이 대디>와 <첫눈>의 연이은 흥행 실패는 마치 모두가 이준기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합심이라도 한 듯했고, 이준기 신드롬이 거품이라는 명백한 물증처럼 제시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가학적인 기대와는 달리, 정작 그 시점부터 이준기의 영민함은 돋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 조연으로 등장해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겸손한 신예 톱스타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고, <일지매>로 이준기라는 배우가 가진 관객 흡인력을 또 한번 과시한다. 틈틈이 ‘팬 콘서트’라는 콘서트 형식의 독특한 팬미팅 행사를 개최하며, 그간 아이돌 그룹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열혈 팬층을 형성하기도 한다. 웬만한 허접 가수들의 곡보다 괜찮은 곡이 담긴 앨범도 2장이나 발매했다. 혹자는 이런 이준기에게서 영악함을 엿보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인기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평을 한다. 하지만 직접 만난 이준기에게서 시종일관 느껴지는 것은 전형적인 워커홀릭의 면모다. 늘 일을 생각하고 더 많은 일을 욕심 내는 배우, 자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보답을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톱스타, 매일 달라지는 자신의 면면을 분석하고 발전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청춘. 녹슬지 않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더 넓은 ‘판’이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이준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무얼 하면서 지냈나? 그동안 <에피소드 2>라는 팬 콘서트를 하면서 한국부터 시작해 아시아 각국의 팬들을 만나러 다녔다. 더불어 차기작도 선정하고 작품 촬영 전까지의 시스템도 점검하고 대본 수정에도 참여했다. <일지매> 이후 이번 작품까지의 텀은 꽤 길지만, 쉰 게 아니라 일하느라 상당히 타이트하게 움직였다. 아직까진 ‘기자들의 이야기’라는 것 말고는 <히어로(가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가 많지 않다. 아직 대본을 수정 중인 단계라 확실하게 말할 순 없고 일단은 비주류의 얘기가 될 것 같다. 사회풍자적인 면도 있고 전작들에 비해 무게감이 덜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미지 변신을 염두에 두고 택한 작품인가? 사실 이전까지 내가 했던 작품들은 격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거나 약간 비극적인 성향이 강해 전반적으로 무거운 감이 있었다. 그나마 <일지매>가 대중적이었지만 그 작품 역시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시청자나 팬들이 이준기를 볼 때 지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가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거나 어두운 면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작품 자체의 분위기도 가벼우면서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히어로>가 들어왔다. 캐릭터 자체가 유쾌한 건가? 전반적으로 가볍고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작품일 것 같다. 기존의 풍자성을 띤 드라마는 사건을 위주로 진행되었다면, 우리 드라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을 접하게 되는 식이다. 외면적으로는 유쾌한 캐릭터이겠지만 다들 나름의 사연을 품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존에 ‘이준기’ 하면 이런이런 연기가 나올 것 같다는 게 있었다면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상당히 자연스럽고 릴랙스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는 점이다.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스스로 멜로에 좀 약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 그 말은 멜로에 자신없다가 아니라 멜로를 하기엔 아직 풍부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자신없다는 얘기였다. 만약에 멜로를 한다면 ‘묵은지’ 같은 사랑을 보여주고 싶은데 난 아직 그런 느낌이 안 나올 것 같아서다. 내가 그런 감성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멜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내가 사랑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고, 사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그게 채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의 작품에도 멜로적인 요소는 다 있었으니까, 멜로가 드라마를 채워주는 한 부분이 아니라 드라마를 지배하는 전체가 되는 것에 도전하는 건 정말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난 후가 아니여야 할까라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다. 워낙 느긋해지는 걸 싫어해서 그런 것 같다. 한번 여유로움에 빠져들면 자꾸 그걸 즐기게 되더라. 영화 한 작품이 끝나고 몇 개월 쉬게 되거나 하면 내 자신이 상당히 다운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점점 배제하다 보니 드라마만 연달아 세 작품을 고르게 됐다. 드라마를 고를 때도 나름대로 조금 힘든 작품을 골랐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했던 드라마 중에서 가장 편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는 없나? 가장 짜릿할 때가 상대 배우랑 맞춰보면서 내가 이 캐릭터를 잘 이끌어가고 있구나라고 느껴질 때다. 그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 별도로 연기 연습도 하나? 사실 학교에서 연기를 배우는 건 연기의 강약이라든지 대사 전달이라든지 하는 연기의 기본 틀을 배우는 거다. 그 이상은 선생님들한테도 배울 수가 없는 것 같다.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만큼 다른 사람들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는지, 그 과정이 가장 큰 배움이 되는 것 같다. 정말 편안하게 현장에 가서 선배님들 연기하시는 모습도 지켜보고 얘기도 나누면서 공부도 해보고. 말하는 순간, 호흡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재미를 느끼고, 평상시에도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관찰하고 공부하는 것을 즐기고, 저런 사람들도 언젠가 내가 한번 표현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런 욕심이 쌓이다 보니 나중에 연기를 할 때 그때 그 모습, 그 표정, 그 톤을 떠올리며 내가 뱉어봐야지 하면서 현장에서 조율하면서 만들어갈 수 있게 되더라. 그러면서 천천히 늘어가는 것 같다. ‘팬 콘서트’라는 이준기 팬미팅을 위해서만? 그렇다. 처음부터 ‘제가 가수 한번 해볼게요’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라면 가수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건데, 팬 콘서트라는 걸 만들어서 기존의 배우들이 못해본 것을 해보자는 정도였을 뿐이니까. 춤 실력도 상당하던데, 평소 가무를 즐기는 편인가. 가무를 즐기기도 하지만 팬 콘서트를 위해 따로 연습한 거다. 무대 위에서의 체험과 느낌은 배우로서 겪는 부분과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왕 할 거면 재미있게, 멋있게 또 다른 나를 발산하고 싶었다. 사실 배우가 쉬는 동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마음대로 밖에 나다닐 수도 없고, 대체로 은둔형 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혼자 쓸쓸하게 보내곤 하는데, 내 성격상 그러고 있는 건 별로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게 없다면 뭔가를 만들어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방법이 팬콘서트였던 거다. 팬들과의 소통도 중요한 목적이지만,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표출하는 방법도 많이 체감하고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기도 하고, 그런 감각들을 익힐 수 있다. 성취감도 들고 내가 녹슬지 않는 느낌이 들어 좋다. 이준기는 유독 열혈팬이 많다. 대체로 그런 팬덤은 아이돌 그룹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이준기의 어떤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추종에 가까운 믿음을 끌어내는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나? 글쎄. 단순히 팬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싶었고 그런 자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다 보니까 그런 모습들이 기존의 스타분들에게서 부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면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해야만 팬들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다. 다만 이준기라는 배우는 팬의 존재를 상당히 크게 보는 배우 중 하나다. 그런 생각 때문에라도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해보고 만들어보고 선물하고 팬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이준기라는 친구가 아직까지도 자신의 위치(가 얼마 안 되겠지만)에 연연하지 않고 뭔가를 자꾸 뽑아내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서 이 사람을 보며 힘을 얻게 된다라는 ‘중독’ 같은 느낌이 있었으면 하고 믿고 싶다. 연애할 때 이준기는 많이 달라지는 편인가? 예전에는 데이트하는 것도 좋아했고 손잡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했는데, 일을 하면서는 불가능한 거구나라는 생각을 100번은 한다. 연애라는 게 계속 둘이 붙어다니면서 뭔가를 해야 하는 거잖나. 그런데 연애의 가장 기본인 같이 손잡고 걷는 것조차 못해주는데, 지금의 내가 연애 욕심 내는 건 어불성설인 것 같다. 다만, 나중에 연애를 하게 된다면 누구보다도 잘할 것 같다. 하고 싶었던 게 얼마나 많았겠나!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하고 싶다. 손잡고 영화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여행도 만날 다니고 그런 것들. 생각 같아서는 연애는 누구보다 최고로 잘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술자리 좋아하나? 너무 좋아한다. 주로 분위기를 이끄는 쪽? 이끈다면 이끄는 건데, 심각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 분위기를 깬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술자리에서도 일 얘기가 태반이다. 만날 똑같은 사람들이랑 술 마시고 얘기하다 보니까 일 얘기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래야 내가 안심이 된다. 나 혼자 생각해서 해결이 안 되면 빨리 터놓고 얘기를 해봐야 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 자체가 진지한 얘기가 반인 것 같고, 사람들이 지쳐 보이면 이제 좀 놉시다! 하는 거고. 술자리 좋아하고 워커홀릭인데 피부가 정말 좋다. 요샌 많이 망가졌다. 내가 좀 게으른 편이라 피부 관리를 따로 하진 않는데, 잠이 보약인 것 같다. 근데 요즘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거의 못 자는 바람에 피부가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 보통 연예인들은 스킨케어를 많이 하는데 나는 매니저들이 끌고 가도 귀찮다고 안 간다고 하는 편이다. 확실히 피부는 타고나야 한다. 그렇게 얘기하면 다들 재수없다고 하더라, 하하. *이준기에 대한 자세한 기사는 <싱글즈> 10월호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화보
스타
인터뷰
이준기
히어로
플라이대디
이준기신드롬
일지매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