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에도 급이 있다
직장 생활도 연차에 따라 쌓이는 내공이 다르듯, 솔로 생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연애 세포가 힘이 빠져 있는 단계부터 시작해 아예 퇴화해버린 단계를 거쳐, 남은 생에 연애는 없다고 믿게 되는 진정한 열반의 고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어디까지 왔는가?
BY | 2016.04.16
당신은 솔로인가?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 소심하게 불안해했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그때 솔로들의 행태는 비슷하니까.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태세를 갖춰야 할지 미리미리 준비하자. ‘곧 다시 연애 시작하겠지’라고 순진하게 믿고 있는 하수에서 중수로 넘어가는 속도는 그야말로 LTE급이니까.

● 솔로 생활 하수 >> 자신이 혼자 노는 걸 꽤 좋아한다고 믿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한다. 집에서 혼자 고기도 곧잘 구워 먹고 3일 정도는 외출하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다. 혼자 극장에 가는 건 익숙하다. 가구나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는 혹시 조만간 결혼할지도 모르니 신중하게, 혼수 용품급으로 장만한다. 일주일에 서너 건은 꼭 저녁 약속을 잡고 특히 금요일 저녁은 비워두는 일이 없다.
하수는 혼자 노는 것도 잘하지만 내일이라도 당장 좋은 사람 생기면 연애하겠다, 혹은 당연히 나는 곧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시기다. 나이가 차고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 불같은 연애를 시작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아직 모른다. 이때를 무심히 넘기면 연애 세포는 급속히 퇴화한다. 들어오는 소개팅 마다하지 않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도 있다. 꾸준히 ‘썸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솔직히 말해서 마음이 안 가더라도 같이 잠이라도 자면서 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 남자가 호감을 보이는 건지, 매너만 살리는 건지 구별할 줄 아는 연애의 감 말이다.

● 솔로 생활 중수 >> 슬슬 따뜻한 체온이 그리워지고, 바쁘게 약속 만드는 것도 지친다. 놀 만큼 놀아봤다. 주변 사람들에게 집으로 놀러 오라고 자꾸 초대를 한다. 음식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요리 잘하고 꼼꼼하게 살림하는 여자 셀프 코스프레가 시작된다. 김장 김치도 두세 종류는 가볍게 담근다.
본격적으로 애완동물, 특히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다. 혼자 못질도 하고, 욕실 바닥 타일도 갈아 끼운다. 기사 식당에서 혼자 밥도 잘 먹고, 친구가 늦게 오면 곱창집에서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시켜서 굽고 있을 줄도 안다.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횟수가 잦아지고, 마음 한구석으로는 혼자 사는 것을 운명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에 없는 남자에게 먼저 잠만 자자고 제안할 줄도 안다. 결혼은 하면 좋고, 아님 말고 라고 쿨하게 말하지만, 내심 불안함은 느낀다.
중수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파악이다. 이때쯤이면 주변에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친한 지인들은 다 결혼했을 가능성이 크다. 꺼진 불 파헤쳐서 남은 불씨를 찾아내고 헤어진 남자 중에 싱글이 없나 거미줄을 쳐보기도 하자. 모아놓은 자금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꼼꼼하게 따져서 노후 계획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문해보자. 나는 정말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인가?

● 솔로 생활 고수 >> 연애가 안 되는 이유를 알기 위해 풍수지리의 힘까지 빌린다. 음기가 강해서 여자들에게 좋지 않은 동네는 즉각적으로 떠나고, 집안 실내 인테리어도 풍수지리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다. 예를 들어 고급 취향이라며 즐기던 전등을 끄고 아로마 캔들을 피우는 것도 제사 지내듯 음기를 북돋우니 자제하고, 현관에 신발을 많이 두는 것도 좋지 않으니 싹 정리를 한다.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듯 다니는 점쟁이가 한 명씩 있다.
고수의 단계는 두 가지로 양분된다. 반드시 결혼하겠다 or 연애와 결혼은 이번 생에는 없다. 전자는 풍수지리라도 알아보며 솔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후자는 자신의 보험금 상속자를 조카에게 돌려놓고 미리 유언을 작성해보기도 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주변의 솔로 하수, 중수를 걷어 먹이며 대모 역할을 한다. 만약 진심으로 혼자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멘탈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
일정 생활을 보장해주는 수입이 있고, 남들에 비해 외로움을 덜 탄다 하더라도, 솔로로 살 만한 나이는 40대 중반까지다. 그 후로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도 서로 민망하고, 한 군데씩 아픈 곳이 나타난다. 몸이 아프면 혼자인 것도 더 서럽고 여행 다니고 노는 것도 힘에 부친다. 주변에서 서로 돌봐줄 누군가는 반드시 필요하니 가족과 되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사는 것이 좋다.
몇 년째 결혼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서른여섯 살의 싱글은 말했다. “서른두 살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서른네 살이 되잖아? 만날 수 있는 남자가 10명에서 8명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5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진짜 두려운 건 이때부터야.” 그러니 이 땅의 솔로들이여, 자신을 잘 파악하고 앞으로의 노선을 결정하자. 솔로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결혼도 의무는 아니다. 다만 한국 땅에서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솔로에게 가혹하고, 빨리 흐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73% don'ts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 2인분 시켜서 맛있게 구워 먹고 나올 수 있다.
>> 아직은 솔로 하수들이 많네요.멘탈 강하게 키우세요!

EX와 친구로 남는 법
왜 헤어진 연인과 친구로 남고 싶은가? 말이 잘 통해서?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기에는 그가 아까워서?
마음에 거울을 대고 솔직해져 보자. 결국은 미련 때문이다. 혹시나 친구로 남을 수 있다면 서로의 감정이 깊어지기 전, 3개월 미만의 짧은 기간을 만났을 때 정도다. 사귈 때 잘 맞았던 건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인에서 친구로 변하게 되면 그런 배려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연인’이 아니기에 한쪽이 더 맞춰주는 일은 없다.
매일 다정히 팔짱 끼던 사이가 무덤덤하게 나란히 걷기만 하는 일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섹스한 사이라면 필요할 때 욕망을 채우는 대상이 되기 쉽다. 낯선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 것보다 익숙한 사람이 마음도 편하기 마련이다. 반복될수록 감정은 사라지고 욕망만 남는다. 섹스하는 친구가 가능한 사람인가? 당신은? 헤어진 후에도 친구 비슷한 형태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건 각자에게 또 다른 연인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다.
당신은 다시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는데, 상대방이 정말 다른 여자를 먼저 찾으면 어떻게 할 건가? 한쪽이라도 먼저 새로운 교제를 시작하면 불쾌만 남고 흐지부지 끝날 심산이 크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적다. 하지만 친구라는 이름 아래 헤어진 남자를 보험처럼 옆에 두지 마라. 과거의 유령일 뿐, 현재진행형은 아니니까. 마지막으로 <응답하라 1997>의 명대사를 남기겠다. “친구? 지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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