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MR. DENNIS `데니스 오`

지구상 가장 우아한 외계인을 만나다. 설탕과 르뱅으로 브리오슈를 만들던 달콤한 요리사 조니 크루거가 커다란 검은 개 한 마리와 함께 압구정 한복판에 나타났다. 일상의 얼굴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데니스 오와 유난히 느리게 흐르던 어느 오후에 관한 에스프리.
BY | 2016.04.15
압구정 한복판에서 우아한 외계인을 만났다. 착한 남자 클라크 켄트와 지구 영웅 슈퍼맨의 어디쯤. 데니스 오에 대한 첫인상은 그랬다. 멀쩡한 지구인이 붉은 망토를 두른 외계인이 된 데는 당신도 공감할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찍이 윌 스미스가 몸담고 있던 MIB에서 결론 내린 바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존 레논을 포함한 지구인의 절반 이상은 외계인이라 하였으니, 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보통의 남자들과 확실히 다른 비트루비우스적 인체 비 를 보여주는 이 남자를 외계인이 아니라면 달리 뭐라 설명할 수 있겠는가. 둥근 원에 두 팔을 붙이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데니스 오의 모습에서 완벽의 이미지를 차용한 핸드폰 CF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달콤한 스파이>를 준비하던 드라마 PD는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 는 100퍼센트의 남자, 한유일(보라, 이름부터 유일하다!)을 찾아 싱가포르와 미국을 헤맨 끝에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그렇게 한 편의 CF와 드라마로 데니스 오는 스타가 되었다. 완벽한, 비현실적인. 그를 수식하는 이 두 형용사는 그래서 오래 전 크리스토퍼 리브가 슈퍼맨이 되어 지구 밖으로 날아가야만 했던 것처럼 이 잘생긴 남자를 외계인이 아닐까 싶은 의구심에 빠지게 만든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마녀 유희>에서 그가 맡은 조니 크루거란 인물 역시 10대에 천재성을 인정받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프렌치 요리전문가였다. 덕분에 이 빈틈없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과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꽤 고민스러워졌다. 우주 속 지구의 21세기적 현황 따위야 아무 상관없었고, 미국 남부 조지아주와 대한민국의 남부 경상도에서 자란 그와 에디터 사이에 어떤 생활의 공통점이 있을 리 만무했으며, 대체로 슈퍼맨은 재미가 없는데다 영어와 한국어, 각자 사용할 언어도 달랐다. 그래서 그냥 손가락 하나를 내밀기로 결심했다. 삐-. 미끈한 검은 도베르만 옆에 선 그가 우아하게 교신에 응했다. “난 사람들을 언제나 믿으려고 하지만, 그리고 사람들 역시 언제나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려 하지만, 동시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저에게 늘 무언가를 지시하죠.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도 시키는 대로 해야 돼요. 뭔가 다른 일을 당장 하고 싶어도 내 욕구를 양보해야 할 때가 있는 거고. 그게 연예계의 생리죠. 한국에 온 이후로는… 그래서 계속 성격이 변해요. 요즘은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뭐라고 정의를 내릴 수가 없어요.” “붐비는 압구정 한복판에 서 있다 해도 당신에게선 여유가 느껴질 것 같아요.” 정신없이 움직이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음악에 맞춰 유쾌하게 몸을 흔드는 그는 확실히 그랬다. 장난기 넘치는 포즈에서 진지했던 그간의 활동에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머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런가요? 요즘은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인데… 어느 도시에 가도 다이내믹한 면모는 있죠. 세상 어느 도시라도… 뉴욕, LA, 서울, 홍콩… 모든 것이 미친 듯이 빠르고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이런 경험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그 도시에서의 생활과 시간을 즐길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짓는 것 같아요.” 그는 서울에서의 생활은 아직까지 배우는 과정이라 했다. 오늘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드라마 촬영을 하고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우리 뒤로는 또 다른 매체 두 곳의 기자들이 스튜디오 한 에서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절 행복하게 해주는 건 가족이에요. 비록 미국에 있지만 가족이 날 지지하기 위해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얼마든지 전화도 할 수 있고. 드라마 때문에 6개월 동안 가족들의 얼굴을 못 봤어요. 그래서 한 번씩 슬퍼지기도 해요.”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단 한 편의 CF로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던 한국계 외국인 모델이 CF 스타가 되었고, 특별히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던 사진학과 졸업생을 직접 미국까지 찾아온 드라마 팀이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스몰빌의 순박한 청년 클라크에게 어느 날 갑자기 던져진 사명처럼,-사실 는 슈퍼맨이니, 가서 지구를 구하라-엄청난 행운인 동시에 부담감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어떤 마음의 준비나 하다못해 한국어를 공부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 “전 영어만 할 줄 아는데 모두 한국말로 얘기해서 힘들었어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래서 언제 대화가 끝나는지도 몰랐고, 연기를 하다 어느 타이밍에 내 대사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죠. 오히려 지금은 주연은 아니지만, 한국어를 조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연기에도 더 집중을 하게 되었어요. 카메라 앞에서도 좀 더 자신감이 생기긴 했고요. 그래도 아직 한국어 대사에 집중하느라 연기력이나 카메라를 신경 쓸 겨를은 없죠, 사실.” 매일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다고 했다. 뜻을 익히고 발음하기도 어려운데, 감정까지 실어가며 구어체로 연기를 한다는 게 1~2년 사이에 뚝딱 이뤄지겠는가. 그래서 성격도 좀 바뀌었다. “항상 남들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저 역시 완벽하진 지만 남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 전 그런 착한 사람이고 싶어요. 그건 부모님이 지금껏 저를 가르쳐온 방식이기도 하죠. ‘Good Person’이 되는 것. 그게 제 인생의 목표이자 지금도 하루하루 제가 추구하는 바예요. 아직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이제 한 반쯤 왔다고 할까…?” “연예 비즈니스에 들어와서, 특히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와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못 알아듣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비즈니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난 사람들을 언제나 믿으려고 하지만, 그리고 사람들 역시 언제나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려 하지만, 동시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저에게 늘 무언가를 지시하죠.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도 시키는 대로 해야 돼요. 뭔가 다른 일을 당장 하고 싶어도 내 욕구를 양보해야 할 때가 있는 거고. 그게 연예계의 생리죠. 한국에 온 이후로는… 그래서 계속 성격이 변해요. 요즘은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뭐라고 정의를 내릴 수가 없어요.” 그는 정확히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 뒤 이 부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의 포즈를 두고 다시 이야기는 이어졌다. “항상 남들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저 역시 완벽하진 지만 남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좋은 사람 말이죠. 그건 부모님이 저를 가르쳐온 방식이기도 해요. ‘Good Person’이 되는 것. 그게 제 인생의 목표이자 지금도 하루하루 제가 추구하는 바예요. 아직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이제 한 반쯤 왔다고 할까?” 이상과 다른 현실 속에서 혼란스럽지만 절망적이지는 다. 아니, 오히려 단호하다. <달콤한 스파이>의 출연료 전액을 민간 자선단체 ‘연탄은행’에 기부한 사실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다. 3만3000장의 연탄을 구입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과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중계동 달동네의 언덕을 오르며 직접 배달하기도 했다. “연예인은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많이 벌긴 해요. 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그리 많이 벌진 못했지만, 집이나 차에 대해 걱정할 요는 없으니까 여유가 있죠. 살 곳도 있고 미국에 한 번씩 돌아가야 하기도 하고… 돈을 기부하면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보통 스물일곱 살의 남자에게 돈이 있다면, 예상되는 소비 패턴은 세 종류다. 멋진 스포츠카나 화려한 , 전자제품들을 구입하는 데 열을 올리는 마니아나 여자와 유흥비로 탕진하는 탕아 스타일, 혹 건실한 청년이라면 미래를 위해 일부를 저축하고 부모님께 집이라도 한 채 사드릴지도 모른다. 어쨌건 나와 내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것도 첫 출연한 드라마의 출연료 전액을 기부한다는 건 쉽지 은 거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고 하자 “고마워요!”하며 진심으로 밝게 웃는다. 아, 어쩌면 그는 진짜 슈퍼맨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바라는 행복의 모습이란 소박하다. “가족을 위해 부양할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특히 부모님이 걱정 없으신 것. 항상 부모님을 볼 수 있고 말이죠. 큰 집은 요 없고 그냥 평범한 크기의 집에서 식물도 잔뜩 길렀으면 좋겠어요. 예쁜 정원에선 개도 뛰어놀고 수영장도 있고 말이죠. 행복하기 위해 꼭 미국에 살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한국에 오기 전엔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세계에는 얼마든지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으니까. 말레이시아도 환상적이라고 들었고, 싱가포르에서 살고 싶기도 하고… 모델 일을 할 때 머문 싱가포르는 아주 아름다웠거든요.” 배우로서의 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스갯소리처럼 계속 이 비즈니스에 머문다면 오스카상을 타는 게 목표란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그 전에 연기자로서 먼저 성숙해져야죠. 지금까진 뭐 자랑할 만한 것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적도 없잖아요.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그가 마음에 든다. 인간적인 솔직함. 누구에게나, 하물며 인에게도 약점이 있고, 그만의 외로움과 상처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현실 속에 자기만의 크립토나이트를 인식하며 살아간다. 삶의 에 지를 앗아가는 치명적인 약점. 살다보면 도덕 교과서처럼 착하게 살고 싶은 어릴 적 순수한 욕망을 방해하려 드는 악당들도 나타나고, 현실의 크립토나이트는 생각보다 꽤 자주 우리를 괴롭힌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현실과의 타협’이라는 악당과의 비겁한 조우를 택하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고 처음부터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안일하게 나이를 먹는다. 가슴 한가운데 S자 대신 한 어깨 뒤에 오래전 문신으로 새긴 자가를 짊어지고 이 남자는 여전히 꿈을 꾼다. “나이를 먹고, 언젠가 더 이상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벌고 난다면 데이비드 랏셔펠처럼 사진을 찍고, 스튜디오를 세워 파인아트 작업을 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전공한 사진과 존경하는 작가와 그리고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이 반짝인다. 데니스 오에 대한 단선적인 이해는 그만두자. 접선은 끝났고, 우리의 ‘super’한 남자는 그를 찾는 또 다른 사람들을 향해 떠났다. 진실과 정의와 선을 추구하는 우아한 외계인. 그가 꿈을 이루고 그만의 로이스를 찾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마지막 해피엔딩을 상상해본다. 어쨌건 슈퍼맨은 우리 곁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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