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이상은, 천재적 상상력을 지닌 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만나다

기발한 상상력과 극단적인 화법, 인간의 심리에 대한 짜릿한 통찰에 반전의 묘미까지. 이런 매력 덕에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의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살인자의 건강법>, <로베르 인명사전>, <두려움과 떨림> 등으로 이미 전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선 천재 작가 아멜리 노통브와 아시아적 감성의 아티스트 이상은의 만남.
BY | 2016.04.21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를 만난다는 것은 마치 <나니아 연대기> 속 얼음 마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합류한 기분이었다. 그녀의 책을 한 권만 읽어봐도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샘솟지 않던가. 그런 사람을 면전에서 만나 직접 인터뷰까지 해야 한다니. 혹시라도 세계적인 천재가 우리에게 상처를 주거나 심지어 물컵을 던져도 잘 견뎌내자고 우리는 손을 굳게 잡고 맹세했다. 11시간 힘든 비행을 마치고 호텔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다음 날 아침 그녀를 만나러 알뱅 미셸 출판사로 향하는 길은 마치 시베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과정 같았다. 피카소나 살바도르 달리를 만나러 가는 사람도 그때의 우리처럼 혹시라도 천재가 범인(凡人)들의 평범한 질문들에 치를 떨며 “당장 나가주세요!”라며 내쫓길까 염려하진 않았을 거다. 아멜리 노통브는 그런 포스를 내뿜는 작가다. 무시무시한 리얼리즘과 어둡고 진한 환상이 믹스된, 어떨 때는 피 냄새와 구토 냄새가 잔뜩 밴 문장으로 가득한 그녀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날카롭게 빛나는 칼로 찔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그녀를 만나기 바로 전까지 파리의 풍경에는 눈길도 안 주며, 출판사의 로비에서조차도 나는 “제발 무사히 살아서 돌아갈 수만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정말로, 두렵고 떨렸다.
내 모든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는 자전적이건 아니건간에, 인간 내면의 미스터리예요. 그것이 언제나 가장 신비롭고 재미있는 주제죠. 대부분 우리가 안에 감추고 있는 것들은 상당히 어둡다고 생각해요. 밝고 좋은 부분은 아주 적고,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어둠과 악을 안고 있지요. 모든 소설가들이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바로 이 내면에 깃든 악마라고 생각합니다. 아멜리 노통브 이상은(이하 L) 작품 한 권을 읽고 나면 또 보고 싶다라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독성이 있어요. 예전에 <시간의 옷>이라는 작품을 추천 받아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저도 곧 노통브 씨의 팬이 되었습니다. 특히 <두려움과 떨림>은 일본에서의 경험이어서 동양인으로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도 일본에서 살며 느꼈던 것들도 떠올랐고요. 아멜리 노통브(이하 A.N) 아, 그렇군요!(함박웃음) L 자신의 작품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세요? A.N 전 정말 알 수가 없어요. 저도 알고 싶은 미스터리랄까요. 솔직히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성공한 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사실 외국어로 번역하면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린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텐데 말이죠. 특히 한국에선 많은 성공을 거두었는데,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성공했어요! <두려움과 떨림>에 묘사된 일본에 대한 내용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요. (웃음) L 한국어로 번역해도 당신의 문체는 대단히 독특한 편이에요. A.N 한국어로 상당히 잘 번역된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한국어를 모르면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좋은 반응이 있었던 걸 보면, 번역이 잘된 게 분명해요! L 당신의 작품의 소재는 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이잖아요. 때로는 충격적일 정도인데 그런 게 본인의 색깔인가요? 아니면 점점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를테면 사람들은 보통 나이를 먹으면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A.N 모르겠어요, 그게 변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제 모든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는 자전적이건 아니건간에, 인간 내면의 미스터리예요. 그것이 언제나 가장 신비롭고 재미있는 주제죠. 대부분 우리가 안에 감추고 있는 것들은 상당히 어둡다고 생각해요. 밝고 좋은 부분은 아주 적고,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어둠과 악을 안고 있지요. 모든 소설가들이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바로 이 내면에 깃든 악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들 살면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치며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다들 나쁜 것은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죠. 작가들은 (나쁜 것이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내 안으로 들어가면, 늘 이 악함을 마주하게 되거든요. L 이를테면 당신의 작품은 내면에 대한 저널리즘 같은 건가요? A.N 맞아요, 잘 보셨어요! L 어쩔 때는 정신과 의사 같기도 해요. A.N 전 그 분야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지만 그런 말을 듣기도 해요. L 인간 내면의 어둠과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치유까지 이르는 과정이 보여지는 것 같아요. A.N 정말로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같은 학문에 대해선 하나도 몰라요. 그런데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이 제 책을 읽고선 너무 훌륭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L 그렇구나, 역시. 솔직히 그것 때문에 약간 겁이 났어요.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분이 아닐까. 인터뷰하면서 오히려 분석당하진 않을까 하고요(웃음). A.N ‘저 여잔 분명 미쳤을 거야!’라고 생각한 건 아니고요? (모두 폭소) 많은 기자들이 저를 만나기 전에 제가 혹시 이상하거나 무서운 사람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보세요. 아니잖아요. 아마 제 책 탓이겠죠. 저는 나에게서 혹은 주변에서 무슨 문제가 발견되면 책 안에 다 푸는 편이에요. 그러고 나면 실제로 괜찮아지기도 하고요. (실제로 아멜리 노통브는 한 인터뷰에서 매일매일의 자살충동을 글을 쓰며 다스린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L 일종의 카타르시스인가요? A.N 확실이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죠. L 그렇다면 당신의 모든 소설이 다 자전적인 건가요? A.N <머큐리>는 픽션이었고요, <두려움과 떨림>은 자전적이었죠. (<두려움과 떨림> 책을 만지며) ‘만들어낸 거 아냐?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전적인 소설 안에서의 일은 정말 모두 일어났던 일이랍니다. L 일본하고 한국하고 벨기에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지금 일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벨기에에 대해선 우리도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당신의 모국인 만큼 궁금합니다. A.N 일본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라이고, 어린 저를 가장 매혹시킨 나라지만, 나는 그곳에서 절대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꼭 불가능한 사랑얘기처럼요. 친오빠가 10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한 번도 가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오빠를 만나러 한국에 한 번도 가지 않을 걸 믿을 수가 없네요! 오빠가 한국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데, 오빠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요. 오빠가 말하길 일본과 한국은 매우 다르다고 해요. 일본도 예쁜 나라이긴 하지만, 오빠는 한국사람들이 진실돼서 좋다고 해요. 왜, 일본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드러내지 않잖아요. L 한국에 꼭 초대하고 싶어요. A.N 너무 좋죠! 하지만 문제는 제 끔찍한 스케줄이에요. 다음 주엔 처음으로 러시아에 가게 되었어요. 제 책이 42개국어로 출간이 되었는데, 42개 나라가 절 초청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원하기만 한다면 늘 여행하면서 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스케줄로는… 휴…. L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하루에 꼬박꼬박 4시간씩 글을 쓰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힘들진 않나요? A.N 일 년 내내 매일매일 최소한 4시간은 소설을 써요. 보통 새벽 4시에서 아침 8시 사이에요. 그리고 여기 사무실에 와서는 (쌓여 있는 편지를 보여주면서) 이 편지들에 답장을 하죠. 적어도 4시간을 답장 쓰는 데 할애해요. 다 합치면, 도합 8시간은 글을 쓴다는 얘기죠. L 피곤하진 않나요? A.N (눈 밑을 가리키며)다크서클이…. (모두 폭소) L 이 편지들에 모두 답장을 하나요? 어디서 오는 편지들인가요? A.N 가능하면 모두에게 답장을 하려고 해요. 대부분 프랑스인이에요. 아, 가끔 한국인들도 있어요. L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피곤한 직업이군요. A.N 진짜 그래요. 정말 피곤한 직업이죠. 근데 성공한 가수 역시 피곤한 직업 아닌가요? L 그래도 제가 좀 더 나은 것 같아요(웃음). 당신의 책을 읽으면서 진짜로 천재라는 생각을 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천재라고 하면 기분이 어떤가요? A.N 사실 그렇게들 얘기할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사실 제가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오, 천재다!’라는 소리를 듣긴 했어요. 그 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15년째 베스트셀러 작가예요.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 특히 성공한 예술가들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아멜리 노통브 요즘은 별로야. 그냥 베스트셀러 작가일 뿐이잖아?”라고 말해요. (이때 아멜리 노통브는 귀엽게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내리며 ‘나쁘다니까’ 하는 흉내를 냈다.) 상당히 프랑스적인 사고방식이죠. 게다가 나름 유명인사가 되고 나서는 파리에서 길을 걸을 때 노숙자까지 “어이, 아멜리 노통브!” 하고 알아봐서 놀랐다니까요. L 책 표지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녀의 책 표지에는 그녀의 사진이 많이 쓰였다.) 싫진 않죠? A.N 네, 오히려 재밌어요. L 근데, 정말 안 믿겨서 그러는데요. 정말 저 많은 편지에 다 답장을 한단 말인가요? A.N 좋은 편지들, 재밌거나 잘 쓰여진 편지에는 대개 대답을 하죠. 근데 대부분 그래요. 결국 95% 정도에 대답을 하는 셈이죠. L 사실 한국의 유명작가들은 팬레터에 거의 답장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A.N 아마 프랑스에서도 제가 유일할걸요. 이게 정말 흥미롭긴 하지만, 위험한 면도 있어요. 지금 내가 누구한테 답장을 쓰는 건지 모르니까. “너무 좋아해요!” 하고는 상냥한 편지를 보냈기에 답장했더니 알고 보면 상대방이 미친 사람이었다던가, 가끔은 출판사 입구에서 그런 사람들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나한테 편지를 쓰다니, 당신 나를 사랑하는 거군요!” 이러면서 말이죠. L 인생 자체가 소설이군요! A.N 세상에, 그러게 말이에요. L 작업할 때는 주로 파리에 머무르는 편인가요? A.N 절반은 파리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브뤼셀에 머물러요. 파리와 브뤼셀은 기차로 한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글을 쓰는 건 어디서나 매한가지지만, 이 두 도시가 내게 적절한 균형감을 주는 것 같아요. 파리는 열정적인 도시이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번잡함이 있다면, 브뤼셀은 파리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곳이거든요. L 파리라는 도시가 직접적인 영감을 주나요? A.N 당연하죠! 브뤼셀은 작은 도시이고, 제가 소설가라고 해도 별 큰 반응이 없어요. 그런데 파리는 문학을 신성시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제가 소설가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대단해요! 문학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 같아요!”라고 하니까요. 문학을 신성시하는 곳에서 문학을 하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인 일이죠. L 나도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작가나 책이 있나요? 저 같은 경우 문학은 잘 모르지만, <결혼, 여름>이라는 카뮈의 책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제겐 바이블 같은 작품이에요. A.N 까뮈를 좋아한다니 대단하군요! L 사실 당신의 책을 읽으면서 아멜리 노통브는 여자 카뮈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A.N 정말 감사합니다! 감동 받았어요! L <결혼, 여름>을 읽으면, 몸으로 읽고 있는 느낌이에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몸이 반응을 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쫙-! A.N 맞아요. 문학이라는 건 전체적인 행위거든요. 머리로만 읽는 게 아니라 온몸과 마음으로 읽으면서 반응하는 게 당연해요. L 카뮈 소설은 그 시대배경이 좋은 거 같아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로망이 강하잖아요. A.N 네, 까뮈는 정말 대단한 작가죠. 제겐 너무 큰 롤모델이에요. 많은 작가들이 저에게 롤모델이 되어주고 있어요. 스탕달,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Marguerite Yourcenar)는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자 저의 바이블이죠. L 아시아 작가도 좋아하나요? A.N 그럼요. 미시마 유키오나 요새 작가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사람들. 주로 일본작가들이네요. 아쉽게도 아직 한국 문학은 접해보질 못했어요. L 프랑스에는 잘 알려진 한국 작품이 거의 없죠. 왠지 아쉬워요. A.N 그러게요. 아쉬워요. 대신 지금 한국영화가 세계 최고잖아요? 전 김기덕 감독을 너무 좋아해요. 그의 영화는 정말 근사해요. L 개인적으로, 그리고 여자들은 그의 영화를 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마초적 기질이 보여서. A.N 어머, 진짜요? L 사실, 김기덕 감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긴 했어도, 오히려 한국에서 덜 인정받는 것 같아요. 나는 여성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싫어요. A.N 아, 저도 그 얘기는 오빠한테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유럽인)는 아무래도 자막으로 내용을 이해하니까, 뉘앙스라든지 디테일을 놓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모르는 것 같네요. L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건, 당신처럼 내면의 어두움, 그늘진 섹슈얼리티 같은 주제를 표현하는 감독이라서 그런 건가요? A.N 그것보다 그의 영화는 우리(유럽인)에게도 상당히 새롭고 낯선 영화였어요. 그가 상당히 멋진 상상력을 갖고 있는 건 확실해요. L 아무래도 여성이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자전적 소설을 쓰고 있으니까 페미니즘 쪽에서도 반응이 오나요? A.N 굳이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내 소설을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긴 해요. 특히 <두려움과 떨림>의 주인공이 일본에서 생활한 직장 여성의 얘기니까. 일본 회사에서 여성의 위치는 상당히 힘들어요. 거의 희망이 없죠. 잘 교육 받은 여성이더라도 회사 내에서 승진은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그런 얘기를 다뤘단 점에서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사실 그건 그 누가 봐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받는 대접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얘기예요. 그래서 굳이 칭한다면 페미니즘보다는 시민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L 프랑스에도 성차별이 존재하나요? A.N 존재하긴 하지만, 그렇게 심하진 않죠. 하지만 일본은 정말 심각했죠. 이미 사람들의 의식 속에 성차별적인 사고가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외국 사람이 적응하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L 한국도 쉽지만은 않아요. 그런 성차별로부터 여성들이 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역사적으로 프랑스나 벨기에는 우리보다 먼저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 우리는 지금 빨리 따라잡아야 하거든요. A.N 제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상은 씨를 보아하니 에너지가 넘치고 강한 것 같아서 걱정은 안 하지만(웃음), 절대로 남자들이 여자들을 그렇게 함부로, 자기들 식으로 대하도록 놔두면 안 돼요. L 사실 그래서 매일 싸우고 있어요. (웃음) A.N 그렇게 보여요. (웃음) L <로베르 인명사전>에 나오는 로베르가 실제 인물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가수이고 그녀와 함께 작업도 했다고 들었는데, 음악을 좋아하나요? A.N 네, 전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데, 불행히도 음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라요. 게다가 노래는 또 어찌나 못하는지! 어느 날 로베르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저에게 음악을 들려줬어요. 그때 내가 텍스트를 하나 썼는데 로베르에게 그걸 주면서 “쓰고 싶으면 써도 돼”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그 텍스트에 맞춰서 노래를 부른 후에는 상황이 바뀌었죠. 너무 멋있었거든요. 그녀 남편이 작곡가인데, 그가 내게 곡을 주면 난 그 곡을 들으면서 가사를 썼어요. 그러면 로베르가 그걸 노래하고. 이 모든 작업이 너무 너무 즐겁고 멋졌어요. L 맞아요. 음악 작업은 정말 즐겁고 멋진 일이에요.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는 과정을 ‘임신했다’, 그리고 본인의 소설의 ‘아기’라고 표현하는 것을 봤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곡 작업을 할 때마다 뭔가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기분이거든요. A.N (손으로 배를 불룩하게 하면서) 네, 저는 지금도 임신중이에요!
얼음장처럼 차갑고 눈에서 레이저라도 내뿜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는 이름만큼이나 스위트하고 상냥한 사람일 뿐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나는 두려움이란 단지 “그런 경험이 없다”라는 뜻이란 걸 깨달았다. 새로운 경험에는 반드시 실수나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실수 자체가 두려운 것일 뿐이다. 이상은 아멜리 노통브식 반전 세상에 이럴 수가! 이게 바로 아멜리 노통브식 반전인 건가? 몇 달 만에 우중충한 파리의 하늘이 너무 맑게 개어 기분이 좋아 그랬을까? 꼬박 12시간을 날라온 우리의 정성에 감복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너무 순박해 보여서일까? 얼음장처럼 차갑고 눈에서 레이저라도 내뿜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는 이름만큼이나 스위트하고 상냥한 사람일 뿐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나는 두려움이란 단지 “그런 경험이 없다”라는 뜻이란 걸 깨달았다. 새로운 경험에는 반드시 실수나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실수 자체가 두려운 것일 뿐이다. 예의 바르고 예쁘고 참하고 겸손하게 우리를 응대한 아멜리 노통브. 작품의 이미지만으로 ‘두려운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우리가 틀렸다. 그저 좋은 ‘언니’ 같았던, 그러면서도 차분한 포스가 느껴졌을 뿐이다. 소문에 의하면 그녀가 자신의 소설 주인공처럼 천재의 광기를 드러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겸손히 다가가는 사람에게 차갑게 대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담당기자와 나와 통역을 맡은 세 사람은 누가 봐도 어리버리 순둥이라는 것을 세계적인 천재 예술가에게 검증 받고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소설 내용이 어둡고 쓰라리고 더러운 것은 이 세상이 어둡고 쓰라리고 더럽기 때문일 뿐이며 그녀는 그런 세상을 들여다보며 “이런 짓거리들을 하고 있어요! 조심하세요! 바꿔야 해요!”라고 조분조분 외치는 1인 시위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런 쓰레기와 종양더미를 대충 묻어두고 그 위에 화려한 장식을 덮고 살면서 썩어가는 것들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지 않고 있지만, 아멜리 노통브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세상의 추악함과 인간 내면의 부조리함, 연약함을 애써 둔감한 척 잊고 살던 나는 이 벨기에에서 온 착하고 따뜻하고 공부 잘하는 한 언니로부터 내면의 진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라는 가르침을 얻었다. 두려움이 끝나도 떨림은 계속되는 것이며, 사랑은 쉽사리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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