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오빠들의 야한 생각
얼핏 보면 감미로운 발라드만 부를 것 같은 곱상한 외모의 두 남자. 그러나 ‘병맛 코드’의 유쾌함과 ‘B급 정서’의 코믹함을 음악에 버무릴 줄 아는 재치도 가졌다. 실력은 덤이다.
BY | 2016.05.11
이승호가 입은 싱글 코트 헤리티지 플로스, 셔츠 닥스.
이영덕이 입은 싱글 코트 헤리티지 플로스, 체크 셔츠 닥스.
멜로디는 잔잔하지만 가사는 세다. 애초에 콘셉트를 이렇게 잡은 건가?
이승호(이하 승) 둘이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함께 살다가 현재 소속사 대표님을 만났다. 기획 단계에서 음악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의 가사를 써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음악을 하자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이름도 친근한 ‘소심한 오빠들’로 시작했다.
가사에만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음악성은 저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승 처음에는 진지하게 음악 하는 분들 앞에 서면 주눅 들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과감하게 시도할 수도 있다. 영덕 씨와 내가 끼가 넘치지 않기 때문에 콘셉트와 음악이 우리를 포장해준다. 진지한 음악을 하는 주변에 있는 뮤지션들은 우리를 부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 내려놓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외모만 봤을 때는 스윗소로우처럼 감성적인 음악을 할 것 같다.
이영덕(이하 영) 간혹 음악만 듣고 공연장에 온 관객 중에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겼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병맛 코드’가 있는 음악과는 또 다른 외모에서 반전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승 한번은 콘서트에서 정상적인(?) 노래만 해서 망한 적이 있다. 30분짜리 짧은 공연에서는 유쾌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는데,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콘서트에서 잔잔한 노래를 불렀더니 사람들이 지루해한다(웃음).
듀오에, 어쿠스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비슷한 콘셉트의 10cm가 떠오른다.
승 전체적인 맥락이나 캐릭터는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는 훨씬 속삭이듯 화음을 맞춘다. 10cm는 권정열이라는 강한 보컬리스트가 있고 우리는 ‘사부작’거린다. 음악적 ‘때깔’에 차이가 있다.
팀명처럼 실제 성격도 소심한가?
영 활동하면서 소심해졌다. 인터뷰할 때 ‘내가 여기서 이 말을 해야 하는 걸까?’란 생각을 자꾸 한다. 팀명을 따라간다더니, 나는 정말 소심해졌다.
승 난 오히려 대범해졌다. 만약 우리 팀명이 지금보다 멋졌다면, 나는 그 모습만 보여주려고 부담을 느꼈을 것 같다. 사람들이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기 때문에 더 대담해졌다.
가수가 늘 유쾌할 필요가 있을까?
승 감성적인 노래로 2시간을 끌고 갈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DNA가 그렇지 못하다. 감성적인 곡은 가끔 보여줘야 한다. 과하지 않은, 적당한 유쾌함을 추구한다.
가사의 화자는 남자이고, 공감대를 느끼는 것도 역시 남자다. 그럼에도 여자 팬들이 9:1로 절대적으로 많다.
승 여성분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걸 계산해서 가사를 쓰지는 않는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겨냥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사운드를 알고 염두하는 정도다. 우리 노래 중에 달달한 노래만 좋아하고, 가사가 센 노래는 싫어하는 분들도 있다.
수위가 꽤 높은 가사들이 많은데, 정작 19금 판정을 받은 노래는 없다.
승 19금 받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결과가 안 나온다(웃음). ‘장모님 죄송합니다’라는 노래는 19금 나와도 어쩔 수 없다 여겼는데 무사히 통과했다.
영 가사에 재미를 놓칠 수 없어서 육두문자를 가사로 쓰기도 하는데 최대한 귀여운 뉘앙스가 느껴지게 쓴다. 19금은 어떻게 받는 건지 모르겠다(웃음).
가사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자기 검열을 하기도 하나?
승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가사에 썼다가 일베로 몰리기도 하고, 단순한 은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의미가 있어서 당혹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회사도,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영 일본 AV배우 ‘아오이 소라’ 이름을 가사에 썼다가 ‘소라넷’ 회원으로 오해 받은 적도 있다. 그게 뭔지도 몰라서 찾아보고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사 소재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승 회사 대표님 아이디어가 많다. 일상적인 소재에서 주로 얻는다. 나는 내가 겪은 엉뚱한 일을 가사로 쓰는 편이고 영덕 씨는 서정적인 내용을 쓰는 편이다.
영 일상생활이나 그 시대 핫 이슈를 생각한다. 처음에 낸 노래인 ‘멘붕’이나 ‘SNS는 인생의 낭비다’ 같은 노래는 그 시기의 이슈에 맞춰서 냈다. ‘치맥 송’도 어느 정도 시즌성을 겨냥했다. ‘병신년’도 그렇다.
트렌디한 말이 가사에 나오면, 5~10년 후엔 그 노래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승 음악을 하면서 멀리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먼저다. 사람들은 우리가 단발적인 소재로 곡을 쓴다고 오해한다. 일종의 한탕주의 혹은 ‘반짝 뜨려고 한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슈도 만들어야 하고, 소통도 해야 한다. 노이즈 마케팅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 올해 들어 ‘컨셉송’이 많이 나오긴 했는데 ‘그대가 가을이라면’ ‘사랑한다고 말해’ 등과 같은 노래처럼 서정적인 곡도 많다. 우리가 즐거움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둘이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활 패턴이 비슷해지고, 덩달아 생각도 비슷해지지 않나?
영 승호 형의 뇌는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나와 아예 다른 식으로 접근한다. 나는 가사를 서정적으로 접근하는데 형은 독특한 단어로 다르게 표현한다.
승 가사는 공동 작업하지 않는다. 각자 곡과 가사를 쓰고 노래만 같이 부르기 때문에 각자의 매력이 노래에 녹아든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영 SNS로 짤도 많이 본다. 우리는 TV 예능이나 드라마를 잘 안 본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챙겨 보려고 애쓴다.
승 둘 다 그 부분에 취약하긴 하지만, 사소한 것에서도 공감대를 끄집어낼 수는 있다. 이를테면 수박바를 먹을 때 누구나 초록색 부분이 좀더 많았으면 하지 않나. 그런 걸 그때그때 메모한다.
최근에 나온 ‘높은 노래’는 보컬리스트로서 역량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승 그동안 우리가 건들지 않았던 가창력을 보여주는 노래다. 바이브의 윤민수를 표방한 부분이 있다. 내가 의도한 대로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윤민수 같다’라고 느끼면 얼마나 재미있어할까? 내가 그걸 잘 소화했다는 점도 뿌듯하다. 사실 노래 한 곡을 발표할 때마다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다. 이 부분에서는 나름 자부심이 있다.
앞으로 또 새롭게 시도할 게 더 남았나?
영 이제 트로트 쪽으로 눈을 돌려봐야 하지 않을까?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소심한 오빠들이 이런 노래도 하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걸 하고 싶다. 승 그동안 140곡 정도를 발표했는데 이 노래들이 다 달달하고 감성적이었다면 팬들이 많이 지쳤을 거다. 앞으로 더 잘할 테니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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