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에센스에 열광하는 까닭

올해 들어 해외 브랜드 4곳에서 워터 에센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워터 에센스는 업그레이드 제품을 선보이며또 하나의 역작임을 어필했고, 그도 아니면 대용량 혹은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으며 자신의 건재함을 애써 알린다. 왜 많은 브랜드들은 이미 포화 상태인 워터 에센스 시장에 이토록 주목하는 걸까.
BY | 2015.09.08
이제 와서 워터 에센스를 논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는 것은 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워터 에센스의 양대 산맥인 설화수와 SK-II가 천군만마가 부럽지 않을 탄탄한 마니아 군단을 이끌고 있고,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워터 에센스를 알린 아이오페와 숨37° 역시 매년 괄목할 만한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니까. 그뿐인가. 수입 브랜드에서도 잇따라 워터 에센스를 출시했고, 이미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워터 에센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그러니까 약 3년 만에 가장 치열하다는 에센스 카테고리에서 이토록 큰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브랜드에서 워터 에센스를 새롭게 출시하며 시장을 리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올해만 해도 몇 달 전 키엘을 시작으로 디올, 비쉬, 그리고 10월에 부스팅 에센스 출시를 앞둔 조르지오 아르마니까지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렇다. 눈치챘겠지만 최근 출시되는 워터 에센스는 다 수입 브랜드의 제품이다. 워터 에센스 자체가 생소한 수입 브랜드에서, 게다가 이미 국내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 간단한 스킨케어를 선호하는 서양 여성들의 스타일을 보면 워터 에센스가 한국에서처럼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것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순전히 한국시장을 보고 출시한다는 뜻인데, 워터 에센스가 실제로 그만큼의 영향력이 있을까. 왜 브랜드들은 워터 에센스에 계속 주목할까. 워터 에센스, 에센스 토너, 부스팅 세럼은 다 같다? <싱글즈> 독자들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이름만 다를 뿐 목적은 같은 동일한 제품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틀렸다. 아직도 헷갈리는 당신을 위해 개념을 정리했다. 워터 에센스 성분에 따라 안티에이징, 화이트닝, 결 개선 등의 기능을 가진 에센스이되 텍스처가 물처럼 가벼운 제품을 말한다. 토너 다음 단계에 에센스로 사용하거나, 사용 후 원하는 기능의 에센스를 추가적으로 사용한다. 에센스 토너 에센스에 들어 있는 기능 성분을 함유한 토너. 대개 쫀쫀한 텍스처가 많으며, 콧물 토너보다는 에센스가 갖는 기능적인 효과가 높다. 피부결을 정돈하는 클래식한 토너만으로는 영양분이 부족할 때 사용하면 좋다. 세안 직후 토너 단계에서 사용. 별도의 에센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부스팅 세럼 점성이 높은 텍스처가 피부에 착 달라붙어 결을 매끈하게 정돈하고 다음 단계에 사용하는 제품의 흡수와 밀착을 돕는다. 세안 직후, 토너 전에 사용하는 제품으로 첫 단계 에센스, 퍼스트 세럼 등이 이에 속한다.
기존의 에센스와 다른 차별화 전략 “고함량 성분을 얼마나 더 신속하게 피부에 전달해 빨리 개선 효과를 느끼도록 할 것이냐를 고민했고, 그 해답으로 물처럼 가벼운 워터 에센스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정예지 아이오페 BM은 빠른 흡수와 개선 효과를 기존 에센스와 다른 차별 요소로 택하고, 그 방법을 제형적으로 구현한 것이 바이오 에센스라고 설명한다. 물처럼 가벼운 텍스처라 유효 성분의 흡수가 빠르고 완벽해 그만큼 피부가 개선되는 효과를 빠르게 느낄 수 있게 했다는 것. 안티에이징, 화이트닝, 항산화 에센스는 기능적으로 분류했다면 바이오 에센스는 말 그대로 워터 텍스처의 에센스로 제형적으로 분류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에센스인 거다. “기존의 에센스와 다른 가벼운 텍스처가 한국 여성들에게 흥미를 끈 가장 큰 요인이에요. 색다른 투명한 제형을 보며 기존의 에센스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호기심이 작용한 거죠. 이 환상에는 워터 에센스의 대표 아이템인 SK-II 피테라 에센스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해요.” 피현정 뷰티 스페셜리스트는 전에 없던 신선한 텍스처를 워터 에센스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닿자마자 싹 스며드는 빠른 흡수력과 가벼운 사용감 역시 워터 에센스에 열광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 에디터의 한 지인은 텍스처가 빠르게 스며들 때 에센스의 유효 성분까지 모두 피부 속으로 흡수된 듯한 믿음이 생긴다며 한 번 그 산뜻한 사용감에 맛을 들이면 다시 리치한 에센스로는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텍스처가 가벼워진 만큼 유효 성분의 효과 또한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리치한 텍스처는 고기능성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에요. 실제로 안티에이징 기능성 성분을 안정화해 일반 크림이나 에센스가 아닌 워터 타입으로 만드는 일은 굉장히 까다로운 연구 과정과 공정을 거칩니다. 그만큼 기능이나 효과 면에서 뒤처지지 않죠.” 진산호 스파머시&스파에코 대표는 제형과 기능적인 효과가 무조건 비례하진 않는다고 역설한다. 에센스에 사용되는 기능 성분을 함유한 에센스 토너 역시 워터 에센스와 마찬가지로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템이다. 일반 토너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을 공략해 출시된 토너로 보습력과 영양분이 뛰어난 것이 특징. 그런데 이 설명이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고보습 토너의 대명사인 콧물 토너와 기능적으로 중복되는 듯 보인다. “기본 토너보다 제형이 쫀득하다는 점에서 두 가지가 비슷해 보이지만, 단순히 고보습 효과를 더하는 콧물 토너와 달리 에센스 토너는 피부 속 수분을 순환시켜 오랜 시간 촉촉함이 지속되도록 돕고 수분이 겹겹이 쌓일 수 있도록 합니다.” 천미영 비쉬 교육팀 과장은 새롭게 출시한 부스팅 에센스 워터를 스킨케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능성 토너라고 정의한다. 워터 에센스와 에센스 토너, 두 제품 모두 각각 기존에 있던 제품에 텍스처 혹은 성분의 차이를 두고 기능을 세분화해 빈틈을 공략했던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한국 여성들의 뷰티 라이프에 최적화된 아이템 한국 여성들은 화장품에 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가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은 평균 8개에서 많게는 15개의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아도 화장대 위에 토너-에센스 -크림 딱 세 개의 제품만 두고 매일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요즘은 보통 아이템마다 2개에서 많게는 3개까지 구비해두고 피부 상태나 날씨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하니 말이다. 바로 이 점이 워터 에센스가 꾸준한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요인이다. “평소에는 워터 에센스와 크림, 딱 두 가지만 바르는 편이에요. 1차로 워터 에센스를 화장솜에 충분히 적셔 피부결 방향으로 닦아낸 뒤, 2차로 워터 에센스를 충분히 덜어 손으로 꾹 누르며 흡수시킨 다음 크림으로 마무리합니다. 첫 번째는 토너의 용도로, 두 번째는 에센스의 용도로 사용하는 셈이죠.” 이정민 <싱글즈> 뷰티 에디터는 두 단계에 걸쳐 본인만의 방법으로 워터 에센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반드시 토너 후 워터 에센스를 사용하는 에디터와는 또 다른 사용법. 이처럼 본인의 스킨케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목적과 방법, 순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자기만의 스킨케어 룰을 갖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스타일과 딱 들어맞는 점이다. 빠르게 흡수되고 산뜻하게 마무리되는 에센스의 사용감 역시 유효하다. 많은 단계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 여성들의 뷰티 루틴상 다음 단계의 제품을 덧발라도 뭉치거나 밀림이 없어야 하는데, 워터 에센스가 이 점을 딱 만족시킨 것. “한국 여성들의 뷰티 루틴은 상상 이상으로 명확하고 견고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피부 타입이나 뷰티 케어 특성에 맞춰 제품을 바꿔 사용하기 때문에 에센스 하나를 더 구비해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죠. 쉽게 말해, 토너-아이크림-에센스(세럼)-크림처럼 변하지 않는 루틴에 워터 에센스를 추가하느냐 마느냐는 크게 고민할 사항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진산호 스파머시&스파에코 대표는 확실한 제품 한두 개만 바르는 서양 여성들은 별도의 에센스를 하나 더 구입한다는 것에 대한 니즈 자체가 없지만 한국 여성의 뷰티 라이프는 그와 반대라고 설명한다. 한국 여성들은 새롭게 생긴 카테고리 혹은 비슷한 뉘앙스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거부감은 낮아 서양 여성들에 비해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실제 한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수입 브랜드의 동일한 워터 에센스가 한국에서는 큰 판매고를 올렸던 것과 반대로 해외에서는 주춤했다고 한다. 심플한 스킨케어 단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권에서는 바르는 순서나 차이에 대한 지식이나 소비자 교육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적기 때문에 워터 에센스를 토너 혹은 로션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국에서는 사용법과 단계까지 콕 짚어 설명하며 에센셜한 아이템임을 강조하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그럴듯한 포장과 상술에 쉽게 넘어간 것은 아닌가 하는 억울함이 들기도한다. 하지만 많은 제품을 써본 만큼 까다롭게 화장품을 선별하고 사용하는 것이 또 한국 여성들 아닌가. 혹자는 워터 에센스가 브랜드의 마케팅이다, 다단계 화장품을 사용하는 한국인의 성향을 노린 상술이라 말하지만 이런 이해관계를 떠나 제품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효과, 사용감, 심지어 가격까지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아이템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브랜드에서는 신기술을 접목시킨 신제품을 거듭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일 터 . 자, 그렇다면 우리는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내게 맞는 워터 에센스를 고르고, 피부 컨디션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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