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
부끄러워할 것도, 아닌 체할 것도 없다. 섹스가 당기는 날, 그녀가 그를 당기는 방법.
BY 에디터 김가혜 | 2016.12.24
따라 하지 마세요
이안 감독의 <색, 계>가 개봉했을 때, 온라인에는 이런 경고문이 돌아다녔다. ‘<색, 계> 체위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아닌 게 아니라 당시 영화에서 양조위가 탕웨이의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올리고 마주 보고 하는, 이른바 ‘클립 체위(감독은 ‘물결 체위’라고 이름을 붙였다)’를 따라 하다 허리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여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땐 남 일처럼 웃어넘겼는데, 몇 년이 지나 남친과의 섹스가 거기서 거기 같은 지겨운 시기가 오자 내게도 도전 욕구가 일었다.
“그게 정말 가능해?”란 말이 절로 나올 문제의 섹스신은 <음란서생>의 절구 체위. 영화에서는 화면 하단에 두 남자가 나와 코믹하게 시범을 보일 뿐 남녀의 정사신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그림으로만 나왔다), 그 장면 이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까지 내 머릿속엔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영화 리뷰를 핑계로 한 술자리에서 그를 섭외하기 위해 던진 말은 딱 한마디. “그게 되나?” 도전 결과, 되긴 되더라. 문제는 요가로 단련된 몸이 아닌 이상 목이 삐끗하든 허리가 삐끗하든, 하는 도중 “악!” 소리가 난다는 것. 한동안 파스 값은 꽤 나갔지만 어깨가 한껏 올라간 그를 보며 생각했다. 후회하지 않아! 가루지기
널 깨물어주고 싶어
‘섹스’라는 말을 꺼내는 게 민망한 건 아니다. 다만 섹스만큼은 좀 원초적으로, 혹은 동물적으로 즐기고 싶은 맘에, 뭔가 이성적으로 느껴지는 제안(“우리 이쯤에서 섹스를 하는 것이 어때?”)과 합의(“나도 마침 그 제안을 하려던 찰나였어”)의 대화는 피하는 편이다. 평소 애교 따윈 개나 줘버리는 성격인지라 섹스가 고픈 날엔 고양이가 된다. 남자가 뭘 하든 간에 옆으로 가서 고양이가 아니라 야생동물이라도 된 양 목부터 콱 물어버린다. 흠칫 놀라 나를 보면 ‘그르렁’거리며 목에서부터 애무를 시작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 민원 접수 완료.
아, 순간 놀라거나 간지러워서 올라간 그의 어깨에 얼굴이나 목이 부딪히는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측면 접근보다는 후면 접근을 권한다. 가끔 컨디션 난조로 고양이 코스프레를 하고 싶지 않은 날엔 섹스란 단어는 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나 너 먹고 싶어”라고. 외국인과 만날 때도 썼었는데, “아이 원투 잇 유(I Want to Eat You)”라 했는지 “아이 원투 테이스트 유(I Want to Taste You)”라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확실한 건 “할래?”라는 점잖은 제의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는 거다. 그르렁 그르렁 그르렁대
그래 거기
연이은 야근에 돌덩이처럼 굳은 어깨가 너무 아픈 탓에 지나가는 사람에게라도 등짝을 내밀고 싶던 밤, 이대로 집에 가면 다음 날 아침에 못 일어나겠다 싶어 썸남의 집으로 갔다. 그가 출근 준비를 할 때 일어나면 되니까 이보다 더 좋은 알람 시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침대로 직행해 뻗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좀 주물러줘?”라고 물었고, 나는 대답 대신 몸을 엎드렸다. 그는 내 윗옷을 슬쩍 들어올린 후 내 허리 부분에 살포시 앉았고, 목부터 시작해 어깨를 풀고 등 전체를 어루만졌다.
정말 손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었는데,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자 배 아래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누를 때마다 살짝 엉덩이를 들었다 내리는 그의 움직임과 반동처럼 새어 나오는 나의 신음이 묘하게 박자를 탔다. 어느 순간 내가 필요 이상(?)으로 느끼는 걸 눈치 챘는지, 그는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훅 넣었고 나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몸을 뒤집었다. “여기도 뭉쳤어?”라고 물으며 가슴까지 풀어준 그는 이어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자세로 나를 만족시켰다. 발가락이 쫙쫙 펼칠 만큼. 마사지 중독
시네필 인증
“나 시험 보는 날엔 노팬티다. 근데 나, 오늘 시험 봤다!” 시작은 <엽기적인 그녀> 속 전지현의 대사였다. 그 말은 한창 혈기 왕성하던 당시 남자친구를 ‘니 잡히면 직이삔다’ 모드로 바꿔놓았고, 우린 잠 대신 섹스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생활의 발견> 속 예지원의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요?”에 감동해 한동안 ‘우심뽀까’의 성공 확률을 데이터화하겠다며 술자리에서 줄기차게 써먹었던 기억이 난다.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 대사 “5초만 넣었다 뺄게요”는 또 어떤가. 많은 여자 관객들이 박해일은 좋아도 그 대사는 너무 싫다며 혀를 내두를 때, 나는 언젠가 한번 여자 버전으로 꼭 써먹어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집에 가기 싫어 막차 시간을 넘기도록 술을 마셨건만 자러 가자는 말은 못하고 하염없이 내 손금만 보고 있는 쑥맥남을 만났을 때, 지금이 기회라 생각했다. 그의 굴곡진 바지 지퍼 부분을 날달걀 쥐듯 부드럽게 움켜쥐고 이렇게 말한 것. “5초만 잡았다 놓을게요.” 깐느킴
음~아! 야동팬!
고백하건대, 나는 야동 마니아다. VOD 서비스에 올라와 있는 인기 영화 순위에서 제목 한번 기막히게 붙인 에로 영화의 작명 기술에 감탄하다 호기심에 한 번 틀어본다는 게 그만… 100여 편에 가까운 영화들을 ‘고속 재생’ 모드로 섭렵하며 각국 성인 영화의 클리셰도 알게 됐다. 한국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하숙집 아줌마, 옆집 누나, 과외 교사, 처제를 선호하고, 일본 영화의 주인공은 신음소리가 하나같이 똑같으며, 미국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사이즈가 최고라는 것이다. 이런 지식이 쌓일수록 남자친구와의 대화는 풍성해졌고, 야동에서 영감을 받은 이벤트와 체위들로 침대 위의 대화 역시 다채로워졌다. 최근엔 화제의 ‘PPAP’ 영상을 찾다가 양쪽 가슴을 청기백기처럼 올리고 내리는 섹시 버전 동영상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다. 아직 못 봤다면 한번 보고 써 먹어보길 바란다. 공연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당신의 가슴에 그가 안길 확률 99.9%니까. 자기주도학습
여기 어때?
두 번의 섹스. 우리는 꽤 잘 맞았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삼세번’이란 말 때문인지, 난 세 번째 섹스에서 확실히 하고 싶었다. 이 녀석과의 섹스를 계속 할지, 멈출지 말이다. 이왕이면 내가 리드하는 섹스로 확인해보고 싶은 맘에 이벤트를 준비했다. 먼저 친구가 극찬을 한 ‘천장에 거울 달린 방’부터 예약했다. 그리고 데이트 도중 예고편으로 가방 속 토끼 머리띠를 슬쩍 보여줬다. 깜짝 놀라는 녀석에게 “널 위해 준비했어”라고 말한 후 휴대전화를 꺼내 예약한 방의 사진을 보여주며 으름장을 놓았다. “오늘 집에 갈 생각 마!” 모텔 입성 후 녀석이 인테리어에 눈 돌아가는 사이, 나는 준비했던 의상으로 갈아입고 짠 하고 등장했다. 예고했던 대로 머리엔 토끼 머리띠를, 의상은 심플하게 망사스타킹 하나. 얼 빠진 듯 실실 웃으며 녀석은 말했다. “오늘 잠잘 생각 마.” 지금은 헤어졌지만, 내 인생 최고의 오르가슴을 느낀 밤이었다. 철두철미
먹어줘요 뽀빠이!
누구는 ‘물이나 흐리는’ 민물고기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내게 미꾸라지는 전능하신 ‘미느님’이다. 때는 작년 이맘때쯤. 사내 커플인 그와 나는 함께 추어탕을 먹고 야근을 하고 있었다. 식곤증과 싸우며 한참 일하고 있는데 옆 부서에서 일하던 그가 다급하게 다가와 하는 말. “나 몸이 이상해!”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고, 아랫도리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내 손을 잡아 끌고 남자 화장실로 달려갔고, 추격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박하게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 뒤 장르는 에로로 급변. 좁은 화장실에서 스탠딩 자세로 하는 섹스가 매끄러울 리는 만무했지만 스릴 하나만큼은 끝내줬던 기억이 난다. 섹스를 마친 뒤 죽다 산 표정으로 안도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그리고 나 역시 불쑥 섹스가 당긴 어느 저녁, 그에게 추어탕을 먹자고 했다. 한 뚝배기 깔끔하게 비운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내가 기대했던 멘트를 날렸다. “너네 집 가자!” 그 결과는? 아이 참, 미느님이라니까. 먹어!먹어!
하고 싶다면 이렇게
1 속 보이는 아이템으로 눈길을 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떡볶이집 아줌마처럼 남자 코앞까지 가슴을 들이밀 게 아니라면 은근한 노출이 필요하다. 셔츠 단추를 3개쯤 푸는 것도 좋고, 요즘 유행을 핑계로 걸을 때마다 허벅지가 드러나는 슬릿 스커트를 입는 것도 방법. 대놓고 살을 많이 드러내는 노출보다는 니트 원피스 같은 아이템으로 라인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2 더티 토크로 대화의 온도를 올린다 영화만큼 자신의 욕구를 투영하기 좋은 이야깃거리는 없다. 자신의 섹스 판타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실현 가능한 장면에 대한 정보를 흘리면 “그 영화 봤어?”로 시작된 대화가 “그거 해봤어?”로 흘러가게 마련. <우리가 사랑일까>의 마고와 대니얼처럼, 침대 위에서 상대를 어떻게 제압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도 꽤 흥분된다.
3 남자의 거기와 친해진다 페니스에 애칭을 붙이자. 그의 이름과 라임을 맞추거나, 성기를 뜻하는 단어와 합성어 형태로 이름을 지으면 된다. 바지 밖으로 쓰다듬거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만지는 직접적인 스킨십이 효과가 빠르긴 하나, 다정하게 애칭을 부르며 그곳의 안부를 묻는 상황극은 민망함을 덜어주는 동시에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4 그의 도전 정신을 장려한다 둘 사이의 섹스가 시들해졌다면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특급 과제를 던지자. 특별한 체위를 시도하거나 기능성 콘돔, 섹스 토이의 효과를 함께 확인하는 식. 특정 장소에서의 섹스를 제안하는 것도 방법. 그리고 미션을 완수할 때마다 아낌없는 칭찬을 건네자. 칭찬은 그의 고래도 춤추게 하니까.
일러스트
조성흠
연애
러브
섹스
커플
당기는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