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2 - '월향' 대표 이여영
술을 둘러싼 온갖 편견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프로페셔널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건강한 여성들.
BY | 2017.04.19
술꾼의 마음을 읽다
이여영(‘월향’ 대표)
이여영 대표는 ‘전통이 트렌드’라는 생각으로 한국 요리와 어울리는 주류를 개발하고, 우리 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힘쓰는 중이다.

직원들이 직접 제작한 월향의 아트워크.


월향 이태원점의 내부.
이여영 대표가 잘나가던 일간지를 그만두고 막걸리 전문점을 오픈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앙일보> 기자 시절, 어려움에 처한 먹걸리 양조장들을 취재하게 된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이렇게 좋은 술을 왜 제대로 팔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문에 휩싸인 그녀는 고민 끝에 ‘내가 팔아봐야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홍대 앞 건물 2층에 ‘낮술 환영’이라고 적고, ‘월향’이라는 간판을 내건 것이 벌써 10년 전. 그 사이 이태원과 강남, 대학로, 여의도와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 그녀의 손을 거친 매장이 들어섰다. 막걸리 전문점 월향과 더불어 실용주의 와인 전문점 ‘문샤인’, 소극장 ‘달빛극장’도 생겨났다. ‘월향’이라는 이름의 막걸리도 직접 만들고 있다.
그녀는 현대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의 업계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요즘, 주류업계가 특별히 남자들의 영역이라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도 없다. “젊은 여자가 막걸리 전문점을 운영한다고 하면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사업은 똑같아요. 생존하고, 확장해나가는 것. ‘사업’의 영역에서 남녀를 가르는 것 자체가 편견이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런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게 현실이죠.”
사업가로서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 즉 ‘술꾼의 마음’이다. 술을 좋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월향에서 어떤 안주와 서비스를 원하는지 늘 살펴야 한다. 그 예민한 시각이 작년 광화문점과 여의도점의 성공을 불렀다. “광화문과 여의도 지점을 동시에 오픈했어요. 저는 확신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걱정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오픈한 지 석 달이 지나니 매장이 손님으로 가득 찼죠. 그 장면을 바라봤을 때가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녀가 벌인 모든 일이 눈부신 결과를 낳았던 것은 아니다. 오사카 매장을 운영하면서는 일본 시장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실감하기도 했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사업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뼈를 깎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가 현재의 매장을 탄탄하게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 일본 진출을 다시 준비하는 힘의 원천은 월향의 직원들이다. 우리 술이 좋아 모인 100여 명의 직원이 자신을 믿고 월향에 온 만큼 우리 술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
술은 그녀에게 마치 생활과도 같은 존재다.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제가 음식을 딱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해서 먹고 있더라고요. ‘술안주’, 아니면 ‘해장’. 초콜릿부터 곰탕, 찌개, 스시, 고기 같은 것들은 전부 술안주예요. 모든 음식에는 어울리는 술이 있거든요. 그 조합을 고르고 찾는 것을 즐겨요. 또 그렇게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나면 해장을 잘해야 해요. 오랜 시간 즐겁고 건강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마시는 것보다 푸는 것이 더 중요하죠. 제가 최고로 치는 집은 여의도 복국집이에요. 반대로 냉면처럼 차가운 음식은 해장에 별로 좋지 않아요. 차가운 음식은 알코올 배출을 느리게 만들거든요.” 술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홍어 사합과 월향 막걸리.

월향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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