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모인 사람들, 어쩌다가게 망원
5층 건물 안에 11개의 상점과 5개의 사무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어쩌다 보니 모였다고 말한다.
BY | 2016.09.30
어쩌다가게 망원에 입점한 사람들. 안군서 대표는 맨 왼쪽, 박인영 대표는 오른쪽에서 세 번째. 그리고 안숲 실장은 맨 왼쪽.

1 의류를 수선하거나 판매하는 엠마우드.
2 수제 맥주를 팔거나 클래스, 공연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지하 P라운지의 모습.
3 향기 제품을 판매하는 유어브리즈.
홍대 근처 ‘연트럴 파크’의 바로 옆 골목에는 독특한 상점이 있다. 이름은 ‘어쩌다가게’. 서점, 미용실, 가죽 수제화 숍, 싱글몰트 위스키 바 등 8개 숍이 한 건물에 들어와 있다. 2층 주택을 개조한 이곳은 5년 동안 월세가 오르는 일 없이 임대 기간을 보장 받는다. “어쩌다가게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으로 시작한 곳이 아니에요.” 어쩌다가게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공무점’ 안군서 대표의 말이다. “월세나 성공 여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1년을 채 못 버티고 사라지는 상점들이 안타까웠어요.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 자리를 지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어쩌다 든 생각으로 만들어서 이름도 그렇게 붙였어요.”
지난 5월, 어쩌다가게는 망원동 주택가 골목 안에 두 번째 가게를 열었다. 지하부터 시작한 5개 층에는 11개의 상점과 5개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책과 음반, 꽃이나 화분, 의류는 물론 수입 맥주를 파는 보틀숍과 위스키 바까지 다양하다. “어쩌다가게 동교는 임대 건물이에요.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싶다 해도 5년이 한계죠.” 공무점의 안 대표는 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사이건축사무소의 박인영 대표와 함께 건물을 지었다. 어쩌다가게 망원에서는 5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세입자는 SNS로 공개 모집했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며 어쩌다가게 망원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찾았다. “한 공간에 함께 모여서 지내는 것에 부담이 없는 사람들을 찾았어요”라는 안 대표의 이야기에 건물을 직접 설계한 사이건축사무소 박 대표가 “건물을 설계하며 몇 군데는 이런 업종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어요”라고 덧붙인다. 대표적인 예가 입구의 꽃집 ‘슬로앤스테디’다. “입구에서부터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설계할 때부터 카페와 서점이 함께 들어오길 바랐다는 이야기를 한다.

4 어쩌다 서점으로 잘 알려진 B라운지.
5 건물 입구에 위치한 슬로앤스테디.
사실 어쩌다가게 망원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편이다. 게다가 주어지는 공간은 2~3평에 불과하다. “그런 것은 문제가 안 됐어요. 주어진 공간보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거든요.” 딱 맞는 곳에 자리를 잡은 슬로앤스테디 안숲 실장의 이야기다. 어쩌다가게 망원의 지하에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4층에는 작은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는 회의실이 있다. 이제 겨우 석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이 공간에서는 수업과 공연, 전시 등이 수차례 열렸다. 간혹 주말에 열리는 ‘어쩌다 야시장’도 인기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입점 업체는 물론 솜씨 좋은 망원동 주민들이 함께 소품이나 음식, 술 등을 판매한다. 어쩌다가게 망원의 11개 숍 역시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안군서 대표는 “술을 마시러 온 사람이 꽃을 사기도 해요. 서점에 들렀다가 맥주도 구입할 수 있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아요”라며 어쩌다가게 망원의 시너지 효과를 전한다. 시너지는 또 있다. “건물의 계단에 놓인 화초 보셨어요? 모두 슬로앤스테디가 놓은 거예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화장실의 향기 제품 역시 지하의 유어브리즈가 알아서 책임지고 있죠.” 안 대표의 자랑에 안숲 실장이 부끄러워한다. “오히려 제가 고마워할 일이죠.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거든요.” 그리고 박인영 대표가 “건축에서도 공유 경제가 이슈예요. 전용 면적은 좁지만, 공유 면적이 넓은 공간이 화제죠. 어쩌다가게 망원 역시 공유 면적을 고려해 디자인했어요”라며 설명을 더한다.
어쩌다가게 망원은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옹기종기 모인 상점들의 옛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한 골목 안의 여러 식구가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내잖아요. 이곳 역시 어쩌다 모인 가족 같은 거예요.” 건물을 설계한 박 대표의 한 마디에 슬로앤스테디 안 실장은 “어쩌다가게 망원에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닮은 점이 무척 많아요. 처음에는 각 상점의 휴일이 제각각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두 일요일에 맞춰서 쉬더라고요. 가족처럼 닮아가는 거죠”라고 덧붙인다. 사이건축사무소 그리고 공무점은 새로운 ‘어쩌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어쩌다가게 3호점은 물론 갤러리나 주택 등을 어쩌다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공유와 소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어쩌다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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