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문가들이 보는 ‘슈즈트리’
서울역 고가도로가 미국 하이라인파크를 본떠 공원으로 변신했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로 헌 신발 3만 켤레로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설치 미술이 탄생했다. 그 이름은 ‘슈즈트리’. ‘예술이라서 이해할 수 있다’, ‘발냄새 날 것 같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는 요즘, 조경과 디자인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슬쩍 물었다. 슈즈트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BY | 2017.05.26
왼쪽 서울로 7017 사진은 아우슈비츠에 쌓여져 있는 신발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많다.
1 서울시 슬픔 유발자
‘산책로 겸 공원을 원했지만 까놓고 보니 콘크리트 화분 육교’라니. 이 디자인이 WOZOCO HOUSING부터 AMSTERDAM CHANEL까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아…. 또 유명한 월드 클라스 건축가가 서울에 똥을 쌌구나. ‘슈즈트리’를 보고 한마디만 하겠다. “우리나라는 공공미술이나 ‘재생’ 프로젝트라는 걸 좀 진지하게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공미술이 파격이며 예술인 경우는 아주 흔하지 않다. 반대로 공공미술이 흉물이고, 바라보기 끔찍한 경우는 종종 있다. 이건 절대로 후자다. 아… 뭔가를 보자마자 슬퍼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_ 일러스트레이터 & 웹카투니스트 이크종
2 제2의 DDP 탄생
손혜원 의원은 ‘SEOULLO’ 라는 이름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하던데, 그 말에 동의한다. 외국어 표기법으로 길을 의미하는 ‘로’는 R로 표기하는 게 맞다. 텍스트 디자인부터 잘못됐다. 전체적으로 폐고가도로를 재생한 느낌이 아니라서, DDP처럼 서울역 조경과도 안 어울린다. ‘슈즈트리’에 대해서는? 더 말해 뭐하나. 흉물스럽다. _공간디자인 대학원 연구원 최은호
3 할 말을 잃었다
일단 직접 가보고 실망스러웠던 건 ‘공공 쉼터’를 자청한 ‘서울로 7017’에 그늘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아직 작은 나무들이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좀더 더워질 몇 달간 이곳을 처음으로 찾은 사람들이 당장 좋은 추억을 만들긴 어렵겠다 싶었다. 나무가 우거지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릴 듯. ‘슈즈트리’는 보는 순간 말을 잃게 하는 마력이 있다. 분명 점자보도 블록이 안 예쁘네, 어쩌네 얘기했던 거 같은데… 그렇다면 ‘슈즈트리’는 예쁜 건가? 게다가 저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공공예술 작품이 길을 턱 막고 있는데 유모차나 휠체어는 어떻게 지나다닌단 말인가. 시민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 대한 배려가 확실히 부족했던 것 같다. _ 가든디자이너 이미희

서울역 고가도로의 탄생 이후 새로운 ‘서울로7017’이 만들어졌다.
4 이해하고 싶어요
원래 황지해 작가에게 관심이 있었다. 사람들이 지난 2011년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만들었던 작품 ‘해우소’를 보고, 이번 작품 ‘슈즈트리’를 봤으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좀더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서울로 7017’에 직접 가봤더니 이 거대한 조형물은 볼 때마다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 신발의 주인들을 상상하게 하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품어냈다. 냄새가 난다고만 말하지 말고, 그 전에 이 신발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황지해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추한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 말은 다수가 공감할 수 있을 때 더 빛났을 거라 생각한다. _아트필드 큐레이터 김정원
5 프로 예민러? 아니고요
‘슈즈트리’에 대한 논란이 자자하기에 ‘왜 이렇게 다들 예민해?’ 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직접 보고 나니 부정적인 여론이 생길만하다. 아우슈비츠에 쌓여 있던 신발들을 연상시켰고, 낡은 신발 더미는 희망보다 절망을 떠올리게 했다. 고가도로를 공원화시킨 형태는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하이라인파크와 비교해서 보면 역시 어설프다. 특히 오픈 행사 때 조명이 켜지면서 ‘조악한 LED 대잔치’가 등장하는데, 보고 기겁했다. ‘조명만 조금 바꿔도 많이 나아질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언뜻 스쳤지만, 아무 말도 안 하겠다.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던데, 이런 말을 하면 왠지 나에게도 재능기부를 원할 것만 같아서. 시의 공공미술을 재능기부에 의존하는 것도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_ 조경디자이너 김우철
6 ‘슈즈트리’ 누구를 위한 작품인가?
1억 원 예산으로 만든 설치미술이 서울 한복판에 등장했다. 바꿔 말하면 공공예술은 한 아티스트의 개인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공공예술이라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또 교육 수준이나 예술적 관심 정도와 상관없이 다수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이 거대한 조형물은 누구를 위한 작품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_꾸밈 대표 공간디자이너 조희선
사진 서울특별시, @vermeer21,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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