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의 집요한 달리기
<학교2017>을 마친 그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또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BY 에디터 김정현 | 2017.09.26
니트 톱 살바토레 페라가모, 팬츠 오디너리 피플.
이제 막 <학교2017>을 끝낸 김정현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 보였다. 연기와 아무 관련 없는 질문에도 기승전’연기’로 끝나는 그의 대답을 들으면 알 수 있다.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공효진의 듬직한 동생 표치열로 얼굴을 알렸다. 드라마 <역적>에서는 잔인하지만 따뜻한 악역 모리로, 영화 <어느 날>에선 김남길의 얄미운 직장 동료 차대리로 등장했다. 데뷔 2년 만에 크고 작은 역할로 쌓은 필모그래피는 벌써 여섯 편. 그리고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학교2017>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고등학생 현태운을 연기했다. 연기 공부를 시작한지 10년 만에 사람들이 이제서야 그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에 세 번째나 입는 교복이지만 다른 때보다 단단히 준비했다. “현태운의 교복을 처음 입은 날엔 많이 낯설었어요. 모든 18살 고등학생들은 자기 인생이 흔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저도 그랬고요. 열여덟이라는 나이가 몸은 완전한 어른이니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뭔가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는 아니잖아요. 한창 예민하고 위태위태한 시간이기도 하죠. 그래서 10대들의 행동이나 용어를 답습하기보다 여러 관계에서 태운의 감정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더 연구했어요.” 김정현은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는 드라마에 멋있게 나와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보다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그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오른 학예회에서 무대를 경험한 뒤 연기에 호기심이 생긴 소년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그와 09학번 동기인 배우 변요한, 박정민 그리고 EXO의 수호가 찬란히 빛나던 시간에 그는 군대에 있었다. 하지만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눈부신 활동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한다. “함께 연기하던 친구들이 잘 되니 ‘내게도 언젠가 기회가 올 수 있겠구나. 그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의 성공이 제겐 지표와 같았죠. 그래서 더 오래 더 높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했어요.” 김정현이 ‘더 오래’를 먼저 말했다. 자신의 배우 인생을 멀리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연기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연기는 저를 가장 저답게 만들어주죠. 열심히 준비한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행동이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단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 역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는 막힘 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다. “타성에 젖어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자세로 작품을 대하지 않을 거예요. 경험이 늘어갈수록 노하우가 생길 수는 있지만 열정 없는 연기는 스스로 용납되지 않을 것 같아요. 인물을 깊게 들여다 보며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고 끊임없이 파헤치며 집착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데뷔 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지금”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 1년 전만 해도 화보를 찍고 인터뷰를 할 팔자가 내게 있었을까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까 매일매일 너무 감사해요. 차분하게 차근차근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죠.” 인터뷰가 끝나고 동명의 또래에 대한 호기심은 단호한 뚝심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직업인에 대한 존경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확고한 신념으로 연기하는 김정현은 잠깐의 숨 고르기를 한 뒤 또다시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할 것이다. 단단하지만 더 빠른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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