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박지성, 어떻게 보셨나요?
지난 18일 스웨덴전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이자 ‘축구 해설가’ 박지성의 본격 데뷔전이기도 했다. 분야불문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박지성 해설에 대한 해설을 부탁했다.
BY | 2018.06.20

전교 1등의 해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고교 시절 전교 1등이었던 대학생에게 과외 받는 느낌’이었다. 박지성이 누군가. 월드클래스 선수였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으며, 국가대표로 출전한 세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기록한(이거, 진짜 대단한 거다. 80년대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98골을 넣고 레전설이 된 ‘차붐’도 정작 월드컵에선 골 기록이 없다) 사람이다. 본인이 현역 때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잘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문제는 ‘그 정도로 잘하는 것’은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18일 스웨덴전에서 박지성 해설위원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선수였기 때문인지 너무 날카로운 비판은 피하는 인상이었으나, 내가 만약 대표팀 선수였다면 좀 뼈아프다 싶었을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냥 평범한 시청자이고, 마냥 내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축구 경기를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석해주는 해설자가 좋다. 그래서 ‘다음에도 저 대학생 오빠에게 배우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응, 저 오빠가 그래도 제일 안 무섭게 잘 가르쳐주는 거 같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신윤영(<싱글즈> 디지털 팀장)
“어떤”이 없었기 “때문에”
선수 시절부터 입버릇이었던 “때문에”를 안 하려다가 “어떤”이 입에 붙어버렸던 박지성 해설위원. 며칠 전 그가 포스트잇에 ‘어떤’이라고 쓰고 x표를 그어 중계석 모니터에 붙여둔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근래 본 그 어떤 사진보다도 감동적이었다. 단 며칠 만에 습관처럼 내뱉던 “어떤”을 챔스에서 피를로 지우듯 지워내다니, “역시 지성팍”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와 “어떤”을 극복해낸 그의 노력에 찬사를. 임익종(더파크 CCO)
빈틈 좀 주세요
박지성은 기자들에게 악명(?) 높은 선수였다. 어떤 질문을 해도 정답(처럼 보이는 재미없는 답변)만 얘기하며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서다. 하지만 달리 보면 똑똑한 선수였다. 박지성은 맥락과 무관한 한 마디 문장이나 단어로 ‘제목 장사’ 하는 언론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고, 빈틈을 주지 않았다. 나쁘게 말하면 재미없고, 좋게 말하면 신중한 성격. 그런 성향은 해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박지성은 이영표나 안정환에 비해 단정지어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인 것 같습니다’, ‘~로 보입니다’ 같은 말투를 자주 사용한다. 감정의 파고도 낮아서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다. 리액션이 대체로 건조한 편이다 보니 마치 제3국의 해설자가 중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해설가 데뷔전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 선수 출신의 통찰도 중간중간 빛났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영표보다 분석적이지 못하고, 안정환보다 감정적이지 못했다. 박지성을 선택해야만 할 이유가 부족했다. 그게 이번 월드컵의 시청률 전장에서 박지성이 고전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기원(칼럼니스트)

‘국가대표 박지성’이 필요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의 경기와 비슷했다. 꼭 필요한 말을 필요한 순간에 해주었다. 감정이 앞선 나머지 팬보다 흥분하지도 않았다. 헌신적이고 지능적이지만 재미가 덜했다는 이야기. SBS가 박지성을 그 용도로 부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기서 박지성에게 요구되는 건 ‘국가대표팀에서 뛰던 박지성’이다. 좀더 자신 있게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면 더 좋겠다. 워낙 성실하고 명석하니 곧 감을 찾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박지성이 아무리 감을 찾아도 재미없는 경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팀의 성적이 안 좋을 거라 예상되는 이번 월드컵은 해설자 데뷔전치고는 너무 난이도가 높다. 박찬용(<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해설다운 해설
지금까지 선수 출신 해설자들은 대체로 전문성보다는 개성의 비중이 크다는 인상이었다. 이를 테면 독특한 목소리나 차진 샤우팅, 다소 거칠지만 재미있는 멘트 같은 것들. 그런데 박지성 해설위원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데도 기존 해설가들보다도 전문가적 안정감이 돋보였다. 게다가 콤비를 이룬 배성재 캐스터가 워낙 튀는 멘트로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경기를 보는 내 입장에서는 이 둘의 합이 꽤 좋았다. 해설자로서의 개성이나 인간 박지성으로서의 매력보다는 ‘해설이라는 기능’이 빛났다는 점에서, 나는 다음 경기도 박지성 해설위원의 중계로 볼 예정이다. 이수정(한화 이글스 팬)
초보 같지 않은 초보
보통 초보 해설가들은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말수가 확 줄거나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쉴새 없이 떠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월드컵의 박지성은 통 초보 해설가 같지 않았다. 어김없이 ‘배성재 원맨쇼’가 계속되긴 했지만, 독일 대 멕시코 경기에서는 “(독일팀 전력이)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도 비벼볼 만 하겠는데요” 같은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 해외 유수의 팀에서 뛰었던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경기 상황, 선수 컨디션, 전술에 대한 이해도는 단연 높았다. 그리고 그것을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능력도 방송 3사 간판 해설자 중 가장 나았던 것 같다. 비록 시청률은 셋 중 가장 낮은 것 같지만.
그래서 내 결론은 뭐냐고? 이렇게까지 말하고 나서 덧붙이려니 좀 미안하긴 하지만, 앞으로 남은 월드컵 경기는 안정환의 해설로 볼 생각이다. 국가대표 출신 세 해설자 중 유일하게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그리고 경기마다 다소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 안정환이 좋아서. 하종욱(결혼 후 EPL 경기를 못 보고 있는 아스날 팬)
차분...하다
스웨덴전의 경기 내용만큼이나 마음이 차분해지는(…) 해설이었다. 내 소감은 이게 전부다. 이재원(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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