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역사 속 멋진 언니들

역사가 기록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용감하고 뛰어나고 멋진 여성들.
BY | 2018.07.12
지극히 당연한 것마저 처절하게 투쟁해야 쟁취할 수 있던 시절. 20세기 초,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던 조선의 얘기다. 지난 주말에 첫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은 일제 강점기 직전의 조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 무렵에도 그 이후에도 ‘조국’이라는 것을 위해 자신의 삶까지 기꺼이 내던진 여자들이 있었다. 역사 교과서에선 설명 한 줄 찾기 어렵지만, 구한말 수많은 의병들과 독립 투사들 가운데 여자들 역시 존재했다.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라고 다짐하는 애신(김태리)은 “지아비 그늘에서 꽃이나 수놓으며” 살기를 바라는 조부의 바람을 꺾고 기어이 저격수의 길로 접어든다. 호랑이 잡는 포수에게 화약과 총기류를 다루는 법, 총을 쏜 후 재빠르게 도주하는 법 등을 배우며 땀을 흘리는 모습에서는 어떤 기개마저 느껴진다. 고귀한 신분과 강인한 성격을 타고난 여자, 총명한 눈을 빛내며 적의 이마에 총구를 조준하는 구한말 여성 ‘스나이퍼‘라니, 비록 픽션 속 인물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미스터 션샤인>은 역사가 기록하지 않았으나 조국을 위해 싸웠던 이름 없는 의병들에 대한 이야기다.
 
‘히스-스토리(His Story)’에서는 제외되거나 생략되었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허스토리>. 영화는 2차 대전 당시에 벌어졌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2018년인 현재까지 첨예한 쟁점으로 끌고 올 수 있도록 탄탄하게 기반을 만든 한 세대 전 여자들을 보여준다. 역사상 모든 투쟁이 그랬듯이, 여기에도 길고 고단한 과정을 견디고 이겨낸 ‘최초의 여자들’이 있었다. 1991년 8월 14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종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를 계기로 1992년 12월 위안부 피해자 3명,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 그리고 13명의 변호인들이 뭉쳤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무려 6년 동안 23번의 재판에서 증언했고, 이런 노력 덕분에 일본은 마침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영화 속 ‘원고단 단장’ 문정숙 캐릭터의 실제 인물이라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표하기도 했다고. 지금껏 제대로 알려진 적 없었던 이 관부재판 사건은 영화 <허스토리>를 계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새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우리는 아주 당연한 일처럼 집 근처 어딘가에서 투표를 하고 그날 밤 방송사마다 공들여 준비한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하지만 여자가 선거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비교적 근래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여자에게 처음으로 투표권을 준 나라는 1928년경의 영국이었는데, 그나마 초반엔 서른 살 이상의 여자들에게만 투표를 허락했다.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적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 즉 ‘여자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서프러제트>는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한 20세기 초반 영국 여자들의 투쟁을 다룬 영화다. 온갖 방식으로 싸우고 목청껏 항의해도 ‘국가’라는 상대는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번번이 무시하기만 한다. 결국 언론의 관심을 끌어 여성 참정권에 대한 이슈를 만들겠다는 목적 하나로, 한 여자가 경마장에서 질주하는 말들 사이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때 사망한 여성의 이름이 에밀리 데이비슨. 그녀의 죽음을 시작으로 전쟁 같은 시위가 시작됐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서프러제트’는 ‘전투파 여성 참정 운동’을 가리키는 말로, 사회운동가 팽크허스트가 주축이 되어 이끈 것.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할 때조차 조용조용,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말해야 했던 이전의 여자들과는 완벽히 다른 방식이라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회운동이었다. 팽크허스트의 회고록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자신의 권리를 위해 콘크리트보다 더 견고하고 두터운 편견을 깨부수는 강인한 여자들의 이야기다.
 
‘독립운동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김구, 안중근, 윤봉길 같은 이름을 댄다. 전부 남자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여성 독립운동가는 유관순 열사인데, 희한하게도 이름 뒤에 ‘누나’라는 호칭이 세트처럼 따라붙곤 한다. 이유가 뭘까? ‘안중근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왜 유관순 열사는 광복 70년이 넘을 때까지 ‘누나’로 불리는가 말이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의 심옥주 소장은 한 인터뷰에서 ‘여성 독립운동가가 1,900여 명 있으나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 <암살>의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을 떠올려본다면, 그 시기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어떤 이들이었는지 이해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다. 실제로 이 캐릭터는 독립운동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항일투사 남자현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남자현은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당시 여성 계몽과 독립운동에 어마어마한 공헌을 한 인물.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총을 들고 무장투쟁했으며,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남자만 지구를 돌라는 법도 없어요”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캐서린이 한 말이다. 1960년 당시 미항공우주국(NASA)은 인간을 우주로 쏘아 올리기 위해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건물에는 회의실과 식당, 심지어 화장실까지 백인 전용과 ‘유색인종’ 사용 공간이 따로 있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커피포트마저 마음 놓고 쓸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은 당시의 기준에선 외계인보다도 낯설고 괴상한 존재였을 것이다. 어느 나라가 먼저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는가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벌인 총성 없는 전쟁에서 결국 미국이 승리한 데에는 뛰어난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인 흑인 여자들의 공헌도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들의 활약이 세상에 알려진 건, 그로부터 50여 년 후 아버지가 랭글리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다는 작가 마고 리 셰털리가 동명의 실화 에세이를 발표한 2016년의 일이었다. 이 영화 속 세 여성 캐릭터는 모두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특히 뛰어난 수학자였던 캐서린 존슨은 30년 이상 NASA에 근무하며 아폴로 11호를 달로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또한 도로시 본은 NASA 최초의 여성 컴퓨터 프로그래머 중 한 사람이며, 메리 잭슨은 NASA 최초 흑인 여성 항공 우주 엔지니어였다.
사진 네이버 영화,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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