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리대를 빌려 달라는 낯선 여자, 당신의 선택은?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생리대 앞에서만은 ‘위아더월드’다.
BY | 2018.11.29
81 까칠한 걸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나도 대자연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오늘 처음 본 여자가 갑자기 다가와 “혹시 생리대 있으세요?”라고 물어봤는데 마침 가방에 생리대가 있다면, 당연히 준다. 나한테 없으면 일행에게 “혹시 생리대 있어? 너 지금쯤 할 때 아냐?” 하며 대신 물어봐줄지도 모른다. 아마 여자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백이면 백 나처럼 대답할 걸? 김송주(32세·회사원) 82 “나중에 필요한 분 만나게 되면 갚아주세요.” 오래전 지하철에서 갑자기 생리가 시작됐던 날, 지하철 화장실에서 난생처음 본 여자가 내게 흔쾌히 생리대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 머뭇거리다가 “저기… 죄송하지만 생리대 하나만 비, 빌려주실 수 있…” 까지 웅얼거린 내게 웃으며 한 대답이었다. 사실 빌려달라고 말하긴 했지만 생리대는 빌려준 이에게 갚을 길이 없는 물건이다. 이제는 나도 그녀처럼 말한다. 이렇게 여자들의 세계는 의리가 넘친다. 김소희(30세·치위생사) 83 재난 구호물품 목록에도 생리대가 있는데, 생리대가 없으면 어떤 블록버스터급 재난이 펼쳐지는지 우리 모두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데, 다급하게 생리대가 필요하다는 여자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할 여자가 있을까? 한송이(27세·에디터) 84 언젠가 갑자기 생리가 터졌는데 하필 화장실 생리대 자판기마저 동이 난 적이 있었다. 당황해서 쩔쩔매는 나를 본 어떤 여고생이 말없이 생리대를 내밀었을 때의 그 감동이란! 하긴 입장 바꿔 생각하면 나라도 그 여고생에게 똑같이 했을 거다. 맞다. 여자란 존재는 이리도 사랑스럽다. 최예지(35세·방송작가) 85 언제든 말만 해달라. 난 생리 주기가 일정치 않아서 항상 가방에 생리대를 두둑히 챙겨 다닌다. 덕분에 길을 가다 갑자기 생리가 시작된 여자와 마주치면 언제가 됐든 생리대를 쓱 내어줄 수 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랄까. 고은정(26세·취업 준비생)
86 생리대 빌려달라는 그 사람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민망하겠나. 생리를 하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그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만약 내게 생리대가 없다면 근처 편의점에서 사다주기라도 할 거다. 필요하다면 속옷도 사다줄 수 있다. 이슬(28세·임용고시생) 87 상상만으로도 생리대는 물론 물티슈와 휴지까지 모두 내어주고 싶은 심정. 나도 그런 곤란한 상황을 몇 번 겪은 적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내가 당시 처음 본 여자들에게 생리대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도 단 한 번도 거절당한 적이 없었다. 이가영(23세·대학생) 88 가문의 원수라도 기꺼이 빌려줄 것이다. 말은 ‘빌려달라’ ‘빌려준다’고 하지만 사실 그냥 주는 거란 걸,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이미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참 희한하지만 생리대란 게 원래 그런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생리대를 곧잘 빌려주면서도 그걸 돌려받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선영(36세·액세서리 디자이너) 89 나한테 아예 없다면 모를까, 생리대가 있는데도 일부러 안 준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가서 생리대를 빌려달라고 한다는 건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라는 얘기 아닌가. 왜 안 주지? 그걸 안 주는 여자가 애초에 존재하기는 하나? 김윤진(42세·오퍼레이터) 90 여고, 여대를 나온 나에겐 이게 아주 낯선 상황도 아니다. 그땐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생리대 있는 사람~!”을 크게 외치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면 그 순간 교실에 있던 모든 학생이 일제히 자기 가방을 주섬주섬 뒤적거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새삼 흥미롭다. 생리가 대체 무엇이기에 여자들에게 ‘이 정도쯤이야 당연한 일’ 이 되어버린 걸까? 김정은(29세·상담사)
이미지 출처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 [하우스 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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