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다정한 이야기
우리에게는 타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BY 에디터 김루비 | 2020.01.25
작가 임경선과, 뮤지션 겸 작가이자 ‘책방 무사’의 주인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요조. 각자 낙타와 펭귄이라 자칭할 정도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여자가 일 년간 주고받은 일기를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누군가는 타인의 알콩달콩한 우정을 굳이 엿봐서 뭐하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연한 성인 여자 둘이 일과 사랑, 삶, 생리, 섹스, 여행, 돈, 자유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주고받은 내밀한 속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로 범주가 확대된다. 좋은 연애부터 즐겁게 일하는 방법, 인생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 멋지게 나이 들고 더 나은 어른이 된다는 것 등 살면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누구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두 여자는 다정하고도 현실적인 조언을 던진다. 왜 책 제목을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고 지었는지 납득이 가는 대목.

타인과 적절하게 거리를 두는 인간관계가 자연스러워진 요즘 같은 시대에 아무 때나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라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서로의 부끄러운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사이가 나빠지면 곤란하다’며 얄궂은 농담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두터운 신뢰와 우정이 느껴지는 이들을 만났다.

서로 1년간 주고받은 일기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교환일기 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건가.
임경선 매일 요조랑 습관처럼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한번 시작 하면 멈추기가 힘든 상태가 됐다. 재밌는 건 좋은데 하루에 대화에 쏟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문제였다. 이럴 거면 차라리 생산적으로 하자 싶어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캐스트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를 연재했다. 각자 일기를 써서 낭독을 해서 녹음을 올리면 반대편이 그에 대한 답장을 써서 녹음하는 방식이었다. 일년치 일기가 꽤 쌓이고 보니, 책 한 권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대화다 싶어 몇 편의 새 글을 추가해서 이번에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는 책을 내게 됐다.
요조 청취자들 중에서 방송을 듣고 필사했다는 분들이 많았다. 워낙 좋아서 계속 읽고 싶은 마음으로 따라 적었다고들 하셨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와서 두고두고 편하게 읽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기분이 참 좋다.
30대, 40대 성인 여성 둘이 내밀한 속 이야기를 터놓을 만 큼 친해지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친해지게 된 건가.
요조 글쎄, 모르겠다. 사랑도 그렇지만 우리도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는지 모르겠다.
임경선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다. 요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떼지어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고 혼자 좀 잘 노는 타입이다. 알고 보면 요조가 굉장히 웃기고 재미있는 아이인데, 그 유머감각 덕분에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요조 나는 상대방에게서 안전하다는느낌을 받을 때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다. 어쩌다 위험한 발언을 하거나, 큰 실수를 했다거나, 너무 부끄러운 짓을 했다거나 할 때도 이 사람에게 별 흠이되지 않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 상대방과 친밀해지는 것 같다. 그게 언니였다.

임경선
사랑과 연애에 일가견이 있는 두 분인 만큼 좋은 남자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묻고 싶다.
요조 일단 좋은 남자라는 기준 자체가 정형화될 수 없는 것인 만큼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냥 많이 만나보고 경험하면서 타인을 거쳐서 나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런 성격하고는 안 맞는구나’, ‘나한테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걸 파악하면 그다음부터는 좋은 남자를 추리기가 훨씬 더 수월해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나는 최대한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가만가만 디딜 돌 가려가며 디디려고 노력한다. 반면 언니는 완전히 저돌적으로 덤벼드는 용감한 타입이다.
임경선 내가 생각하는 좋은 파트너의 조건은 상대에게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에게 상처를 줄까봐 혹은 그 상처가 거꾸로 나에게 돌아올까봐, 또는 이 관계를 내가 잃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참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억누르고 참으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는 터진다. 그래서 서로가 속 깊은 이야기를 자꾸 해봐야 안다. 설령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오해하고 상처를 입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다면 부딪혀야 한다. 그러지 않고 각자의 연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버티면 그 관계는 곪는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사랑이나 연애가 무조건 행복하다는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에도 희로애락이 다 있다. 마치 행복하고 즐겁기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사랑은 원래부터 그런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좋으니까, 자기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서 하는 것이지.

요조
동시대를 사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말해주 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임경선 요새 정말 너무 많은 정보들이 다양한 채널로 들어오는 것 같다. 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나한테 맞는 정보를 선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자기의 안목과 의지로 나에게 필요한 것만 선별해서 받아들이고, 그 외의 것들은 과감히 피하고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인생을 자신의 의지로 구축해 나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한정된 자원밖에 없다.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의 안목을 믿고 갔으면 좋겠다.
요조 많은 분들이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요즘 달리기에 푹 빠져 있다. 그동안 나의 노동이라는 게 머리 쓰고 글 쓰고 노래하는 것 모두 땀 한방울 안 흘리고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운동을 해보니 몸을 굴리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 굉장하더라.이제야 그걸 알았다. 몸을 움직이는 만큼 활력도 따라온다. 더욱 놀라운 건 과거에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 년 사이에 자존감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아예 없다. 자존감이라는 단어 자체가 거세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짜릿하다. 왜 더 진작 일찍 달리지 못했을까 한탄스럽다. 아마 많은 분들이 새해에는 뭘 배울까 뭐할까 생각하실 텐데, 자신한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그 세계 안에서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틀림없이 운동의 원동력이 삶 전반을 빛나게 해줄 거다. 장담한다!
사진
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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