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잘 어울리는 와인과 분식의 조합
어묵탕엔 소비뇽 블랑, 떡볶이엔 리슬링, 순대엔 피노누아. 추운 겨울 밤을 달래줄 와인과 분식의 환상적인 만남.
BY 에디터 김루비 최소진 | 2020.01.25
와인은 왠지 이탈리안이나 스테이크와 함께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선입견일 뿐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아무리 맛있는 사골이라도 평생 사골국만 우려먹을 수 없듯, 와인도 공식을 깨고 다양한 음식과 이색적으로 페어링 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분식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와인의 새로운 풍미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 메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유난히 뜨끈한 어묵탕이 간절하다. 짭쪼롬한 어묵 국물에 파를 살짝 띄우고 김과 튀김 가루를 듬뿍 얹어 먹으면 금새 얼었던 몸과 마음이 녹는다. 으깬 생선살을 밀가루로 반죽해 익힌 어묵은 상큼하고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데, 소비뇽 블랑이나 쉐닝블랑 같은 푸르르고 향긋한 계열의 와인을 고르면 어묵의 비린 맛을 제거하고 육수의 깊은 맛은 배가시켜 준다. 뜨끈한 어묵탕 국물 한 숟갈에 프루티 계열의 차가운 와인 한잔은 겨울철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꿀조합! 단, 오크통 숙성이 된 화이트 와인이나, 단맛이 강한 스위트 와인 계열은 자칫 잘못하면 비린 맛을 더 가중시킬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분식의 메인은 뭐니뭐니해도 떡볶이. 떡볶이와는 잘 만들어진 드라이한 리슬링이 최고의 페어링이라고 생각한다. 고추의 살짝 알싸한 맛을 박하 향 같은 상쾌한 산도와 과일 맛이 부드럽게 감싸주기 때문이다. 단, 너무 매운 떡볶이는 피하는 게 좋다. 고추의 매운맛이 미각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섬세한 와인과 함께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너무 맵지 않은 간장 떡볶이나 짜장떡볶이 등이랑 마시는 편이 좋다. 떡볶이 가는데 순대가 빠질 수 없는 노릇! 순대에는 무조건 레드와인이다.
프랑스, 영국에도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바로 부댕(Bourdin noir), 블랙푸딩(Black pudding)이다. 그들도 부댕이나 블랙푸딩을 먹을 때는 레드 와인을 매치해서 마시곤 한다. 개인적으로 피순대와 같은 정통순대보다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당면이 들어간 분식점 순대를 좋아하는데, 이런 분식집 스타일 순대엔 묵직한 스타일의 레드와인보다 피노누아 매칭이 좋다. 순대의 맛 자체가 슴슴하기 때문에 이런 가벼운 스타일의 부드럽고 짭잘한 순대엔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보다 미제 향기가 나는 캘리포니아 피노누아가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살짝 달큰한 딸기잼 맛을 내는 과일 풍미가 순대와 단짠 단짠을 이뤄 입안을 가득 채워 복합적인 맛을 낸다. 늘 먹던 소박한 분식이 와인 한잔으로 인해 전혀 색다른 음식으로 변모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한가지 보너스 팁을 전하자면 라면에는 오크, 참깨의 고소한 향, 풍부한 견과류의 풍미가 느껴지는 정통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르도네를 곁들여 볼 것! 꼬들꼬들하게 끓인 신라면(여러 가지 라면에 시도 해봤지만 신라면이 제일 잘 어울린다)에 풍미가 충분히 느껴질 만큼 트러플 오일을 듬뿍 뿌리고, 황태와 포르치니 버섯을 넣고 끓이면 깊고 고급스러운 맛이 우러난다. 이때 묵직한 풀바디의 버건디 샤르도네를 한잔 곁들이면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와인 한잔 하고 싶을 때 가장 많이 먹는 조합인데, 먹으면서 해장이 되는 일타쌍피 안주다.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자주 마셔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궁합을 찾는 게 와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하는데 기꺼이 도전할 것. 춥고 긴 겨울 밤, 미처 몰랐던 새로운 미각을 선사할 테니 말이다.
WINE LIST

메이오미 피노누아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 첫 모금에 체리, 블랙베리가 뒤섞인 과실향이 풍부하게 전해진다. 산미가 강하지 않고 뒤로 갈수록 크리미한 피니시를 지녀 다양한 육류 요리와 매칭하기 좋다. 00만원대, 750ml, Alc 00%

올리비에 르플레브, 뫼르소 프랑스 부르고뉴 산 샤도네이로 달달한 아카시아 꿀과 오렌지, 열대과일의 화려한 과실향이 피어오른다. 구운 아몬드, 헤이즐넛의 부드러운 아로마, 드라이한 피니시를 지녀 강한 양념이 없는 해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00만원대, 750ml, Alc 13%

그랜트 버지 쏜 리슬링 서늘한 기온과 높은 강우량으로 리슬링 생산에 최적지로 손꼽히는 호주 에덴 밸리에서 만들어진다. 감귤류와 꽃향기 뒤로 미네랄리티가 풍부하게 퍼져 입안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피니시가 일품이다. 알코올 12.5%, 750ml 6만원대.
EXPERT PROFILE : 최소진 와인을 좋아하며 기록하는 삶을 중시하는 작가 겸 출판인이자 마케터. 소소하게 와인을 음미하며 느낀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 <몰라도, 와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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