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노메코와 아프로만의 색깔
영감을 공유하며 경계를 뛰어넘는 페노메코와 아프로를 움직이는 에너지.
BY 에디터 김정현 | 2020.05.06
재킷 우영미, 스카프 프라다, 링 크롬 하츠.
PENOMECO
힙합계의 만능 엔터테이너. 노래, 랩,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못하는 게 없다. 힙합신에서는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아이돌 그룹 EXO의 ‘Tempo’와 잇지의 ‘ICY’의 랩 메이킹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실험적인 작업 방법으로 국내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LA 뮤직비디오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거침없이 자신의 색을 완성하고 있다.
얼마 전 SNS에 [Garden] 발매 1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팬분이 올려준 포스팅을 보고 알았다. [Garden]은 음악을 시작하고 앨범 형태로 낸 첫 번째 작업물이다.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시간과 공을 들이며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내 커리어에 중요한 기점이 된 앨범이다. 앨범 제작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지난 한 해에만 3장의 싱글과 1장의 미니 앨범을 내고 다이나믹 듀오와 지코, 빅원, 잇지, 엑소 등 많은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했다. 정말 바쁘게 지냈다. 나를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곡을 만들면 앨범으로 모아서 들려주기보다는 계속해서 얼굴을 비추며 잊히기 싫다는 생각도 있었다. 피처링부터 개인 작업까지 쉴 틈 없이 달렸다. 힘들긴 했지만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표한 작업물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다 불만족스럽다(웃음). ‘정말 완벽하다. 이 이상으로는 못하겠다’고 생각되는 곡은 없다. 내가 원래 자존감이 많이 낮다. 늘 ‘이게 최선이다’라는 생각으로 발표하지만 다시 들어보면 아쉬운 부분만 보인다. 스스로 되게 각박한 편이라 작업할 때도 어려움이 많다.
페노메코 자랑 좀 해보자. 자신이 가진 능력 중 가장 자랑스러운 건 무엇인가. (한참의 정적 후) 생존력이 강하다. 어떤 일을 해도 일단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1등은 못해도 어떤 분야에든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생활력은 갖춘 것 같다. 그건 되게 중요한 자기 믿음이다. 언젠가 10년지기 친구들과 마피아 게임을 하면서 얻은 믿음이다. 장난으로 들릴 수 있지만 진짜다. 마피아 게임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본성이나 진짜 모습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경찰이든, 마피아든, 의사든, 그 역할에 맞게 대처하는 자세가 능수능란한 걸 보고 친구들이 너는 어딜 가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때 자신감을 좀 얻었다. 내가 그래도 맡은 임무는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이끌어 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니트 템프스 나우 by 미스터포터, 울 팬츠 미스터포터, 벨트 보테가 베네타, 레더 글러브 지방시, 볼캡 사스콰치패브릭 by 미스터포터, 주얼리 모두 아프로 소장품.

드롭 이어링 크롬 하츠.
랩, 노래, 작사, 프로듀싱까지 넓은 장르를 소화하는 것도 그 믿음과 관련이 있을까. 어느 정도 포함될 것 같다. 작사든, 랩이든, 노래든 내 몫을 부여 받았을 때 책임감을 가지고 능력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내려 노력하는데 괜찮은 결과를 내고 있으니 사람들이 찾아주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 예전의 나와 완전히 달라진 부분이다.
작업을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조화와 균형. 작업 의뢰를 받았을 때 곡에서 뾰족하게 돋보이고 싶은 욕심을 최대한 배제하고 곡에 잘 섞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건 내 곡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컬에 욕심을 부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랩으로만 채우기에 너무 아깝다는 곡이 있으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발표한 곡은 자주 들어보는 편인가. 작업을 할 때 지겹도록 듣기 때문에 막상 발매하면 찾아 듣지는 않는다. 하지만 ‘Good Morning’은 가사를 좋아해서 종종 듣는다. 열아홉부터 스물한 살까지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완성한 곡이다. 페노메코가 아닌 정동욱이 바라봤을 때 추억이라 부를 수 있는 현재에 도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초심을 생각할 때마다 그 곡을 찾아서 듣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보다는 우울할 것 같지 않다.
훗날 사람들이 페노메코를 생각했을 때 어떤 사람이고 싶나.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 ‘순수’가 포인트다.
‘순수’를 강조하는 이유는. 작업을 할 때 되도록 잔머리 굴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 인생을 너무너무 꿈꿨고 간절히 바랐던 사람 중 하나라 그런지 지금의 삶이 무척 감사하다. 물론 꿈꾸던 삶 속에도 슬프고 괴롭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음악을 너무 사랑한다는 건 변치 않을 거다. 연인으로 치자면 그의 능력이나 조건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그런 사랑. 이 친구가 내 인생에 있어서 오해도 안 받았으면 좋겠고 더럽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이루고 싶다고 생각한 게 있나. 방금 전까지 순수를 운운하던 애가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내로남불’처럼 들릴 수 있는데, 요즘은 돈을 좀 벌고 싶어졌다(웃음). 음악은 음악의 영역으로 두고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얘기다. 명확하게 그려놓은 건 없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돈을 벌어보는 게 올해의 목표 중 하나다.
함께 촬영한 아프로는 페노메코에게 어떤 사람인가. ‘이런 형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이상형에 딱 맞는 형이다. 취향, 일, 이름까지 같다. 형을 만나고 음악적 역량이 발전한 것은 물론 내가 사람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줬다.

페노메코가 입은 티셔츠 막시제이, 팬츠와 부츠 모두 코스, 블루종 보테가 베네타, 이어링 크롬 하츠. 아프로가 입은 이너와 코트,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APRO
스튜디오 콘크리트, 다이나믹 듀오, 샤넬이 택한 아티스트.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전시도 여는 아프로는 때로는 DJ로도 변신한다. 로꼬의 [시간이 들겠지], 다이나믹 듀오의 [맵고 짜고 단거], 콜드의 [선] 등 이름보다 노래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깊은 파장을 몰고 오는 그의 영향력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인터뷰 준비를 하다 중독되고 말았다. A‘ pro is Different’ 시그너처는 누구의 목소리인가. 중학교 3학년 때 함께 춤을 시작한 영훈이라는 친구다. 시그너처의 문장도 그 친구가 만들어줬다. 단순히 시그너처를 넘어 모든 예술 작업을 할 때 기준이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내가 전에 했던 작업과 다른 걸 제시했는가?’라는 의미가 있다. 곡에 시그너처가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더 날이 선다.
댄서로 활동하던 중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댄서에서 프로듀서로, 전시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나를 한번 경험해본 사람이 내게 가이드를 준 것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청소년 시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춤을 시작했고, 외국 노래나 목소리 없이 리듬만 있는 인스트로멘탈에만 춤을 추던 시기에 다이나믹 듀오와 슈프림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이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불씨가 되어서 프로듀싱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술은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음악을 하는 중간중간 만들던 것이 쌓여 전시까지 열게 된 케이스다.
지금 소속된 크루가 몇 개 정도 있나. 2018년에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함께하게 됐고 기리보이와 ‘우주비행’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한다. 페노메코와도 함께 활동하는 소모임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남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뭐라고 말하나. ‘안녕하세요, 아프로입니다’가 끝이다. 어떤 수식이 붙으면 그와 동시에 내가 하는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벽이 생기는 느낌이다. 아프로라고 나를 소개했을 때 상대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면 충분하다.
음악 활동과 관련해서 직간접적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누구인가. 퍼렐 윌리엄스. 작업이 힘들어도 그를 보면 의욕이 솟는다. 그의 에너지나 기획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가 넘나들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걸 증명한 아티스트다. 그 외에도 프로듀서가 가져야 하는 애티튜드를 알려준 그레이 형,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유아인 형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티스트가 되었을 때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를 알려준 사람이다.

셔츠 릭 오웬스, 주얼리 모두 아프로 소장품.
작업을 할 때 소리를 채집해서 하는 걸로 유명하다. 콤플렉스에서 시작된 작업 방법이다. 음악 프로그램을 다루려면 기술력이 필요한데 프로듀싱을 시작할 무렵 나는 그쪽으론 무지했다. 사용하고 싶은 소리를 직접 만들려고 녹음을 하게 됐고 이제는 그게 나의 색이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소리를 다 녹음했는데, 이제는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물을 찾아 소리를 담는다.
제일 애착이 가는 작업은 무엇인가. COCO BOTTLE. 당시 잘 사용하지 않았던 소리를 활용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동욱이(페노메코)가 표현을 잘 해줬다. 이후에 많은 친구들이 홀리 사운드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무척 소중한 앨범이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 과거에는 나도 누구나 중 하나였다. 어떤 자격증이나 공부를 해서 음악을 한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어서 했다. 전시와 DJ도 똑같다. 오랫동안 해온 분들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예술의 벽을 허물어 누구나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단 ‘내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에 있어서 솔직한가’를 기준으로 자유를 표방한 무책임한 예술은 안 할 거다.
최근 아프로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아이오아(IOAH)라는 프로듀서. 소리의 독특한 텍스처와 사운드 공간 활용, 흔치 않은 노이즈를 활용해 <사이코 패티쉬>라는 앨범을 만들었다. 언젠가 국내 스트리밍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 같은 뮤지션이다.
올해는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예술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혼자 힘으로 많이 해봤던 것 같다. 올해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 널리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

오버사이즈 니트 로에베, 실크 팬츠 김서룡, 슈즈 지방시, 네크리스와 이어링 모두 크롬 하츠.
사진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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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힙합
가든
페노메코
아프로
PENOMECO
APRO
만능엔터테이너
Garden
스튜디오 콘크리트
우주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