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김정현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르고 돌아온 김정현은 지금, 여기, 오늘의 나날을 유심히 관찰한다.
BY 에디터 김정현 | 2020.05.25
니트 코스, 팬츠 엠포리오 아르마니, 브레이슬릿 개인 소장품.
쉬는 동안 여행을 좀 다녀왔다고 들었다. 일을 하지 않을 때 가능하면 여행을 가려고 노력한다. 올 초에는 프랑스에 갔었다. 프랑스에 다녀온 후 중국 북경에 갔다. 최근에는 <사랑의 불시착> 촬영차 몽골에 다녀왔다. 11월 방영을 앞둔 <사랑의 불시착> 속 구승준으로 돌아온다. 구승준을 수식하는 ‘영 앤 리치의 정석, 젊은 사업가’라는 단어가 그렇게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좋게 말해서 영 앤 리치지 사기꾼에 가까운 인물이다(웃음). 사업과 사기는 한 끗 차라는 마음으로 사는 머리 좋은 친구다. 솔직히 말하면 밉상이지. 하지만 유들유들한 면도 있고 냉철한 면도 갖춰 감정의 낙차와 스펙트럼이 풍부하다. 극 안에서 보여줄 다양한 모습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학교>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간>까지 상대역이 또래였던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대선배들과 함께 작업한다. 현빈, 손예진 선배님이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보면 그저 신기하다.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앵글 밖에서도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현빈 선배님이 끝까지 젠틀하게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을 다 챙기고 멀리 떨어져 앉은 스태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셨다. 연기는 상대와 호흡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선배님들과 마주하는 장면이 더 많아지면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2년 전 만났을 때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늘어도 집착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본질적으로는 같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착보다는 유심히 들여다봐야겠다는 쪽이다. 단어와 뉘앙스의 차이지만 지나치게 집착해버리면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를 연구할 때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고. 주변의 평가에도 단어와 말 한마디에 집착하기보다 내 마음을 좀더 들여다보며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셔츠 우영미, 팬츠 코스, 슈즈 반스.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나 인터뷰로 전달되는 어떤 말을 통해서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고, 그 감정을 노래처럼 공유하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정현이라는 사람을 못 만났을지라도 배우 김정현 덕분에 뭔가 좋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좋은 기억이 있다,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있다면 되게 행복할 것 같다. 어떤 보상이나 영예와 같은 개인적인 욕망은 없나? 앞서 말한 내용 자체에 개인적 욕망이 듬뿍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많은 사람이 그 콘텐츠를 접해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니까. 더 나아가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뜻이 숨어 있다. 욕망덩어리의 바람이다. 연기를 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줄곧 해왔다. 오늘의 김정현이 전보다 더 나아진 점은 무엇인가? 뭔가를 확정짓는 걸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을 볼 때 어떤 잣대나 기준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제와 오늘의 내 기분이 다르듯이 상대도 어떤 상황이 달라져 새로운 지점이 생길 수 있으니까. 나를 좀더 사랑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도 배웠다. SNS도 거의 하지 않고 목격담도 드물다. 요즘 김정현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운동, 감사 그리고 관찰. 운동이 하루 활동 중 반쯤 차지하는 것 같다. 땀을 흘리고 나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숨이 턱 밑에 차오를 때까지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도 솟아나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잠들기 전에는 하루를 돌아보며 주변 사람이나 나 스스로에게 감사한 일을 하나씩 찾으려고 한다. 기분이 안 좋거나 화가 날 때도 감사한 점을 찾는 과정에서 그 감정을 해체하고 들여다보면 고마운 일이 쏙쏙 떠오른다.
관찰은 무엇인가? 주변인에게 부드럽게 다가가 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같은 상황에서 상대를 관찰하며 질문을 던지면 대화가 달라진다. 오래된 친구를 만났는데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 “너 왜 오버하냐,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냐”라는 말 대신 “무슨 일 있어?”라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왜 화가 났지, 왜 기분이 안 좋지, 왜 그때 기분이 그렇게 좋았을까 생각하면서 내 마음 상태를 자꾸 관찰한다. 원래는 자신을 다독이는 편이 아니었나? 감정이 일어나면 해소하려고 하기보다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마음이 안 좋으면 그걸 관계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내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해석을 해야 얘기도 풀리고 상황도 깔끔하게 정리가 될 텐데 관계부터 정리하려니 더 엉망이 됐었다. 오늘 유독 ‘관계’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내 열정이나 감정, 진심만 내세워서는 뭔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 해서는 될 일도 거의 없고, 함께해야 더 잘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좀더 잘 알고 아낄 줄 알아야 관계도 잘 형성할 수 있다고 느꼈다. 스스로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내 마음을 괜찮은 상태로 유지해야 상대도 좋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이런 깊은 고민을 근거로 스스로를 잘 기르는 비결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 좋은 것 같다. 나도 혼자 영화 보고 밥 먹고 걷고 잘 노는 편이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사람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고, 혼자 있는 게 너무 즐겁다면 혼자로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온전히 자기로서 관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태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번 작품을 선택할 때도 이런 생각이 반영되었나? 감독님과 몇 번 미팅을 했는데 즐겁게 하자는 말씀을 참 많이 하셨다. 먼저 선택을 해주셨고 나 또한 믿음과 확신으로 작품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정현아, 나는 재미있게 하는 게 좋아.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정에서 되게 재미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씀처럼 다양하게 시도하도록 지켜봐주신다. 아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셔츠와 팬츠 프라다, 코트 요지야마모토, 슈즈 개인 소장품.

사진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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