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루시의 시작

딩동, 루시의 음악이 배달되었습니다.
BY 에디터 유승현 | 2020.06.12
(왼쪽부터) 원상이 입은 재킷과 팬츠 모두 프라이노크, 슈즈 후망. 상엽이 입은 재킷 더 마일, 셔츠 ST 듀퐁, 쇼츠 라코스테, 넥타이 브룩스 브라더스, 슈즈 닥터마틴. 예찬이 입은 재킷과 쇼츠 모두 프라이노크. 광일이 입은 재킷 맨온더분, 셔츠 인스턴트 펑크, 팬츠 코스, 슈즈 후망.
재킷 써누스, 티셔츠 캘빈클라인 진, 네크리스 누 메탈.
지난해 JTBC 밴드 오디션 <슈퍼밴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밴드 루시가 드디어 데뷔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예찬과 베이스 겸 프로듀서 조원상, 드럼 겸 서브보컬 신광일과 함께 <슈퍼밴드> 본선에서 감성적인 음색으로 주목 받았던 최상엽이 보컬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변화도 생겼다. 루시 특유의 맑은 사운드에 따뜻한 보컬이 어우러져 귀를 사로잡는다. 네 멤버들은 팬들의 기대만큼이나 음악적으로 훌쩍 성장했고 장난기 어린 모습 사이사이 의젓한 얼굴을 드러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움과 함께, 알 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마치 작은 비틀스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달까. <슈퍼밴드>가 끝나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광일 미스틱 스토리 유튜브 채널의 ‘리슨 스테이지’에서 라이브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노래도 들려드렸다. 예찬 레슨도 받고 화성학 공부도 열심히 했다. 바이올린으로 클래식만 연주했기 때문에 재즈도 배웠고. 원상 이전에는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프로듀싱했다면, 루시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면서 어떻게 해야 루시가 잘 될까, 어떤 곡을 써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버렸다. 상엽 본선 1라운드에서 떨어진 이후 방송을 보는 내내 참가자들한테 많은 감명을 받았다. 세상은 넓고 잘하는 사람은 많았다. 내가 음악적으로 너무 만족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열심히 연습도 하고 공부도 했다. 보컬이 바뀌면 으레 밴드의 색이 변하지 않나? 원상 처음에는 큰 변화라 두려웠다. 모든 게 막연했다. <슈퍼밴드>에 나가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거의 용암 속으로 뛰어들어보자 정도의 용기였다. 근데 생각보다 잘 맞아서 놀랐다. 이전의 펑키한 스타일보다 따뜻한 음악을 하게 된 건 있다. 광일 청량함을 가졌는데 따뜻한 감동도 가져갈 수 있는 음악을 지향한다. 원상 잘 정리했다, 하하. 졌다, 졌어. 상엽 합류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멤버들이 쌓아놓은 성에 들어가는 거니까. 근데 이미 마중 나온 것처럼 반겨주고 챙겨줘서 힘들 때 의지를 많이 했다. 아, 감동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는 밴드는 처음이다. 예찬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클래식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군대 가기 전까진 밴드음악에 대해 아예 몰랐다. 관심도 없었고. 드럼 소리를 듣는 것조차 힘들었다. 근데 버스킹을 하면서 드럼, 베이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일렉 기타리스트 대신 내가 들어온 거다. 그만큼 색다른 걸 보여주고 싶다. 원상 사운드를 리드하는 리드기타 대신 바이올린이 있는 거다. 그래서일까, 루시의 음악은 청량하고 기분이 맑아진다. 음악처럼 오늘 촬영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각자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 상엽 자기 입으로 말하면 쑥스러우니까 서로 말해줄까? 음, 광일이는 치우치지 않게 중재를 해준다. 막내인데 팀의 기둥. 중심을 잡고 있다. 맏이 같은 막내인가보다. 광일 별명이 막형이다. 막내 형, 하하. 오히려 예찬이 형 별명은 맏내다. 팀에서 귀여움을 담당한다. 예찬 원상이는 리더다. 내가 리더인데. 음악적으로 원상이가 거의 모든 걸 도맡아서 하고 있다. 조언도 많이 해주고. 별명도 견주다. 우리 셋이 강아지이고 원상이가 뒤에서 우리 목줄을 잡고 산책 중이다, 하하. 대형견 세 마리인가? 하하. 원상 (광일을 바라보며) 한 마리는 고양이다. 상엽이 형은 선함을 담당한다. 그냥 하얀색의 사람이다. 형이 화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팀에서 열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다. 합주할 때 말도 거칠어지고. 특히 형한테 가장 강하게 말한 것 같다. 아무래도 루시에 융화되어야 하니까. 근데 화 한번 낸 적이 없다. 다 같이 기분이 상하는 상황에도 형이 있으면 ‘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네?’로 바뀐다. 나까지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꾸었다.
재킷 프라이노크, 셔츠 플랙.
재킷 써누스, 셔츠 플랙, 넥타이 브룩스 브라더스, 팬츠 라코스테, 슈즈 닥터마틴.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메이크업 룸에서 책을 읽던 상엽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었나? 상엽 <아몬드>라는 소설이다. 예전에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자리에 2시간이나 서서 단숨에 다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3일 연속으로 서점에 갔다. 사서 읽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매일 서점으로 출근한 거다.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다. 광일 형은 쉴 때도 책을 많이 읽는다. 나랑 예찬이 형은 게임을 한다. 카트 메이트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버터를 넣고 하는 해산물이나 고기 요리가 메인이다. 이태리식~ 하하. 예찬 아, 나는 제일 중요한 걸 잘한다. 라면 물 맞추기, 하하. 근데 그게 다다. 원상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해서 쉴 땐 영화관, PC방, 카페 어디든 간다. 상엽 다이어트 중이라 대리만족으로 유튜브로 먹방이나 쿡방을 자주 본다. 최근에 밴드도 요리랑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신선한 재료를 잘 어우러지게 요리하면 맛있는 음식이 된다. 각자 훌륭한 재료, 멤버가 모였을 때 대중들이 들었을 때 맛있는 음악이 되는 것 같다. 예찬 저는 오렌지 해주세요. 상엽 오렌지요? 예찬 저는 상큼하니까? 멤버들 푸하하하. <슈퍼밴드>에 출연하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상엽 드라마 OST, BGM을 만드는 회사에 다녔다. 그러면서 버스킹이나 가요제 상금 헌터로서 공연을 많이 했다. 광일 미스틱 연습생이었다. 베이스, 일렉 기타도 연주하고 노래도 했다. 작곡도 하고. 원상 광일이가 소속사 선배다. 정말 막형이다. 예찬 버스킹이 일상이었다. 그걸로 돈벌이를 했다. 밥도 사 먹고 용돈도 하고. 원상 프로듀서 형들 사이에서 막내 프로듀서로 곡을 쓰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에 곡 피칭도 하고, 반대로 제안도 받아서 소소하게 용돈 벌며 앨범을 한두 개 만들 때 즈음 <슈퍼밴드>에 출연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두려워서 원래는 안 나갈 생각이었다. 너무 두려워서 작가님한테 못 나가겠다고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았다. 시켜놓은 피자를 먹으면서 ‘준비한 게 아까우니까 예선만 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때 전화를 받으셨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재킷 자라, 팬츠 써누스, 슈즈 후망.
예찬이 입은 니트 톱 프레드페리, 셔츠 애드오프, 팬츠 써누스. 상엽이 입은 니트 톱 프레드페리. 원상이 입은 셔츠 코스, 니트 톱 클로브. 광일이 입은 피케 셔츠와 팬츠 모두 자라, 슈즈 라코스테 풋웨어.
그런 이전의 경험과 삶이 밴드를 하는 데 도움이 되나? 상엽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혼자 음악을 했다. <슈퍼밴드> 예선 날부터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관련 없는 얘기인데 1라운드에서 떨어지고 일주일 내내 울었다. 원래 잘 안 우는데 살면서 그렇게 운 적이 없다. 광일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드럼, 베이스, 일렉 기타를 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슈퍼밴드> 때 예선에서는 기타, 1라운드에서 베이스, 3라운드에서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다. 예찬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버스킹을 오래 했으니까 심사위원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데에 위화감이 없었다. 덕분에 자신감 갖고 무대를 활보하면서 나를 보여줄 수 있었다. 원상 형 덕분에 우리가 움직이면서 무대를 할 수 있었다. 예찬 오, 소름 돋았다. 원상 상엽이 형도 작곡을 잘한다. 하지만 미디 부분은 내가 담당한다.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가졌던 것, 베이스를 오래 쳤던 게 루시 음악에 도움이 된다. 버스킹을 했던 것 이외에 보여지는 직업, 경험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 오늘 화보 촬영처럼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 놓이는 게, 밴드로 무대에 서는 게 어색하진 않나? 광일 어제도 멤버들한테 얘기했는데 내가 주연이 되니까 너무 좋다. 이전엔 뮤직비디오에 조연으로 몇 초씩 나왔는데 이제는 모두 나만 찍어주니까 어색하면서도 좋다. 예찬 나도 관심 받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주목하면 더 잘한다, 하하. 원상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몇 년간 아이돌이나 밴드 준비를 하면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그때마다 일이 안 좋게 풀려서 무너졌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싶어서 포기했다. 베이스만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서 프로듀서를 시작했고. 프런트 맨이 되길 포기한 거다. 근데 주인공이 되었다. 실감이 안 날 만큼 좋다. 예찬 그래서 너 항상 일하고 싶다고 하잖아. 원상 맞다. 일 중독이다. 근데 루시 때문에 더 중독이 됐다. 진짜 잘하고 싶다. 상엽 스물한 살에 음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잘될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다. 부모님께도 1년만 기다려주면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여러 대회에서 상도 탔으니까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슈퍼밴드>에서 그 확신은 무너졌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멤버들이랑 있으니까 자신감이 생긴다. 팬들이 이제 루시를, 각 멤버들을 주목한다. 어떤 걸 보여주고 싶나? 원상 아티스트로서 음원이나 앨범이 곧 명함이라고 생각한다. 어딜 가든 주위에 음악하는 사람뿐이었는데 매번 나를 소개할 수가 없었다. “저 음악 잘해요. 베이스도 잘 치고 프로듀싱도 잘해요”라고 말하고 싶어도 이걸 증명할 수가 없었다. 명함이 없으니까. 음원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한 조급함, 갈급함이 있다. 루시의 색을 다진 후에 대중적인 곡을 빨리 내고 싶다. 예찬 바이올린 연주에서도 가사가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정의 연속이지만 ‘아, 이 사람이 이런 느낌으로 켜고 있구나’라는 걸 음악에서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광일 막형 말고 인트로 요정이란 별명이 있다. 이번 데뷔곡에서도 인트로를 내가 부른다. 드러머가 노래를 부르는 건 흔치 않다. “이 밴드의 인트로에는 항상 얘가 나오네”라는 말이 내 귀까지 들리면 좋겠다. 상엽 밴드 음악이 처음 하는 장르라 낯설고 힘들지만 누구나 들었을 때 기본이 탄탄하단 느낌을 주고 싶다. 한결같이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원상 우리 예능 연습도 해야 돼! 하하.

사진

박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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