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지식인, 커뮤니티에서 조언을 구하던 때는 지나 이제 유튜브를 켜 고민을 검색한다. 약은 약사에게, 고민은 유튜버에게.
BY 에디터 유승현 | 2020.06.22
결혼을 앞두고 현실의 문제와 마주했다면
둥지언니
결혼하려면 수중에 현금이 얼마 있어야 할까? 어떤 차를 타야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시댁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면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 할까? 한 번쯤 궁금하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선뜻 묻기 어려운 질문에 유튜버 둥지언니는 시원시원하게 답한다. 프리랜서로 기업, 정부 행사 진행 스태프로 일하며, 방문객 응대나 설명하는 일을 하는 터라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재주를 십분 살렸다. 남편이자 자동차 리뷰 유튜버 젠틀정과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반. 벌써 구독자가 13만 명에 이른다. “어릴 때부터 ‘얼마만큼의 돈을 가져야 신혼집 가구, 살림을 다 살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아예 상상이 안 갔거든요.”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남편과 함께 가구 평균 가격부터 결혼식장 비용,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의 비용을 계산했다. 두 사람과 지인들의 결혼식 비용은 좋은 표본이 되었고,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평균 결혼 비용인 ‘2억’이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결혼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설명했고, 영상은 조회수 40만을 기록했다. ‘이런 여자는 어디서 만날 수 있나요’부터 ‘덕분에 결혼에 대해 용기를 얻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둥지언니 채널의 주 구독자는 결혼 적령기인 20~30대다. 예쁜 옷도 입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미래는 막막한 구독자들에게 그녀는 규모에 맞는 삶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의 똑 부러진 사이다 발언에 늘 좋은 댓글만 달리는 것은 아니다. 종종 악플도 달린다. “예전에는 논란이 될지 모르고 이야기했던 것들이 많아요. 결혼 비용 영상에도 좋은 댓글만 달렸던 건 아니에요. 남녀 서로 혐오하지 않는 영상을 만들려고 해요. 영상에 함께 등장하는 남편 덕을 많이 봐요. 제가 직설적인 화법을 지녔다면 남편은 차분하고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죠. 또 편집을 주로 남편이 담당하기 때문에 괜히 논쟁거리를 만들거나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멘트는 과감하게 들어내요. 연애나 결혼과 연관된 가치관을 다루기 때문에 주관적인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아무래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 해요.” 둥지언니와 젠틀정,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상당하다. 또 영상에 연애관, 결혼에 대한 남과 여 양쪽의 입장을 모두 담아서인지 둥지언니는 종종 ‘남자가 더 좋아하는 언니’로도 불린다. 또 두 사람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영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종종 ‘영상을 보며 배운다’는 댓글이 달리는데 저는 낯간지러운 기분이에요. 저는 가르친 적이 없거든요. ‘나는 이렇게 사는데, 당신은 어때요?’ 정도의 마음이거든요. 토크 형식의 영상에 한계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에요. 어느 순간 저희 영상이 구독자들에게 식상해질 수도 있겠죠. 그래서 브이로그나 챌린지처럼 저희가 직접 체험하고 실천하는 영상도 고민하고 있어요.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크게 와닿을 때도 있으니까요.”
웃으면서 할 말 다하고 싶을 때
희렌최널
소개팅이나 면접처럼 첫인상이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말을 해야 상대에게 호감을 살 수 있을까? 너무 긴장해 말문이 막힐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내뱉는 말이지만 좀처럼 예쁘게, 잘하는 법을 알기 어렵다. 예스맨은 호구로 무시당하기 쉽고, 소신을 말하면 까칠하다며 뒷담화에 오르기 십상이니까. 유튜버 희렌최널 최영선은 사람들의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을 영상으로 해결해준다. 영상을 전공한 그녀는 어려서부터 소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영화 음향을 깊이 파고들다가 라디오 PD로 일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1년 반가량 프로그램 DJ를 겸했다. “라디오 청취자가 줄어드니까, 입사할 당시에 PD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시험 보는 방송국이 늘어났어요. PD가 작가, 진행자 역할을 겸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거든요. 1인 방송 시스템을 미리 맛보았죠. 그래서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발성, 스피치에 대해 배웠어요. 그때 배운 것들이 영상을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돼요.” 이후 뉴미디어 회사의 라디오 PD로 이직해 매주 새로운 아이돌 DJ와 ‘멜론 라디오’를 제작했다. 화려하고 멋져 보이지만 그녀가 감내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았다.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났어요. 배려가 잊히지 않는 사람부터 무례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했죠. 일하면서 치이고 데었죠. ‘저 사람은 왜 그럴까?’ 늘 고민했어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공포 팟캐스트 이야기를 진행했는데 제 엔딩 멘트는 항상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였어요. 그래도 상대를 단순히 미워하기보다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경험으로 방향을 바꾸고 싶더라고요. 심리서적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게 ‘스윗뒷담박스’ 코너를 진행하는 동력이 됐어요.” ‘스윗뒷담박스’는 라디오처럼 구독자의 사연 속 뒷담화 상대의 심리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똑똑한 뒷담화를 해주는 코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반. 구독자는 벌써 16만 명이 넘었다. 올해 초에 ‘매력적으로 말하는 구체적인 방법 3가지’란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 영상 뒤로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화법, 개소리 대처법’이 연결되면서 구독자가 유입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커뮤니케이션으로 콘텐츠가 좁혀졌다. 또 할 말을 목차 정도로 정리하는 여느 유튜버들과 달리 라디오 원고를 자연스럽게 리딩하는 데 익숙한 그녀는 라디오처럼 대본을 모두 작성한다. 어느 순간 그게 희렌최널만의 색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멋진 어른이 되어서 제가 즐겨 듣던 라디오 DJ들처럼 어린 친구들을 상담해주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저는 엄마랑 대화를 많이 하는 딸인데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를 구독자들에게 많이 일러줘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보면서 요즘 사람들의 고민은 무얼까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진짜 라디오처럼 매일 몇 통씩 사연 메일이 오죠. 너무 개인적인 사연은 유튜브에 올릴 수 없으니까 직접 메일로 답을 보내기도 해요.” 10~30대까지 많은 구독자가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이유는 무얼까? “구독자들이 저를 가깝지만 먼 사람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정서적으로는 가까운데 물리적으로 머니까, 내 비밀을 누설할 리가 없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요?”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로미
우리는 어렵고도 지루한 회사 생활을 매일 해내는 동시에 넘어진다. 그래서 ‘퇴사할 거야, 유튜브 하자’를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하지만 이게 가장 현실적인 답일까? 유튜버 로미 김민지는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회사 생활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작은 발자국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블로그에 쓴 글이 그녀를 유튜버이자 작가, 워킹맘으로 만들어주었으니까. 그녀는 10년차 직장인이자 워킹맘, 유튜버 로미, 책 <업글인간>의 작가, 육아 블로거다. 취미로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우연히 게시글 하나가 네이버 메인에 소개됐다. 더 열심히 써봐야겠다 마음먹고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네이버 메인에 주 1회씩 연재를 하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온라인에서는 아무 자본 없이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넘어왔다. 시작이 거창했던 것은 아니다. 3000원짜리 삼각대와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구독자, 조회수와 상관없이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던 중 ‘1500대 1을 뚫은 자소서 쓰는 법’이란 영상이 관심을 끌면서 직장 생활과 커리어 위주로 유튜브의 방향을 좁혔다. 3년간 꾸준히 활동해 이제는 구독자도 5만 명. 대부분 취업과 이직 등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은 20~30대가 90%를 차지한다. 그녀는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꿀팁부터 인턴에서 정직원 되는 법, 사표를 낼까 고민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등 커리어 전반의 고민을 콘텐츠로 다룬다. “마케팅 전략, 상품기획 관련 업무를 오래 했어요. 첫 회사에서 8년 반을 일하다가 LG로 이직해서 2년째 일하고 있어요. 직장 생활이 체질이냐고요? 아니요. 저는 생계형 직장인이에요. 직장 생활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3, 6, 9에 위기가 온다고들 하는데, 저는 3년차에 결혼을 했고 6년차에 아이를 낳았어요. 그 타이밍마다 관심사를 돌렸던 거죠. 매일 반복하면 버틸 수는 있게 돼요.” 매일이 쳇바퀴 도는 것 같고 성장이 멈춘 듯 보이지만 월급, 자기 계발 등 직장 생활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실패, 허무주의가 팽배한 요즘 그녀는 성공보다는 성장하는 재미를 일러주고 싶다. 그래서 직장인 자기 계발서인 <업글 인간>을 썼고, ‘면접, 자기소개서 영상을 보고 취업했다’는 댓글이나, ‘퇴사하려고 했는데 영상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는 댓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는 시간을 내어 술자리를 마련해야만 타인의 경험이나 조언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다음, 네이버 카페에 물어보았죠. 요즘은 유튜버한테 물어봐요. 자신의 익명을 보장 받는 동시에, 유튜버의 얼굴이나 캐릭터는 알 수 있으니까 자신의 고민을 물어보기 쉽죠.” 커리어를 다루는 직장인이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머뭇거린 적은 없을까? “재직 중인 회사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해요. 8년간의 전 회사 생활과 지인들의 경험만으로도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거든요.” 이직을 앞두고 그녀 역시 유튜버를 서브잡이 아닌 전업으로 바꾸어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는 20년 남짓.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연차와 휴가가 있다는 것도 이직하는 데 동기가 됐다. 간혹 유튜브를 하느라 회사 생활에 집중 못하는 것 아니냐며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반대로 유튜브가 회사 생활에 엄청난 활력소가 된다고 답한다. “주말 오후에 영상 촬영과 편집을 모두 끝내는데, 조회수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성취감에 월요병이 덜해요. 또 이상한 팀원을 만나도 이게 다 영상의 소스가 되겠구나 싶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죠. 나중에 그간의 회사 생활을 모아서 웹소설이나 웹툰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내가 못생겼다고 느껴질 때
지태주라디오
예쁜 옷을 입고 비싼 화장품과 가방을 사도 영원한 아름다움은 얻을 수 없다. 주변의 예쁜 친구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일은 우리에게 피로감을 준다. 때론 자존감을 나락까지 떨어뜨리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 지태주라디오에서는 이런 고민에 “당신보다 예쁜 여자는 많아도 당신처럼 예쁜 여자는 당신뿐이다”라고 말한다. 메이크업, 스타일링, 다이어트 팁 대신 우아한 사람의 특징, 분위기 있는 여자가 되는 법처럼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태주라디오 채널을 운영하는 이지원은 물리치료사로 8년간 근무하면서 몸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다가 일대일 다이어트 코칭 서비스 지태주닷컴을 열었다. 2015년부터는 다이어트 어플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이어트 어플 서비스를 하다 보니까 다이어트가 습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면의 내재화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순히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생각의 뿌리가 문제인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사람들과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니까 저절로 에피소드가 많이 쌓였어요. 인풋이 많으면 말을 하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TED에서 강연을 했죠. 강연 내용을 회원들, 어플 사용자들이 궁금해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했는데 그게 70만 뷰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욕도 많이 먹었죠. ‘평생 날씬한 여자들의 공통점’이란 자극적인 주제였거든요. 참고할 만한 악플도 많았는데 그때는 감당이 안 됐어요. 3년을 고민하다가 다시 유튜브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탄탄하게 준비한 끝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지태주라디오는 단순히 한 시즌에 20편으로 운영되며 현재 두 번째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귀티 나는 사람들의 특징’의 영상이 75만 뷰를 기록하면서 구독자도 3만 명까지 빠르게 늘었다. 러닝타임이 긴 영상은 50분에 육박하지만 시청자의 시청지속시간도 40분이 넘는다. “유튜브가 알고리즘으로 노출을 밀어주는 콘텐츠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해요. 하나는 썸네일 클릭률. 제목이 흥미로워야 한다는 뜻이죠. 두 번째는 영상 시청 지속과 이탈률이에요. 100명한테 노출했을 때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다시 1천 명한테, 또 1만 명한테 노출하는 알고리즘이죠. 그런 면에서 저희 구독자들은 호흡이 느리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사색을 좋아하는 구독자를 위해 조언, 카운슬링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의 유의점도 분명 있을 터. 그녀는 청유형의 대화를 꼽았다. “제가 영상에서 말하는 것들이 참신하고 대단한 내용은 아니에요. 평소에 제가 관심이 많아서 운이 좋게 포착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같이 노력해볼래요?’의 뉘앙스로 끝내요. 제 말이 너무 느려서, 또 서론이 너무 길어서 욕도 많이 먹었어요. 유튜브는 빠르고 새로운 것들이 계속 등장해 자극적인 플랫폼이죠. 근데 지태주라디오에 머무른다는 것만으로도 구독자들끼리 정서적 일체감이 강해요.” 몇 달 전에는 실험 삼아 구독자들과 오픈 채팅으로 온라인 살롱을 열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조언해주는 모습이 그녀에게 지태주라디오보다 알차고 흥미롭게 느껴졌을 정도다. “라디오라는 포맷이 가지는 유대감이 있잖아요. 저희 채널에 메일로 사연을 받는 코너가 있어요. 남의 고민에 쉽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사연자분과 몇 번이나 메일을 다시 주고받았고 최대한 상황을 파악해서 내 일처럼 고민한 다음 손편지를 썼어요. 그리고 그걸 영상에서 낭독했죠. 그 편지들처럼 구독자들이 함께 고민해보고 개인에게도 위로가 되는 콘텐츠를 더 다루고 싶어요. 또 ‘여자가 생각하는 예쁜 여자들’에 대한 소설도 출간할 예정이에요. 여자가 봐도 예쁜 여자들의 공통점을 하나 꼽으라면 ‘지금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라 말하고 싶어요. 꼭 연인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직업, 자식, 반려동물, 취미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죠. 그런 사람은 아우라부터 달라요. 사랑하는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단편 소설들을 얼른 마무리하고 싶어요.”

사진

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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