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연이 머무는 곳

빅스 리더 엔이 드라마 <아는 와이프>의 배우 차학연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알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무엇에든 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는 여전했다. 어느 아름다운 오후, 스물아홉 배우 차학연의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를 면면히 들여다보았다.
BY 에디터 황보선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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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가 서서히 가라앉을 때쯤, 약속한 장소에 차학연이 들어섰다. 아직은 ‘엔’이라는 예명이 더 익숙하지만 꾸준히 연기에 도전해오고 있기 때문에 배우 차학연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질 날도 머지않았다. 구면인 상대방을 다시 마주했을 때 습관처럼 무엇이 변화했는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가 촬영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변하지 않은 것을 꼽는 것이 더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다. 굳이 태도가 말투를 꾸미지 않아도 사람 자체에서 풍기는 자연스러움. 데뷔 초부터 한결같은 성실하고 단단한 태도는 지금까지 그가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절대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다만, 최근 변한 것이 있다면 8kg를 감량했다는 것과 ‘내려놓는 마음’에 대해 배웠다는 점이다. 마주 앉아 차분히 그동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동안 알고 있었던, 그리고 알지 못했던 차학연의 면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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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KCU은행의 신입사원 ‘김환’ 역할을 맡아 한창 촬영 중이다. 김환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캐릭터다. 자기 할 일이 끝나면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어떤 일을 시키면 “저요? 제가 그걸 왜 해야 하죠?”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타입이다. 지점장이나 사수 선배(배우 지성의 역할 ‘차주혁’)의 눈치를 볼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캐릭터라면 ‘차학연화’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겠다. 처음에는 김환이 미움 받는 캐릭터가 될까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 감독님과 주변 선배 배우들의 도움으로 잘 융화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김환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작은 조각을 찾아 극대화해 표현하려고 노력중이다. 주변에 김환과 비슷한 캐릭터들을세세하게 관찰하거나 회사 생활 하는 친구들에게 직접 이런 캐릭터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보통 캐릭터를 연구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서 힌트를 얻는 편인가. 예전에는 그 캐릭터가 되어 직접 글을 쓰거나 일기를 썼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사람들의 조각을 하나로 합쳐 내 걸로 만드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촬영장에 나갔을 때는 4~5개 버전의 김환을 준비해 갔다. 그리고 수시로 감독님께 어떤 김환이 좋을지를 물었다. 많은 상의 끝에 최적의 김환을 만들 수 있었다. 주변 배우들과도 소통이 많을 것 같다. 매일 촬영장에 가는 게 기다려질 정도다. 리허설을 할 때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주신다. 이번 <아는 와이프>팀이 연습을 너무 많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습벌레’인데, 사실 쉬는 시간과 촬영의 구분이 없을 뿐이다. 다들 분장실에 모여 도란도란 일상 이야기를 하다가 대본 연습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촬영할 때 자연스레 대사가 나온다. 촬영장의 사랑 받는 막내가 되어보니 어떤가. 스물 아홉 리더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막내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막내라는 이유만으로도 예뻐해주신다. 이 촬영장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집돌이’라고 들었다. 혹시 이런 성향이 연기를 할 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까? 예전에는 그런 걸 많이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경험이 적어서 오는 한계점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술을 전혀 하지 않는 내가 술 취한 연기를 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졸린 느낌인가?’ ‘차학연이 술에 취한 건 어떤 모습이지?’라는 고민을 해야 했거든. 그래서 많은 자료들을 찾아 보면서 몇 배의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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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서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은 분명 다른 종류의 기쁨일 것 같다. 요즘 무대에 오르면 그렇게 설렐 수가 없다. 7년을 올랐는데도 같은 마음이 든다. 무대 위에 오르는 일이 늘 설레는 일이라면 배우로서 활동하는 건 아직은 많이 긴장되는 일이다. 가수로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것 같은데, 배우로서는 완전히 백지니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촬영을 앞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밖에 나가면 마음이 불안해서 무조건 집 안에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이게 힘들다는 말은 아니다. 무사히 촬영을 끝내면 그 뿌듯함이 배가 되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행보를 걷는다. 목표가 궁금하다. 차근차근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 만약 지금 당장 기적처럼 내게 큰 역할이 주어진다고 해도 아직은 그걸 끌고 갈 용기는 없다. 주변 배우들이나 감독님들의 도움을 받아 연기에 대해 공부해 나가면서 누가 봐도 그 드라마에 잘 묻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이 드라마도 그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사적인 대화를 해보자. 요즘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있나. 빈티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매력을 느낀다. 예전에는 화려한 걸 좋아했다. 색으로 표현하자면 파란색, 빨간색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아이보리, 녹슨 느낌의 회색도 좋다. 그 변화가 패션이나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사적인 음악 취향은 변화했다. 예전에는 댄스 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요즘은 듣기 편한 음악들을 선곡한다. 클래식이나 가사가 없는 뉴에이지 곡들을 듣는다. 편안한 빈티지 의상도 좋아하게 됐다. 완벽하게 각이 잡혀 있는 것들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더라. 최근의 변화 중에는 몸무게 감량도 있다. 내 사진을 보거나 모니터를 볼 때 늘 같은 모습이라 나도 내가 지루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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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외에는 ‘집돌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것 같다(웃음). 집돌이의 하루 일과를 공개해달라.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 요리를 해먹거나 앞으로 여행을 갈 곳을 검색하고 게임도 한다. 평소에 너무 바쁘게 생활하니까 오히려 쉬는 날은 집에서 알차게 보내고 싶다. 토마토 먹으면서 영화 한 편만 봐도 행복하다. 배우 이원근과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여행 스타일은 서로 잘 맞나? 타이트한 여행 일정은 절대 짜지 않는다. 함께 일본에 갔을 때 몸무게가 5kg나 늘었다. 밖에 나갔다가 너무 피곤해서 호텔에서 계속 잤거든(웃음). 원근이와는 취향이 비슷하다. 마치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 같다. 만나면 일 이야기도 별로 하지 않는다. 친구뿐만 아니라 팬 사랑도 지극하다고 들었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예전에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좀더 자연스러운 관계가 됐다.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예전의 나는 ‘이런 걸 하면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걸 팬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새로운 모습들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다. 더 먼 미래에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어느 곳에든 녹아드는 사람 말이다. 그러려면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열아홉의 과거를 회상해보자. 그때 이뤘으면 했던 소망들을 지금 이루었을까? 열아홉 살에 작은누나와 상경해 아주 작은 집에 살았다. 겨울에는 꽁꽁 얼고 여름에는 너무 더운 집이었다. 현실이 너무 힘들었지만 나는 항상 먼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10년 후에 나는 가수가 되어 있을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 이건 단지 과정일 뿐이라고. 지금도 가끔 그때를 회상하는데, 작은누나는 당시의 내가 너무나 의아했다고 한다. 작은 집에서 쪼그려 자면서도 괜찮아 보이는 내가 오히려 더 가슴 아파서 매일 엉엉 울었다고. 물론 힘든 기억이지만 그렇다고 나쁜 기억은 아니다. 그때가 있어서 지금이 더 행복하니까. 지금은 치킨이 먹고 싶을 때 치킨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먹고 싶은 고기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웃음) 차학연의 서른아홉을 상상해본다면? 10년 뒤에 하고 싶은 일은 명확히 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면 좀 민망해서 아직은 비밀이다(웃음). 그런데 이 미래는 분명히 현재의 나를 끌어주는 힘이 있다. 서른아홉의 나는 이런 모습일 테니, 지금 힘든 일은 단지 과정일 뿐이라고. 열아홉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터틀넥 코스.

사진

김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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