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이 만들어내는 기록

변우석은 연기를 욕망한다. 그것을 향해 가고자 하는 끈기, 인내, 집착 등의 감정도 감추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설익은 욕망의 모양새는 그가 만들어내는 성장의 과정이다.
BY 에디터 임준연 |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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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무대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 브라운관에 나오니 반갑더라. 화면 밖으로 비주얼이 뚫고 나올 기세였다. 이를 갈고 열심히 했다. 욕심이 좀 과하기는 했던 것 같지만(웃음). 그렇게 해도 아쉬운 부분들은 여지없이 남으니까, 항상 몇 번이고 되돌아보게 되더라.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고마울 때도, 때론 버거울 때도 있을 것 같다. 모델과 연기자는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을 공유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역할이나 성격이 확연하게 다르다. 모델은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에게 너무 재미있는 직업이고, 연기 또한 굉장히 섬세하며 매력적이다. 이런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부담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럽고. 순수한 훈남의 정석 같은 이미지다. 최근 ‘부캐 기르기’가 트렌드인데, 변우석의 또 다른 모습을 탄생시킨다면? 최근 1990년대 레트로 감성의 문화가 트렌드의 중심이 되는 것 같다. 최근 ‘아비정전’과 ‘영웅본색’을 봤는데, 누아르적 모멘트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멋있었다. 부캐릭터를 창조해내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 하나는 정상이 아닌, 사이코패스 역할. 내 본연의 이미지에서 어떤 사이코패스가 탄생할지 너무 궁금하다. 또 하나는 판타지 속 캐릭터다. 완전히 다른 세계관에 입각한 설정, 타임슬립, 괴물들과 싸우는 것도 해보고 싶다. 나는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의 것에 도전하고 싶다. 미디어 인터뷰에서 배경, 성장 과정, 생각 등이 ‘청춘기록’의 사혜준과 비슷해 그와 붙는 장면에서 더 이해할 수도 있었다고 했는데, 과거의 자신이 떠오르기도 했나? 사혜준이라는 캐릭터의 상황은 많은 배우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과정과 닮았다. 나도 충분히 겪었고, 그런 경험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3년 정도 계속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오디션도 항상 떨어지고, 또 그 안에 욕심 나는 캐릭터들도 있었는데 그걸 놓칠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왜 안 되나,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심지어 지금도 계속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더 심했다. 멘탈 케어가 반드시 필요하겠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많아서 항상 조언도 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많이 챙겨주신다. 모델 일을 했던 예전이 생각난다. 그때도 초반에 일이 썩 잘 풀리진 않았고 힘들었지만, 조금씩 내 단점을 캐치해서 보완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일이 생기더라. 연기도 마찬가지다. 나의 목표는 높지만, 시작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상황을 접하고 반복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방향성이 잡힌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끈기와 인내를 기르면서 멘탈을 부여잡았다. 변우석과 ‘청춘기록’ 원해효의 가장 단단하게 이어진 고리는 무엇인가? 원해효는 자신의 힘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다. 그 부분이 가장 닿아 있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집안과 가족, 금수저의 환경 등은 표현하기가 힘들어서 감독님과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금수저와는 머나먼 생태계에서 왔기 때문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모델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연기 지도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도전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배우라는 업계에 한 획을 그어보자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에 태어나 내 이름 석자를 남겨보자는 포부가 넘쳤다. 이 일은 하면 할수록 더욱 깊게 빠져들게 된다. 작품을 통해 고민과 생각을 거듭하고, 그 생각으로 인해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방향성이 명확해지더라.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작품을 통해 힐링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은 계속 바뀌지만, 공감성 수치는 더욱 높아지길 원한다. 그때처럼 스스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사람 자체는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작품을 할 때마다 생각은 변하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밀려오는 영향이 몸에 스며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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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제이백쿠튀르.
변우석, 변우석 화보, 청춘기록 변우석, 풍운호, 류선재, 선재업고튀어
셔츠, 재킷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단역부터 차근히 단계를 밟아 서브 남주까지 오르고, ‘대기만성형 배우’라 불리고 있다. 정말인가(웃음)? 너무 감사하다. 아직 변우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좋은 타이밍에 좋은 감독님, 작가님, 동료 선후배 배우들과 함께 촬영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 드러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시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청춘기록’의 원해효는 착하디착한 금수저지만 그 역시 집안의 반대와 저돌적인 엄마 밑에서 본의 아니게 마마보이가 되고, 원치 않게 친구의 여친을 좋아하게 된 것 등 자신의 ‘착함’에 위배되는 행동들이 나온다. 이 또한 감정 소모로 인한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는 이 시대 청춘들과 닮아 있다.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많은 것을 느끼기보다는 그런 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간단한 감정이 아니지 않나. 친한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여자친구. 그녀에게 고백도 하지 않고 결국 친구를 선택하게 되지만, 내가 실제 원해효라고 해도 우정을 택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죽마고우였던 혜준이와 너무 좋아하는 정하를 놓고 봤을 때, 죽마고우 쪽으로 기울어지는 건 당연하다. 공감성 수치가 높았다. 그렇게 선택하는 것부터 원해효와 변우석은 참 많이 닮았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의 발표에 따르면, 어떤 것에 쉽게 빠지고 빨리 질리는 성향을 가진 요즘 Z세대들은 공감성 수치가 높게 나온다. 이들이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Z세대 입맛에 맞춘 콘텐츠가 필요한 시대다. 그래서 요즘 드라마들은 호흡이 짧게 간다. 업계도 발 빠르게 이해를 하는 부분이다. 예전처럼 16부작이 아닌, 8부작, 10부작, 12부작으로 회차를 줄인 상태로 제작한다. 불과 1~2년 전 드라마보다 전개가 빠르다. 너무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전개만 빨라진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앞뒤 상황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어렵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움직여야 하는 일선의 감독님 및 스태프 여러분이 계속해서 스스로를 디벨럽해야 한다고 하신다. 청춘을 어떻게 기록하고 싶은가? ‘청춘기록’에 대한 인터뷰를 자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청춘이라는 것은 항상 도전하고, 넘어지기도 하며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들이대는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의 청춘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도전과 실패, 그리고 다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아름다운 청춘이다.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하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상상으로 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래퍼런스를 찾는다. 일단 서치가 기본이다. 영화, 책 등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여러 자료를 취합하다 보면 내 것으로 정리되어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다. ‘변우석화’를 시키는 거지(웃음). ‘도시어부’에 출연하고 싶다고. 아! 요즘에 낚시에 관심이 생겨서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중이다. 낚시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다. 최근 바다낚시를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는 망망대해에서 찌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남들은 찌를 늘어트리고 입질이 올 때까지 사색에 잠기거나 생각을 정리한다던데, 나는 일단 고기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하하! 완전 집중한다. 순간순간 잠깐 풍경을 휘둘러볼 때, 하늘에 조각구름 하나 떠 있지 않은 그때가 너무 좋은 거다. 그런 순간이 기분 좋은 기억으로 자리한다. ‘낚시’는 출구 없는 매력이 넘친다고 하더라. 내가 뭘 이렇게까지 좋아해본 적이 없다. 아직도 빠지는 단계지만 더 빠지게 되면 그때 직접 어떤 기분인지 말씀드리겠다. 장비가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고 모든 수입을 낚시 관련 용품으로 채울 날이 올 것 같아 두렵지만, 그것도 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면 망설이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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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재킷, 팬츠, 브레이슬릿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 ‘소울메이트’는 어떤 내용인가? 중국 원작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하는 영화다. 내가 맡은 진우라는 캐릭터는 엄청 정제되어 있는 성격이다. 말하기 어려우니 궁금하신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소울메이트가 있나? 친한 친구가 생각나긴 하지만 의미 자체만 놓고 생각해보자면 힘들 때 생각나고, 기쁠 때 찾아오는 그런 의미로는 몇 있는 것 같다. 같이 있지만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신경 쓰이지 않는 그런 친구 말이다. 몇 명의 소울메이트가 있는 나는 참 정신적으로 풍요롭다(웃음). 좀 더 단단하고 견고한 ‘나’를 만들기 위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단점들이 보인다. 그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청춘기록’에서는 말에 대해 사람들에게 더 공감을 주고 싶어서 발성 부분을 좀 더 보완하고 있다. 사람은 점점 시간이 흐르고 경험치가 쌓이면 자신의 생각이 확고해진다. 하루의 시작은 보통 몇 시부터인가? 일이 없을 때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공유해준다면? 시작은 항상 다르지만, 꾸준히 하는 건 있다. 운동은 거의 매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미스터리가 생겼다. 운동은 매일 하고 있지만 어느 날부터 복근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식스팩… 어디로 간 것이냐… 영화 촬영을 시작하면서 강도를 약간 내려놓은 것 같다. 1과 6의 사이. 그 어디에 있을 나의 복근을 찾습니다(웃음). 드라마 역할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을까? 다 감수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변화된 모습에 희열을 느낀다. 모든 역할에 대역을 쓰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삭발까지도 감수할 수 있다. 도전하고, 이루고 난 뒤 결과물에 대한 희열을 기대한다. 쉽지 않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표현할 때 성취감이 배가된다. 서른 살. 사람들은 스물아홉 살 때 굉장히 많은 번뇌와 고민을 반복하며 불안을 호소한다. 변우석에게 스물아홉, 서른, 30대의 시작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어릴 적엔 서른이면 집도 있고 결혼도 했을 거라는 생각에 의심이 없었다. 그런데 실상은 아직도 난 20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한다.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 슬슬 영양제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을 보니 신체 나이는 속이지 못하겠더라. 스물아홉 때 세상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는데, 서른 살이 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군대 다녀오니 어느 날 아침 서른 살이 되어 있었는데, 주변에서 다들 형이라고 부르니 기분이 좋더라. 30대의 시작은 서른한 살이 기대가 되는 것? 나이에 걸맞은 연기력을 갖추면 참 좋을 것 같다. 2021년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내 이미지와는 다소 상반되더라도 다양함이 묻어나는 새로운 캐릭터를 맡고 싶다. 지금까지 인간 변우석의 성격과 어느 정도 비슷한 캐릭터들을 연기했다면, 이젠 또 다른 나의 얼굴, 두 번째, 세 번째의 감춰져 있던 다중이의 면면이 계속해서 나와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선택의 폭은 넓어질 테니까. 연기의 다장르화를 꿈꿔본다. 영향을 주는 말, 구절, 좌우명은? ‘놀 땐 놀고 일할 때도 놀자!’ 그리고 최근에 자주 쓰는 말은 ‘별거 아니다’. ‘소울메이트’의 민용근 감독님은 멘탈 갑이다. 내가 본 사람 중 최고다.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거, 생각보다 별일 아니야”라고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고 얘기해주셨다. 그게 와닿더라.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 뭘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소중한 나이가 됐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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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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