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유튜버 4인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드는 유튜버 4인을 만났다. 그들이 크리에이터의 삶으로 걸어 들어간 이유를 물었다. 소소한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세세하게 뒤따라왔다.
BY 에디터 장혜정 송혜민 | 2021.05.14디씨즈마테

셔츠와 점프수트 코스.
“여러분이 진짜 원하는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유튜버 크리에이터 디씨즈마테(이하 ‘마테’)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이유, 지금 가장 큰 고민, 채식주의를 결심한 이유 등 자칫 무거워질 법한 이야기를 마테만의 호흡으로 편안하게 풀어놓는다. 그 와중에 친구가 운항하는 요트 타고 바다 건너기, 7m 물속으로 들어가 상어와 마주하기 같은 도전의 일상도 보여준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이런 의문이 든다. 원래 이렇게 해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사람이었을까? 그는 오히려 호기심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어요. 주변에서도 다 그게 답이라고 알려줬고요. 하고 싶은 일이 떠올라도 내가 해낼 수 있을지 걱정만 하다 지레 포기했어요. 결국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해버리는 게 마음이 편했고, 그렇게 살게 됐어요.”

재킷 비아플레인, 팬츠 리바이스
성인이 되고 우연한 기회에 프리랜서 모델과 뷰티 유튜버가 됐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했다.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밖에 없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고민 끝에 뷰티 콘텐츠 제작을 중단했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유튜브 채널 운영도 멈췄다. 삶의 방향이 정해져야 유튜브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긴 휴식 후 탄생한 것이 ‘몰로(MOLO) 프로젝트’다. Mate Only Lives Once. 마테는 오직 한 번만 사니까,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해보자는 결심을 담았다.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마테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 같은 프로젝트다. 도전을 하기로 결심하니 누군가의 손에 잡혀 있는 것만 같던 삶이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자연스레 콘텐츠 제작 방향도 바뀌었다. 개인적인 고민, 가치관, 생각을 더 나누게 됐다. 비혼, 노브라, 비건 같은 주제를 꺼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부터다. 편집도 가벼워졌다.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화려하게 꾸미는 편이었다면 최근엔 내용에 충실하는 데 집중한다. “제가 다른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이유도 공감이나 위로를 얻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제 채널을 보는 사람들도 비슷한 호기심이 있을 것 같아요. 평소에 남에게 말하지 못했던 얘기를 제가 먼저 꺼내주면 반갑지 않을까요?” 지금도 삶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테는 앞으로도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허챠밍

스웨트셔츠 에이카화이트.
본명은 허민주. 학창 시절 내내 불리던 허밍이란 별명에 챠밍(charming)이란 단어를 조합해 ‘허챠밍’이란 닉네임을 지었다. 엄마에게 사탕볶음밥을 만들어 바치는가 하면 남의 자동차 보닛에 돌로 그림을 그리던 엉뚱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키 173cm의 성인이 된다. 원하던 의상디자인학과에 들어가 3년간 공부했지만 졸업 대신 무기한 휴학생의 길을 택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스타일리스트, 영화 분장사 등 다재다능한 그녀의 이력에 유튜버가 추가된 것은 2016년 쯤의 일. 반려묘 우니의 영상을 올리다 친구이자 유명 유튜버인 햄튜브의 영상에 간간이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유튜버의 길로 들어선다. “처음엔 화장법이나 의상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 정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제가 자취를 하며 자주 만들어 먹는 파스타, 라면, 샌드위치 같은 요리를 보여드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제법 좋았어요. 특히 제가 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식당 가서 먹자면 양이 너무 적잖아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배 터지도록 먹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다 보니 이것저것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들을 재미있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셔츠 드레스 늘, 스니커즈 아디다스.
피어싱, 호캉스, 리폼, 메이크업, 드로잉, 게임, ASMR, 아이템 리뷰 등 콘텐츠는 다양하지만 역시나 가장 호응이 좋은 영상은 이른바 ‘면 먹방’이다. 각종 야채&소시지에 토마토케첩을 듬뿍 뿌려 볶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나 고소한 버터를 넣어 비벼 먹는 우동, 토마토 주스를 부어 만든 냉라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맛과 향이 궁금해질 정도. 그녀의 팬인 일명 ‘챰스터’가 대거 양성된 이유이기도 한데 음식에 관해 진심인 그녀는 2018년 XtvN의 <챠밍처럼 밥해먹어요>란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굴깍두기, 뱅쇼를 직접 만드는가 하면 무화과나 푸아그라를 올린 와인 플래터를 뚝딱 차려내기도 하는데 요리에 대한 센스나 창의력은 엄마로부터 비롯된 모양이다. “저희 엄마가 살림이나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셨어요. 집에 늘 <메종>이나 <에쎈> 같은 잡지가 가득했는데 하다못해 샐러드드레싱 하나도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었죠. 덕분에 색다른 퓨전 요리도 많이 먹어봤을뿐더러 요리는 예쁜 접시에 잘 담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어요. 그런 경험들이 지금도 많은 아이디어를 주는 것 같고요.” 사람들에게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싶은 그녀는 요즘 제철 식재료를 소개하는 농부들의 SNS 채널을 눈여겨보며 그때그때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있다. 직접 써보고 괜찮다 싶은 아이템을 소개하는 ‘짜잘추천’ 코너나 조회수 132만에 빛나는 사랑니 발치 영상처럼 생활밀착형 콘텐츠에도 좀 더 욕심이 난다고. 최근에는 그녀의 동기이자 뮤지션인 오핑과 유튜브 BGM으로 사용할 음악을 만들어 발표하는 등 점점 더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중이다. 허챠밍의 영상이 점점 더 다채롭고 풍부한 맛을 내는 이유다.
구효민

카디건, 크롭트 톱 모두 H&M, 팬츠 더블유엠엠, 스니커즈 컨버스.
척척 해내면서도 그래서 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아주 어릴 적부터 누군가 ‘너는 어떤 사람이니?’ 하고 물으면 답하기가 어려웠다. 자유분방하고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한편으론 내성적이기도 하고, 갑자기 여행을 떠나거나 쏟아지는 비를 맞고 싶어지기도 하는 등 충동적인 면도 있다. 해보지 않은 일은 일단 시도해보고, 처음 보는 음식도 먹어보기 전엔 무슨 맛일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맛본다. 한 가지 카테고리로 묶이지 않던 구효민의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의 목표와 유튜브 채널의 방향성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지금 하고 싶은 건 다 해본다.’ 그런 저를 보고 사람들이 ‘구효민은 진심이구나’ 하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구독자들이 항상 댓글을 남기거든요. 제발 염색 좀 그만하라고. 그런데 하고 싶은데 해야지 어쩌겠어요? 후회 없이 살아야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그만의 브랜드가 된 셈이다.

슬리브리스 톱 비아플레인, 쇼츠 리바이스, 스니커즈 컨버스, 네크리스 앵브록스.
4년 전, 19살이었던 구효민은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패션업계에 뛰어들었고, 우연계기로 유튜브 세계에 발을 들였다. 패션 하울 콘텐츠로 시작한 채널은 셀프 염색, 피어싱 체험기, 자취 요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때때로 가장 자신 있는 콘텐츠도 달라진다. 머리카락 색깔을 밥 먹듯이 바꿀 때는 셀프 염색 노하우를 제일 잘 알려주는 유튜버이고 싶었다가 요즘엔 자취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말 그대로 일상이 모두 콘텐츠가 된다. 그래서 작은 에피소드 하나라도 영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강을 산책하거나 카메라 없이 혼자 있을 때 아이디어가 번뜩여요. 짜내려고 하면 생각들이 더 숨어버리죠. 이 일을 오랫동안 하려면 사소한 걸 예리하게 캐치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수시로 깨달아요.” 고민을 쉬지 않는 일은 크리에이터로서는 긍정적이지만, 가끔은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아 혼란스럽기도 하다. 여행을 갈 때도 카메라를 두고 가고 싶지만 챙길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하지만 오히려 부담감이 더 나은 일상을 만든다고 말한다. “카메라가 있으면 청소도 열심히 하게 되고, 밥도 더 잘 챙겨 먹어요. 사과 하나 먹는데 괜히 선글라스를 껴보기도 하고요. 취미가 본업이 돼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하기 싫은 적은 없어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만들어야 하는 일을 선택했지만 이 또한 후회는 없다. 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고 좋은 반응이 뒤따라오는 일을 한다는 성취감도 있다. 물론 이 마음 또한 언제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효민 그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진지한 목소리에서 크리에이터로서의 근사한 내일을 예견할 수 있었다.
XOXOSOPHIA

홀터넥 드레스 데이즈데이즈, 카디건 비아플레인.
마지막으로 성당 미사를 본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피아라는 세례명이 마음에 들어 유튜브에 차용했다. 웹 매거진 회사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해봤지만 조직생활이 맞지 않았다. 결국 관두고 ‘TEETH’라는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편, 프리랜서 모델로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는 중이다. 2년전 첫 영상을 올리면서부터 시작한 유튜브는 사실 자의보다 타의에 가까웠다. 귀차니즘을 핑계로 차일피일 채널 개설을 미루던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턱하니 캠코더를 사다 바쳤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획이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타인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일상 속에 ‘꿀팁’이라 할만한 뷰티 정보가 꽤 많아 서서히 구독자가 늘었다. 이를테면 컬러 렌즈를 고르는 요령, 헤나로 주근깨 만드는 방법, 피어싱 뚫는 과정 같은 콘텐츠들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쟁력은 따로 있었다. 일명 ‘고생스러운 뷰티’다. 머릿결 손상 없이 탈색하기, 직접 가발 만들기, 셀프로 박스브레이즈(레게머리의 일종) 땋기 등 ‘저걸 집에서 혼자 했다고?’ 싶은 영상을 구경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채널을 찾는다. “어릴 때부터 외모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던 건 일종의 열등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이 다 미인에 속하는 얼굴들인데 저는 딱히 그렇지 않으니 이것저것 시도하며 외모의 장점을 찾아보려고 했던 거죠. 변덕이 심해서 한 가지 스타일을 오래 유지하는 것도 별로였고요. 그런데 숍에 가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나름의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탈색 전에 샴푸를 하지 않아야 모발 손상이 적다든가 가성비 좋은 모발 영양제는 어떤 브랜드라든가 하는 것들을 혼자만 알고 있기가 좀 아까워서 영상에 녹였는데, 덕분에 큰 도움이 됐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티셔츠 인스턴트펑크.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지만, 한 편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공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예를 들어 85만 뷰 이상을 기록한 셀프 박스브레이즈 영상을 찍기 위해 15시간 서서 머리를 땋았고 2~3일에 걸쳐 직접 편집을 마쳤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에피소드를 기획하진 않지만, 일단 영상을 찍겠다는 판단이 들면 뾰족하게 파고들어 정보를 찾는 편이기도 하다. 그저 재미를 위한 콘텐츠보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다들 바쁘잖아요. 책 같으면 군데군데 넘기며 속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영상은 꼬박 시간을 들여 봐야 하니 최대한 정보가 될 만한 것들을 언급하려고 해요. 예컨대 박스브레이즈에 관심이 가면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을 돌며 관련 정보를 꼼꼼히 검색해보는 편이에요.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색상과 스타일을 보여줄지 정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알아낸 이런저런 정보를 촬영 시 설명하는 식이죠. 저 역시 동영상 편집이나 뜨개질을 유튜브를 통해 많이 배웠기 때문에 제 채널에서 뭔가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삭제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몇 번이고 재생이 가능한 유튜브 영상의 속성을 생각하면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진다. 훗날 허리가 꼿꼿한 할머니가 되고 싶지만, 지금은 친구들을 불러다 배부르게 음식을 해 먹이며 청춘을 만끽하고 싶다. 얼마 전 셀프 염색으로 완성했다는 핑크 레드의 헤어 컬러처럼 그녀는 꽤 선명한 하루하루를 다져가고 있었다.
사진
김효석
크리에이터
유튜버
크리에이티브
유튜브
먹방
허챠밍
콘텐츠
구효민
디씨즈마테
xoxosoph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