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브, 전주현과의 인터뷰
단 세 가지 제품으로 시작한 클로브는 어느새 30~40대 캐주얼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파도처럼 휘몰아친 성장의 이면엔 실용적인 옷에 대한 전주현 대표의 진심이 짙게 배어 있다.
BY 에디터 조영아 | 2021.06.07
8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클로브(Clove)를 론칭했다.
2015년 즈음 취미로 골프와 테니스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관련 의류의 가격대도 높고, 운동할 때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테니스 후에 친구도 만나고 골프 치고 마트도 갈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고 내가 만들어볼까 하는 대범한 생각에 이르렀다.
입에 착 감기는 이름이다. 클로브는 어떤 뜻인가?
골프와 테니스를 기반으로 탄생된 브랜드라 두 분야를 포함할 수 있는 이름을 고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클럽이라는 단어와 깊은 연관이 있더라. 테니스 클럽이나 골프채를 의미하는 골프 클럽 같은 것들 말이다. 클럽의 ‘럽’을 사랑을 의미하는 ‘LOVE’로 변형했고, 발음하기 쉽게 클로브로 부르게 됐다. 첫 글자 C로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갈수록 마음에 든다.
론칭 당시 마케팅과 브랜드 작업을 병행했다고 하던데.
브랜드 론칭에 대한 막연함 탓에 오래도록 고심했다. 이 분야가 개척할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을 냈고, 회사에 다니며 시간을 쪼개 원단 시장과 제작공장을 샅샅이 훑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상상도 되지 않는 스케줄이다. 첫 시즌은 어땠나?
아주 소박했다. 2016 S/S 시즌에 단 세 가지 제품으로 시작했다. 상·하의, 가방 각각 하나씩. 홈페이지 만드는 것도 부담이어서 블로그를 통해 판매했다.
홍보 걱정은 없었겠다. 당시 홍보·마케팅이 전문 분야였으니까.
마케터로 일하며 돈독한 관계를 맺은 지인들 덕을 톡톡히 봤다. 인플루언서나 모델, 패션계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서서 자신들의 SNS에 포스팅을 쏟아냈다. 브랜드 인스타그램 관리도 아직까지 직접 한다.
클로브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
어디에나 활용할 수 있는 탁월한 실용성과 편안함. 골프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즐길 때도 좋지만 가벼운 여행이나 주말 룩으로도 제격이다.
옷을 만들며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는가?
클로브는 내가 입고 싶은 옷에서부터 시작된 브랜드다. 지금까지도 편안함을 기조로 입고 싶으면서 필요로 하는 옷을 만든다.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스타일이 있으면 메모해두고 다음 시즌에 적용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1 기존 선바이저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해 인기가 높다. 2 여행용으로도 적합한 큼직한 토트백. 3, 4 액티브한 이미지가 강조된 2021 서머 컬렉션.
그래서인지 시즌을 거듭할수록 수집하고 싶은 옷이 늘어간다. 보완할 점을 떠올려본다면?
키가 큰 편이라 옷을 크게 입는다. 나에게 맞추다 보니 유니섹스 사이즈가 많다. 체격이 작은 이들의 피드백을 수용해서 하반기에는 더 작은 사이즈도 생산할 예정이다.
운동 분야를 아우르기에 소재의 기능적인 부분도 무척 중요할 테다.
일부 제품에 야외 운동에 적합한 자외선 차단 기능이나 접촉 냉감 기능 등을 갖춘 기능성 원단을 사용한다. 스테디셀러인 스웨트 셋업의 경우 직접 개발한 원단을 사용하는데, 흡습·속건 기능이 뛰어나 땀을 신속히 배출하고 빨리 마르는 장점이 있다. 운동을 하다 보면 기능성 원단이 필요하지 않은 카테고리가 있는데 이것과 패션에 초점을 둔 제품은 비기능성 소재를 사용한다.
골프와 테니스 분야가 디자인에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었나?
치마에는 속바지를 더하거나, 네크라인에 집업 디테일을 추가해 입고 벗기 쉽게 하는 등 실용성 위주로 고민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공을 넣는 주머니를 걸 수 있는 벨트 고리나 포켓 디테일도 많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영 골퍼들을 위한 클로브식 스타일을 제안한다면?
우선 스커트를 추천한다. 스커트를 입고 하는 운동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남다른 기분이 든다. 여기에 피케 조직으로 짠 라운드 니트를 매치하면 단정하면서 기품 있는 스타일이 완성된다. 시원한 촉감으로 론칭 때부터 사랑받은 제품인데, 데님 팬츠 등 다른 하의에도 멋스럽게 어울리는 제품이라 일상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클로브만의 무기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0~40대 캐주얼웨어의 부재를 채운 것. 그동안의 캐주얼웨어는 너무 젊어서 30~40대가 소비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골프를 취미로 즐기며 자연스레 일상까지 아우르는 옷을 주목했던 것 같다.
30~40대뿐만 아니라 고객층이 무척 넓다고 들었다.
진입 장벽이 낮은 모자 같은 경우는 10대부터 20대, 옷은 더 높은 연령층도 소비한다. 물론 30~4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요즘엔 디자인 카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브랜드들이 많다.
물론 있지만 일일이 대응할 생각은 없다. 클로브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브랜딩을 탄탄히 해나가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나 공항 등 일상 속에서 클로브를 발견하는 것. 마주할 때마다 신기하다.

1 2021 스프링 컬렉션. 2 2020 F/W 컬렉션. 컬러풀한 스웨트셔츠도 꾸준히 사랑받는다. 3 젊고 쿨한 골프백. 4 2020 S/S 컬렉션.
브랜드를 전개하며 꼭 지키고 싶은 철학이 있는가?
진실된 마음이 아닐까. 해가 갈수록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날 때나 옷을 만들 때, 그리고 무엇이든 속임수가 없어야 한다. 타협하지 않아야 할 부분은 꼭 지켜내고. 거짓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많은 것을 이뤄냈다. 처음과 지금의 마음가짐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책임감이 막중하다. 소비층이 두터워질수록 무게감이 더욱 짙게 다가와 버겁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섬세하고 면밀히 바라보려 노력한다.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고 싶다. 쉴 땐 주로 무얼 하나?
운동을 무척 좋아한다. 골프와 테니스는 물론 자이로토닉과 PT 등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주말엔 종종 쿠킹 클래스에도 참여한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복잡한 머릿속이 환기되는 편이다.
워라밸은 어떤가?
아쉽게도 일과 일상의 경계가 없다. 지금까지 브랜드를 혼자 운영했기 때문에 뭐든 내 손을 거쳐야 했다. 침대에 늘어져 쉴 때도 홍보용 이미지를 서치하고 SNS에 업로드하고. 쉴 틈이 없다.
버겁지 않나?
무척 바쁘지만 혼자여서 마음 편한 것도 있었다. 비주얼 작업 등은 론칭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각 분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규모가 커지고 개인 시간에 대한 필요성도 느껴서 현재 함께 일할 팀을 꾸리고 있다.
얼마 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소식을 알렸다.
브랜드를 시작하던 시점부터 패션 사업이 혼자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작년에 좋은 제안이 들어왔고 꿈꿔왔던 회사여서 단숨에 성사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클로브의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직은 시작 단계여서 우선 조직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든든한 가족이 생긴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셀럽과의 협업 같은 색다른 작업이 될 것이다.
클로브를 통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뷰티에 특히 관심이 많다. 클로브와 연관이 깊은 선블록, 수딩 젤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클로브라는 브랜드를 더 탄탄히 쌓아 올린 후의 이야기다.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하반기를 목표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주 고객들의 동선 안에 있는 도산공원이나 한남동이 유력하다. 그 다음엔 ‘클로브 클럽’을 만들어 사람들과 뭐든 나누고 즐기고 싶다. 꼭 테니스나 골프가 아니라도, 클로브와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사진
박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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