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브랜드와 로고의 상관관계

브랜드 로고가 당당하게 장식된 뷰티 아이템에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긴다. 정신 차리고 보면 이미 결제는 완료다. 왜 우리는 이토록 로고에 흔들리는가.
BY 에디터 전수연 | 2021.06.22
로고 하나로 심리를 자극한다
브랜드 로고가 디자인의 전부였던 1990년대의 패션 트렌드를 기억하는가. 오직 로고만으로 제품의 존재감을 드러내던 ‘로고 플레이’는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 성행했고, 아이돌 이름을 큼지막하게 쓴 ‘굿즈’만큼이나 인기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패션은 물론이고 뷰티 브랜드도 로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작년 온라인 명품 커머스 ‘머스트 잇’이 발표한 판매 데이터를 보면, 일반 제품에 비해 커다랗고 선명한 로고 디자인이 돋보이는 상품들이 인기가 높다. 하나를 사더라도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담고 있는 로고 아이템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몇 년 전까지 심플한 로고 자체만을 활용했다면, 지금은 빅 로고 혹은 로고가 반복되는 패턴을 전면에 내세운 모노그램 디자인을 선호한다. 한정된 재화로 패션, 뷰티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이런 심리를 반영한 브랜드의 선택이다. 로고 패턴을 리디자인한 제품도 눈에 띈다. 제품 위에 브랜드 이름을 양각으로 새기거나 펜으로 휘갈겨 쓴 듯 변형된 로고 디자인 등이 대표적인 예. 형태는 달라졌다고 해도 그 브랜드의 로고임이 한눈에 확인될 수 있도록 디올의 D, 구찌의 GG 같은 시그너처 알파벳은 그대로 살린다.
단순히 90년대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색상, 패턴 등에 변화를 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타일로 MZ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브랜드는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이자 홍보 수단으로 로고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 맞는 의미를 내포하거나 상징을 반영하고, 소비자들은 브랜드 로고를 보면서 해당 브랜드를 기억하곤 한다. 이제 로고는 단순한 글씨나 그림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며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설명한 로고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뷰티 브랜드로는 럭셔리 화장품이 주를 이룬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알파벳 ‘C’ 두 개를 교차해서 로고를 만든 샤넬, 디자이너의 이름을 로고로 디자인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보통 패션 하우스의 뷰티 브랜드가 로고 플레이에 성공한 사례에 속한다. 대부분 창업자나 디자이너의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해 이를 각인시키기 위해 브랜드 로고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의 로고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브랜드명과 제품을 함께 인지하게 한다.
<싱글즈> 설문조사에 참여한 2030 여성의 코멘트에 따르면, 브랜드의 로고에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보이는 것이 첫 번째, 그다음이 로고가 그려진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패션 아이템보다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럭셔리 뷰티템에 지갑이 열린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욕구불만과 플렉스 문화가 맞물리면서 로고 플레이는 정점에 달했다. 여기에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면서 심리적 보상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구매하는 현상도 더해진다. 가성비를 꼼꼼히 따졌던 기준들은 잠시 잊은 채 로고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왜 지금 소비자들이 성분도 제품력도 아닌 로고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보여주기 위해 로고에 집착한다
<싱글즈> 설문조사에 참여한 2030 여성 중 250명에 달하는 응답자가 로고가 전면에 새겨진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했다. 카테고리는 패션, 뷰티 순으로 높았으며, 뷰티 아이템 중에서는 메이크업 제품이 주를 이룬다. 구매한 이유도 간단하다. 원래 좋아하던 브랜드의 로고가 패키지에 그대로 드러나 있기에 단순히 소장하고 싶어서다. 소비자들이 혹하는 로고를 가진 화장품 브랜드는 전반적으로 패션을 베이스로 하며, 고유의 오랜 역사와 전통성을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브랜드명 자체를 살려 로고를 디자인해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제품 자체의 퀄리티가 이미 높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네임을 직접 로고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디올 뷰티를 예로 들어보자.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Dior’ 로고는 첫 글자만 대문자로 이루어진 회색의 영문체다. 별다른 컬러도 기호도 없는 이 로고는 디올 뷰티의 모든 제품의 겉면은 물론, 제형에도 새겨져 있다. 스테디셀러인 루즈 디올 립스틱은 텍스처 단면에 새겨 넣었고 매 시즌 선보이는 다른 재질의 쿠션 패키지에서도 빠지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설문조사 참여자 중 약 53%는 일반 제품보다 로고를 디자인한 제품에 구매 욕구가 더 크다고 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사용하는 스킨케어 아이템이나 향수보다는 휴대하고 다니면서 남들에게 보일 수 있고, 패션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군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같은 컬러의 립스틱, 블러셔임에도 일정 기간마다 다른 방식으로 로고를 표현한 제품에 설레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시그너처 로고를 강조한 로고 플레이 제품이 마치 타인과 다른 차별성과 특별함을 준다고 생각한다.
보비싸도 특별해야 한다
로고를 디자인 요소로 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 중 만족을 표하는 응답자는 무려 95%에 달한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 만족하지 못했다는 일부의 참여자들을 제외하면 꽤 높은 수치다.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는 스놉 효과(Snob Effect)라고 불리는 현상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이 효과는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흔한 제품이라고 인식해 구매를 꺼리는 심리를 말한다. 스놉 효과에 의하면 특정 제품에 대한 과시적 소비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확산되면 더 이상 자신의 신분이나 위상을 차별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연장선으로 일반적인 제품이 아닌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진귀한 상품을 계속해서 찾아 나선다. 내용물은 같아도 패키지에 로고가 디자인되어 있다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가치 소비에 의미를 두는 MZ 세대의 특성이 드러난 소비 형태라고도 분석할 수 있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식비나 의류 등엔 가성비를 따지며 소비를 줄이고, 비용이 어느 정도 들더라도 가치를 두는 제품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자기만족적 소비 형태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심플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로고는 브랜드를 나타내는 시각적인 상징물로 브랜드의 모토 혹은 슬로건을 드러내는 요소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낼수록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030 여성은 로고 플레이를 하고 있는 뷰티 브랜드 중 입생로랑, 지방시, 랑콤, 프레쉬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여기에는 헤라, 아이오페, 오휘와 같은 국내 브랜드도 포함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화장품 이외에 패션, 소품 등 다른 분야의 품목을 보유하지 않은 브랜드들이 주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선택 기준은 디자인이다.
랑콤은 군더더기 없는 글씨에 우아함을 상징하는 장미꽃을 추가해 지루함을 줄였고, 에스티 로더는 금빛 로고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함과 동시에 각 알파벳의 채도를 달리해 특별함을 배가시켰다. 정형화된 로고와 달리 약간 기울어진 귀여운 모양의 글씨체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프레쉬도 마찬가지. 파란 바탕에 흰색 고딕체로 디자인된 아이오페, 알파벳 O자를 강조한 오휘도 같은 대열에 합류한다. 장식이 많은 로고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결국 가장 눈에 띄는 로고는 놀라울 정도로 심플하다는 것. 클래식하지만 오랜 시간 질리지 않는 간결한 형태의 로고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하게 인식시키기에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로고가 브랜드 전체를 움직인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브랜드라도 로고가 예쁘면 구매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60%가 YES를 외쳤다.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뷰티 브랜드의 패키지 디자인이 영업의 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로고는 아이디어, 사물 등을 대신해 특정한 의도를 내포한다. 잊히지 않는 로고는 주의를 끌고, 인지도를 높이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까지 유도한다. 로고만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그 자체가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더바디샵을 떠올리면 짙은 그린 배경에 얹은 각진 형태의 화이트 폰트가 생각나고, 입생로랑하면 YSL 세 개의 알파벳이 기억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오래도록 기억되는 브랜드 로고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진다. 하나는 일관성, 그리고 또 하나는 이미지다. 로고는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하는 얼굴과도 같아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는 고유의 정체성을 로고에 담고, 새로운 브랜드는 소비자들과 새롭게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로고를 사용한다. 이제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내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날 로고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장치로 사용된다. 샤넬의 향수, 에르메스의 립스틱,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쿠션처럼 이름만 들어도 단번에 로고나 이미지가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 이름보다 브랜드의 색과 로고가 더욱 기억되는 사례다. 이제 로고 플레이는 단순한 디자인의 개념을 넘어 수만 가지 브랜드 사이에서 살아남는 생존 공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이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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