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의 겉과 속
김성철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온 그의 연기 세계는 팽팽하게 확장되고 있다.
BY 에디터 김정현 | 2021.06.22
화이트 셔츠와 팬츠 모두 누마레.
얼마 전까지 드라마 속에 존재하다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1 DIMF 뮤지컬스타>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MC라는 새로운 역할,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이제 막 뮤지컬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흔히 말하는 ‘초심’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들의 불타오르는 열정에 덩달아 뜨거워진다.
참가자들을 보며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이 있나?
이 기회가 지원 자들에게 더없이 소중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대학교 입시가 너무 중요했고 그 기회를 놓치면 인생이 망하 는 줄 알았으니까. 누군가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얼마나 슬퍼할 지를 알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경연 프로그램의 특성상 누군가 붙으면 다른 누군가는 꼭 떨어져야만 하는데, 출중한 친구 들이 많아 매번 아쉽고 속상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경험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부담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짝씩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많은 걸 배운다.

재킷 오프화이트, 셔츠와 타이 모두 베이직 코튼,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빈센조>의 강렬한 존재감으로 유튜브와 SNS를 통해 참가자들만큼 열심히 살았던 흔적이 소환되고 있다. 최근 그 영상을 본적이 있나?
알고리즘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다. 연기했던 작품이나 댓글을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작품 메이킹이나 소속사 영상을 모니터링하려고 유튜브에 들어가면 관련 영상이 엄청 뜬다. ‘김성철 아카이브’라는 채널도 있더라. 그 채널을 만들어주신 분을 어디선가 만날 기회가 있다면 진하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한예종 전설의 10학번을 비롯해 소환된 과거의 자료로 여러 수식어가 생성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가 있다면.
한예종 10학번과 관련해 넷플릭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올려준 콘텐츠가 있다. 배우마다 수식어를 붙여줬는데 내게 ‘무한의 스펙트럼’이라는 표현을 해주셨다. 그 단어야말로 내가 꿈꾸는 배우로서 모습이다. 너무 감사해서 하트도 꾹 누르고 댓글도 달았다(웃음).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연기를 할 때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
참여하는 작품의 역할에 변주를 주려고 한다. 전작에서 착한 역할을 맡았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악을 보여주는 식이다. <빈센조>에 이어 <라켓소년단>에도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황민성이 순수한 친구였다면 <라켓소년단>의 박총무는 껄렁한 모습을 보여준다.

코트, 셔츠, 타이, 팬츠 모두 프라다.
그런 기준 덕분인지 김성철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연기하는 캐릭터가 항상 입체적이기를 바란다. 5D 정도(웃음). 대본을 통해 캐릭터를 마주하면 어떤 문법이 떠오를 때도 있다. 캐릭터의 타당성을 위해서는 그 방법이 정답일 수 있지만 캐릭터를 더 여러 조각으로 나눠보려고 하는 편이다. 100개의 조각을 가진 인물이라면 1000~2000조각까지 입체적으로 쪼개 접근하려고 한다. 이 작업을 하면 할수록 경험 을 통한 성장에 갈증이 생긴다. 10년 후에는 좀 더 입체적인 연기 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유명인으로서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관찰한다. 음식점에 가면 종업원부터 주인,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유튜브도 적극 활용한다. 요즘은 ‘먹방’을 주로 보는데, 왜 먹방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깔끔하면서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먹는지 등 여러 소스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김성철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건은 무엇인가.
처음과 끝이 달라야 한다. 극의 초반에는 나쁜 사람이었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며 사람 혹은 어떤 상황을 겪으며 성장하는 인물. 혹은 가면을 쓰거나 벽을 치고 살다가 어느 순간 무너져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인물이지. <스위트홈>의 정의명도 선인 인 줄 알았지만 빌런이었고, 도도하고 해맑은 재벌인 줄 알았던 <빈센조>의 황민성 또한 속은 썩어 문드러진 아이였다.

재킷 산드로 옴므, 팬츠 캘빈클라인 진,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러고 보면 카메오로 출연한 작품에서도 선명한 인상을 많이 남겼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 간다. 현장에서 감독님들이 ‘이렇게까지?’라고 놀라시는데 내게는 그게 일을 하는 방식이다. 연기할 수 있는 모든 필드에서는 늘 최선을 다하고 싶다. 캐릭터에 있어서는 내 역할이 주인공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의 역할로 극 중 누군가 성장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 면 더 좋다.
최근 김성철의 마음을 흔든 역할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빈센조>의 민성이를 좋아해주시는 걸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극단에 있는 악역, 사이코패스와 같은 역할에 호기심이 있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있으면 또 작업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민성이를 연기하며 귀여워 보이려고 한 적은 없었는데 귀엽다는 반응에 당황스럽긴 했다. 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몰랐다(웃음).
그 사랑스러움이 폭발하기 전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법자, 의 정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현호 등 유독 혈기왕성한 청춘과 인연이 깊었다. 김성철이 생각하는 청춘이란 무엇인가.
‘청춘이다, 젊다’라고 표현되는 이미지에는 공통적으로 열정이 담기는 것 같다. 종종 지인들과 축구를 할 때, 뭐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때문에 허벅지가 나갈 정도로 열을 올린다. 그럴 때마다 함께 공을 차는 형들이 “야 넌 젊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그런 열정과 결기같은 것 아닐까. 감명 깊게 본 청춘 연기는 공통적으로 감정의 끝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순수함이 남아 있지만 어른이라는 가면 아래 억누르고 살던 친구가 그걸 다시 드러냈을 때 청춘이 잘 표현되는 것 같다.

재킷 오프화이트, 셔츠와 타이 모두 베이직 코튼, 슈즈 GMBH×아식스 스포츠 스타일,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뷔 후 7년의 활동 기간 동안 변곡점이 되었던 작품이 있나?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여러 터닝 포인트가 있었지만 가장 최근의 일은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찍을 때다.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잘 해내야겠다는 욕심이 너무 컸다. 그 경험을 계기로 조금 더 유연해지는 방법을 배웠다.
요즘 김성철의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건강, 턱선 그리고 먹을 것. 모순적인 단어의 조합이라 되게 힘들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 예전에는 살려고 먹는 주의였지 이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을 하고 음식에 돈을 쓰게 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음식이야말로 가치 있는 소비라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얼굴의 선이 주는 이미지와 강렬함도 깨달았다. 민성이를 귀여워해준 이유도 포동포동한 턱 때문이 아니였을까 추측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꼭 ‘칼턱’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맛있는 음식과 턱선의 간극,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타이다이 프린트 셔츠 수기.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이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건가?
아침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하고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낮잠을 좀 자다 운동을 간다. PT를 받고는 또 40분 정도 걷는다. 최근에는 농구를 시작해서 농구를 할 때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른 생활을 하게 되면서 생긴 패턴이다.
가장 좋아하는 칭찬은 무엇인가?
‘오늘 좀 괜찮네’라는 말. 멋있다, 잘생겼다, 연기 잘한다라는 칭찬보다 ‘어, 괜찮은데?’라는 말이 더 좋다. 칭찬을 그리 즐기는 편도 아니고 확실한 칭찬에는 낯을 가리는 편이다. 주변인들도 대체로 내게 직언을 날리는 편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존감이 높아진다. 오늘 화보 촬영 현장에 오면서도 소속사 식구들에게 절대 멋있다고 하지 말고 괜찮다고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진
박자욱
스타일리스트
문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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