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가장 강력한 공포 <랑종>
공포 영화계의 두 거장, 나홍진과 반종이 손을 잡았다.
BY 에디터 장혜정 | 2021.08.07
무서운 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린 작품이 있다.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와 제작을 맡고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이하 반종) 감독이 연출을 맡은 <랑종>이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을 보고 오줌을 지릴 뻔했다거나 밤에 잠을 못 잤다는 관객이 속출(?)했는데 이번 영화에 비하면 <곡성>은 가족 코미디 수준이란다. 반종 감독은 ‘찬송가 없이 볼 수 없는 영화’ <셔터>를 탄생시킨 인물로 공포물의 두 거장이 만났으니 영화 볼 때 ‘용기’와 ‘방수 팬티’를 챙겨 가라는 우스갯소리가 과장이 아니다.
영화는 태국의 한 산골 마을에서 시작된다. 운명에 따라 랑종, 즉 영매가 된 ‘님’이 등장해 무당의 삶을 보여준다. <인간극장> 같던 영화에 서서히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 건 ‘님’이 형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가면서부터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주검을 처음으로 목격한 조카 ‘밍’을 마주하지만 어쩐지 조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아무에게나 욕을 하며 공격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점차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갔던 것. 빙의된 조카를 구하기 위해 ‘님’은 퇴마 의식을 준비하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한 지점으로 번지며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한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페이크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정말 실존하는 인물을 따라다니며 촬영한 느낌이 든다. 나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배우는 물론 카메라맨까지 리허설 없이 즉흥적으로 연기하길 당부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관객은 갑자기 훅 튀어나오는 1차원적인 공포가 아니라 늘쩍지근하게 달라붙는 불쾌하고 찝찝한 ‘와닿는’ 공포를 실감하게 된다. 불쾌하고 찝찝한 공포의 근원은 금기시되는 것들을 여과 없이 노출한 지점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랑종> 관람을 유의해야 하는 대상으로 ‘반려견을 둔 이’와 ‘아이를 키우는 이’가 지목된다. 구체적인 언급이 꺼려질 만큼 두 대상에 대한 잔인하고 폭력적인 연출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시사회 이후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두 감독이 직접 나서 ‘촬영 과정에 전문 훈련사가 함께했고, 학대는 전혀 없었으며 현재 강아지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인간의 악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잔인한 장면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으로, 반종 감독이 잔혹성 표현에 더 적극적이라 오히려 나 감독이 말리는 형국이었다. 영화가 많이 순해져서 청소년 불가 판정을 받았지 원안 대로였으면 심의 거부 판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코로나19 시국, 각각 한국과 태국에 있는 두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했는지도 궁금하다. 들어보니 반종 감독이 매일 촬영한 장면을 전송하면 나 감독이 이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아갔다. 나 감독을 ‘천재’ ‘나의 아이돌’로 꼽은 반종 감독은 이번 작업에 대한 압박감과 중압감을 고백하기도 했다. 실로 나감독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유명하다. <황해>의 완성도가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3년간 잠을 설쳤다거나 무속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한편 일본, 네팔의 종교를 찾아다니느라 <곡성> 제작 기간이 6년이나 걸렸다는 일화에서 잘 나타난다.
반종 감독 역시 <랑종>을 위해 30여 명의 무당을 만나 사전 취재를 했다. 원래 귀신을 믿지 않지만 몇몇 무당이 자신의 상황을 알아맞혀 놀랐다는 일화는 흥미롭다. 배우들에 대한 비하인드도 재밌다. 태국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 배우는 NO, 연극 배우들을 중심으로 캐스팅했으며, 주인공 ‘밍’ 역의 나릴야 군몽콘 켓은 이번 역을 위해 체중을 10kg이나 줄였다. 또 <곡성> <부산행>에 참여했던 박재인 안무가의 지도를 받아 빙의된 연기를 펼쳤다고 한다. 두 감독 모두 영화를 통해 본인의 악과 원죄, 신앙을 생각해봤으면 한다니 <랑종>이 단순한 공포를 넘어 생각보다 훨씬 더 다각적인 ‘여지’를 줄 거란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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