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의 반전
우리가 알고 있던 ‘귀여운 윙크남’ 박지훈이 달라졌다. 마냥 보드라울 것 같던 소년은 시간이 선물한 경험을 통해 단단해졌다.
BY 에디터 임준연 | 2021.08.23
셔츠 아크네
스튜디오, 비즈 네크리스
아베크띵, 코인 네크리스
마마카사르, 꽃팔찌
헤이주얼리, 구슬 팔찌
앵브록스.
박지훈에 대한 오해
MBTI가 ‘ENFP’인 박지훈은 ‘재기발랄한 활동가형’이라고 분류된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어떤 문제든 확대해석하지 않는 담백한 유형에 가깝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에서 가늠했던 활발함은 편견이었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고 실수도 바로 인정하는 그는, 단순함이 곧 정신 건강에 좋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여럿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살롱을 오픈한다면 친구가 없는 이들로 뭉쳐진 ‘아싸모임’을 갖고 싶다.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에 반해 사교성이 부족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임, 책 보기, 노래 찾기 등에 열중한다. 최근에는 크러쉬의 ‘SKIP’을 들으며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정해진 목적지가 아닌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며 소박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제법 신이 나는 순간이다. 어느 날부터 박지훈은 자기 관리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웠다. 화보 촬영 같은 중요한 일정 전에는 최대한 먹는 것을 자제하며 신경을 꽤 쓴다.
<싱글즈> 인터뷰 촬영 전날, 민트 컬러의 시원한 진정 팩을 얼굴에 올렸던 그는 이른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부기 없는 쫀쫀한 피부를 자랑했다.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여준’처럼, 하얗고 말랑한 이미지를 상상했던 것이 무색했다. 밝은 갈색으로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가 ‘엇’ 하는 탄성을 일으켰다.

셔츠 언티지,
네크리스 아베크띵.
기록적인 무더위에 컨디션 조절을 위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땀이 많이 나는 스웨트 수트를 입고 헬스장까지 뛰어가 근력운동에 집중한다. 유산소운동은 체수분이 빠지기 때문이다. “운동뿐만 아니라 메이(팬덤명) 분들께 서 비타민, 홍삼, 루테인 등 영양제를 많이 보내주세요. 지금부터 꾸준히 관리해야 10년, 20년 후의 건강이 보장된다고 하시면서요.”
2017년, 데뷔 초의 모습을 생각하면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느낄 수 있다. 애교가 묻어나오는 목소리였는데, 듣기 좋은 중저음의 톤으로 성숙하게 변한 것부터 심쿵 포인트다. 박지훈의 초반 이미지는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귀엽고 상큼한 아이돌의 정석이었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았던 모습에서 연상되는 귀여움은 언제든지 필요하면 꺼낼 수 있도록 장착되어 있다. 아마도 본능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부러,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다양함을 시도한다. 한 가지의 이미지는 언젠가 고인물이 된다. 이미지 변신이 가능한, 다양함이 공존하는 개성이야말로 아이덴티티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인다.
박지훈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가지고 태어난 끼가 아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달려가는 노력형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푸를 때, 자유로운 웃음과 긍정 마인드의 정점에서 성숙하게 도약하기를 원해요. 빛과 컬러 없이 흑백의 이미지로만 봐도 드러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소년미를 품은 잘 익은 내면의 섹시함이 매력으로 나타날 때 아이덴티티는 완성될 겁니다. 물론, 귀여움은 언제든 원하시면 꺼낼 수 있습니다(웃음).”

베스트 제이리움,
재킷 블러1.0, 코르사주
언티지, 링 벨앤누보.
푸른 봄과 함께한 시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은 박지훈이 본격적으로 성인이 된 후 시작했던 작품이다. 다행히 ‘아역 출신’이라는 이력이 그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어 웹드라마 <연애혁명>, TV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하 ‘멀푸봄’) 등을 통해 배우로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구축했다. 어릴 때와는 달랐다. 현장에서 배우는 점이 점차 많아지고 적응하는 시간이 단축됐다. “내가 할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우는 신에서 아무 생각없이 울었다면, 지금은 예전에 슬픈 일을 끌고 와서 지금의 감정에 대입할 수 있게 된 거죠. 집중력이 올라가면서 내공이 쌓이는 것 같아요.”
<멀푸봄>에서는 주인공 여준으로 분해 20대 청춘의 풋풋함을 선사했다.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혼란한 정체성을 다잡아가는 과정을 그린 청춘 연대기다. 박지훈은 사실, 여준과는 50% 정도의 싱크로율이다. 외형적인 이미지는 웹툰에서 그대로 쏙 뽑아낸 것처럼 완벽하게 일치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베풀고, 다정하며 사교성이 넘쳐나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낯가림도 심하고 본인이 먼저 편해져야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여준은 결핍이 있어,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며 친절을 베풀지만, 박지훈은 결핍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행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박지훈만의 여준을 만들고 싶었다. “최대한 원작과 동떨어지지 않게끔 여준의 큰 틀만 가져왔어요. 감독님, 작가님과 의논하며 캐릭터의 목표점, 지향점을 찾아나갔죠.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는 선에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되고 싶었어요.” 이런 그의 노력은 극 중 배인혁이 맡은 수현과의 달달한 브로맨스 케미를 탄생시켰다.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는 다 못 담을 정도로 합이 좋았다.

이너 톱 마슈, 카디건
언티지, 선글라스 키블리,
네크리스 아베크띵,
진주 네크리스 로아주,
코인 네크리스 마마카사르,
이어 커프 아프로즈,
두 줄 이어 커프 마마카사르.
“누가 보면 커플 아니냐고 할 정도로 호흡이 좋았어요. 쉬는 시간에 서로 눈이 계속 맞고, 형 집에 놀러가 첫 방송도 함께 볼 정도로 말이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하면 촬영 날이 기대되고, 대기 시간도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힘들면 서로 위로하기도 하고.” 너무 사이가 좋은 두 사람 덕에 김소빈 역의 강민아는 메이킹에서 귀여운 질투를 하기도 한다. 여준과 소빈의 투샷 또한 풋풋한 로맨스가 녹아 있는 청춘들이 연상된다.
물러서지 않는 적극성을 보이는 여준에 비해, 평소 메이에게 밀당하듯 장난을 잘 치는 박지훈이 실제로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눈앞에 그려졌다. “들키고 싶지는 않은데,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소심하게 장난칠 것 같아요. 첫사랑을 시작하는 소년처럼.”
그는 제 나이 때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했고, 이어 나가는 중이며,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춘은 본능에 충실한 감정을 덜컥 앞으로 내세울 때가 많아, 가끔 무모하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은 때론 기회가 되어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스물셋의 박지훈은 이렇게 아름다운 푸른 봄을 보내고 있다.

모자 러버보이, 네크리스
로아주, 브로치 벨앤누보.
새로운 [My Collection]
가수의 행보도 게을리하지 않는 박지훈은 첫 번째 미니 앨범 [어클락(O’CLOCK)], 두 번째 미니 앨범 [360], 세 번째 미니 앨범 [더 더블유(The W)]를 통해 안정된 퍼포먼스와 반전급 가창력을 선보였다. 이어 9개월 만에 새 앨범 [My Collection]을 발표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빠진 박자와 리듬의 절제가 중요한 팝핀 장르는, 그가 스트리트 장르로서는 처음 배운 종목이었다.
절도 있는 춤선과 각도, 힘의 밸런스가 중요한 이 춤에 푹 빠져, 팝핀 퍼포먼스에 어울리는 가수를 목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안정적인 랩 톤을 비롯해 이미지와 갭을 이루는 중저음 보이스가 보컬로서의 매력적인 음색을 잘 표현한다. 네 번째 미니 앨범 [My Collection]은 ‘예술의 수집’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예술로 표현해 갤러리에 전시된 명화 속의 인물로 재탄생되는 스토리를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타이틀곡 ‘Gallery’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액자 속의 나를 또 다른 차원의 내가 바라보는 것이죠. 갤러리 안에 비치된 자전거를 타고 편안하게 돌아다녀요.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 있고, 열쇠 구멍에 키를 꽂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처럼요. 명화처럼 베이지 톤이 전체를 이루고 박지훈의 부캐들이 분실술을 써서 여기저기 있는 것처럼 연출했어요. 메이들은 그중 한 명을 ‘윙들튀(윙깅 들고 튀어라)’할지도 모르죠(웃음).”
퍼즐 조각처럼 순차적으로 공개된 박지훈의 부분 이미지는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그의 음악 컬렉션을 맞춰 하나의 예술로 완성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았다.

셔츠 언티지, 네크리스
아베크띵, 모자 누햇.
성장의 열쇠
가수는 콘셉트의 변화가 빠르다. 자신에게 숨어 있던 다양한 색을 드러내기에 좋은 활동인 데 비해 연기는 이미지 변신을 하기엔 시간이 더디다. 경험과 지식이 다져져서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시기가 와야 연기에 묻어나온다. 그래서 박지훈은 다양함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헤어 컬러를 자주 바꾼다. 아무리 두피가 건강한 사람이라도 잦은 염색과 독한 제품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아, 제발 살려주세요’란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예전에는 옐로, 레드, 핑크 등 확실한 아이돌 헤어스타일을 자주 했다면, 지금은 드라마 차기작을 위해 어두운 컬러를 선호하게 됐어요. 두피 관리를 어느 정도 해놔야 머리색을 바꿀 때의 리스크가 적으니까요. 원 없이 하고 싶은 컬러는 다 해봤으니, 이제 열심히 관리해야죠. 꽤 건강한 머리카락이라 녹지는 않았는데, 많이 끊어져서 속상합니다.”
한때 ‘분홍소세지당’이 있을 정도로 핑크 마니아였던 박지훈은 이미지를 변화시키면서 좋아하는 컬러도 진중하고 짙은 톤으로 바뀌었다. 퍼플, 코발트블루, 블랙으로 이어지는 컬렉션은 박지훈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잘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한다. 성숙하게 발전하는 과정이다.

티셔츠 언티지,
팬츠 JW 앤더슨,
스카프 아크네 스튜디오,
스니커즈 컨버스,
꽃팔찌 헤이주얼리,
구슬 팔찌 앵브록스.
“그런데, 퍼플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똘기가 있다고 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 남들이 들으면 어이없을 정도로 엉뚱한 곳에 열중하거든요.” 평소 미스터리, 공상과학,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끌려 밤새워 외계인 콘텐츠를 찾아본다.
“외계인이 언젠가 날 찾아올 것 같아요. 악수하면 손의 촉감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젤리처럼 푹푹 들어갈지, 개구리 만지듯이 쫀득, 말랑할지, 형태가 있을지 없을지? 정신을 넘어선 고차원의 영혼 같은 존재인지… 그래서 나의 에너지가 전달되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완성되면 좋겠어요.” 진지하게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 예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더욱, 박지훈이란 피사체의 견고한 완성을 상상해본다. 청춘으로부터 성장하는 키 아이템의 다양함을 기대하는 것처럼.
사진
주용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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