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의 타투
우리나라에만 크고 작은 타투를 새긴 사람이 약 3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범법자일까? 타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위법의 세계에 놓여 있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1.09.04
브래드 피트, 스티븐 연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의 타투이스트로 유명한 도이. 한국 이름은 김도윤으로,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인 타투유니온 지회장을 맡고 있다. 얼마 전, 그는 숍에 방문한 한 연예인의 팔에 타투를 새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자 대중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그를 지지하고 나서며, 타투에 대한 인식과 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신이 처벌받을 수 있는 나라다. 국내 타투 인구가 약 300만 명, 눈썹 문신 등의 반영구 화장 시술을 더하면 몇 곱절이나 불어난다.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이 더 이상 무섭거나 별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 법은 아직까지 타투를 일탈 행위로 낙인찍고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현행법 어디에도 타투가 ‘불법’이라고 규정되어 있지 않다.
시간을 거슬러 1992년으로 가보자. 당시에도 문신 관련 법안이나 제도가 존재하지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대법원은 문신을 ‘의료 행위’라고 명시했다. 피부에 바늘을 찔러 약품을 주입하는 ‘침습 행위’는 의료인만이 가능한 것으로, 타투 역시 동일한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료인 자격이 없는 타투이스트는 의료법에 의해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제재 혹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법 해석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 제정은 물론이고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불법, 아니 사실상 무법의 영역에서 30년간 방치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대중의 인식은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타투를 위화감 조성이나 조직폭력배의 상징으로 바라보던 때는 지났다. 패션, 화장처럼 자기 표현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가 타투법 제정에 찬성했다. 세대별로 차이는 꽤 두드러졌다. 20대에서는 81%, 30~40대는 60%가 찬성했고, 60대 이상은 59%가 반대 의견을 냈다.
게다가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실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서, 세계에서 인정하는 수준이다.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은 “뉴욕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타투숍의 타투이스트 40명 가운데 14명이 한국인”이라고 밝히며 “이렇게 실력 있는 이들이 국내에서는 범법자이기에 숨어서 작업하거나 외국행을 택한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계의 입장에서 보면 아까운 인재 유출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법제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7, 18, 19대 국회그리고 20대 국회에서까지 문신사법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타투 법제화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의료계의 반대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신사법이 발의될 때마다 ‘국민 건강’을 이유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들은 ‘문신은 건강 증진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장려할 이유가 없다’ ‘법률이 제정되고 무분별한 타투 시술을 부추길 경우 문신 제거 시술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우려가 있다’ ‘비합법적인 타투 시술은 출혈, 염증, 감염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국민 건강에 유해하다’ 등의 의견을 내놓는다.
의료계의 우려는 법이 없는 와중에도 무럭무럭 자랄 뿐이다. 개탄스러운 것은 무법의 영역이기에 시술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돈을 노리고 타투이스트들을 협박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무조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패악을 일삼기도 한다. 타투이스트들은 상황을 모두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또 여성 시술 자나 미성년자 고객들이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신을 새기는 사람 또한 어설픈 시술이나 부작용에 대한 피해 구제가 어렵다. 그리고 시술 교육 및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걱정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꽤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춘 타투 학원이 성행한다. 몇 달에 걸쳐 기초 지식부터 실습까지 모두 교육한 뒤 현장에 내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이유만으로 타투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과연 생산적인 논의인가? 오히려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더 건강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그저 덮어두고 없는 취급을 한다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속에서 얼마나 곪아 터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때로는 염증의 심장부를 겨냥해 돌파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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