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SNL 코리아

더욱 강력해진 화력으로 4년 만에 돌아온 [SNL 코리아]의 주역들이 소환됐다. 토요일 밤, 세련된 코미디가 전하는 힐링 무브.
BY 에디터 임준연 장혜정 송혜민 | 2021.09.24
권혁수 블레이저, 슬랙스 모두 모던, 이너 셔츠 커먼 스웨덴, 슈즈 디앤써. 이소진 레드 드레스 딘트, 재킷 자라, 이어링과 링 모두 허라디, 진주 네크리스 비비안 웨스트우드, 실버 네크리스 아티카, 슈즈 망고. 정혁 수트 우영미, 티셔츠 셀린느, 슈즈 반스×와코마리아. 이수지 톱 보이플러스, 스커트 시오크, 슈즈 자라. 정상훈 수트 비비안 웨스트우드, 셔츠 마시모두띠, 보타이 H&M, 슈즈 반스. 신동엽 셔츠 메종 마르지엘라 by 육스, 블레이저 무디디, 슈즈 발렌티노 가라바니. 정이랑 수트 필인더블랭크, 셔츠 프롬아를, 넥타이 구찌, 슈즈 마이클 코어스. 김민수 수트 브라운야드, 셔츠 드레스드언드레스드, 슈즈 컨버스. 김상협 셔츠와 슬랙스 모두 버버리, 베스트 설밤, 넥타이 시스템옴므, 벨트 올세인츠, 슈즈 자라. 주현영 티셔츠 헬무트 랭, 셔츠 채뉴욕, 슈즈 자라, 글러브 앤아더스토리즈, 브레이슬릿 메트로시티, 체인 네크리스 일레란느, 펜던트 네크리스 스튜디오 포조.
웰컴 투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1
작년 한 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잠시 멈춤 현상이 이어졌지만 특히 웃음을 제공하는 콘텐츠들이 주춤한 행보를 보였다. 결국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했던 <개그콘서트>까지 작년 6월에 폐지됐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방청객을 더 이상 초대할 수 없고, 라이브 스테이지에서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특성상 대면 진행은 위험했다. 제작 환경부터 안심할 수가 없어 녹화 방송으로 돌렸지만,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관객과의 호흡, 티키타카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이 개그 프로그램을 ‘노잼’으로 만든 결정적 이유였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주며 웃음을 전달했던 장수 프로그램이 없어졌다. 먹고살기 힘들어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에 게 웃음을 찾는 여유는 필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코로나 우울증이 한계치에 다다른 2021년 9월, 기적처럼 등장한 [SNL 코리아]의 부활 소식에 세련된 19금 코미디의 진수가 레벨업되어 돌아온다는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2017년 시즌9로 종영한 이후, 약 4년 만인 2021년 9월 4일에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를 통해 [SNL 코리아]는 ‘리부트 시즌1’으로 새롭게 도약했다. 제작진과 작가진 역시 [SNL 코리아]의 부활을 위해 제작사 에이스토리로 이적해, 기존 [SNL 코리아]의 DNA를 연동시켰다. 그동안 방송심의규제 때문에 시도할 수 없던 섹드립과 섹슈얼 코드는 현재, 리부트 시즌이 19세 이상 시청가로 분류되어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기존 시즌보다 과감한 시도를 할 것을 예고했다. 성인 인증 마크를 받은 만큼, 과거 [SNL 코리아]가 보여준 연예, 젠더 이슈, 정치, 풍자 개그가 다방면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제대로 된 19금 개그를 보여줄 것이라는 크루들과 유저들의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 발표한 호스트 또한 화려하다. 이병헌, 하지원, 제시, 조정석까지. 국민 배우와 섹슈얼한 이미지로 지상파에서도 19금 토크를 구사하는 셀럽을 섭외해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까지 선보이며 임팩트 있는 컴백 소식을 전했다. 첫 방송 이후 반응은 뜨거웠고 쿠팡플레이 신규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SNL 코리아]의 시작 무대는 빈티지한 무대 세트에 정통성을 내세운다. 미국 원조 [SNL]처럼 하우스밴드가 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존 라이브 포맷으로 진행하던 무대까지 전부 녹화 방송으로 진행해야 한다. 물론 스포츠 생중계를 진행하는 쿠팡플레이의 특성상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 이전에 진행했던 라이브쇼 방식으로 다시 변경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화 시간은 이전보다 배가 걸리고 시간, 분 단위로 크루들의 촬영 스케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조정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싱글즈>와의 만남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마지막 스케줄을 마치고 달려온 신동엽은 이미 목이 다 쉬어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SNL] 크루들의 수장답게 프로다운 모습으로 화보 촬영과 인터뷰에 임하는 태도 는, 명품 코미디언의 기품을 드러냈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늦게까지 남아 있던 김상협은 시종일관 겸손하며, 재치 있고 유쾌한 입담으로 긍정의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정상훈과 정이랑, 이수지 유닛의 찰떡 케미는 촬영장의 긴장감을 완화시켰다. 뉴페이스인 정혁, 이소진, 주현영의 풋풋한 에너지와 요즘 대세 김민수의 젠틀함, 권혁수의 섬세한 분위기 조절은 [SNL]이 전달하는 코미디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짧은 시간 동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주는 크루들의 잠재된 능력은 어디까지 일까. 만들어내는 작품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슬기로운 풍자로, 2021년 품격 높은 코미디를 선사할 [SNL 코리아] 리부트의 세계관으로 입성해보자.
신동엽의 포용
[SNL 코리아]의 호스트로 출연했던 신동엽은 어느덧 [SNL]의 선장이 됐다. 매주 새롭게 합류하는 호스트와 융화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끌어가기에 그만한 적임자도 없다. 신동엽은 개그든 토크든, 나아가 회식이든 누구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다.
수트 비비안 웨스트우드, 티셔츠 갤러리디파트먼트, 슈즈 컨버스.
콩트의 묘미가 이거였지 나는 콩트를 무척 사랑하는 코미디언이다. <남자셋 여자셋> <헤이헤이헤이> 등 지금 생각해도 희열이 느껴지는 작품이 많다. 2012년 호스트 자격으로 [SNL 코리아] 시즌2에 출연했지만 사실 결정이 쉽진 않았다. ‘재미가 별로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지만, 결과적으로 촬영 내내 정말 즐거웠다. 예전에 코너를 짜고 연습하며 느꼈던 흥분, 열정 같은 게 아직 몸에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고정 크루의 기회를 마다할 수 없었다. 그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진 셈이고. 섹드립의 수위라는 건 어른들의 콩트를 하고 싶었다. 사석에서 성인들이 주고받는 수위 높은 농담을 지저분하지 않게 가공하고 싶었다. <마녀사냥>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일종의 ‘선’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이 선이라는 게 또 참 오묘하다. 뭐랄까, 할머님들이 무심한 듯 툭툭 만들어내는 집밥과 비슷하다. 똑떨어지는 계량이나 대단한 레시피 없이도 감칠맛 나는 국과 반찬이 뚝딱 차려진다. 누구나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섹드립의 수위 역시 할머님들의 손맛처럼 감각의 영역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이런 단어는 좀 무리일 것 같은데, 이런 얘기는 또 너무 시시한데’ 하는 판단을 순간적으로 숱하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외줄 타기와 비슷하다. 너무 낮은 곳에 줄을 매달아놓으면 봐주는 사람들이 없고, 그렇다고 너무 높은 곳에서 줄을 타자니 낙상의 위험이 크다. 그렇게 적절한 곳에 줄을 매어놓고 머리 위에 고압전선이 흐른다는 기분으로 방송을 한다. 가능한 높이 뛰어 즐거움을 주되 머리가 닿아 감전되진 않도록 유의하면서. 소외받지 않는 사회 다 같이 웃고, 다 같이 공감하는 쪽으로 늘 마음이 기운다. 이건 청각장애인인 큰형의 영향인 듯하다. 우리 가족은 큰형을 위해 늘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예컨대 소리에 집중해야 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프로그램 대신 늘 자막이 있는 뉴스를 틀어두는 식이다. 대화를 할 때도 가급적 수화를 곁들여, 같은 포인트에서 웃고, 놀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조어나 유행어, 다소 어려운 용어까지 어쩌면 ‘이 정도는 다 안다’는 전제하에 쓰이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소외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이건 이런 뜻이죠’ 되물으며 한 번 더 확인하는 이유다. 시청자가 다 같이 이해하고 공감할 때 제작 의도가 잘 전달된 게 아닐까? 내 얘기를 솔직히 하는 이유 사업에 실패한 얘기, 돈이 없어 위축됐던 얘기 등을 방송에서 종종 털어놓는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한 좀머쓱한 얘기라도 웃으며 흘리곤 한다. 어쩌면 좀 꺼려지는 경험담을 솔직히 공유하는 건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깔깔깔 웃음이 나오는 얘기만이 ‘재미’는 아니다.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하는 공감이나 위로도 크게 보면 사는 재미, 인생의 재미라고 본다. 나는 웃기는 일이 좋아 개그맨이 됐고 내가 하는 말, 동작을 보고 활짝 웃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열심히 차린 밥상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줬을 때 기분이 꼭 그럴 테지. 타임리스한 [SNL]을 꿈꾸며 이번 [SNL 코리아]를 시작하며 한 가지 희망사항이 있다면 미국 드라마 <프렌즈>처럼 먼 훗날에도 여전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로 남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1회 방송에서 배달 노동자분들의 애환, 우정이 코믹하게 그려졌는데 이는 2021년 현재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는 콩트이기도 했다. 몇십 년 뒤 [SNL 코리아]를 봤을 때 지금의 시대상이나 분위기가 ‘개그’ 안에서 개연성 있게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 이번 [SNL]이 쿠팡 플레이란 OT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원할 때 언제든, 몇 번이고 재생해서 볼 수 있다. 그 점이 부담스러운 한편 신선하게 느껴져 더 완성도 있는 개그를 하고 싶다.
정이랑의 반전
정이랑을 뺀 [SNL 코리아]는 팥 없는 붕어빵과 다름없다. 이번 리부트 프로그램까지 포함해 총 10번에 걸쳐 그녀는 딱 한 번 빼고 모두 [SNL 코리아]의 크루로 활약했다. 구라돌이, 욕쟁이 할머니, 레드준표 등 매회 찰떡같은 캐릭터로 확실한 웃음을 선사했다. ‘쎈 언니’로 통하지만 사실 정이랑만큼 사랑스러운 여자도 드물다.
수트 필인더블랭크, 셔츠 프롬아를, 타이 구찌.
의외로 소심한 편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 늘 두 번 세 번 생각하는 타입이다. 오죽하면 아까 잔뜩 쌓인 도시락을 보고도 한참을 고민했다. ‘저거 먹어도 되나? 혹시 내가 먹어서 수량이 모자라면 어떡하지?’ 이런 성격이다 보니 어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부터 한다. 이번 [SNL 코리아] 녹화 때도 마찬가지로 별의별 고민을 다 했지만 막상 방송을 보니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재미가 있었으니 됐다. 너무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아홉 번째 [SNL 코리아] 출연이 준 큰 깨달음이다. 끝없는 욕 공부 [SNL 코리아] 대본을 보면 욕을 하는 상황만 있을 뿐이지 구체적인 욕이 적혀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대본에 ‘욕’이 들어가면 숙제를 받아 든 기분으로 연구한다. 국어사전도 펼쳐보고 평소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욕처럼 들리는 단어가 있으면 노트에 적어두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욕 노트’가 있다. 욕의 뉘앙스는 있지만 콕 집어 욕은 아닌 단어들을 주로 적는다. ‘이런 주옥같은 상황을 봤나’ ‘쥐젖 같은 녀석’ ‘야 이런 삼시세끼야’ 같은 것들. 외조를 받는다는 건 스무 살 때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원래는 친구였지만 23살 때부터 사귀어 결혼을 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키웠다고 자부한다. 너무 붙어 살았나 싶어 ‘환갑쯤 되면 헤어지자’는 농담을 주고 받지만 사실 남편의 외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야 너 저 가수랑 닮았다~ 나중에 꼭 분장해봐라’ ‘이 대본에서는 이게 중요해. 그러니까 대사는 이렇게 치는 게 좋아’ 같은 피드백을 남편이 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내가 아무리 욕을 잘하고 우악스러운 역할을 맡아도 남편은 늘 ‘너는 착하고 예쁜 여자야’라는 말로 자존감을 북돋워준다. 육아는 나의 힘 8살 딸과 이제 막 돌 지난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예민했던 딸은 내가 웃기려고 하는 연기를 보고 불쌍하다며 운다. 이런 기특한 딸을 봐서라도 더 열심히 방송을 해야겠다. 세심한 딸에 비해 아들은 씩씩하다. 혼자서 밥도 잘 퍼먹고 15개월에 응가를 가려 기저귀 값을 굳혔으니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 [SNL 코리아]를 이렇게 대했으면 해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놓고 ‘판단’은 보류한 채 그저 즐기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마음에 꽂히는 인사이트를 얻을지도 모른다. 지난번 녹화 때 속마음이 밖으로 커밍아웃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연기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 다스림에 대한 책을 읽어도 좋지만 어쩌면 가벼운 코미디일지라도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전할 순 있지 않겠느냐고. 따지고 보면 너무 참느라 마음의 병을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형태로든 사람에게 위로나 공감이 가는 메시지가 적재적소에 잘 도착했으면 좋겠다.
정상훈의 책임감
정상훈은 아직도 2015년을 잊지 못한다. 정확히는 3월 14일이다. [SNL 코리아] 시즌6의 상징과도 같은 유행어 ‘양꼬치 앤 칭따오’가 처음 전파를 탄 날. 그해 5월부터 그에겐 각종 방송, 인터뷰, 광고 러브콜이 쏟아졌다. [SNL 코리아]는 배우로 또 희극인으로의 정상훈을 탄생시킨 엄마 같은 프로그램이다. 혹자는 그를 두고 '코미디언이냐, 배우냐’라고 묻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찾아온 기회를 잡은 건 온전한 그의 몫이지만,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었음을 알기에 오늘도 그는 웃음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셔츠 마르니 by 육스, 팬츠 쿠어, 슈즈 아듀.
잘 차린 밥상에 6번째 함께하는 시즌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같이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영광이고 감사하다. [SNL 코리아]는 시대를 앞서가는 코미디를 한다. 그 선도의 물결에 숟가락 하나 얹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 시즌에도 꼭 같이 하고 싶었다. 리부트 시즌의 첫 호스트 리부트 시즌의 첫 호스트인 이병헌 씨는 내게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배우로서 이미 완벽한 분이 조악한 헐크 손 소품을 끼고 콩트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게. 배달 복장도 입혀드렸고,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도 추게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 입장에서도 뽑아 먹을 건 다 뽑아 먹었다(웃음). 모태 오락부장 학교 다닐 때부터 오락부장을 도맡았다. 사회도 늘 내 몫이었다. 서울예전 1학년 당시엔 ‘정상훈을 모르면 안 된다’는 방침(?)이 있을 정도였다. 전국에서 웃긴다, 연기 잘한다는 친구들이 다 모인 학교인데 여기에서 이름 한번 날려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운명 공동체 [SNL 코리아] 크루를 비롯해 제작진은 모두 운명 공동체다. 그래서 회의 때엔 아이디어를 많이 내려고 애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연기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거절당하고, 휴지통에 버려져도 괜찮다. 자존심 같은 건 없다. 신동엽 형도 늘 사소한 것에 기분 상하지 말자고 크루들에게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감정에 휩싸여 길을 잃어선 안 된다. 카타르시스 내가 원한 타이밍에 웃음이 터져 나올 때, 가장 짜릿하다. 또 무대 위에는 전부 선수들만 모여 있지 않나. 굳이 설명 안 해도 내 의도가 읽힐 때 너무 좋다. 그런 순간에 정말로 똑똑한, 프로페셔널한 사람들 틈에 있는 걸 실감한다. 또 오늘의 관객 반응이 저조하다고 해서 ‘이분들이 식사를 제대로 못 하셨나 보다’ 하고 넘길 순 없는 노릇이다. 무조건 웃겨야 되고, 힘을 더 써야 한다. 우연히 한 가지가 얻어걸리면 대본도 팽개치고 밀고 나간다. 반면에 다른 배우가 흐름을 탈 땐 옆에서 가만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전략 회의 역대 시즌 중 유일하게 회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말 안타깝다. 술자리는 가장 좋은 전력 테스트의 장이거든. ‘양꼬치 앤 칭따오’도 술 한잔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당시 메인 PD님 반응이 부정적이었는데, 술자리에서 이게 재미있다는 걸 증명하면서 설득했다. 그만큼 새로운 크루들의 무기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은 나의 힘 긴장은 내게 채찍질이다. 기운을 상승시키고, 집중하게 하는 긴장감은 분명히 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보면, 심박수는 높아져도 좋은 성적을 낸다. 무대도 마찬가지다.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박수를 받는 순간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폭발한다. 코미디의 역할 요즘 뉴스가 재미있다고들 하는데, [SNL 코리아] 리부트가 그보다 더 재미있는 방송이 될 거라고 자부한다. 날 선 풍자와 해학, 그게 코미디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웃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OTT 플랫폼으로 넘어왔으니 더 속 시원한 웃음을 기대하시라. 굵직한 호스트들도 기다리고 있다.
이수지의 재도약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죠’란 유행어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수지는 지난해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적잖은 상실감을 맛봤다. 그러나 전화위복의 묘미가 [SNL 코리아]에 있었다. 위기가 없었다면 제 발로 기회를 찾아나설 일도 없었을 거라던 그녀는 지금 동아줄을 잡은 심정이다. 악착같이 웃길 준비를 마친 이수지의 마음가짐.
베스트 메종 마르지엘라, 셔츠 라프 시몬스.
그래 이 맛이야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코로나19로 행사가 줄어들면서 무대에 설 기회가 거의 없었다. [SNL 코리아] 녹화에서 정말 오랜만에 개그의 희열을 느꼈다. 무대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 소름이 다 끼칠 정도로 흥분되더라. ‘그래 이 맛이지, 이거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이후 한 번씩 울컥할 만큼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위기가 없었다면 [SNL 코리아] 오디션에 참여할 생각도 못했을 것 같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라는 뜻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프로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SNL 코리아] 첫 호스트인 이병헌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프로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구나 느꼈다. 함께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땐 이병헌 선배님의 본업이 헷갈릴 정도였다. 코너 중 손 모양의 받침대로 소변 보는 남성을 서포트(?)한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손 크기를 모두 다르게 만들어 한꺼번에 여러 명을 받쳐(?)주자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시더라. 실제 방송에서 그 장면이 압권이었다. 개그맨들은 다소 과장된 몸짓이나 목소리로 개그를 표현하곤 하는데 이병헌 선배님을 보며 저렇게 절제된 연기에서도 빵 터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미세한 표정으로 개그를 하시더라. 게임을 하는 여자 요즘 ‘오버워치’란 게임에 빠져 있다. 재미있어서 하는 것도 맞지만 젊은 친구들이 어떤 말투를 쓰는지 궁금해서 하는 면도 있다. 실제로 게임하며 오가는 채팅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전 같으면 ‘짱나’라고 표현할 감정을 요즘 친구들은 ‘킹 받네’라고 하더라. 어디에나 개그는 있다 엊그제 뷔페에서 좀 황당한 일이 있었다. 어떤 할머님이 직원들을 불러 항의를 하시는 중이었는데 ‘와~ 저거 나중에 써먹어야겠다’ 싶은 표현이 막 쏟아졌다. “아니 수박을 세모로 잘라놓으면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가로 길이) 3cm씩 잘라서 씨를 다 빼고 갖다 놔야지.” 이거 나중에 사모님 풍자 개그에 넣으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 이렇게 따로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나 대화들이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 보니 어디서든 오지랖을 부리는 편이다. 특히 식당 옆 테이블에서 이런 재미있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해 맞은편의 남편 얼굴은 안 보고 주위를 자꾸 힐끔댄다. 그러곤 말한다. “여보 저 커플 방금 헤어진 것 같은데? 100%야, 확실하다니까.” 이번 [SNL 코리아]오디션에서도 전라도 시어머니와 경상도 친정엄마의 대화에서 캐치한 아이디어를 보여드렸다. 반응이 좋더라. 새로운 각오 <개그콘서트>에서 일명 ‘보이스피싱 개그’로 사랑을 받은 게 2013년이다. 그때 시청자들은 나를 아시겠지만, 요즘 친구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SNL 코리아]를 통해 이수지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뚱뚱해’ ‘못생겼어’라는 말은 나에게 최고의 칭찬이다. 언제든 환영한다. 결혼하고 유부녀가 된 후로 표현에도 거리낌이 없어졌다. 아는 카메라 감독님이 “아줌마 다 됐다”며 놀리시더라. 오호라 이제 질펀한 아줌마 개그도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하필(?)19금 방송 [SNL 코리아]에 출연하게 됐으니 각오가 남다르다. 예전 같으면 토요일 밤 10시가 마음 놓고 취하는 시간이었겠지만, 이제는 모임도 술자리도 자유롭지 않으니 대신 [SNL 코리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정이랑 티셔츠 챈스챈스, 뷔스티에 드레스 아이아이, 체인 네크리스 메트로시티, 진주 펜던트 네크리스 스튜디오 포조.
권혁수의 SNL부심
[SNL 코리아] 시즌2부터 크루로 합류한 권혁수는 2017년 12월 마지막 방송 이후 [SNL]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길이 없어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더빙극장>으로 한때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던 그답게 오픈한 ‘권혁수 감성’이란 작은 SNL 형식의 콘텐츠 채널은 [SNL]의 부활을 꿈꾸는 신호탄이었다. 탁월한 모창 실력과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이 시대 최고의 1인 다역 패러다임을 창출해낸 선구자로서, 권혁수는 [SNL 코리아] 리부트에서 어떤 레벨을 성취할 것인가.
니트 블론드나인, 셔츠 아담 존스, 팬츠 아미.
한층 더 강력해진 SNL [SNL]의 부활을 기다리며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 덕에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OTT플랫폼이어서 방송 심의 규정에 있어 제한적인 것들을 확 풀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현실에 좀 더 가깝게 재현하고 독하기도 한, 그래서 더욱 섹슈얼적인 감각이 드러날 수 있도록. 아이디어 마라톤회의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터라 감회가 남다르다. 제작 규모, 플랫폼, 방식 등 여러 가지가 다르다 보니 조금 더 많은 것을 연출할 수 있고, 출연자들은 아이디어를 가감없이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제작비 안에서 충당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싶다는 의견을 PD님께 말씀드렸더니 예전보다 더 자주 연출부와 통화하고 회의 시간이 늘어났다. 방귀 뀌다 똥 싼다고 이것저것 마구 던지는 소스 중 어느 것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배님들의 아이디어와 새로운 크루들의 요즘 감성이 결합되어 뉴미디어적인 아이디어가 탄생되는 거다. 예전에 수위 조절을 했던 것이 이젠 모두 선을 지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꽤 신선하다. 발동 걸린 독한 개그 시사 풍자는 코너가 있었으면 하는 의견이 많아서 첫 호스트인 이병헌 선배님이 출연하셨을 때도 <아이리스>를 패러디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풍자의 농축미가 점점 더 쌓일 예정이다.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아서 좀 더 딥하게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지금 약간 발동 걸린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주목할 만한 차세대 크루들 김상협 씨는 오랫동안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한 베테랑이라 안정감 있게 연기한다. 정혁 씨는 모델답지 않은 위트가 충만해 있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너무 멋지다. 조용한 캐릭터인 줄 알았던 이소진 씨도 똘기가 있고 수다쟁이다. 주현영 씨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대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내가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나는 저들 나이에 저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열정적이었나. 밈 생성과 짤공장 부자 ‘권혁수’란 이름 석자를 알린 <더빙극장>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애니메이션 실사 패러디와 ‘호박고구마’ 짤은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어서 뿌듯하다. 이런 선례가 있다 보니,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작가님들이 전술을 짜시더라. 개그는 공감대에 편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절대 다수를 위해, 많이 알려진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는 다양한 팬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소수의 마니아까지도 꽂히는 웃음 포인트를 공격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콘텐츠의 재활용, 재생산을 통해 파급되는 영향력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가 필사적이다. 가슴 뛰는 소리 ‘Saturday Night Live’ 27살 때부터 이 소리를 듣는 순간이 일주일 중 가장 가슴이 뛰는 시간이다. 4년 만에 이 소리를 들으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싶을 정도로 형용하지 못할 기쁨을 느꼈다. 익숙하지만 업그레이드된 새로움으로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유용한 콘텐츠가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 Saturday Night Live!
김상협의 무한한 가능성
“안녕하세요. 1987년생, 35살. 사람 냄새 나는 배우 김상협입니다.” ‘사람 냄새’라는 대목에선 킁킁대며 냄새 맡는 시늉을 한다. 짧은 자기소개도 평범하게 하지 않는 뮤지컬 배우이자 이제는 희극인이기도 한 김상협. 그는 참 인간적인 사람이다. ‘안 시켜도 잘한다’며 성대모사를 먼저 보여주는 등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쾌하고 밝은 성격 이면에는 UN 참전용사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의외의 진중한 모습도 있다. 동경하던 선배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게 된 김상협에 게서 처음의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이 전해져왔다.
수트 하이파이펑크, 셔츠 비이커, 슈즈 컨버스.
[SNL 코리아]의 김상협 첫 방송 당시, 내가 소개되는 순간 ‘아, 저기에 나도 끼어 있구나’ 하고 엄청나게 감동했다. 방송에선 단역 기회밖에 없어서 엉덩이만 나오거나, 산타 분장을 해서 나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내 얼굴이 제대로 나오게 된 거다. 오디션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땐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다. 종교가 없는데 일요일에 교회라도 가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내, 어머니, 동료들이 너무 기뻐해줘서 행복하다. 동경의 대상 뮤지컬 배우이긴 하지만 신동엽 선배님이 동경의 대상이었다. 보는 사람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위트, 미묘하게 선을 넘지 않는 개그가 기가 막히니까. 조금만 더 가면 강을 건너버릴 텐데, 절대 그러지 않으신다. [SNL 코리아] 크루가 되고 보니, 며칠 만에 아이디어를 내고 연기를 해내는 모습이 더 대단해 보인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이렇게 대단한 분들과 함께 현장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더 많이 배우려 한다. 김상협만의 무기 잘하는 연기 몇 가지가 있다. 약간 까불거리고, 얼렁뚱땅하지만 할 말은 다 하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주로 섰던 뮤지컬 무대는 늘 라이브로 진행되니까 그날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달리 표현하는 연습이 되어 있다. 지금도 촬영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번뜩번뜩 떠오른다. 아직은 시도해보지 못했는데, 3회 정도 되면 더 편안한 모습을 보실 수 있게 노력할 거다. 좋은 제작진이랑 협업해서 만들어나가야지. 준비된 희극인 현장에서든 일상에서든 사람들이 웃으면 막 소름이 돋는다. 상대가 나로 인해 웃고, 기분이 좋아지면 나도 행복하다. 아직 처음이라서 약간 눈치 보고 있는 건데, [SNL 코리아]도 앞으로는 완전히 자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제 아내가 SNL스러운 농담을 정말 잘한다. 아이디어도 많이 얻고, 많이 배운다. 새로운 멤버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이 모인 현장은 처음이다. 그래서 의외의 팁을 얻기도 한다. 예를 들면 며칠 전에 모델 정혁이 사진 찍을 때 턱선을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더라. 오늘 화보 촬영할 때 시도해보려 한다. 이런 식으로 서로 윈윈하는 것 아닐까? 새 출발 강해서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해서 강한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로든 희극인으로든 반짝하고 떨어지고 마는 별똥별이 아닌 한자리에 계속 머무르는 별이 되고 싶다. 나 스스로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토요일 밤의 스킨십 내게 토요일 밤 10시는 사랑하는 사람과 건배하는 시간이다. 건배하는 게 술잔일 수도 있고, 입맞춤이 될 수도 있고, 포옹이 될 수도 있잖아? TV 속 코미디가 너무 재미있어서 박수를 칠 수도 있고. 그것도 하나의 스킨십이니까. 이거 정말 [SNL 코리아] 크루다운 대답이었던 것 같다(웃음).
김민수의 자아실현
임플란티드 키드, 한사랑산악회의 김영남, 로니, 리민철, 스탠드업 코미디언 케니까지. 그의 수많은 부캐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다섯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코미디언의 유튜브 진출 부흥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피식대학>의 멤버이자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하이퍼리얼리즘’ 연기의 대명사 김민수가 다시 코미디 무대로 돌아왔다.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며 겸손하게 말하지만, [SNL 코리아]의 크루로서 보여줄 새로운 ‘부캐’ 그리고 농익은 웃음을 기대해본다.
니트 루이 비통, 팬츠 아미, 슈즈 뉴발란스.
다시 무대로 SBS 16기 공채 개그맨에서 유튜버로, 다시 방송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코미디언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프로그램 [SNL 코리아]로. 유튜브가 잘되고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들어간다는 즐거움 유튜브에선 늘 하던 사람들끼리만 작업한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우리 안에서만 이뤄진다. 아예 다른 장르 분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인데, 그래서 더 배울 점도 많다. 이를테면 유튜브 콘텐츠는 대부분 애드리브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제작진들이 대본을 정리해주니까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다. 여기에 나만의 방법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연을 향해 함께 간다는 느낌이 있다. 나의 첫 코미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 의도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창 시절에 괜히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가서 선생님 흉내를 내곤 했다. 친구들이 웃으면 그게 너무 좋았다. 김민수의 무기 캐릭터 연기만큼은 자신 있다. 유튜브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짜내려 할수록 숨어버리는 게 아이디어다. 몇 년 전 우연히 봤던 영화, 드라마의 기억에서 불쑥불쑥 캐릭터들이 튀어나온다. 우연히 특이한 분들을 만나면 일부러 더 말을 걸고, 주시하면서 독특한 행동을 캐치해낸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어떤 촬영장에서 20대 초반의 남자분을 만났는데, ‘킹 받네’ ‘선 넘지 마’ ‘레게노다’ 이런 말을 일상에서 실제로 쓰더라. 댓글에서만 보는 표현인 줄 알았는데(웃음). 그걸 임플란티드 키드 캐릭터에 적용해 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늘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얻고, 인물을 구체화한다. 동물적인 감각 캐릭터를 만들 땐 톤을 먼저 설정한다. 임플란티드 키드면 목을 긁어 소리를 냈다가, 한사랑 산악회의 김영남이면 톤을 높이는 식이다. 여기에 동작을 하나씩 더해가면서 완성한다.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순간순간 카메라 앞에서 풀어낸다. 천재성이라기보다는 순발력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우연의 발견 사실 유튜브 부캐들도 처음 구상한 모습은 아니다. 하다보니까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하고 발견하는 거다.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불가능한 점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SNL 코리아]에는 유능한 선배들과 제작진도 있으니까 어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고, 기대된다. SNL 코리아 리부트의 가치 코미디언으로서 코미디 무대가 아쉬운 건 나만이 아닐 거다. 그나마 <코미디 빅리그>와 개인 유튜브로 양분되어 있는 상태다. 그 외의 플랫폼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미디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가 크다. 코미디 무대의 저변이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
김민수 수트 브라운야드, 셔츠 드레스드언드레스드. 신동엽 블레이저 무디디, 셔츠 메종 마르지엘라 by 육스.
정혁의 올바른 열정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환경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개그 프로그램 편성표를 체크하며, 그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개그에 진심인 정혁. 언젠가부터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던 그가 [SNL 코리아] 크루가 된 건 운명이 아닐까. 4년 전 [SNL] 크루를 모집할 때 응모한 오디션에서 탈락의 쓴 고배를 마셨지만, 더욱 농밀하게 가능성을 타진한 그는 결국 어릴 적 꿈인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됐다. 롤모델 유세윤처럼 고급스러운 개그의 스킬을 구사하고 싶은 정혁의 바람은 [SNL 코리아]란 기회를 통해 이륙 준비를 마쳤다.
레더 셔츠 세퍼.
[SNL] 크루가 된 모델 고등학교 때 실제로 개그 준비를 했던 적이 있지만 한계에 부딪쳤다.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능력처럼, 나에게는 모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 더 우위를 차지했던 것 같다. 잘하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 좋아하지만 노력해도 얻기 힘든 것을 구분해 잘 알고 있었다. 멋있는 모델을 포기하고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함을 무기로 재미있고 웃기는 모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길은 좀 다르지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목적은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유세윤에 대한 동경 누군가를 웃길 때 여러 종류의 개그 코드가 있다. 몸 개그나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풍자 개그, 신체를 이용한 개그, 상대성 개그 등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자신을 낮추거나 말로 승부하는 개그의 달인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깨끗하면서도 재미있는 핵심과 포인트, 센스 있는 언변이 나를 매료시켰다. 실제로 방송을 하다 보면 마주칠 법도 한데, 한번도 뵌 적이 없다. 어쩌다 온 한 번의 기회도 비켜가더라.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은 사실이었다(웃음). ‘기회의 장’인 [SNL] 회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의 개인적인 생각, 의견이 반영되는 수치가 굉장히 높다. 막힘없이 아이디어에 대해 술술 이야기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선배님들을 비롯해 작가진과 PD님들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발언권을 준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되면 성대모사를 하고 싶다고 언급한 결과,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 나이스! 내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능력치를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SNL 코리아]다. 방송쟁이들의 유대감 배우, 가수, 모델 등 다양한 직종의 크루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업을 선택한 것이기에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 그 때문에 다른 직업이라도 공감대는 형성된다. 당연히 팀워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합류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다. 그동안 선배님들의 어드바이스를 받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는 걸 느낀다. ‘쟁이’라는 말은 전문 분야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방송이란 포맷을 통해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우리 같은 방송쟁이들은 금방금방 친해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하는데, 가족보다 많이 보는 사이가 되는데,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웃음). 토요일 밤의 설렘 지수 요즘은 조용한 주말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 ‘주말’이라는 단어에서 설렘을 느끼기 어렵다. 이런 헛헛함을 [SNL 코리아]가 채워주지 않을까. 사실, 나에게 토요일 밤 10시는 일요일 밤 9시 <개그콘서트>를 기다리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설렘과 기대가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OTT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니 클립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일상에 하나씩 들어가 소소한 재미를 남겨주었으면 한다.
주현영의 꿈
화보 촬영이 생애 처음이라며 박수를 치며 등장한 주현영은 지금의 모든 상황이 마냥 꿈같다. 기분이 좋거나 나쁘다기보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타 공인 [SNL 코리아]의 열혈 팬이라는 그는 리부트 시즌 합류 소식을 들은 이후로 내내 비현실 속에 있는 기분이다. 하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주현영은 오래도록 꿈꿔왔던 무대를 향해 달릴 채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일은 희극인 주현영으로 그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니트 베스트 보브, 셔츠 앤아더스토리즈, 부츠 자라.
성공한 덕후 [SNL 코리아] 시즌이 다시 시작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어떤 PD님과 식사를 하다가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워낙 예전부터 사람 만날 때마다 [SNL 코리아] 너무 좋아하고 기회가 있으면 꼭 해보고 싶다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그걸 기억해주신 거다. 마지막 날에 야 부랴부랴 오디션을 보러 갈 수 있었다. [SNL 코리아]에 내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떨어져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따랐다. 가장 잘하는 것 대학 때 선배들이 개인기를 시키면 늘 하던 게 있었다. 일본 가수가 한국 관객들 앞에서 한국어로 처음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 실황 상황극이다. 원래는 독백을 준비했다가 오디션 들어가기 직전에 마음을 바꿨다. 친구들 사이에서만 웃긴 건지, 객관적으로 박수 받을 만한 건지 궁금했다. 그런데 보여드리자마자 다들 웃음이 터졌다. 내가 제일 잘하고, 자신 있어 하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들 [SNL 코리아] 합류 소식을 듣고 심지어 울어준 친구도 있었다. 서로 믿을 수 있고, 생각만 해도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아직도 1회를 몇 번씩이나 돌려보신다. 너무 행복한 나날이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촬영 때나 회의, 대본 리딩 때 선배님들을 열심히 관찰한다. 끝없이 아이디어를 내시는데, 그중 꼭 몇 가지는 건지는 게 있다. 그런 현장이 처음이라 모든 게 배움 그 자체다. 첫 인사 땐 너무 떨려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못나 보일까봐 걱정했는데 다들 예쁘게 봐주셨다. 새로운 크루지만 함께하는 동료로 존중해주시는 게 느껴진다. 돌아온 [SNL] 애청자로서 [SNL 코리아]의 부재가 아쉬웠다. 다른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는 풍자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이전 시즌의 정체성을 이어가면서도 요즘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코미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역할을 잘 해내기를 바라고. 반전의 주현영 외모만 보면 차분하고, 순하고, 수위가 있는 개그를 할 거라고 전혀 생각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표출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행동’을 보여주고 싶다. 반전 매력. 사람들로 하여금 ‘쟤 또라이인데?’ 하게 만드는 것. 행복한 나 친구들 사이에선 광대를 자처한다. 내가 망가져서 사람들이 웃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웃은 건 상대방인데, 온종일 행복해지는 건 나다.
이소진의 끈기
멀리서 봐도 자기 주장 확실한 예쁜 이목구비가 눈에 확 들어오는 이소진. 독특한 웃음소리가 본인의 정체성과 자아를 의미한다며 확실한 캐릭터 굳히기를 희망한다. 미국의 디자인 명문학교 파슨스를 졸업한 후, <나일론> 매거진과 MTV 방송국에서의 인턴 경험은 이소진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한국에 돌아와 중학생 시절부터의 꿈인 배우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이소진의 위대한 플랜 중 일부에 불과하다. 배우 이전에 개그우먼도 욕심 냈던 그에게 [SNL 코리아]는 실현 가능한 계획의 첫 단추를 끼워준다.
블레이저 벤에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꿈 <여의도 텔레토비>를 시청하면서 풍자 개그의 맛을 알아가던 시기, [SNL 코리아]가 시작되는 시그널 전주를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족 모두가 [SNL 코리아]의 열혈 시청자였기에 크루가 된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TV 속에 내가 있어도 다른 사람 같고 감회가 새롭다. 한국에서 취업한다고 엄마에게 거짓말한 채 배우 프로필부터 돌렸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다(웃음). 나의 선택은 옳았고, 그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상처는 도약의 발판이다 그동안 수많은 오디션을 보러 가면, 내 프로필을 훑어본 후에 바로 나오는 “이 좋은 스펙을 가지고 여기까지 와서 왜 이렇게 고생하니? 시집이나 가라, 그게 행복한 거야”라는 말에 상처받고 운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말도 계속 들으니 차츰 무뎌지고 단단해지더라. 오기가 생겨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기회를 얻다 소속사에서 독립해 홀로 서기를 한 이후, 장기화된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오디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느 날 시청하게 된 <피식대학>은 나를 덕질의 늪에 빠트렸다. 단순하게 개그 코너처럼 읽히는 것이 아닌, 캐릭터와 스토리, 구성, 짜임새가 말할 수 없이 재미있는 거다. 덕질을 하다 보니 오랫동안 눌러왔던 개그 욕구가 꿈틀댔고, 혼자서는 무리지만 [SNL 코리아]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곧바로 검색에 들어가 부활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친구인 샤이니의 키를 통해 [SNL 코리아] 오디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생활 연기의 시작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얼굴을 비췄지만, 연기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컸다. 연기 경력자도 아니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에 비해 좋은 작품을 만났던 것은 분명 행운이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생활 연기를 하는 역할은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 [SNL 코리아]의 콩트 속에서 생활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건과 환경은 조성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이는 대사가 여러 실제 상황들을 재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드디어 시작이다! 살아 있는 배움의 현장 [SNL 코리아]에서는 선배들이 연기하는 모습만 봐도 그대로 현장학습처럼 머리에 각인된다.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오라는 눈이 부실 정도다. 아이디어 하나라도 허투루 내지 않고 진행력 또한 감탄이 나온다. 매주 너무 대단한 분들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과 현장에서밖에 습득할 수 없는 귀한 경험만으로도 고급 과정의 수업을 받는 기분이다. 이병헌 선배님 같은 경우엔 그냥 말씀하시는 순간 내 앞에 화면이 있는 것처럼 몰입이 확 되더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웃음). 슬기롭게 토요일을 맞이하는 방법 금요일에 술을 뒤집어지게 마시고, 토요일 아침에 해장을 하며 집에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고 일주일 동안 하고 싶었던 나혼자만의 시간을 꾸린다. 그리고 혼술로 마무리(웃음)!
정혁 수트 우영미, 티셔츠 셀린느, 슈즈 반스×와코마리아. 주현영 티셔츠 헬무트 랭, 셔츠 채뉴욕, 슈즈 자라, 글러브 앤아더스토리즈, 브레이슬릿 메트로시티, 골드 이어 커프 허라디, 체인 네크리스 일레란느, 펜던트 네크리스 스튜디오 포조. 김상협 셔츠와 팬츠 모두 버버리, 베스트 설밤, 넥타이 시스템옴므, 벨트 올세인츠, 슈즈 자라. 이소진 재킷 자라, 드레스 딘트, 이어링과 링 모두 허라디, 슈즈 망고.

스타일리스트

구동현 박민희(나인비주얼)

메이크업

황보나영 이소라

헤어

이슬아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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