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의 이분법

이상이에게 삶은, 공과 사 이분법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영역이다.
BY 에디터 임준연 | 2021.09.30
코듀로이 세트업 트랜짓 by 코에보, 니트 모스키노, 안경 젠틀몬스터, 시계 태그호이어.
최근 대세로 떠오르면서 광고를 비롯해 화보 촬영 스케줄이 많다. 본인의 어떤 점이 요즘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하나?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좋은 인상을 남긴 시기가 적절해서가 아닐까. 원래 어디든 착착 붙는 성격과 적응력 좋은 것도 한몫한 것 같다. 온·오프가 확실한 ‘내향인이다’라는 주장을 하는데, 취미에도 영향이 있을까? 집을 나서는 순간 ‘외향인 모드 스위치’가 켜지지만, 밖에서는 과감하게, 집에서는 완전히 일을 내려놓고 충전하는 철저한 내향인 모드가 된다. 취미 역시 내향, 외향으로 나뉜다. 식물과 물고기, 인테리어 등이 집에서 하는 내향적 취미라면, 외향적인 취미는 밖에서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시작한 클라이밍도 집을 나서서 하기 때문에 외향적인 스포츠라 할 수 있지만, 집에서 내향적으로 에너지를 얻는 나에게는 혼자와의 싸움을 반복하는 스포츠다. 취미는 뭔가 혼자 충전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하지만, 집에 가면 리클라이너에 누워 있는 내향인이다. ‘끊임없이 움직인다’라는 말이 이상이의 적극성을 대변한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망설임 없이 실천에 옮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금 기회만 노리고 있는 또 다른 관심 분야가 있다. 오래전부터 피아노와 드럼 같은 악기를 배우고 싶었다. 화보 촬영 중간중간, 탭댄스를 하는 것처럼 발로 박자를 맞추거나 손가락을 까닥거리더라. 음악을 좋아해서 항상 몸을 움직이며 리듬을 타거나 흥얼거리기도 한다. 최근 유튜브에서 댄스 스포츠 종목 중 ‘자이브’란 것을 보고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방송 댄스는 워낙 좋아했지만, 뭔가 좀 더 내향적이면서도 흥을 돋우는 종목을 하고 싶다. 스케줄이 없을 때의 루틴은 내향인으로서의 움직임이 대부분일 것 같다. 보통 새벽 두세 시쯤 취침한다. 수면 시간이 딱 6시간 정도다. 아침 9시에 일어나자마자 물과 커피, 그리고 아침에 먹으면 보약이라는 사과를 한 개 먹으면서 11시까지 TV와 뉴스를 본 후 운동하러 나선다. 운동하는 것을 즐기진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이라고 인식되어 습관이 됐다. 배우는 몸이 재산이니까.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3, 4시가 된다. 그 후부터는 영상 플랫폼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집안일을 한다. 평범하지만 가장 행복하면서 일상적인 나의 루틴이다.
아노락, 이너로 입은 맨투맨, 트레이닝 팬츠 모두 나이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예능 PD 지성현 역을 맡았다. ‘어릴 땐 영화감독을, 대학 시절에는 기자를 지망했으나 결국은 엉뚱하게도 예능 PD가 되었다’라는 캐릭터 설명이 있다. 이상이와 지성현의 평행이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이 본캐와 여러모로 닿아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 욕심을 내며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들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홍반장과 혜진 사이에 지성현이 등장하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단순하게 남녀 간의 로맨스물이 아닌, 홍반장과 지성현의 브로맨스 또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단순 로맨스물로 정의 내리기엔 재미있는 요소가 너무 많다. 예능 PD의 소스가 녹아 있고, 나영석 PD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삼각관계에 있어서도 꽤 나이스한 모습을 많이 갖춘 인물이다. 어김없이 이 드라마에서도 잘 녹아든다. 그런데 요즘 나보다 더 잘 녹아들고, 어울리며 품이 큰, 김선호라는 사람을 봤다(웃음). 선호 형에게서 진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작품 하면서 한 사람과 유독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려운데, 어쩔 수 없다. 극 중 지성현이 새로 예능 프로그램을 찍으러 간 공진에서 홍반장을 만나 현장 가이드를 하면서 하루 종일 붙어 다니는 신이 너무 좋을 정도로 호흡도 잘 맞는다. 같은 연극 무대 출신이라 겪었던 경험들도 비슷하다. 대학로에서 생활하던 때의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방적으로 내가 좀 많이 쫓아다니는 모양새가 됐다. 아! 이건 짝사랑일 수도 있겠다(웃음). 지성현은 식도락가다. 이상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김밥.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편인데, 이동 중에 먹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간편하게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김밥을 제일 좋아한다. ‘인생은 항상 자신을 더 재미있는 쪽으로 데려간다는 믿음이 있다’라는 지성현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문장이 있다. 이상이의 인생 철학이 궁금하다. ‘할 땐 하고, 놀 땐 놀자. 일단 해보자!’ 굉장히 오글거릴 수 있는 말이지만, 확실하게 이 신조는 지키고 있다. 공과 사가 잘 분리된, 워라밸이 기본적으로 몸에 배어 있다. 이것을 잘 조절하면 직접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적어진다. 이번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팀 경기에서 김연경 선수가 ‘해보자, 해보자!’ 했던 것에 영향을 받아서 그날 바로 클라이밍 센터에 전화해서 등록했다. 되게 단순한 계기지만, 삶을 살아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단순해지려고 노력한다.
데님 세트업 돌체앤가바나, 이너 8 by YOOX, 시계 태크호이어, 실버링, 펜던트 네크리스 모두 쿼르코어, 골드 링 아프로즈 by 아몬즈, 네크리스 베르툼.
인생 철학에 이어 연기 철학도 듣고 싶다. 대본 잘 외우자. 이것 또한 단순하다. 대본을 잘 외우면 촬영 현장에서도 즐겁고, 지체 없이 완벽하게 촬영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선배들은 대본을 항상 가까이 두고 지낸다. 대본에 집중하는 방법은? 소설이나 대본을 볼 때 배역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앞 장을 넘겨서 이름과 역할을 확인한 후, 다시 읽던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래서 출연하는 인물들의 관계도를 먼저 파악한다. 내가 맡은 배역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만나는 인물의 특징을 체크한 후, 마인드맵처럼 그리면서 대본 내용을 파악한다. 그렇게 읽으면 조금 더 폭넓게 대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웃음). 결국 대본 역시 인물들끼리의 관계, 갈등, 사건과 해결, 이런 것들이 이어지면서 스토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본을 본다. 만약 지성현처럼 현생에서 예능 PD가 된다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교양 쪽을 하고 싶다. 영상 플랫폼에서 주로 다큐멘터리를 보는 편이다. 동식물과 인간이 어우러진 자연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다. 나는 역시 정적인 내향인이라는 것을 이 답변에서 또 한번 깨닫게 됐다(웃음). 그런 의미로 <갯마을 차차차>는 멋진 바다 풍경과 자연, 그리고 등장인물 개개인의 스토리와 관계성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갯마을 차차차>는 리얼 휴먼 스토리다. 이상이가 생각하는 휴머니즘이란? ‘솔직함’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하고 싶다. 일상이나 드라마에서 갈등은 분명히 있다. 그럴 땐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서 갈등을 빨리 푸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하게 했던 선의의 거짓말 혹은, 솔직하지 못했을 때 갈등이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 특히 드라마 속, 갯마을 공진에서는 솔직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곤란한 상황들이 연출되기에 먼저 진솔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싶다.
니트 존 바바토스, 펜던트 네크리스 베르툼, 체인 네크리스 레브, 브래이슬릿 마르스마크.
이런 휴머니즘을 가지고 있는 이상이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교 때까지 학생회장과 과대표라는 감투를 썼던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까? 단순하게 대학 갈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고 시절 총 6개 과가 있었는데, 그들과 한데 어우러져 놀고 싶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학생 회장 선거에 출마해 선거 유세를 하기도 했다. 선거 단원들과 함께 팀을 꾸려서 기타 들고 돌아다니면서 선거송을 부르며 선전했다. 해마다 ‘연암제’라는 학교 행사가 개최됐는데, 각종 예술 경연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이나 공연을 모아서 볼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연말 행사인 연암제가 없어질 뻔했는데, 내가 물려받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밖에만 나가면 ‘스위치 온!’이 되어 외향인으로 변신한다는 것이 사실이었나 보다. 리더의 역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계속 리드를 하고 있나? 그 당시에 감투를 좋아했나 보다(웃음). 당시 싸이월드가 한창이었던 때라 합격자 발표가 뜨자마자 대학 동기들이 너무 궁금해지더라. 싸이월드 클럽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0학번’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방을 만들어서 연락처를 받아 예비 소집일날, 당당하게 내가 과대표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쳤다. 감투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동기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이제는 못하겠다(웃음). 누군가를 컨트롤하고 소집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혹시 장래 희망이 대통령이었나? 절대 아니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단순했다. 체육 시간에 했던 축구가 재미있었다면, 그날의 장래 희망은 축구 선수였고. 집에 가서 게임을 했는데, 그날따라 게임 컨디션이 좋아 이겼다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거나 체계화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 하고 싶은 걸 계속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성인이 된 지금도 아직 경험하고 배울 것들이 많다. 아직도 배움에 목마른가? 예술인들은 끊임없이 창작에 대한 고통을 인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뮤지컬의 경우, 같은 작품을 여러 번 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와 그림들이 나오는 거다. 항상 어렵다. 과제와 미션은 아직도 많이 남은 듯하다.
트레이닝 세트업 보스, 트렌치코트 골든구스, 슈즈 컨버스.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했다. 대학 입시 때 연기뿐만이 아닌 특기도 준비했다. 원래 춤과 노래도 좋아해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군대 홍보단 생활을 하면서 선임인 박강현 형, 서경수 형 노래하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필이 스쳤다. 군대 생활을 함께했던 뮤지컬 선배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았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 OST ‘내가 왜 이렇게’라는 곡도 발표했다. 앨범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싱어송라이터의 느낌으로 전곡 작사, 작곡, 가명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싶다. 장르는 아마도 어쿠스틱 스타일의 잔잔한 발라드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 만일 진행이 된다면 피처링은 (박)강현이 형에게 부탁해야겠다(웃음)! 무대에 설 때 ‘초면사’라고 불린다. 볼 때마다 새로운 초면 배우인 것 같다는 의미인데, 이런 배우들이 간혹 있다. 어떤 배우든 역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분명, 초면사는 장점이다. 길거리 지나가다 보면 못 알아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게 진정한 배우의 모습 같다. 항상 같은 몸에 다른 영혼이 씌워져서 그 역을 하는 순간만큼은 캐릭터에 오롯이 이입이 되기에 다른 얼굴로 변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나의 얼굴을 인정한다는 의미라 기쁜 표현이다. 당신은 여전히 꿈을 꾸는 소년이다. ‘솔직히 상이 뭐, 이제 자리 잡았지’라고 얘기하는데, 난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은 철부지인 것 같다. 군 제대 후 신청한 오디션에서 수십 번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들이댔다.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간절하다. 때문에 나의 진짜 꿈은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이 아닌, 이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걱정 없는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최종 목표다. 당장 내일을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서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꿈을 꾸는 진행형’이란 이름의 희망일 테니까.

사진

주용균

스타일리스트

김선미

메이크업

민지(JOY187)

헤어

세희(JOY187)

장소

앵무새루이스

이상이
오월의청춘
스타
갯마을차차차
한번다녀왔습니다
스타화보
화보
인터뷰
뮤지컬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

같이 보면 좋은 기사